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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언제나 사랑으로

Writer: Yoona Lov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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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Yoona Love Kim 작가는 어린 시절의 토끼 친구와 함께 그림을 그립니다. 순수하게 그림에 심취했던 때를 떠올리며 벽지에 낙서하듯, 큰 종이 위에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죠. 그는 어떤 대상이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자연스레 그리고 싶어진다고 말해요. 심지어 슬픈 기억도요. 다소 엉성해 보여도 솔직하고 그림에 사랑이 가득 담긴 이유랍니다. 창작의 끊임없는 원동력을 ‘사랑’이라 말하는 Yoona Love Kim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Bunny’s Rest Bonfire›, 2022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어린 시절의 토끼 친구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Yoona Love Kim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6살 무렵 한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그 시절의 저를 돌아보면, 감정의 고조 없이 무감각하고 부정적인 에너지만 남아있었죠. 심지어 어린 시절 제일 좋아하던 그림 그리는 법을 까먹은 것만 같았어요. 그제야 제 삶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서울을 떠나 그림을 그리며 살기로 결심하게 되었어요.

‹BOX layer-∞›, 2022 (좌)

‹70% blood and 30% you›, 2021 (우)

‹BOX layer-∞›, 2022 (상)

‹70% blood and 30% you›, 2021 (하)

‹The patterns on the carpet contained my childhood memories›, 2021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집의 작은 방 하나를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한쪽 벽은 대형 드로잉이나 입체 작품을 제작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맞은편엔 책상 두 개를 붙여 드로잉과 컴퓨터 작업을 해요. 작업 규모에 제한이 있다는 점, 일과 휴식 공간의 분리가 어렵다는 점은 아쉬워요. 그래도 오후의 햇살이 창을 가득 채우며 방을 주황색으로 물들일 때면 나만의 공간이 존재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곤 해요.

‹My Own Room›, 2021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산책하면서 만난 제비꽃의 푸른 보라색, 상상 친구인 토끼, 게임과 애니메이션 속 다양한 이미지, 그리고 환경 문제 같은 세상의 아픔 등 일상의 모든 것이 제겐 영감입니다. 그리고 영감의 대상을 ‘YOONA WORLD’로 가져와, 제 왕국의 일부분으로 흡수해요. 이렇게 구성한 상상 세계를 신나게 뛰노는 일이 제게는 창작의 과정이자 저를 표현하는 방법이랍니다. 그래서 늘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크게 뜨고, 코를 벌름거리며 삶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경험하려 해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머릿속에서 ‘무언가 그리고,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순간 들 때가 있어요. 저는 이것을 ‘요정이 나타났다’고 표현하는데요. 요정님이 보여준 희미한 이미지를 스케치북에 자유롭게 그리기 시작해요. 이것만으로 작업이 마무리될 때도 있는데요. 이 작업과 연계해 다음 그림에 영향을 주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만약 요정님이 나타나지 않는 날이라 해도, 창조적인 일을 하려 해요. 작업방에서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낙서하거나 방을 꾸미면서요.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에는 ‘우주와 인터넷 세상’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했어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내가 푸른 별 지구를 관찰하고 있는, 달에 혼자 사는 토끼가 아닐까?’라는 재밌는 상상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는데요. 평소 느꼈던 감정을 반영한 작업이기도 해요. 제가 실제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길고,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으로 느껴졌거든요. 외계인으로서 바라보는 지구의 자연은 숨 막히게 아름답고, 생명의 다양성은 너무나 조화롭고 평화로워 보였고요. 이런 시선을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한 작품 중 하나가 ‹From Moon to Earth›입니다. 지구인에게 편지를 보내는 달 토끼를 우주기지에서 바라본 순간을 묘사한 그림이에요. 편지에 적힌 내용은 개개인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겠죠? 그 내용을 상상하는 것도 작품을 보는 즐거움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해요.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우주를 주제로 한 연작 중 하나로, 지구가 사라지기 전 토끼풀을 구해오는 우주 토끼에 관한 작품이 있는데요. 지구에서 구해올 단 하나의 식물이니까 굉장히 귀한 것을 선택할거라 생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토끼가 들고 온 건 세잎 클로버였어요. 토끼는 무수한 세잎 클로버가 존재해야 그 사이에서 네잎 클로버도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거죠. 이처럼 행운은 작은 행복으로 짜인 일상에서 진정으로 빛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어요. 평소 산책길에서 만나는 소담하게 핀 세잎 클로버를 좋아했는데요. 제 마음이 우주에 대한 꿈과 만나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게 된 것 같아요.

‹From Moon to Earth›, 2023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그림을 그리며 살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저는 계속 성장하고 배워가고 있어요. 그래서 작업을 하는 모든 순간이 즐겁답니다. 다만 여러 공간적·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저만의 구상을 조금씩 포기해야 할 때는 아쉬운 마음도 들어요. 제한 속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 역시 즐거움이라는 걸 깨달은 후에는 조금씩 절충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입니다!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주중에는 9시부터 5시까지 꼭 작업방에서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날씨도 좋고, 산에 벚꽃이 핀 날에는 야외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작은 일탈을 하기도 해요. 주말에는 자유로이 휴식하며, 주중에 하지 못한 일을 합니다.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엔 마르셀 프루스트와 마인크래프트, 요정과 관련한 신화, 그리고 식물의 생물학적 구조에 관심이 있습니다.

‹Buried my heart on your planet›, 2022

‹Let’s live in a warm house›, 2023 (좌)

‹Melting frozen hands at Europa on February 22›, 2022 (가운데)

‹The whole universe in your eyes›, 2023 (우)

‹Let’s live in a warm house›, 2023 (상)

‹Melting frozen hands at Europa on February 22›, 2022 (가운데)

‹The whole universe in your eyes›, 2023 (하)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그림을 다시 그리자!’고 결심한 날,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그때만큼 순수하게 그림에 심취했던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어린아이로 돌아가 보기로 마음먹고, 벽지에 낙서하듯 큰 종이 위에 상상을 펼치고,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그려나갔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쌓이다 보니, 어느새 창작은 더 이상 두려운 일이 아닌 즐거운 놀이가 되어있었어요. 이러한 태도가 저의 작업에 오롯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그림은 다소 엉성하지만, 솔직하고 사랑을 가득 담고 있죠. 지금도 가끔 고민이 있을 땐, ‘유년기의 나라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생각하곤 해요. 스트레스가 가득한 날엔 어릴 적 좋아했던 일을 하곤 하죠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슬럼프는 몸과 마음을 쉬라는 신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슬럼프가 오면,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요. 초등학교 운동장을 마구 뛰거나, 만화책을 보고, 게임을 하거나, 밤길을 혼자 산책하기도 하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3일 만에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른답니다!

‹BOX layer-99›, 2022

‹BOX layer-00›, 2022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사랑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떤 대상이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자연스레 그리고 싶어져요. 심지어 슬픈 기억까지 말이죠. 그래서 계속 그리다 보면, 점점 더 많은 것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 사랑이 창작자가 끊임없이 그릴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며 창작자의 기쁨이 된다고 생각해요. 미들네임을 Love라고 지은 이유이기도 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저만의 방법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해요. 일단 종이에 연필로 선을 마구 그어보는 거예요. 그리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지저분하게 만들어볼까’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해 보세요. 아무렇게나 그리고 실수하다 보면 오히려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이미 망치기로 결심한 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어들어, 그림 그리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되찾기에도 좋고요.

‹I am Loved›, 2021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예술이 가진 힘 중 하나는,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는 거예요. 늘 걷던 거리도 음악을 통해 특별하게 느껴지고, 평범했던 풍경도 그림을 통해 바라보면 생경한 여행지의 기분을 느낄 수 있죠. 제 시선과 마음으로 그려낸 그림이 누군가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고, 씁쓸했던 마음을 잠시 잊게 해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저를 작가로 기억하지 않아도 좋아요. 다만 어디선가 마주친 이름 모를 작가의 그림을 본 순간의 행복이 누군가의 일상을 풍성하게 채워주기를, 그리고 누군가의 기억에 영원히 남기를 바랍니다.

‹I’m a new vaccine for your computer›, 2023 (좌)

‹non self portrait›, 2022 (우)

‹I’m a new vaccine for your computer›, 2023 (상)

‹non self portrait›, 2022 (하)

‹Our Roots›, 2021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공기 중에 가득한 꽃향기 너머로, 정원에 물을 주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네요. 종이와 이상한 것들로 가득한 작업실에서 음악에 맞춰 그림을 그리는 제 모습도 보이고요. 정오를 알리는 시계 소리가 들리면 야외 식탁에서 차와 곁들여 점심을 먹겠죠? 식사 후엔 잠시 자연을 거닐며 꽃을 스케치하거나 물을 주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와 그림을 그릴 거예요. 저녁이 되는 해를 구경하며, 오늘의 달이 얼마나 기울고 찼는지 관찰하며 사소한 날씨 걱정을 하고요. 밤이 되면 침대맡 램프를 켜고, 하루의 마무리로 책을 읽다가 잠을 청하고 싶어요.

Artist

김윤아(Yoona Love Kim)는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가 지닌 순수한 예술성에 매료되어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현재 경험한 세상을 표현한다. 자연의 아름다움, 게임과 인터넷 등 자신의 삶에서 만나는 무작위에 의한 이미지를 종이에 그려내는 과정으로부터 즐거움과 놀라움을 발견한다. 작품 속 토끼 캐릭터는 유년 시절의 상상 친구이자 감상자를 그의 어린 시절로 이끄는 매개체다. 개인전으로는 «Full of Green»(2020 면천읍성안 그미술관)을 열었고, «극장판 뜻밖의 조우, 토끼와 괴수 대 모험!»(2022 PIE)와 «Waiting Room»(2022 SUCHI), «도약의 단초»(탑골미술관 2020)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탄생석 프로젝트를 모아 『366 탄생석 아트북(The Art of 366 Birth Stone)(2021)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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