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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10년째 EVERYDAY PRACTICE

Writer: 전종현, 방현식
, Photographer: 김진솔

Special Interview

다채로운 대화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이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권준호(이하 준호), 김어진(이하 어진), 김경철(이하 경철) 세 사람이 뭉친 일상의실천은 지난 10년 간 한국에서 일어난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 디자이너로서 의견을 거침 없이 밝히고, 동시에 수준 높은 작업적 완성도를 성취하며 한국에서 디자인 스튜디오의 새로운 역할을 꾸준히 넓혀온 주인공입니다. 4월 7일(금)부터 4월 30일(일)까지 무신사 테라스 홍대에서 10년의 성과를 모은 전시 «일상의 실천»이 열리고 있는데요. 옹골차게 전시를 준비한 일상의실천을 직접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청해보았습니다.

먼저 10주년 전시를 축하드립니다. «일상의 실천»이라는 전시명이 묘하던데요. 스튜디오 이름과 같은데 띄어쓰기가 달라요. ‘일상의실천’의 ‘일상의 실천’이랄까요.

준호 : 처음 스튜디오 이름을 ‘일상의실천’으로 정할 때 하나의 고유명사로 인식되길 바랐어요. 공동 창업자 세 명의 개성을 각기 드러내기보다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보자는 바람도 담겨 있었죠. 이번 전시는 이를 다시 일상적인 말로 바꿔서 본래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어요. 디자이너로서 ‘매일’ 조금씩 무언가를 ‘실천’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사실도 함께요.

이번 전시는 10년을 살펴보는 아카이브 월 말고도 거대한 설치물이 총 여섯 점 등장해요. 해당 작품들을 선정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준호 : 일상의실천을 소개할 때 10년 동안 바뀌지 않는 문구가 있어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지만 그래픽 디자인의 경계를 확장하고 넘어서려 한다’입니다. 사실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평면을 벗어난다는 건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한 사건이에요. 저희는 매번 조금씩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이제 매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있어요. 인쇄물, 웹으로 작업을 접하는 것 이상의 현장성을 선보일 수 있는 게 저희의 차별점이 아닐까 싶어요.

어진 : 전시에 공개된 여섯 점은 저희의 대표작이라고 보기엔 애매해요. 일상의실천이 주목받고 이슈를 만들던 작업은 대부분 당시 첨예했던 사회 문제를 다뤘어요. 저희라고 늘 그런 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작업을 자체적으로 꾸준히 해왔다는 점을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은 점도 있답니다.

그러기엔 전시장에 놓인 ‹나랑 상관없잖아›부터가 사회 문제를 다룬 작업인데…(웃음) 일상의실천은 어떤 계기로 사회 문제를 작업에 녹이게 되었나요?

경철 : 그 시작은 어진 형과 제가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답답함과 갈증을 풀고 싶어서 독립해 차린 ‘핸드프린트’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이후 준호 형이 영국에서 귀국하면서 일상의실천이 시작되었죠. 준호 형은 학생 때부터 정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영국에서 유학할 때도 관련한 개인 작업을 선보였는데요. 셋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주제를 작업에 담아보자고 얘기가 모인 것 같아요.

어진 : ‹나랑 상관없잖아›는 일상의실천이 직접 문장을 만든 유일한 작업일 거예요. 그래서 일종의 선언 같은 느낌이 있죠. 길 건너편에 누군가 쓰러져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냉정하게 보면 사실 나와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정말 상관없다고 지나갈 건지, 아니면 손을 뻗을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라고 봐요. 그렇게 작은 선택이 차곡차곡 쌓이면 어떤 삶으로 이어질지 상상해볼 수 있겠죠.

‹나랑 상관 없잖아›, 2013, 2023년 재제작

사회 문제에 관해 발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왜 ‘디자인’을 선택했나요?

어진 : 요즘은 디자이너가 꼭 디자인하지 않아도 글을 쓰거나,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잖아요. 하지만 일상의실천을 시작하던 10년 전에는 그런 경우가 굉장히 드물었어요. 배운 게 디자인뿐이라 할 줄 아는 것도 디자인뿐이었고요. (웃음) 그래서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통해 발언하지 않았나 싶어요.

준호 :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자기 모순적인 상황에 부닥치고 싶지 않았어요. 시민으로서, 디자이너로서 동일한 메시지를 사회에 던지고 싶었죠. 디자인을 계속하고 싶었기 때문에 일상의실천으로 활동하는 건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경철 :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죠. 회사에 다닐 때 대기업 상품의 패키지 디자인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 회사 대표가 분식 회계로 구속되더라고요. 비슷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부정적인 일에 가담한 것 같아서 계속 마음이 쓰였어요.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고 있는 느낌이었죠.

준호 : 일상의실천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추구해요. 매체나 도구를 넘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방점을 찍고 있죠. 고통받고 소외된 누군가를 위해 디자인을 도구로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고 싶던 마음이 지금의 일상의실천을 만들었어요.

메시지를 중시하기 때문인지 일상의실천의 작업은 내러티브가 돋보이는 듯해요. ‹골든실버타운›에서 그런 점이 잘 보이는 것 같아요.  

어진 : ‹골든실버타운›은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에이징 월드-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전에 출품한 작업이에요. 당시 주제가 초고령화 사회와 노인 문제라 다각도로 리서치하다 ‘실버타운’이란 단어를 발견하게 됐어요. 실버타운은 저희에게 무척 친숙한데요. 실제 한국에 실버타운으로 분류할 수 있는 시설은 30개가 채 안 되더라고요. 요양병원과 실버타운은 완전히 달라요. 최소 1억 정도의 보증금을 내고 들어가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노인들이 실버타운의 주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역삼각형 구조로 노령 인구가 많은 미래 자본주의 사회를 바라볼 때 실버타운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현상에서 단서를 하나씩 찾아 엮으며 시나리오 한 편을 짠 거죠. 일종의 단편 소설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골든실버타운›, 2019, 2023 재제작

근데 이번 전시는 단순히 아카이브 전시로 국한하기엔 통장에 무리가 많이 간 느낌입니다. 설치 작업만 하더라도 2023년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다시 제작했잖아요.

준호 : 어우, 일단 55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만 하더라도…(웃음) 디자이너의 작업이 하나의 작품이 되고, 전시를 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설치 작업은 더욱더 중요해지죠. 이전의 성취를 자랑하는 용도가 아니라, 당시의 고민을 지금 어떻게 다시 읽을 수 있는지 그 변화의 양상까지 녹여낸 것이니까요. 이제 전시 끝나면 다시 통장을 채워야 합니다.

그런 재해석이 잘 드러나는 작품을 하나 꼽아보신다면요?

어진 : ‹My Soul, Seoul›이 좋은 예시일 것 같아요. 2016년 국제그래픽연맹(AGI)이 한국을 방문해 행사를 열었는데요. ‘아이 러브 서울I LOVE SEOUL’을 주제로 몇몇 디자이너에게 포스터를 의뢰했어요. 저희도 해당됐는데, 곰곰이 생각하니까 세 명 모두 서울을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웃음) 무언가를 사랑하려면 그 대상에 대해 바로 볼 필요가 있죠. 그래서 1970년부터 2016년까지의 서울 풍경을 모은 후 포스터 상단부터 연대순으로 나열하고 ‹서울살이: Life in Seoul›이란 이름을 붙였어요. 이번 전시에는 2023년 판 ‹서울살이›를 공개합니다. ‹My Soul, Seoul›이란 작업인데요. 예전에는 몸으로 체험했던 경험 위주의 장소성이 주였다면, 이제는 시민으로서 체감한 정책에 대한 감정도 추가했어요. 결론적으로 2016년보다 더 어른의 관점으로 서울을 바라본 흔적을 투영했다고 말할 수 있죠!

‹My Soul, Seoul ›, 2016, 2023 재제작

‹감정조명기구›는 2019년 문화역서울284에서 무척 흥미롭게 본 작업인데요. 이 작업에는 어떤 현재성을 가미했을까요?

경철 : ‹감정조명기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혼합한 첫 번째 작업이에요. 이전에는 디지털, 웹, 설치 작업 등 매체에 구분을 확실히 뒀는데요. ‹골든실버타운›에 키오스크를 설치하며 어느 정도의 결합을 시도한 후, ‹감정조명기구›에서는 완전히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엮어냈었죠. 2019년 당시에는 표정을 읽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여력이 없어서 다른 회사의 도움을 받았어요. 이번에는 회사 내부에 계신 개발자분들과 함께 프로그래밍을 새롭게 했죠. 저희가 하고 싶은 표현 방식을 최대한 구현했다는 점에서 자체 제작의 장점이 보이는 작업입니다.

‹감정조명기구 ›, 2019, 2023년 재제작

아카이브 전시의 기본인 아카이브 월의 작품은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나요?

어진 : 모든 작업은 과정과 결과라는 두 가지 트랙을 거치잖아요. 결과물이 아무리 좋아도, 과정이 좋지 않으면 결국 나중에 눈길이 가지 않아요. 디자이너로 존중받지 못하거나, 작업을 진행하면서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작품은 아카이브 월에서 뺐어요.

오! 홈페이지와 아카이브 월을 대조하면 과정이 안 좋았던 클라이언트를 알 수 있겠네요.

준호 : 아…그런 경우만 뽑아낸 건 아니고 여러 가지가 섞여 있어요. 퀄리티 문제도 있고요. 만약 그렇게까지 비교해 특이점을 찾아낸다면 일상의실천 찐팬으로 인정하겠습니다. (웃음)

일상의실천 웹사이트는 작업에 대한 설명이 충실하기로 유명해요. 보통 작업 이미지와 이름만 올리는 경우도 흔하잖아요. 일종의 ‘친절한 디자인’을 지향하나요?

준호 : 저희가 그렇게 친절하진 않은데…(웃음) 영화를 예로 들면, 난해하지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한 영화가 있는 반면, 불친절해서 보고 나면 화나는 영화가 있잖아요. 저희는 난해할 순 있어도 불친절한 태도는 삼가려고 해요. 최소한 어떤 이유에서 작업을 시작했고, 어떤 시각 요소를 사용해서 어떤 효과를 의도했는지는 알려줘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게 자기 작업에 대한 창작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프로젝트 규모에 상관없이 늘 제안서를 작성해요. 그게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관계를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믿어서요. 손을 내밀어 서로 이해하기 위한 다리를 구축하는 거죠. 팔짱 끼는 디자이너는 되고 싶지 않아요.

everyday-practice.com

멋지네요! 그런데 일상의실천과 함께 일하려면 일단 내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어진 : 기준은 사실 간단합니다.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일을 벌이는 기업과는 절대 일하지 말자. 아무리 돈을 많이 받는다 하더라도요.

준호 : 스튜디오 초기에 술자리에서 ‘우리 중 한 명이라도 돈독 오르면 끝이야!’ 외쳤던 기억이 나요. 하하. 그게 참 상징적인 말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프로젝트에서 돈을 첫 번째 기준으로 삼지 말자는 거죠.

어진 : 일상의실천은 각자의 비극에서 시작했어요. 우선 경철이와 저는 클라이언트의 부당한 요구를 계속 들어줘야 하는 것이 문제였고, 준호의 경우, 영국에서 작업하며 이방인으로서 자기를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만 했죠. 그래서 그런지 저희끼리 공통점으로 꼽은 게 ‘나이 먹고 돌아봤을 때 부끄러운 작업은 만들지 말자’는 거였어요.

클라이언트 말고 작업을 함께 하는 협업자도 계시는데요. 그들과 일하는 기준은 어떤가요?

준호 : 명쾌해요. 저희가 좋아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과 협업하려고 해요. 이번 전시에 설치한 ‹빨갱이›는 원래 홍진훤 작가와 협업했었어요. 작업이 지닌 메시지뿐 아니라 작업 자체가 워낙 아름다워서 꼭 함께하고 싶었죠. 작가분의 사진에서 엄청난 힘과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뿜어나오거든요. ‘저 사진가가 노동자를 찍었다’가 아닌, ‘저 아름다운 이미지는 뭐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요.

‹빨갱이›, 2019, 2023년 재제작

일을 하다 보면 현실과 타협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고 자기모순에 빠질 때도 있죠. 그럼에도 10년째 계속 초심을 유지하는 것 같아요. 일상의실천만의 비결이 있나요?

준호 : 전적으로 세 명이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봐요. 혼자 일하다 보면 자기합리화하는 순간이 찾아오죠. 둘이 일해도 비슷해요. 근데 셋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두 명이 어떤 의견을 제시해도 나머지 한 명이 아니라고 견제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안지 20년이 넘어서 그런지, 이제 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냄새만으로도 아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웃음) 누군가 생각의 방향이 변한다면 빠르게 감지할 수 있죠.

경철 : 솔직히 말하면, 이제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어요. (웃음) 그런 절실함이 일상의실천의 10년을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셋의 균형이 좋아서 계속 유지하고 싶거든요.

일상의실천이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직업윤리가 궁금해지네요.

어진 : 각자의 일상에서 적정선을 유지하는 게 디자이너의 직업윤리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어떤 회사에 귀속되어 월급 받는 직원으로 일을 하잖아요. 상사가 갑자기 수정을 요청할 때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저희가 ‘당신의 직업에 책임감을 느끼세요’라고 말하는 건 월권이라고 봐요. 상처받지 않을 정도의 자기 보호를 하면서 맡은 바를 잘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생계가 중요한 사람이 있고, 다른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도 존재해요.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게 각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진짜 10년을 함께 하신 부분은 정말 리스펙합니다.

준호 : 일상의실천이 신조로 삼는 말이 있어요. ‘서로 제안하되 강요하지 않는다.’ 작업을 하다 보면 의견 충돌이 생기는데 제가 원하는 바를 무리하게 관철한다고 그게 꼭 좋은 작업으로 귀결하는 경우가 많이 없더라고요. 조언을 빌미로 싸워봤자 서로 기분만 상하는 거죠. 결국 ‘지지고 볶든 자기가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서로에게 믿음이 있어요.

어진 : 각자가 서로의 작업을 좋아해요. 그래서 제안할 때도, 더 나은 결과를 위한다는 걸 다들 알고 있어요. 만약 개인적으로 느낀 아쉬움이 남으면, 술자리 안주 정도로 풀곤 해요.

경철 : 이번 10주년 전시도 여기 세 명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치르지 못했을 거예요. 한 명이 사장이고, 두 명이 직원이라 지시받는 관계였다면 이만큼 열심히 하지 않겠죠. 같이 신나게 일을 벌이고, 또 다 같이 바닥난 통장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스튜디오를 굴린 것 같아요.

좌 김경철, 중앙 권준호, 우 김어진

3명으로 시작한 스튜디오는 어느덧 4명의 직원과 2명의 인턴까지 총 9명으로 늘어났어요. 성장한 조직에서 작업의 톤을 유지하고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이 있나요?

준호 : 작업을 진행할 때, 구성원 모두가 소속감을 느끼고 프로젝트에 개입할 수 있도록 고민을 엄청나게 해요. 비록 작은 요소라도 각자 흥미를 느끼는 부분을 맡아서 작업에 참여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저희 셋이 방향성을 정하고,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구성원 각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해요.

경철 : 사실 이렇게 직원이 많아진 게 불과 1~2년 사이에요. 공동체에 한 명을 들인다는 게 엄청난 일이라는 걸 전에는 몰랐어요. 고민하고 뽑는 과정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정도예요. 그래서 지금 함께 있는 친구들이 좀 오래 다녔으면 좋겠어요. (웃음) 직원들의 근무 여건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도 늘 생각하고 있고요.

그런 면에서 근무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건 굉장한 일이에요.

준호 : 저희 공식 근무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예요. 명함에도 공개적으로 적어뒀죠. 저희 셋의 경험에서 비롯한 정책인데요. 디자이너가 스튜디오를 운영하면 시시때때로 클라이언트에게 시달리는 게 다반사에요. 늦은 새벽에 업무 전화가 오고, 주말에도 수정 요청이 날아들죠. 그건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야근이야 물론 할 수 있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디자이너 본인의 의지로, 더 좋은 작업물을 만들고 싶을 때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클라이언트라는 외부의 독촉이 아니라요. 그래서 저희 직원들에게도 저녁 7시가 넘어서 회사로 전화 오면 받지 말라고 해요. 정상 범위를 벗어난 노동 시간까지 당연하게 제공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앞서 ‘팔짱 끼는 디자이너’를 지양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를 보는 분에게 도움 되는 팁을 알려주신다면요? (웃음)

경철 : 일단 정보량이 엄청납니다. 여섯 점의 설치 작품과 아카이브 월에는 QR 코드가 존재하는데요. 여기에 접속하면 다시 제작한 설치 작업의 원본 메이킹 스토리를 볼 수 있어요. 아카이브 월의 경우,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긴 가상 화면에서 모든 작업 설명을 빼놓지 않고 읽을 수 있고요. 아카이브 월 중앙에 설치한 55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에는 리뉴얼한 일상의실천 웹사이트를 띄웠답니다. 이번 전시에서 실물로 미처 다루지 못한 다른 작업까지 살펴볼 수 있는 거죠. 중간에 마련한 테이블에는 지금까지 작업한 100여 권의 인쇄물을 배치해서 직접 만지고 읽을 수 있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이번 도록에는 일상의실천의 클라이언트와 협업자가 적은 코멘트도 새롭게 넣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일상의실천을 바라보는 경험도 놓치지 마세요.

준호 : 예술 작품과는 다르게 디자이너의 작업 앞에는 ‘손대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지 않아요. 제가 드리고 싶은 팁은 적어도 두 시간은 투자해서 꼼꼼히 살펴보면 참 좋겠다는 것이랍니다. 아마 그래도 다 못 볼지도 몰라요. 아, 이렇게 말하면 아예 안 오시는 건 아니겠죠? (웃음) 두 번, 세 번 계속 방문하셔도 돼요. 입장료가 없으니까요! 찬찬히 살펴보며 일상의실천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 여정을 짚어봐 주세요.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난 10년을 쭉 돌아봤는데,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어진 :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날카로운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솔직히 확신할 수 없어요. 지금보다 에너지를 쏟지 못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저희 미래를 걱정하는 건 아니에요. 일상의실천이라는 공적인 관계는 모르겠지만, 10년 뒤에도 여전히 만나서 헛소리하면서 소주 마시고, TV 앞에 둘러앉아서 축구 게임을 할 것 같거든요. (웃음) 10년 뒤에 일상의실천의 작업은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하면서 앞으로의 10년을 보낼 것 같아요.

준호 : 스튜디오를 처음 시작할 땐, 다음 주 스케줄이 없어서 달력을 보는 게 무서웠어요. 그러다 조금씩 일이 들어오며 다음 주 일정이 채워지고, 또 그다음 주 일정이 채워지는 게 반복되며 10년이 쌓인 것 같아요.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달력을 채워가면서 또 다른 10년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경철 : 저는 종종 디자인을 그만두면 식물 카페나 당구장을 차리고 싶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그게 10년 후는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언제 디자인을 그만둘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50살까지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진 : 근데 그런 목표가 꼭 은퇴 후의 삶이 아니어도 돼요. 식물 카페는 지금 당장 차려서 함께 할 수 있으니까요. 일상의실천의 외연을 조금 더 부드럽게 넓히는 하나의 시도가 될 수 있죠. 그리고 식물 카페가 10년 후에 유행이 지날 수도 있잖아요. (웃음)

Artist

일상의실천은 권준호, 김경철, 김어진이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또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소규모 공동체이기도 하다. 그래픽 디자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평면 작업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디자인 방법론을 탐구 중이다.

Editor

전종현은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학을 공부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RA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DESIGN» «SPACE 空間» «NOBLESSE»에서 에디터로 일했고, 디자인매거진 «CA»와 «HUFFINGTON POST KOREA»에 다양한 칼럼을 썼다. 주거 건축을 다루는 «BRIQUE» 부편집장, 편집위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냈다. 현재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로 «조선일보» «THE EDIT» «LUXURY» «AVENUEL» 등에 글을 기고한다. «비애티튜드»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방현식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롱블랙»을 거쳐, 현재 «비애티튜드»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Photographer

김진솔은 서울을 기점으로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분야의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하는 사진가다. ‘당신은 어떤 사진을 찍나요?’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즐겁게 하는 사진, 슬프게 하는 사진, 의뢰받은 사진, 별생각 없는 사진을 모두 찍는다. 공동 작업실 ‘포장과 수습’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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