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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4인조 혼성 밴드를 만화로 그린다면

Writer: 윤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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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만화가 윤재안이 그리는 일러스트레이션/단편 만화 시리즈 ‘포피스’는 가상의 4인조 혼성 밴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마치 포피스가 실존하는 밴드처럼 굿즈까지 만드니까 팬들은 더욱 애정을 가지며 멤버 이름을 자연스레 외울 정도라죠. 일본의 전설적인 록밴드 ‘주디 앤 마리’에서 영감받아 탄생한 4인조 밴드 포피스! 더 자세한 작업 이미지와 이야기는 아티클에서 살펴볼 수 있어요!

‘포피스POPPIES’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포피스는 2018년 말에 결성한 혼성 4인조 밴드입니다. 보컬과 기타를 맡은 원영, 메인 기타와 전반적인 프로듀싱을 맡은 현재, 드러머 찬영, 그리고 베이시스트이자 팀의 리더인 지원, 이렇게 멤버 네 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조금씩 입소문을 타며 점점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아티스트랍니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실제로 존재하는 밴드가 아니라 제가 연재하는 일러스트레이션/만화 시리즈의 주인공이에요. 2019년 말 일러스트레이션 시리즈로 시작해, 얼마 전에는 첫 번째 단편 만화로 소개하면서 현재까지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캐릭터 스타일링이 돋보여요. 모티프가 되거나 영감을 얻은 실제 인물이 있을까요?

오래 전 해체해서 지금은 영상과 음원으로만 접할 수 있는 전설의 일본 록밴드 ‘주디 앤 마리JUDY AND MARY’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포피스를 기획할 무렵 좋아하게 된 밴드라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신나는 밴드 사운드와 맑고 힘 있는 보컬 ‘유키’의 목소리가 참 매력적인 밴드인데요. 포피스도 그런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고 상상했어요. 그래서 보컬 원영의 경우, 유키의 발랄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포피스의 베이시스트인 지원은 캐릭터를 처음 디자인했을 때 평소 좋아하던 패션 크리에이터 ‘도베르만’ 님의 외형에서 출발했어요. 성격은 아주 많이 달라 보이지만, 리더격의 포지션, 노랑머리, 그리고 큰 키는 아직까지 남은 공통점이에요. 그리고 다른 밴드 멤버인 현재는 차분한 성격을 가진 제 지인의 외형에서 따왔어요. 찬영은 왠지 밴드에서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안경 캐릭터의 포지션을 의식하며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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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현존하는 밴드 같아요. 특히 굿즈 덕분에 그런 느낌이 극대화되는 듯해요. 앞으로 어떤 굿즈를 제작하고 싶으세요?

지금보다 더 실존하는 밴드처럼 느끼게 할 굿즈들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포스터를 제작할 때에도 A3 사이즈가 아니라 일부러 LP 커버 사이즈로 만든답니다. 단순한 캐릭터 굿즈를 넘어 극 중 밴드를 좋아하는 팬이 소비하는 형식의 굿즈를 만드는 걸 원칙으로 삼아 기획하고 있어요. 더 나아가 음원이나 앨범처럼 팬들이 궁금해하는 포피스의 음악도 들려드리고 싶죠. 그렇게만 된다면 그때부터는 현존하는 밴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올해에는 이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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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에서 연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이미지와 그림체가 다른 만화들이 꽤 많던데 의도적으로 차이를 두며 연재하시는 것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SIS는 2017년 친한 친구와 함께 만든 장르 만화 스터디 그룹이에요. 저도 한때 팀에 속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다음에는 직접 팀을 만들고 이끌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매달 정기적으로 가벼운 단편 하나씩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우면서 ‘장르 만화 스터디’라는 콘셉트를 가진 팀을 결성하게 된 거죠. SIS에서는 매번 다른 장르를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전달하는 이야기나 정서가 계속 달라지기도 한답니다. 생각 없이 가볍게 쭉 푸는 듯한 이야기도 있고, 심혈을 기울여 전개할 때도 있어요. 독자분들께 그러한 정서까지 전달하고 싶달까요. 여러 그림체를 통해 다양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가끔은 어이없는 그림체 덕분에 어이없는 설정을 납득할 수 있게끔 되는 거죠.

앞으로 꼭 연재하고 싶은 주제의 만화가 있으실까요?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르 만화를 연재해보고 싶어요. 가령 학원물이라든지, 스포츠 만화라든지 하는 ‘정통’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장르들이 있잖아요. 그런 클리셰가 많이 나와 있는 장르의 만화가 그리기는 어렵지만, 잘 완성했을 때 그만큼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직 한 번도 긴 호흡의 만화를 작업한 적이 없어서, 장편 만화에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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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스로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생활 속 스테레오타입이 궁금해요.

주변을 자주 의식해서 그런지 어려운 자리에서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기대를 했던 자리에서 스스로를 자책하며 돌아온 적이 꽤 많았어요. ‘말주변은 없지만, 작업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저를 맞춰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작가님의 작업이 기대고 있는 이 시대의 스테레오타입, 작가님의 작업을 유효하게 만드는 이 시대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에 대해서 아주 오랜 시간 고민을 해보았는데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만약 시대의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약간 허무해지는 것 같기도 해서요. 작업을 하면서 시대의 특징이나 트렌드에서 영향을 받고, 이를 반영하는 건 당연하지만, 시대가 바뀐다고 작업의 효력 유무가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몇 년 후 제 작업을 다시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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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다 보면 슬럼프가 올 때가 있는데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저는 운이 좋게도 아직 큰 슬럼프라고 할 만한 순간이 없었어요. 그래도 꼽자면, 포피스를 작업할 무렵에 조금 힘들었어요. ‘이런 이야기가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걱정이 계속 들었거든요. 이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만든 만화가 많았는데, 그때는 엄청난 걸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저 자신을 힘들게 했어요. 저는 제가 작업한 만화를 자주 다시 읽는 편인데요. 스스로 거의 늘 제 만화를 재미있다고 느껴요. 그런데 포피스는 지금도 잘 보지 않는답니다. 그때 느꼈던 압박감이 다시 떠오를 정도여서요. 힘든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물어보셨는데, 정말 극복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포피스를 좋아해 주시는 분을 위해서라도 속편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고 싶어요.

창작자로서 가장 기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아트페어에 참가했는데요. 몇몇 분께서 포피스 멤버의 이름을 외우고 계셨어요. 신기하더라고요. 아직 단편만화 한 권밖에 없는 시리즈인데도 기억해주신다는 점이 감사했어요. 게다가 제가 만든 세계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증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가 온전히 받아들일 때 큰 기쁨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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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에 대처하는 작가님의 태도가 궁금해요.

사실 굉장히 일을 미루면서 작업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매번 미뤄둔 과거의 저 자신을 열심히 욕하면서 밤을 새워 마감한답니다. 요즘은 가끔씩 힘겹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아직은 어쩔 수가 없네요. 벼랑 끝에서 나오는 임기응변을 믿는 듯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필요한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저는 작업을 할 때 딱히 큰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은 편이에요. 그게 저를 게으르게 만들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작업할 수 있게 도와준 원동력이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완전히 만족하면서 작업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이만하면 됐다’ 하는 기준을 세워놓고 적당한 만족감을 얻는 식으로 작업하곤 해요. 그렇게 하면서 작업에서 얻은 아쉬운 점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얻은 피드백을 다음 작업에 적용하려고 해요. 작은 목표들을 세워 그중 몇 가지만 성공해도, 다음 작업을 이어나갈 충분한 이유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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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윤재안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묘사하는 것을 좋아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캐릭터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를 그린다. 장르 만화 스터디 SIS를 창간해 여러 편의 단편 만화를 연재했고, 가상 밴드 시리즈 ‘포피스’의 첫 만화책을 2020년에 발매하며 현재까지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다. 스트리트 브랜드 ‘Sunday Off Club’의 의상 그래픽 디자인을 맡는 등 패션 관련 작업에도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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