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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정성스레 쌓아올린 흙의 단층들

Writer: 이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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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세라믹 브랜드 떼르에떼르를 운영하는 이명진 작가는 흙과 손맛이 주는 매력에 진심입니다. 잠시 다른 길을 걸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도자의 세계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점토로 코일이나 로프 형태를 만들어 밑판부터 점차 원하는 형태를 쌓아 올리는 코일링 기법을 활용해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독창적인 기물들을 만들고 있답니다. 차근차근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탄생하는 매력적인 도자 작품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도자 작업을 하는 이명진입니다. 도자라는 매체를 통해 일상의 기물을 미니멀하게 풀어내는 ‘떼르에떼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작가로서의 시선이 담긴 작업도 병행하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에서 우연히 도예 전공을 접하게 됐고, 그 이후로는 흙과 손맛이 주는 매력에 빠져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패션 디자인도 전공해서 패션 디자이너의 꿈도 잠깐 꾸기도 했었는데요. 머릿속에서 도자 작업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저는 연남동과 성산동 사이, ‘끝남동’이라고 불리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작업하고 있어요. 10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혼자 작업하고, 가마 소성도 하고, 가끔 구경하는 분에게 저희 제품을 소개하는 쇼룸 역할의 작은 공간도 있습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기본적으로 건축적인 모티프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축가의 작품, 지나가다 마주친 매력적인 구조의 건축물에서 형태의 힌트를 얻기도 해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좀 더 매력적인 흙의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 기존의 흙들을 섞어 반죽하고, 제품 하나하나마다 코일링 기법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코일링과 더불어 딱 떨어지는 형태를 위해서 손으로 꼬집어 만드는 핀칭으로 얇은 두께를 만들어 내기도 해요. ‘brutal mug’의 구조를 만들 때는 흙으로 판을 밀고 이어 붙이는 판 성형 기법을 사용합니다. 성형을 완료하면 건조한 후 초벌 소성, 유약 시유, 재벌 소성, 굽갈기 등의 과정을 통해 제품이 만들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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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tal mug 작업 과정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최근 떼르에떼르의 신제품으로 ‘ramp tray’라는 제품을 만들었어요. 건축물의 경사로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아무래도 높이가 낮은 특성을 지닌 트레이에서 어떻게 재미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상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어야 했고요. 여러 테스트를 거쳐 페이퍼 인센스를 끼울 수 있고, 여러 가지 향 제품을 즐길 수 있는 타원 모양과 아치 모양의 두 가지 모델이 최종적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만든 제품을 만난 분이 일상에서 미적, 기능적 유희를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도자로 만든 머그잔이나 트레이는 평범한 포맷으로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형태와 질감 등에서 색다른 분위기를 추구하며 사용할 때마다 소소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떼르에떼르라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ramp tray’는 기물의 크기는 작아도 재미있는 구조와 실용성 모두를 충족하는 제품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고객분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고요. 다만 이 제품도 핸드빌딩 기법으로 만들다 보니, 생산성 측면에서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해요. 이런 점은 꾸준한 연구를 통해 개선할 생각입니다.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거의 매일 따릉이를 타고 작업실로 출근해 작업합니다. 밤늦게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밀린 이메일에 답장하거나, 컴퓨터로 업무를 봐요. 일에 있어서 온오프라인이 뚜렷하지 않은 편이라 주말에는 원데이 클래스나 바쁜 일정이 없다면 쉬려고 합니다. 혼자서 일하다 보니 스케줄이 자유로운 편이라 주말에 쉬지 못하면 평일 중 하루라도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곤 해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한동안 하지 않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하면 개운하기도 하고 뭔가 대단한 걸 해낸 기분이 들어 좋습니다. 트레이너 선생님과 PT를 하면서 운동 루틴을 나름 짜보는 것도 재미있고요.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정돈되고 깔끔한 상태를 워낙 좋아하는 성격이라 작업도 딱 떨어지는 형태를 고수하는 것 같아요. 유기적인 형태나 러프한 디테일을 시도해보려고 해도 어느샌가 말끔히 정돈하게 되더라고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작업이 잘 안되거나 저 혼자 정체되는 느낌이 들면 주변 사람에게 고민거리를 얘기하곤 합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일단 지금 하는 일을 잘 마치자’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돼요. 그렇게 마무리한 결과물이 또 다른 기회를 가져오기도 하고요. 뒤돌아보면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며 슬럼프를 극복하기도 한답니다.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브랜드 운영과 개인 작업, 원데이 클래스 등 공방 운영을 혼자서 맡다 보니 각각의 일을 완성도 있게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가끔 여러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서 하나를 미루거나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데요. 그럴 땐 안타까운 마음이 들죠.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창작가라면 본인의 뚜렷한 조형 언어를 만들고, 이를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제가 시작한 작업에서 출발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형태를 제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본인의 작품 활동이나 작업을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항상 긍정적인 피드백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피드백이란 것은 결국 대중에 소개되었을 때 수반하는 결과니까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한번 보면 기억에 남는 창작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 작업을 마주치면 나중에서도 ‘아, 그 사람은 이런 걸 만들지’라고 생각이 들면 좋겠어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도자 매체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로 저의 조형 언어를 끝없이 확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창작자와 협업도 하고, 점차 발을 넓혀서 저의 창작물로 꽉 찬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Artist

이명진은 서울에서 도자 작업을 하는 공예가다. 건축적 모티브를 중심으로 미니멀한 생활 기물을 선보이는 브랜드 떼르에떼르를 운영하면서 작가로서의 창작 활동에 매진하기도 한다. 떼르에떼르는 2021년 4월 공방을 오픈한 후 2021년 10월 ‘brutal mug’, ‘rectangular vase’ 시리즈와 ‘h01 incense holder’를 시작으로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2022년 4월 오픈스튜디오 ‘column’에서 동명의 전시를 열었고, 2022년 5월 스몰글라스 오브제에서 개인전 «solid not void»를 진행하며 작가 활동을 병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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