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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선. 면. 그 속에 담긴 도시의 모습

Writer: 최용준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최용준 작가의 인터뷰는 진솔합니다. 건축이나 구조물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카메라에 담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작가로서 살아간다는 과정에 대해서요. 그래서일까요? 최용준 작가의 작품은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해요. 그리고 이건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 거예요. 점, 선, 면처럼 간결하고 깨끗한 작가의 많은 이야기들은 아래 아티클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서울에서 작업하는 사진가 최용준입니다. 주로 건축이나 구조물 등 움직이지 않는 것을 피사체로 삼고 있어요. 개인 작업 이외에 디자이너 및 건축가가 의뢰하는 사진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Element_Tichet Machine›, 2018, Archival pigment Print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이 쉽지 않아지더군요. 자기 객관화를 할수록 확신이 부족해지고 큰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 년간 사진과 관련 없는 일을 하면서 힘들게 다시 준비해 겨우 사진만 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창작을 잘하는 것보다는 오래 지속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여전히 고군분투 중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컴퓨터 작업만 하는 작은 공간을 작업실로 쓰고 있어요. 혼자 쓰면서 주차가 가능했으면 좋겠고, 액자 보관 등을 생각해 층고가 높은 공간을 찾았어요. 다행히 사는 곳에서 크게 멀지 않은 장소에 적당한 공간을 발견해서 3년째 쓰고 있습니다. 10층짜리 빌딩에 딸린 자투리 공간 같은 곳입니다. 특이하게 제가 있는 층에는 제 작업실만 있어서 크게 음악을 틀 수 있어요. 지인들이 종종 놀러 온답니다.

‹Olympic Effect_37°29’29.1″N 127°08’08.9″E›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책과 인터넷. 온갖 주제에 대해 디깅하는 것을 즐겨요. 작업에 꼭 직접적인 영감을 주지 않더라도, 항상 재미있고 새로운 것이 널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진 책, 공간, 전시가 있으면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것을 알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편입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특정한 주제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게 아니다 보니 ‘어떻게 도시를 보는가, 어디에서 보는가, 그러한 뷰를 어떻게 찾는지’ 여부가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주로 구글 어스를 비롯한 여러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3D 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로케이션 헌팅을 하는데요. 고도나 앵글의 제한 없이 도시를 조망하면서 기존에 보지 못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촬영가능한 지점을 확보해 스크린숏으로 저장하고, 지도로 미리 살펴본 현장에서 실제 사진을 촬영하는 방식을 이어오고 있어요.

‹Location_T1830›, 2018, Archival pigment Print, 103 x 88cm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2016년부터 ‹Location› 연작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과정에 따라 지면에서 찾기 힘든 도시의 면면을 발견하고 스크린숏으로 장면을 모았어요. 그런데 제가 수집하듯 정리한 그곳에 팬데믹 이후 자유롭게 방문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문제로 떠올랐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조금 작은 사물에 포커스를 맞춘 ‹Element›이란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작업을 위해 방문한 건물의 실내 또는 여행이나 일상에서 현대 도시를 구성하는 작은 부분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별거 아닌 요소지만, 따로 떼어내 확대 화면으로 보며 고유의 요소가 지닌 미적인 면을 파고들려고 합니다.

‹Location_T1820›, 2018, Archival pigment Print, 103 x 101cm

‹Location_S1720›, 2017,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110cm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디테일에 들어있는 점. 선. 면 등 조형적 요소입니다.

‹Element_down button›, 2018, Archival pigment Print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초반의 사진과 비교하면 전체 사진의 완성도나 디테일의 정교함 등이 더해졌다고 생각하는데요. 만족이 되는 동시에 고민이 되는 부분이기도 해요. 너무 완성도가 높거나 완결성이 있는 이미지를 보면 공산품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어느 정도 지점에서 마무리하고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야 하는지 고민이 듭니다. 촬영과 보정도 그렇고요.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최대한 루틴하게 보내려고 해요. 회사원처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일하고 주말에는 쉬는 일상을 원하는데, 온전히 그렇게 보내기는 힘드니까 그런 방향을 더욱더 강하게 원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하루하루 불규칙적으로 이어지는 촬영과 보정 그 중간의 남는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려고 노력해요. 온전히 쉬기보다 늘 무언가 하는 것 같네요.

‹Location_S1720›, 2017,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110cm

‹Location_S1720›, 2017,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110cm

‹Location_S1720›, 2017,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110cm

‹Location_S1702 (Olympic Swimming Pool)›, 2017, Archival pigment Print, 110 x 160cm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독서와 여행입니다. 예전에 비해 시간을 거의 쓰지 못하는 두 가지에요. 돌아보면 책과 여행을 통해 생각이나 관점을 확장했는데, 지금처럼 이 두 가지를 못하면 앞으로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라도 시간을 내어보려 애쓰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자기 삶이 너무나도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물론 너무나 소중하지만, 그 순간에도 조금 3차원적으로,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려고 애씁니다. 작업에도 그런 성향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주관적이고 감정이 많이 묻어나는 시선은 피하려는 면이 있어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엄청나게 잘해본 적이 없어서 크게 슬럼프라 할 만한 시기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한 번씩 주변에서 피드백이 너무 없거나 스스로 정체됐다는 느낌이 드는 것 정도랄까요. 사진을 지속하지 못하던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이렇게 버티는 상황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작업에서 마음을 조금 떼고 덤덤한 상태로 있어 보려고 노력하기도 해요.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 전시 전경, 2020, 국립현대과천관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자유롭게 이동하기 어려워진 환경을 꼽을 수 있습니다. 팬데믹 직전까지 일본의 여러 도시와 대만 등에서 새롭게 작업할 요소를 미리 찾아 놓았어요. 기존 작업의 방향성에서 확장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팬데믹이 길게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편하게 이동하면서 작업할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면 조금은 좌절하기도 해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무언가 꾸준히 만들어내려면 기본적으로 성실함이 가장 필요합니다. 꾸준하고 충실하게 스스로 작업을 이어 나가면서 동시에 지나치게 애쓰지는 않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작업에 대한 고민이 무척이나 필요하지만,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생각하기보다 그냥 하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상태에서 괜찮은 작업이 나오는 것 같아요.

‹Super-fine 가벼운 사진술› 전시 전경, 2021, 일민미술관

‹Element_Electrical control panel›, 2021, Archival pigment Print, 123 x 100cm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각자의 지향점이 너무나 다르니까요. 특별한 방법을 딱히 가지고 있진 않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내자면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심리적이고 경제적인 안정감이 있을 때 작업이 무리 없이 더 잘 흘러가더군요. 스스로 버틸 수 있는 동력도 찾아야 하고요. 그리고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작업이 잘 풀리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그 시절의 작업이 또 좋아 보이기도 하거든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꾸준히 잘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Location_H1703›, 2017, Archival pigment Print, 45 x 45cm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저와 주변 동료가 하고 싶은 일과 삶을 지속하는 것을 꿈꿉니다. 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면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계속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Artist

최용준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다. 사용자에게 개방된 지도 애플리케이션, 위성 뷰 등을 이용해 도시 경관을 새롭게 탐색하는 데 관심이 있다. 2016년부터 시작한 ‹Location› 연작은 이렇게 발견한,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정밀하게 특정한 현장을 실제 방문해 촬영한 산물이다. 이때 공통의 조형 양식 속에서 탄생한 보다 작은 스케일의 이미지 조각을 ‹Element›라는 이름으로 변별하고 있다. «Super-fine: 가벼운 사진술»(2021, 일민미술관),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2020,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등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여러 매체 및 디자이너와 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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