따듯한 위로를 건네는 귀여운 친구들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도너리 작가는 스스로 귀여움에 오랫동안 빠져있는 덕후라고 고백해요. 귀여운 것을 볼 때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생각나고, 이를 적용해 펠트에 손바느질한 귀여운 친구들을 세상에 선보이죠. 이들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무한한 긍정을 채워줍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서요. 매달 새로운 귀여움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체력, 멘탈 관리에 힘쓰는 도너리 작가. 작은 행복이 오래 가는 평온한 삶을 꿈꾸는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귀여운 인형과 뜨개질 작업으로 따듯한 위로를 전하는 도너리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졸업이 한 학기 남았을 때 취업보다는 저만의 브랜드를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과 ‘나는 하고 싶은 거 다 할래!’라는 막연한 마음으로 도너리를 시작하게 됐어요. 아직 학생일 때라 사업 자금이 필요했죠. 그래서 창업 동아리를 만들고 스타트업 지원사업에 도전해서 사업 자금을 투자받았습니다. 도너리에 더욱 진지하게 임하게 되었죠!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귀여운 강아지와 단둘이 지내는 집에서 작업하고 있어요. 제힘으로 처음 독립한 곳이라 멋진 모습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저만의 멋진 작업을 만들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에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사실 저는 귀여운 것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덕후예요. 귀여운 사진, 그림, 제품 등을 보는 시간을 가질 때 스트레스 해소가 되어서 생각보다 오랫동안 귀여움에 빠져있어요. (물론 귀여운 걸 자주 본다고 제가 귀엽다는 말은 아닙니다!!) 귀여움에 빠져있을 때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생각나요. 그럴 동안 마구마구 메모하기도 하고, 글로만 적으면 까먹는 아이디어는 그림으로 바로 그려놓아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아이디어 메모장에서 몇 개의 콘셉트를 가져와 그림을 그린 후 프린트해서 인형 도안을 만들어요. 펠트지에 도안을 대고 자르는 재단 작업을 마치면 조각을 모아 손바느질로 귀여운 친구들을 완성합니다.

최근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따듯함’입니다. 도너리는 ‘Don’t worry!’, 즉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도너리만의 방식으로 많은 분께 따듯한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 행운, 행복, 사랑 등 긍정적인 의미를 생각하며 작업합니다. 도너리를 아는 모든 분에게 따듯한 긍정 파워가 100% 전달되면 좋겠어요.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계획 짜기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3개월 정도는 계획을 해두고 일상을 보내요. 물론 지켜지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사부작 마켓에 관한 정해진 패턴은 꼭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사부작 마켓은 도너리에서 매달 열리는 마켓인데요. 매번 새로운 친구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월초에는 신상 작업과 친한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요. 한 달 중 유일하게 쉴 수 있는 너무 소중한 기간이죠! 그 후 중순부터 말까지는 사부작 마켓 오픈과 작업, 포장, 배송에 매진합니다. 일만 하는 재미없는 일상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이 순간이 무척 행복하답니다.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 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인에 관해 고민하고 있어요. 건강, 체력, 멘탈 관리법 등에 관심이 폭발합니다.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저를 완전히 잡아먹기 전에 슬럼프를 극복해야 해요. 그래서 항상 멘탈 상태를 확인하고 기분을 풀기 위해 노력합니다. 조금은 소소해 보이는 행동일 수도 있는데요.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녀 배달부 키키›, ‹벼랑 위의 포뇨› 등을 종일 틀어놓기도 하고, 평소 눈여겨보던 귀여운 물건을 구매하기도 해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자주 봐서 대사를 거의 외우고 있고, 귀여운 물건을 하나둘씩 모아 냉장고에 붙이다 보니 저희 집 냉장고 별명이 제.죽.냉(제발 죽여줘 냉장고)가 되었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인가 봐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핸드메이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거예요. 혼자 모든 일을 소화하면서 많은 핸드메이드 작업까지 해내기 위해서는 시간과 체력이 넉넉하게 필요해요. 만약 둘 중 한 가지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쉽게 무너지게 되고, 결과물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하니까 어떻게 하면 지금의 작업량을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해나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을 창작하는 태도를 중시해요. 제 주변의 작가님들만 하더라도 대부분 교묘하게 아이디어를 표절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를 보았어요. 저도 당한 적이 있어서 그 기분을 너무 잘 알고 있죠. 열심히 만든 제 작업을 누군가 쉽게 표절해서 판매하는 행동에 큰 상처를 받기도 했고요. ‘정직은 확실한 자본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남의 아이디어를 표절한 사람은 그 어떤 일도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믿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본격적으로 창작에 뛰어든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서 다른 분께 노하우나 팁을 공유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신, 좋아하는 일을 하시는 모든 분께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여러분! 지금까지 멋지셨고, 앞으로의 행보도 역시나 멋질 거라고 장담합니다. 긴 마라톤을 뛴다고 생각하면서 여유 있게 호흡을 가다듬고 열심히 함께 달려보세요! 언제나 행운 가득한 나날만 보내시길 바랍니다. 화이띵!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따듯한 마음을 나누는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작은 행복이 오래 가는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 있길 바랍니다.

Artist

도너리는 많은 사람에게 따듯한 위로를 전하기 위해 인형을 만드는 작가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 활동 중이며, 인형뿐만 아니라 가끔 원앤온리 뜨개질 작품을 소개한다.

흔들리는 시스템, 부유하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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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오연진 작가는 암실에서 아날로그 프린팅 기법을 기반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테크닉과 상상력, 그리고 명징한 콘셉트가 만나 탄생하는 그의 작업은 유동적이고 진동하는 시스템의 산물입니다. 주5일 9 to 6로 일하는 회사원이자 작가, 여성 시각 예술인 네트워크 운영자 등 여러 가지 일을 무리 없이 이끄는 에너제틱한 인물이기도 하답니다. 사회가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스스로 여성 창작자의 비극적 생애를 종결하는 해피엔딩의 예가 되길 바라는 오연진 작가의 심도 있는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미술가로 활동하는 오연진입니다. 사진, 회화, 인쇄물 등 평면 매체를 주로 다루며 이미지에서 보이는 것 이면의 구조나 관계성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주로 암실에서 아날로그 프린팅 기법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여성 시각 예술인 네트워크 ‘루이즈 더 우먼’의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시스템 기반의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대 초반의 제게 예술은 개인의 자율성을 가장 존중하는 분야로 느껴졌기 때문에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후 조형예술 대학원에 진학했고, 재학 중 여러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두산아트랩» 전시 전경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서울 창신동 언덕길에 위치한 작업실을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 쓰고 있어요. 2019년 초부터 대형 롤지 컬러 인화를 위해 직접 충무로에서 암실 장비를 구입하고 세팅했어요. 암실 작업의 특성상 항상 불을 완전히 끄고 작업해야 하는 점이 힘든 부분입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르게 해보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다음 작업을 구상하는 것 같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역시 생각대로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뭐가 되든 일단 계속해서 만듭니다. 항상 출품작 수의 3~5배수 정도를 작업하는데요. 가령 작품 10여 점 제작을 목표로 할 경우 100여 점 가까이 만들고 그중 일부만 선택합니다. 그래서 처음 생각했던 것과 작업이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해요. 방향이 바뀌는 가능성을 기꺼이 열어두는 편입니다.

«Summer Love 2022», ‹페이스트리Pastry #18›, 2022

«Summer Love 2022», ‹페이스트리Pastry #19›, 2022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페이스트리Pastry›(2022) 시리즈는 이미지를 만드는 아날로그 프로세스에 개입하여 여러 층의 빛과 물질의 레이어를 중첩한 작업입니다. 노광, 현상, 노광, 현상을 반복하며 솔라리제이션solarization 효과가 나타나요. 특히 물결치듯 흐르는 형상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현상 용액이 인화지에 흐르며 생긴 자국이에요. 용액의 고임 정도, 맺힘 정도에 따라 빛이 투과되는 정도가 달라져요. 저는 이 용액 자체가 네거티브 필름이라고 생각해요. 전통적인 프로세스에서 네거티브 필름은 상을 고정한 상태에서 동일한 사본을 끝없이 파생하는 원본 역할을 하지만, 제가 만드는 이미지에서 네거티브 필름은 끝없이 움직이며 원본이 되는 조건 자체가 흔들리는 세계입니다. 

‘조건이 움직이는 세계’는 물이 든 수조를 인화지 위에 올려두고 밀착 인화한 ‹필름무빙Film Moving›(2020), 비누막(Soap Film)이 일시적으로 맺힌 상태를 찍은 ‹라멜라Lamella›(2020) 시리즈에서도 표현한 바 있어요. 물리적인 레이어가 아닌 역사적 레퍼런스를 네거티브 삼아 차용하여, 마야 데렌Maya Deren의 흑백 단편 댄스필름 ‹밤의 눈›에 등장하는 무용수의 그림자를 투영해 찍어낸 ‹아노토스코프Anorthoscope›(2020) 연작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노토스코프›는 반투명한 재질의 캔버스 위에 무용수의 그림자를 출력하고, 그 위에 물감을 올린 후 캔버스를 다시 인화지 위에 밀착 인화해서 만든 시리즈예요. ‘움직임을 움직이는’ 마야 데렌의 시도를 저의 평면에 투사해서 내러티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작년에 연 개인전 «기억의 조차(The Tides of Memory)»(2021,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선보인 ‹오버올Over All›(2021) 시리즈는 반투명 필름지에 유화로 드로잉하고 이를 다시 필름 삼아 사진으로 제작한 시리즈입니다. 전시장에는 드로잉과 드로잉에서 파생된 사진을 병치했고, 드로잉의 색과 명암이 뒤집혀 드로잉의 일부를 확대 인화한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관객이 하나의 이미지를 볼 때 보이지 않는 관계로 엮인 전후의 관계성을 포착하길 바랐죠.

«밤의눈», ‹anorthoscope #2-3›, 2021, Print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이미지 너머의 구조와 관계성을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시스템을 보길 바라요. 제가 만드는 시스템은 거스를 수 없는 고정된 체계가 아닌, 흐르는 현상 용액이 네거티브 필름이 되는 것처럼 유동적이고 진동할 수 있는 조건 체계입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대부분 만족합니다. 제작비를 더 들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주 5일, 9 to 6로 일하는 회사원입니다. 웹 에이전시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 작업실에 가거나, 루이즈 더 우먼 관련 일을 하거나, 다른 부업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거나 쉽니다. 주말의 경우, 전시를 앞두고 있을 때는 작업실에 가고, 아니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합니다.

«Tweed», ‹Solar Vein›, 2022

«Tweed», ‹Versatile Meadow›, 2022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 디스위켄드룸에서 개인전 «트위드Tweed»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번 개인전에서는 동시대 무빙 이미지에 대한 추상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아요. 여기서 말하는 무빙 이미지란, 흔히 생각하는 비디오나 영화는 아니고요. 자신이 선택하고 재생한 데이터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새로고침되는 유튜브 홈피드나, 특정 상품을 검색하자마자 메인에 관련 상품을 추천하며 진열해버리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인터페이스, 태그나 수치를 입력하면 자동 생성되는 AI 이미지 등 알고리즘으로 특정 조건을 반영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입니다. 불안정하고 가변적이죠. ‘내가 만들고 있는 게 이런 동시다발적으로 유동하는 이미지에 대한 추상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서 언급했지만, 이미지를 둘러싼 조건을 조율해 동일한 리소스를 가지고도 여러 조건으로 변주, 확장하는 실험을 반복했는데요. 결국 제가 보여주려고 하는 건 이미지를 조건 알고리즘으로 무한 변주, 파생시키는 구조와 그 안에서 형용 모순적 형태로 진동하는 비고정적 이미지, 그에 대한 추상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Self referential Film #14›, 2022

‹Self referential Film #17›, 2022

‹Self referential Film #16›, 2022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관심사가 다양하고 에너지가 많아요. 덕분에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다양한 역할 수행을 하게 되고, 상황에 따라 태도나 행동 패턴이 달라지기도 하죠. 특히 커뮤니티 운영을 하면서 생각이나 태도가 많이 바뀌었어요. 조직 문화나 여성 중심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며 인간관계와 관계를 통한 성장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 욕구가 크고, 사람의 가능성을 믿으면서 또 한편으론 경계하기도 하죠. 연대는 불신이 기반이 된 상태에서 역설적으로 사람을 믿고 또 믿는 일이에요. 그래서 특수한 개개인에게 지나친 책임을 지우지 않는 시스템 기반의 문제 해결 과정과 방식을 좋아합니다. 커뮤니티 운영을 하기 전에도 구조적인 사고를 좋아했어요. 말의 내용보다 말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떻게 구조적으로 입장을 뒷받침하는지 분석하는 게 좋았죠. 소설보다 비문학이 좋고, 내용 자체보다 내용을 구축한 체계를 보는 게 좋았어요. 지금 웹 기획을 하면서 서비스 구조를 만드는 일이 재미있답니다. 케이스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인터페이스를 기획하는 일인데 저한테 잘 맞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미지 이면에 구조가 있다고 전제하는데, 제 작업도 그렇거든요. 보이지 않는 구조를 가설하고 관계성을 만들어요.

«정착세계», ‹페이스트리Pastry detail #1›, 2022

«정착세계», ‹페이스트리Pastry detail #2›, 2022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장기간 침체하거나, 우울한 기분에 빠지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요. 자기 증명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구조적, 환경적 변수로 한계나 어려움에 직면할 때 순간적으로 큰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러고는 복수를 다짐하거나…가까운 동료나 친구,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햇빛도 쐬고, 맛있는 것도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 가서 뒹굴뒹굴 시간 보내고, 다시 분노하고, 복수를 다짐하고…아무리 예상치 못한 일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성과를 만드는 루틴을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해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웹 기획 쪽 커리어로 뒤늦게 진입했기 때문에 이 업계에서 어떻게 전문성을 키우고 커리어를 성장시킬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N잡러, 부캐의 시대라고 하지만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잠깐 하다가 말겠지?’, ‘본업(?) 따로 두고 취미로 하는 거겠지?’, ‘시킨 일 안 하고 딴짓하는 거 아니야?’ 등의 의심을 받기 쉽거든요.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열정과 진정성을 어필해야만 하는 피로감을 느낍니다. 저는 여러 가지 일을 돌려가며 할 때 활력이 생기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사람이라서 회사 생활을 하는 게 좋아요. 물론 전시 스케줄이 겹칠 때는 워라밸이 너무 깨지기 때문에 지금이 완벽한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연봉을 올리면 괜찮아질 것 같아요.

«Lace», ‹Solar Breath #0356›, 2019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저는 미술 전공자로서 늘 ‘탁월함’을 목적에 둔 교육을 받아온 것 같습니다. 지금의 생각은 조금 다른데요. 미술은 좀 못생겨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대부분 그 또한 작가가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죠.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작업의 퀄리티 여부를 평가하기 전에 작가의 성장을 전제로 확장가능성을 살펴주고,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게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창작물 혹은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절차와 규범을 지키지 못한 예술은 문제가 됩니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시대에 순수예술이 사회적 규범과 가치, 윤리로부터 독점적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나 안이하다고 생각해요. 예술, 창작자, 예술계 종사자, 예술계 내의 윤리적 규범에 대한 논의가 제도적 사유와 실천으로 심화하지 못하고 관념적인 담론에 그치는 현상 또한 안타깝고요. 창작물 또는 창작물을 구현하는 절차와 과정이 자기가 속한 크고 작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자기가 재현한 이미지가 어떤 시각문화를 뒷받침하는지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것’에 너무 큰 의미부여 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것과 추구하는 가치는 자신이 처한 조건과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주변 인간관계와 경험의 폭 안에서 결정됩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자신의 기질과 강점을 파악해 그에 맞는 삶을 개척해 나가세요.

«Lace», ‹Solar Breath #0419›, 2019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제 작업과 루이즈 더 우먼 활동에 관련한 자료가 체계적으로 아카이빙되면 좋겠어요. 실질적인 데이터가 남아 있어야 기록이든, 해석이든 할 수 있으니까요. 작업의 가치가 장기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창작자로서 영광스러운 일이고, 여성 창작자로서 여성 예술인의 권리 신장에 목소리를 냈고 ‘오래오래 잘 먹고 잘살았다’는 해피엔딩으로 기록되길 바랍니다. 페미니스트 여성 예술가들이 사회의 전통적 기준에 반기를 들다가 고립되고, 생계가 끊기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불행하게 살다 죽거나 사라지는 서사를 너무 많이 보았어요. 어떤 사람들은 자주적인 여성의 비극적 생애에서 안타까움과 함께 묘한 쾌감을 느끼는 것 같은데요. 이는 아주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성 생애의 비극적 신화를 종결시키고자 페미니스트로, 예술가로 살면서 부유하고 명예롭고 평탄하게 세속적 가치를 누리며 무병장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성별, 인종, 계급, 외모, 장애 유무 등의 이유로 모든 사람이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고, 착취와 폭력에 노출되지 않고, 죽거나 다치지 않는 미래입니다. 20대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사고로 죽고, 사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해 스토커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일,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의 젊은 여성들이 살해되고, 인터넷이 차단되고, 교육받지 못하는 일이 아직도 벌어진다는 게 너무 기가 막히죠. 인간 사회가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기억의조차», ‹Solitaire #2›, 2021

Artist

오연진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매개 변수를 조건화하고 이를 변주해 새로운 환영을 만든다. 개인전 «트위드»(2022, 디스위켄드룸), «기억의 조차»(2021, 송은 아트스페이스), «The Very Eye of Night»(2020, 송은 아트큐브), «Lace»(2019, 전시공간)을 열었고, «정착세계»(2022,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써머 러브»(2022, 송은), «생동하는 틈»(2022, 원앤제이갤러리), «두산아트랩»(2021, 두산갤러리), «리브 포에버»(2019, 하이트컬렉션), «서울사진축제 특별전: Walking. Jumping. Speaking. Writing.»(2018, SeMA창고)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yeonjin-oh.com

공장 같은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되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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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서신욱 작가는 런던에 거주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공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올해 서울과 런던에서 선보인 개인전에서도 사회를 하나의 거대 공장에 비유해 인간을 생산하고 상품화하는 생산 라인과 내구성 평가 실험실을 시각화하고자 했답니다. 이렇듯 현대미술 작가로서 구체적인 사회적 담론을 끌어내고자 하기에 그는 작업의 맥락성을 견고히 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서신욱 작가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가치에 대해 자기 자신에게 거듭 질문합니다. 작업을 둘러싼 더 많은 이야기는 아티클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신욱 작가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2013년부터 런던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주로 유럽에서 활동하다가 최근 서울에서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자기소개를 자주 안 해봐서 어색하지만… 그저 사람 만나서 노는 거 좋아하는 평범한 아저씨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군대 훈련소에서 조그마한 노트에 이런저런 낙서를 끄적였는데, 그걸 본 동기가 칭찬해줬어요. 그 이후 그림 그리기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색연필로 간단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그동안 그렸던 그림을 온라인 일러스트레이터 커뮤니티에 업로드했는데 제 포트폴리오를 좋게 봐주신 어느 출판사 편집장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덕분에 어린이 동화 두 편의 삽화를 맡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던 터라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션 공부를 하려고 영국 유학을 결심했는데요. 공부를 시작한 그해, 제가 그동안 하고 싶던 창작활동이 순수 미술의 영역과 더욱더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순수미술 전공으로 학교에 진학해서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작업하게 되었어요.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작업실은 런던 동부에 있는데요. 땅콩을 가공하던 공장을 스튜디오로 개조한 건물 1층을 2년째 사용 중입니다. 공장으로 쓰였던 건물이라 그런지 층고가 높고, 환기를 시키는 큰 창문이 있습니다. 조소 작업을 하는 저에게는 최적의 장소라 감사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의 부피가 커서 작업실의 절반은 작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이용해요. 그래서 가끔 제 공간이 작업실이라기보다 물류창고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죠, 나머지 공간은 컴퓨터 작업을 하는 데스크 공간과 휴식을 취하는 소파 베드, 커피 테이블로 구분해 쓰고 있어요. 가끔 밤새야 할 상황이 오면 소파 베드에서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하죠. 그 맞은 편에는 다양한 메이킹을 할 수 있는 큰 워크 테이블이 있고, 바로 옆에는 두 대의 3D 프린터가 항시 무언가를 프린팅하고 있습니다. 보통 벽면과 바닥은 제작 중인 작품과 재료로 어질러져 있어요. 제게 스튜디오는 집보다 소중한 공간입니다. 하루 중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여러모로 애착이 있어요. 이제 조금 바쁜 일들이 지나갔으니 깨끗하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Biometric Syndrome›, 2021, Steel, DC motor, controller box, silicone, 130 x 156 x 40cm, 59초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영감을 얻기 위해 무언가에 집중하고 탐구하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사소한 것의 상호작용이 보통 제 영감의 매개체가 됩니다. 그런 일상에서의 사건, 상황이 머릿속에 중첩되고 형태 없이 떠다니다가 특정 순간에 시각화되어 영감으로 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경험하는 일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동안 일상에서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해요. 새로운 시도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멀리 돌아가더라도 평소에 가던 길이 아닌 낯선 곳을 걷는다든가, 가보지 않았던 상점에 들어가 기회가 되면 상인과 이야기를 나눈다든가 등이죠. 저는 원체 익숙함에 안주하는 편이라 그런 새로운 시도를 귀찮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 자신을 꾸준히 괴롭히며 익숙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전 경험을 통해 안정적인 환경에서 영감을 받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많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변인 혹은 잠깐 마주친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하려 귀를 기울입니다. 인간 개개인의 생각과 경험의 공유를 듣고 수집하는 건 제 작품의 중요한 요소이자 큰 자산이기에 평소에도 사람과의 대화를 즐깁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보통 작품 제작보다 구상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작품의 전체적인 시각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이 품은 내러티브와 맥락을 균형 있게 일치하는 걸 가장 중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작품 구상에 할애합니다. 그리고 기술적인 문제를 고안하며 해당 작품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해요. 보통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서 실제와 최대한 비슷하게 설계하고 렌더링 이미지를 생성합니다. 그리고 완성한 도면을 통해 메이킹을 시작합니다. 사실 메이킹을 하면서 많은 문제를 직면하느라 매번 힘든 순간이 찾아오지만, 그 또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헤쳐 나갑니다. 실패를 통해 더욱더 나은 결과물을 얻는 편이라 그 과정을 즐기는 편입니다.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지난 4월과 9월에 서울과 런던에서 개인전을 열었어요. 두 전시 모두 사회를 하나의 거대 공장에 비유해 인간을 생산하고 상품화하는 생산 라인 혹은 내구성 시험 평가 실험실을 시각화했는데요, 전체적인 콘셉트는 같지만, 세부적인 내러티브와 맥락 측면에서 상이한 모습을 구현했습니다. 파운드리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 국내 개인전 «서신욱 개인전: PLAYTHINGS»에서 ‹The Fabulous Life #2›(2022)와 ‹Six Feet Under (Durability Test #6)›(2022)라는 두 가지 키네틱 작업을 선보였어요.

«서신욱 개인전: PLAYTHINGS» 설치 전경 © Kyung Roh

메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The Fabulous Life #2›는 실제 공장에서 쓰이는 리니어 모터가 아래위로 움직이며 거대한 아크릴판을 계속 기울입니다. 아크릴판에는 쇠구슬 형태의 볼 베어링 여러 개가 기울기를 만들어내는 단차에 따라, 파편화된 신체 조각 고정물 사이를 한 방향으로 전진하며 수많은 상호작용을 부르죠. 부딪치고 튕기어 방향이 틀어지고 때로는 전진하지 못한 채, 신체 조각의 일부처럼 편입되어 특정 형상을 이루기도 합니다. 모터가 야기하는 단순하고 강력한 제스처를 통해 민감하고 무기력하게 반응하는 볼 베어링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묘사한 것인데요, 이를 통해 저 자신이 경험하고 탐구한 현대 사회의 억압적인 구조와 이데올로기의 작동 방식을 거시적으로 시각화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공장 혹은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상분리기를 상상하며 작품을 구현했습니다.

‹The Fabulous Life›, 2021, Steel, PET-G, motor, motor controller, perspex, ball bearings, cigarettes, 160 x 285 x 72cm, 1분 43초

‹Six Feet Under (Durability Test #6)›(2022)는 동일한 형태의 철골 구조물 4개가 하나의 작품이 됩니다. 하나의 금형에서 제작한 네 개의 인간 형상은 신체의 피부와 가장 흡사한 화학물질인 실리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형상은 각각의 철골 구조물에 매달려 있고, 같은 간격으로 정렬했습니다. 그리고 하단에 설치한 모터가 이를 지속해서 움직입니다.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을 실리콘으로 형상화하고 이데올로기에 의해 사회적 객체로 완성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는 6번째 연작으로 앞으로도 다른 형태와 방식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So Glad to Be Back›, 2022, Bespoke garments, Perspex, silicon, steel, motor, motor controller, ball bearing and 3D printed PTG, 189 x135 x 84cm, 38초

파운드리 서울 전시에서 등장했던 실리콘은 제 작품 속에서 형상화된 인간의 제조 공정 중 첫 번째 단계를 상징합니다. 저는 런던의 ‘자블루도비치 컬렉션Zabludowicz Collection’에서 선보였던 세 가지 작업인 ‹So Glad to Be Back›, ‹Hold me Tight›, ‹Better Luck Next Time #2›를 통해 다음 공정을 시각화하길 원했고 제2의 피부라 불리는 의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의복은 인간의 형상을 구조적으로 가장 잘 표현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의복을 입으며 사회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구 증가와 산업화로 인해 대량으로 생산한 의복은 현대 사회를 함축적으로 가장 잘 반영하는 물건 중 하나이기도 하죠. 의복은 인간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신체와 유사한 모양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저는 직물이 가지는 물질성보다는 그것이 옷의 재료가 된다는 목적성에 더욱 초점을 두고 이번 전시를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서로 다른 부류의 물질인 직물과 철을 사용해 사회에 종속된 인간의 모습,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권력의 움직임에 대해 고찰합니다.

‹Hold Me Tight›, 2022, Bespoke garments, Perspex, silicon, steel, motor and motor controller, 23 x 190 x 230cm, 1분 55초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현대미술을 다루는 작가로서 구체적인 사회적 담론을 끌어내는 중간 과정을 수행하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작업의 맥락성을 견고히 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근래 들어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작업을 통해 내가 어떠한 생각을 도출하려는지, 또한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구체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희미하게나마 말씀드릴 수 있는 한 가지는 작업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며 마주한 개개인을 되새기며 저는 수없이 많은 성찰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가치에 대해 저 자신에게 질문해봅니다. 아마 그러한 저의 고민을 작품으로써 강조하고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한동안 작업에 색을 쓰지 않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색의 사용이 작품 맥락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굉장히 두려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 작업부터 그런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고 예전처럼 색을 다양하게 써봐야겠다는 자신감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진행했던 작업부터는 자유롭게 색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 부분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또한 작가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 제 작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애정을 담아 모든 작업에 임하지만, 완성 후 전시를 진행하면 곳곳에 수정할 부분과 더 보완할 부분이 눈에 밟혀 항상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지속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려고 노력합니다.

런던의 ‘자블루도비치 컬렉션Zabludowicz Collection’에서 선보였던 세 가지 작업인 ‹So Glad to Be Back›, ‹Hold me Tight›, ‹Better Luck Next Time #2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보통 남들보다 하루를 늦게 시작하고 늦게 마무리하는 편입니다. 아침 10시 혹은 11시 정도에 일어나 스튜디오에 갈 준비를 합니다. 안타깝게도 스튜디오 근처에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점심 도시락을 준비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는 길에 샌드위치 등을 사갑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면 커피를 마시면서 그날 작업할 것 혹은 해야 할 문서 작업이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열심히 작업하고 중간에 허기가 지면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작업합니다. 작업 도중 아이디어를 정리할 겸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기도 합니다. 스튜디오 바로 옆 하천을 따라 걸으면서 머리와 몸을 식힙니다. 다시 스튜디오에 돌아와 작업을 이어 갑니다. 저는 밤늦게까지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아무도 없는 스튜디오 건물에서 혼자 조용히 작업하면 집중이 잘됩니다.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바쁜 일정들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서 마음 놓고 쉬어보려고 합니다! 올해 여러 일정을 소화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해 많이 지쳐있는 상황입니다. 여행을 갈지 아니면 집에서 쉬면서 하고 싶었던 게임을 할까 고민하는 것이 최근의 관심사입니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제 작업은 보통 공장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는 쉴 새 없이 작업에 몰두하는 제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성격상 쉬는 것에 대한 강박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면모가 제 작업에 드러나는 것 같아, 조금 슬프네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친한 친구와 만나 정신없이 놀고먹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신세 한탄하며 현시점에서 힘든 부분을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사실 어떠한 대안을 구하는 것보다 그 대화를 통해 제 생각을 정리하며 안정을 찾는 편입니다. 이를 들어주는 친구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이렇게 해야 슬럼프를 조금이라도 극복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감받을 수 있는 전시를 찾아보고 정처 없이 돌아다닙니다. 생각을 비우고 채우고 반복하다 보면 어느 정도 극복이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작가라는 직업을 지속해서 영위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문제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그립습니다…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아무래도 본인의 생각과 철학을 전면에 내세우며 많은 관심을 받는 직종이기에 가끔은 독단적이고 이기적으로 성향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자신을 낮추고 과대평가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작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냉철한 시선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자기 오만에 빠지는 것만큼 큰 불행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변의 칭찬에 감사하되 절대 안주하지 않고 제삼자의 비평에 감사하는 태도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Hey, It is me!›, 2021, Steel, motor, controller box, petg, cigarette package, aluminium can, socks, digital print on aluminium, 62 x 215 x 73cm, 27초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 힘들어도 다 같이 이겨냅시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운이 좋습니까!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작업이 멋진 유쾌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네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보다 열정 넘치고 창작 욕구가 불타올라 종일 작업에 매진하는 할아버지 작가의 모습? 아 그리고 건강했으면 좋겠네요.

Artist

서신욱은 억압적인 사회 구조와 이데올로기의 작동 방식,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무력한 모습을 풍자적인 키네틱 조각으로 탐구한다. 영국 Zabludowicz Collection(2022), BEERS London(2021), Unit1 Gallery|Workshop(2018), Daniel Benjamin Gallery(2018), 한국 Foundry Seoul(2022)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스페인 Colección SOLO, Cerquone Gallery, 런던 주영국한국문화원, 독일 Art Biesenthal, 프랑스 La Totale를 비롯한 유럽의 주요 갤러리에서 기획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8년 Unit 1 Gallery | Workshop 솔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했고, 2022년 영국 왕립조각가협회 Gilbert Bayes Awards를 수상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면을 포착하기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노기훈 작가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합니다. 카메라라는 광학기기로 역사적인 현실의 풍경을 담으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면을 발견하는 데 집중한답니다. 그는 무척 꼼꼼한 사람이에요.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애플리케이션에 메모하고 항목별로 분류해 쉬는 시간마다 확인한답니다. 작업물을 모은 폴더를 연대기 순으로 열어보면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며 슬럼프를 극복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진을 주 매체로 다룹니다. 사진으로 전시하고 책을 출판하기도 해요. ‘사진의 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카메라와 영화와 가깝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되었어요.

‹두 나무›, 2017, 120 x 150cm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경북 구미에 ‹Yellow Days› 작업을 위한 작업실이 있어요. 컴퓨터를 쓸 수 있는 공간과 촬영할 수 있는 공간을 분리해서 쓰고 있습니다. 흰 벽에 그린 작업 플랜에 작은 사이즈의 인화물이 붙어 있죠. 책상은 ‘ㄷ’자로 놓았는데, 정면은 컴퓨터 작업을 하는 공간이고 오른쪽에는 스캐너와 프린터가 있으며 왼쪽에는 레퍼런스 책과 자료가 쌓여 있었어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우연보다는 집중도 있는 몰입을 신뢰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작업을 위한 생각을 메모한 업무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해요. 각 항목별로 분류를 세분화해서, 필요한 경우 관련 작업이 있는 창고에 찾아가곤 해요.

‹Moon and Light #0250›, 2018, Pigment Print, 111 x 74cm

‹Moon and Light #0238›, 2017, Pigment Print, 74 x 111cm

설치 전경, 금호미술관, 2020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일본 최초의 철로인 사쿠라기초역에서 신바시역을 따라 새벽 시간에 촬영한 ‹달과 빛›이 있습니다. 북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 중인 ‹고가네초 플립›과 ‹1호선›은 내년 초반을 목표로 책으로 제작할 예정이에요.

‹고가네초 플립; 683›, 2018, UV Print, 180 x 120cm

‹구로-신도림 지하도›, 2013

‹신도림-영등포 도림천›, 2015, 100 x 125cm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안정적인 리듬감을 지닌 나만의 루틴을 몸에 익히기. 육체적으로 고단한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라, 정해진 룰이 없으면 중간에 포기를 생각하게 돼요.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불만족은 작업 외적인 영역에서 오고,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만족은 불만족과 함께 옵니다.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요즘은 영화 각본집을 읽거나 사진집 언패킹 영상을 봐요. 외출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가끔 블로그에 글을 남기기도 해요. 업무 애플리케이션을 습관처럼 확인합니다.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전문적이지 않은 모델이 카메라 앞에서 주체적으로 서는 법. 카메라를 둘러싼 주체 각각의 관점에 관심을 가집니다.

‹Moon and Light #2629›, 2018, Pigment Print, 111 x 74cm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혼자서 감당하려는 일이 많습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자유로워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작업물을 모은 폴더를 연대기 순으로 열어보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껴요. 그러면 슬럼프가 사라지고 책임감이 생깁니다.

설치 전경, 금호미술관, 2020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개항장이 있는 인천 중구에 사진 매체를 다루는 비영리 도서관을 운영 중입니다. 12월에 일본의 사진작가 혼마 다카시ホンマタカシ가 와서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어요. 오랜 기간 기획했던 프로젝트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경을 쏟고 있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긴장과 이완, 수축과 팽창 사이의 밸런스를 마련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체득하세요. 저도 찾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작업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사람.

‹Moon and Light #8091›, 2017, Pigment Print, 74 x 111cm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별 탈 없이 조용하게 흘러가는 미래였으면 합니다. 좌절과 희망의 간격이 줄어든 밋밋한 미래를 상상합니다.

Artist

노기훈은 광학기기가 매개하는 예술의 형식을 통해 역사적인 현실 풍경을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수한 지역과 지리적 경로를 설정하고, 이러한 경로를 축으로 다양한 대립과 분열이 공존하는 현재 사회상의 시원을 더듬어 찾아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면을 발견한다. 동시에, 사진 매체가 크게 변모하고 대중화된 동시대 디지털 환경에서 유효한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고민하며 일종의 미술 형식으로서의 사진 실험을 지속 중이다. 그 일환으로 사진 매체와 도서관이라는 물리적 형태가 비물질로 나아가기 위한 단계별 이주를 실험하는 과정으로 ‘사진의 도서관’을 운영한다. 최근 개인전으로 «달과 빛»(2020, 금호미술관)을 가졌고, «젊은 모색 2021»(2021, 국립현대미술관)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