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수 있는 소리, 들을 수 있는 문자

지난 9월 2일부터 4일까지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22-2023(이하 ‘사이사이’)’이 열렸다. 행사의 흥미로운 부분을 살펴보기 전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타이포잔치: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이하 ‘타이포 잔치’)’와 ‘사이사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는 게 필요해 보인다. ‘사이사이’와 ‘타이포잔치’는 모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행사다. 그중 ‘사이사이’는 지난 2011년부터 격년으로 열리는 ‘타이포잔치’의 사전 행사에 속한다. 즉 올해 ‘사이사이’의 경우, 내년 9월에 개최하는 ‘타이포잔치 2023’의 주제를 미리 탐색하며 기대감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참고로 내년 타이포잔치는 ‘타이포그래피와 소리’를 다룬다. ‘사물화된 소리, 신체화된 문자’라는 이름 아래 진행한 이번 ‘사이사이’는 총 두 번의 강연과 워크숍 그리고 공연을 선행 스터디 개념으로 알차게 살펴보았다.

첫 날 열린 강연인 ‹음n음o음d음e음s음›은 교육자이자 글쓰는 디자이너 그리고 장서광인 알렉스 발지우Alex Balgiu가 연사로 참여했다. 시에서 문자와 소리가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하고 소리·시·그래픽 디자인을 광범위하게 연결하며 ‘우리 삶에서 시를 구체화하는 데 악보(score)와 교점(node)은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나름의 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음n음o음d음e음s음›은 둘째 날 오전에 열린 워크숍 ‹시s시o시u시n시d시i시n시g시›와 긴밀하게 짝을 이룬다. ‹시s시o시u시n시d시i시n시g시›는 첫 강연의 연사인 알렉스 발지우의 인도 아래 참가자가 문화역서울284 주변을 산책하며 도시의 소리와 문자를 채집하고, 타자기·복사기·가위 등을 활용해 채집한 소재를 재구성한 뒤 그 결과물을 한데 모아 ‘타이포 성가(typochant)’를 완성하며 끝났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는 소리 시(sound poetry)를 배우고, 직접 지어도 보는 흥미로운 시간을 가지며 타이포그래피의 열린 에너지를 경험하는 기회로 삼았다.

둘째 날 오후에 열린 두 번째 강연 ‹연주할 수 없는 악보, 보기 위한 음악›은 신예슬 음악 비평가가 이끌었다. 그는 서양 음악사에서 형성된 문자적 악보의 긴 흐름과 20세기 들어 달라진 기보 양상을 소개하고, 특히 그래픽 기보를 매개로 1950~6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기보 실험을 들여다보았다. 강연 후에는 신동혁 그래픽 디자이너가 대화자로 참여해 타이포그래피와 음악의 접점에서 다양한 사례를 공유했다. 청중에게는 소리가 없더라도 청각적 연상을 촉발하는 텍스트나 이미지, 기호를 읽는 행위 또한 그 자체로 음악을 향유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성찰하는 계기로 충분했다.

마지막 날에는 ‹문장 부호 이어말하기›라는 독특한 옴니버스 공연이 펼쳐졌다. 시인, 성우 지망생, 그래픽 디자이너, 글자체 디자이너, 뮤지션 등 총 6명의 퍼포머는 각자에게 주어진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영역에서 문장 부호를 다뤄 온 경험을 각자의 언어와 문법으로 공유하며 문장 부호에 관한 새로운 상상을 자극하는 영감의 시간을 만들었다. 특히 디자인 스튜디오 1-2-3-4-5가 일명 ‘문장 부호 통역사’로 참여해 퍼포머의 발화나 연주에서 감지한 문장 부호를 실시간 그래픽으로 스크린에 띄우는 장면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무형과 유형의 긴밀한 상호작용은 어떤 형태로든 많은 사람을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어젠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자와 소리의 기묘한 관계를 치열하게 분석하고 파헤치는 시도는 둘 사이의 양가적인 특성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기회로 작용했다. 이번 ‘사이사이’의 강연과 워크숍, 공연은 내년 본 행사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에피타이저 역할을 톡톡히 맡았다.

Event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22-2023»

참여자: 김민정, 서경수, 신동혁, 신예슬, 신인아, 알렉스 발지우, 이랑, 이수성, 채희준

기간: 2022.09.02 – 2022.09.04

Place

문화역서울284 RTO: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