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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아름다움과 균형, 그 이면을 주목하는 시선

Writer: 문연욱
문연욱, YeonwookMoon, 조형, craft, 예술, art, 도자, cera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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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날 때 그걸 충돌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건 동시에 예상치 못한 스파크가 튀는 순간이기도 해요. 그런 이유에서 문연욱 작가는 대조적인 것들이 부딪힐 때 생기는 에너지에 주목하면서 그 안에서 공존하는 것들을 전달하고자 해요. 예를 들면 아름다움과 균형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불안정한 긴장 상태를 말이에요. 다양한 재료들이 하나의 작품 안에서 배치되어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저는 현재 도자를 기반으로 여러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조형 작업을 하는 문연욱입니다. 한국에서 도자공예과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에서 한 번 더 공부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책을 보고 따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중학생 무렵 무작정 미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미대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은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과정에 대해 고민하고 배울 수 있을 거란 기대와 상상과는 달랐어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죠. 결국 제가 그동안 해온 전공을 현실적으로 어떤 방향에 두고 나아가야 하는지 조금 더 깊게 고민해보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원 막바지 논문을 준비할 때 학부 시절보다 좀 더 심도 있는 기획과 제작 과정을 경험하면서 직업으로서의 전업 작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 후 유학을 하는 동안 한국과는 다른 커리큘럼에서 공부하며 창작자, 작가로서의 미래에 확신을 갖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연욱, YeonwookMoon, 조형, craft, 예술, art, 도자, cera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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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작업하는 공간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대중이 생각하는 예술가의 이미지보다는 비교적 단순하고 계획적인 생활 패턴을 지향하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창작하는 공간은 영감을 받는 곳이라기보다, 단순히 작업과 관련한 동선이나 환경에 방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제 작업 루틴에 최적화했습니다. 작업실 자체가 작업 행위에 방해되지 않고 계획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도구인 셈이죠. 필요한 도구와 재료를 늘 제자리에 두고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 역시 매일의 루틴에 속합니다. 물건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일정이나 생각 등을 과하지 않게 곁에 두려는 삶의 성향이 작업 공간에도 반영되는 것 같아요. 창작 공간 역시 창작을 위한 것 이외에는 특별한 게 없어요. 특징을 꼽아보면 공간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여기저기 위치한 작품이 밝은색을 띠다 보니 서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감을 얻고,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다듬어 완성하는 작가님의 창작 과정이 궁금해요.

영감을 얻는 특별한 방법은 없지만, 제가 접하는 모든 예술에서 자극받으려고 노력해요. 레이더를 열어 놓는다랄까요. 영화, 음악, 생활에서 접하는 색감과 형태 모두가 영감이 됩니다. 그런 수많은 영감의 조각을 실제 존재하는 작업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리의 과정이 필요해요. 어느 정도 정리를 끝낸 후에는 종이에 옮겨서 그리고요. 저는 여전히 자와 연필, 지우개를 사용한답니다. 이렇게 의식 같은 과정을 마치고 조금 더 정확한 치수와 컬러를 위해 컴퓨터로 데이터를 옮깁니다. 3D 도면에서 디테일한 수치와 작업을 거는 방식 등을 아주 자세하고 잡고, 일러스트레이터를 이용해 전체적인 색감을 조율하고 확정합니다. 이렇게 소스의 제작 계획을 짜고 비로소 작업을 시작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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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작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균형,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불안정과 긴장을 강조하고 있어요. 작품은 먼저 관람자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선이 가지 않는 작업 내용까지 파악할 만큼 요즘 관객은 한가하지 않아요. 여러 색을 조화롭게 이루었을 때 느끼는 쾌감은 제 작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사실 컬러는 작품을 한 발짝 가까이 들여다보았을 때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긴장감과 불안함을 이야기하기 위한 일종의 트릭이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작품에 사용하는 여러 재료 ― 도자기, 나무, 철 등 ― 가 지닌 특성을 파악하고 서로 만나 부딪힐 때 생기는 에너지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작품의 기획 의도에 따라 어떤 재료를 돋보이게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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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업에서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한 부분이 궁금합니다.

만족과 불만족은 늘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동일한 지점에서 출발하죠. 제가 느끼는 만족과 불만족은 작업에서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기보다는, 새로움과 익숙함이에요. 창작자의 입장에서 제 작업을 매일 보면서 ‘혹시 다른 사람은 전혀 새롭게 느끼지 않으려나?’ 생각이 들 때면 완전히 다른 작업을 시도해야 하는지 고민하곤 해요. 이런 생각은 평생 작업을 하며 동행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새로운 시도를 계획하고 작업을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창작자로서 어려움을 겪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를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많은 창작자가 그렇듯, 작업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평가받는 기회를 얻는 게 쉽지 않다고 봐요. 작가 개인이 홈페이지를 갖고, 때가 되면 주기적으로 전시를 여는 시대는 지났어요. 오히려 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을 피력할 기회가 많아졌죠. 오프라인 역시 예전에 비하면 페어와 기획전 등의 기회가 다양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작업은 실제로 봐야만 고유의 가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작가에게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저도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저 자신을 알리는 데 매우 어려웠던 경험이 있어요. 작업을 꾸준히 하니까 알아봐 주는 분이 조금씩 생겼죠. 역시 꾸준한 노력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답니다. 그것이 꼭 작업에 대한 창작에만 한정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문연욱, YeonwookMoon, 조형, craft, 예술, art, 도자, cera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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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포기한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포기라는 단어는 매우 거친 표현인데요. (웃음) 저는 작업과 삶 사이의 균형을 고려할 때 개인적인 삶을 더 중시하는 편입니다. 제 삶이 안정되어야 작업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결혼하고 부부의 삶 안에 아이가 생겼고,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것이 작가로서의 삶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최근 몇 년간 아빠와 남편으로서의 문연욱을 위해 작가 문연욱을 잠시 내려놓았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올해 제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아내 역시 일하다 보니 육아는 시간이 가능한 사람이 하게 되어 비교적 시간 조율이 쉬운 제가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적은 게 가장 현실적인 문제에요. 지난 3년 동안 많이 고민했는데, 이제 아이도 많이 컸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은 덕분에 서로 간에 균형을 이루게 되었어요. 이제는 작가 문연욱의 비중을 키울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요.

최근 창작의 경계가 흐려지며 서로 긴밀히 얽히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창작은 어디로 향할까요?

저는 도자를 전공했지만, 이는 그저 하나의 미디엄일 뿐 여러 가지 재료들을 하나의 작품에 배치해 흔히 말하는 아트 피스를 만들고 있어요.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도자는 공예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어요. 제가 유학을 가기 전이었죠. 하지만 현재 도자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로 창작하는 작가가 많아지고 그 결과를 대중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실제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분도 무척 좋은 작품을 보여주고 계시죠. 이런 환경은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작업을 하는 데 좋은 자극이 되고 있어요. 앞으로 재료, 매체, 전공에 국한되지 않은 좋은 작품, 좋은 작가가 많이 나올 거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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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이나 태도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저만의 방식과 태도라면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요. 흔히 말하는 보통의 삶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기에 함부로 타인의 삶을 판단하지 않으려고 해요. 누가 제 삶을 판단하길 바라지 않는 것처럼요. 모두의 이야기에는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인연이 되는 모든 삶과 적당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저만의 태도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의 삶의 태도와 가치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개인적인 삶의 태도는 제 작업과 다른 색을 지니고 있어요. 실제 저를 만나는 사람은 무척 놀라곤 해요. 작업만 보고 여성 작가라고 생각했거나, 매우 활발하고 다양한 색감을 좋아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 저는 대부분 블랙 컬러의 옷만 입고, 내향적인 사람이랍니다. 이런 대조적인 모습에 놀라는 반응을 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워요. 사실 제 삶은 꽤나 단조로운 편이에요. 삶이나 작업에서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루의 루틴,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 선호하는 패션 등 제가 생각하는 경계 너머로는 큰 흥미를 갖지 않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생활에서 정제된 에너지가 작품을 통해 발현된다는 생각도 해요.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가 궁금합니다.

꾸준함이 갖는 가치를 빼놓을 수 없겠어요. 작품 제작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켜가는 건 꾸준함을 갖춘 채 작가 생활을 하는 지혜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스튜디오에 나오고, 스튜디오에서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런 행위가 모여 꾸준한 작가 활동을 하는 원동력이 되면서 창작자의 삶을 길게 내다볼 수 있을 겁니다.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자신의 작업을 너무 사랑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물론 작가는 자신이 창작한 결과물에 애정을 가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자기애에 깊이 빠져 버리면 득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작업과 자신 간에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더불어 작품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줄 수 있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곁에 두고, 그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저는 지금 하는 창작 활동이 취미이자 직업입니다. 하지만 직업보다 취미라는 생각이 커요. 물론 경제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현실적인 방향으로 치우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거든요. 사실 세상에는 전전긍긍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작업이 보여주는 현실적, 경제적 측면보다는 창작 행위를 통해 얻는 위안과 기쁨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미래에는 오로지 저 자신과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집중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계획과 시도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 조금 더 큰 작업실이 갖고 싶네요.

Artist

문연욱은 도자를 기반으로 여러 재료를 사용해 조형물을 만든다. 최근 개인전 «매끈한 오브제»를 열었고, 여러 아트 페어에 참여하며 대형 공공 조형물을 디자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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