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내가 소통할 때 우리 신체는 어디에 있는가?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말을 걸 때 나오는 목소리는 성대에서부터 시작되는 공기의 파동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핸드폰 화면에 적어나가는 메시지 내용은 손가락의 압력을 통해 완성되죠. 이렇듯 인간에게 ‘소통’이란 신체와 긴밀히 연결되어있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요한한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하여 소통의 조건에 대해 생각하고 여기서 인간의 신체가 품은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티클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미술 작업을 하는 요한한입니다. 저는 저로 조형 설치, 퍼포먼스, 미디어 장치를 활용해 매개하는 신체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어요. 전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시공간적 요소 외에도 상황적 조건과 라이브성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미술을 시작하기 전에는 오랜 기간 비보잉을 했어요. 주로 공공장소나 길거리처럼 노출된 장소에서 연습하다 보니 춤 연습 외에도 행인의 시선과 주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상황들,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조건 속에서의 움직임에 익숙해졌어요. 그때는 그렇게 연습이 노출되는 상황이 열악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경험이었죠. 길거리에서의 연습이 하나의 풍경 또는 무대적으로 다가왔었던 기억이면서, 과거의 이러한 관심과 경험이 현재의 작업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작업하는 창작 공간의 특성이 궁금합니다.

창작 공간이 작업실 혹은 스튜디오의 맥락이라면, 작가의 성향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공간이 아닐까 싶어요. 제 경우, 작업물을 창작하기 위한 공간이면서도 몸을 연습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작업실=연습실, 전시장=무대와 비슷한 개념으로 다가옵니다. 현재는 개인 창작 공간이 없어서 여기저기 돌면서 스튜디오 조건에 따라 공간을 배치하는 편인데요. 우선 바닥 면적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확보해야 몸을 연습할 수 있어서, 저 같은 경우에는 최소 3m×4m 정도의 바닥 공간을 비워두는 편입니다. 작년부터 모노륨(장판)을 설치하면서부터 확실한 바닥 공간을 확보한 것 같아요. 작업실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작업 재료와 작업물로 채워지기도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바닥의 여백을 유지하기 위해 자유로운 움직임에 양보하는 편입니다.

작가님은 최근 ‹공명동작› 시리즈를 선보였는데요. 영감을 얻고,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다듬어 완성하는 창작과정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영감이라는 것이 어떨 때는 그냥 나타나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리 쥐어짜도 안 나타날 때가 있는 것처럼 창작 과정 또한 어떠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들이지만 잡힐 듯 안 잡히는, 보일 듯 안 보이는 것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공명동작›이라는 작품도 이전부터 해오던 작업 방식과 개인적인 관심 분야 그리고 결정적으로 ‘북메우기’라는 전통 타악기 소재를 접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이런 게 처음부터 어떤 확실한 콘셉트를 정하고 이루어지기보다는 그동안 축적된 요소와 경험을 통해 현재의 작품으로까지 전개가 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영감이나 예술적 소스가 처음에는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와서 얼마 동안은 그것에만 계속 몰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바로 작업으로 옮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생각을 날려 보내는 습관이 있어서, 강렬하게 다가왔던 영감인 만큼 시간을 두고 묵히는 과정에서 휘발되면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하고 지워버려요.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같은 아이디어가 다시 떠오르면 작품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더불어 퍼포머와의 협업적 관계라는 부분 또한 중요한 지점인데요. 작품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개개인의 특징과 성향을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날지 알 수 없으니까요. ‹공명동작› 퍼포먼스는 (불)소통의 조건 속에서 열린 몸과 매개적 역할을 통해 개인과 개인, 서로가 서로를 감각하는 소통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다원적 형태의 프로젝트에요. 그래서 작품을 바라보는 이의 선택적 역할에 따라 위와 같은 실험의 완성도가 매번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 작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기보다는, 관심을 두는 지점이 있어요. ‘초연결성(Hyper-connection)’이라는 부분인데요. 상호 간의 연결(Intermediality) 또는 트랜스 상태(trans-position)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분명 연결되어 있는데도 단절된 오늘날의 상황과 파편화되는 신체 조건이 단지 분절된 요소를 뛰어넘어서 또 다른 지각의 방식, 변형되는 감각처럼 다가와요. 미디어성이나 네트워크 그물망 외에도 보임과 보이지 않음의 매개적 접근, 접촉과 접속의 관계, 정신성(spirituality)에 대해 고찰하게 됩니다.

최근 작업에서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한 부분이 궁금합니다.

작업은 언제나 불만족투성이에요. 정확히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당시에는 만족스러웠던 것이 어느 순간 많이 모자라 보이고 그런 부분이 연속적으로 생기는 것 같아요. 어떠한 성공의 문제라기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인데요. ‘이만큼 했으니까 됐다’라는 개념 자체를 성립하기 힘든 분야가 현대미술이면서, 그렇기 때문에 계속 작업을 하는 (약간은 마소히즘적인) 강한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창작자로서 어려움을 겪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를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분명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발생하는 건 어떠한 ‘괴리감’이라고 생각해요. 현실과 이상에서 오는 괴리감 외에도, 동시대 미술과 대중문화 사이에서 아티스트로서 느끼는 괴리감이기도 하죠. 작가로서 마음을 비우는 게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은데요.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포기한 것은 무엇인가요?

안정성을 포기한 것 같습니다.

최근 창작의 경계가 흐려지며 긴밀히 얽히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창작은 어디로 향할까요?

매체나 직업적인 관점으로 창작에 접근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사고 방법의 차원에서 본다면 사실 지금보다 훨씬 그 이전부터 경계가 크게 나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창작 행위는 무엇인가’ 그 본질을 곰곰이 들여다본다면 직업과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것에 스며든 또 다른 가능성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의 창작 방향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선에서 나타나는 ‘어떠한 것들’이 아닐까 싶어요.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가 궁금합니다.

창작자로서 얻은 게 있다면,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지각한다는 부분과 작업 과정을 통해 끝없이 생각과 몸을 단련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현대미술이라는 창작 지점의 가장 큰 매력이자 블랙홀 같은 게 아닐까 싶어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창작자는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들이 삶에서 올 수도 있고, 책이나 정보를 통해서 알 수도 있고, 또는 더 많은 다른 방법이 있을 텐데요. 미술인으로서 굳이 하나 더 추가한다면 생존력인 것 같습니다. 끝까지 제 생각이 죽지 않고 살아남는 거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늘 즐겁고 행복할 수는 없죠. 지겹거나 한 가지 일에 지칠 때는 다른 것을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또한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고요. 그 분야에서 창작을 이어간다면 그게 길이 아닐까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나중에 나이가 들어도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좋겠습니다.

작가님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이나 태도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지구 온난화, 오염 문제, 팬데믹 사태 등에 있어서 후세대가 처할 상황이 걱정되긴 해요. 구세대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자녀를 가진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다음 세대가 살아갈 시간이 위와 같은 환경적 문제로 인해 정서적 불안정성과 디지털화로 인한 근본적 삶의 방식 또는 노하우(savoir faire)의 사라짐을 겪을까 봐 걱정됩니다. 분명 또 다른 방식을 살아갈 세대임은 확실하지만, 자연적 정서의 조건이 줄어들 때 맞닿게 될 극적인 상황을 생각해보면 생태계적 사고방식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Artist

요한한은 디지털 환경과 스마트 체제로 인한 몸의 변화를 체감하며 근원적 주체성에 대해 피부, 몸짓, 춤, 촉각적 감각 등 신체적 요소로 고찰한다. 특히 ‘북(鼓)메우기’ 작품을 통해 고대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기반으로 또 다른 신체 표면의 소환과 가능성에 대해 탐구한다. 소통, 관계, 상황, 흔적 그리고 라이브 요소를 퍼포먼스 작품에서 장치로 주로 사용하며, 이러한 연출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고 함께 체감하는 지점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