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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체임버: 메아리를 시각화해보면 어떨까

Writer: 인양YinYang
인양, yinyang, visual portfolio

‹에코 체임버› 작업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는 방울이나 문에 달린 종처럼 건드리면 소리가 날 것 같은 사물, 그것이 존재하는 공간의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사운드와 기억을 결합해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는 과정에서 메아리가 떠올랐어요. 그리스 신화 속 에코의 이야기 안에 나르키소스가 등장한다는 것도 생각이 났고요. 왜 둘이 함께 묶였을까 찾아보니 에코는 나르키소스의 말 전체를 되풀이하는 게 아니라 뒷부분만을 잘라서 되풀이했더라고요. 이 서사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주요 요소는 대사인데요. 메아리가 만들어지고 소리가 반향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 소리와 남는 소리의 존재를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메아리와 관련된 작업을 위해 리서치를 하던 중 에코 체임버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이 현상을 기록한 기사들을 읽어봤어요. 평소에 인지하고 있었고, 경계하던 에코 체임버 현상에 대해서 에세이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작업의 콘셉트는 어떻게 구성하게 되었나요?

앞서 말한 에코 체임버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유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만 소통하면서 편향된 사고를 갖는 현상을 뜻합니다. 미국의 법학자인 캐스 선스타인이 사용한 용어죠. 에코 체임버 안에서는 특정 성향의 개인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소비하고, AI 알고리즘도 그 사람이 선호하는 콘텐츠 위주로 추천을 합니다. 결과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이야기는 듣지 않고 각자가 가진 자기 생각만 추구하는 ‘편향성 강화Confirmation Bias’를 낳게 돼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서로 동의하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반복해 울리면서 점점 더 그 의견은 고착화되고 급진화되죠. 이런 추상적인 개념을 가리키는 단어가 메아리를 만들어내는 반향실反響室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공간적인 이미지로 확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반향실은 방송이나 녹음을 할 때 잔향감을 주기 위해 인공적으로 메아리를 만들어내는 곳인데요. 주로 돌과 콘크리트 등의 단단한 재료를 폴리싱해 매끈하게 만든 벽으로 이루어져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고 내부에서 잘 울려 메아리치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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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에코 체임버라는 개념적 모델과 실제 반향실과의 간극을 떠올렸습니다. 한 문장을 반향실 안에서 무한히 반사되도록 재생했을 때 결국에는 모든 음소가 해체되고 공기와 섞이면서 문장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변하며 결국 사라지는 작업을 본 적이 있어요. 에코 체임버는 그와 달리 방 안에서 반사되는 소리가 강화된다고 가정했죠. 그래서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디지털 3D 환경을 만들어보고, 그 반향실이란 공간의 모습을 관찰해보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소리가 반사되는 방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청각 자극을 이미지로 대체하면서 시각적으로 반사를 일으키는 거울 재질을 선택했죠. 이후에 반향실 바깥의 풍경이 침투해 내부 풍경과 섞일 수 있도록 투명하면서도 반사하는 매질인 유리로 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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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업에서 중요한 특징을 뽑아본다면 무엇일까요?

추상적 개념에 머무르는 에코 체임버를 시각적으로 번역했다는 점이 감상에 도움이 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작자이자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풍경을 반사하는 동시에 외부 풍경을 투과시키는 물질인 유리가 만드는 합성적 풍경을 보고 싶었답니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서 서로의 풍경을 교통시키는 역할을 맡는다는 점이 유리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평소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는 편인가요?

주제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소재를 선택하고 리서치를 시작합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다시 들춰 보고 이야기를 찾아요. 리서치를 하다 보면 선택한 소재에 이야기가 붙고 다른 이미지들도 따라 붙으며 아이디어가 확장되는 편입니다. 일상 속에서 인상 깊게 본 재료들과 재현하고 싶은 감각들도 작업의 과정 및 결과에 반영해요.

창작자로서 지니는 관점과 태도가 궁금합니다.

타인의 생각을 모방하는 걸 경계하고, 이를 피할 수 없을 때는 모방한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신경 씁니다. 글처럼 참조하거나 기대고 있는 아이디어의 근원을 밝히고 이미지 안에 짜 넣는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한지도 고민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히 알려주세요.

많은 사람을 만나 특별하고, 사려 깊은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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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개발과 디자인을 함께 하는 스튜디오입니다.

@yinyang.f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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