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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열받는데 묘하게 생각나

Writer: 안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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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안태원 작가의 작품은 늘 허를 찌릅니다. 예상치 못한 포인트를 짚어 농담을 던지듯, 남들은 쉬이 놓치는 이미지를 낚아채 작품을 만들어내요. 항상 주변을 관찰하며 아이디어를 얻어내려 노력하기 때문이죠.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도 놓치지 않고 기록해둔답니다. 그의 작품이 항상 어디서 본 것만 같지만, 낯선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에요. ‘열받는데 묘하게 생각나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은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안태원입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성격이라,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고민 없이 바로 만들어보는 편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진지하게 그림을 배워보자는 마음을 먹은 건 첫 수능을 치른 이후입니다. 제대로 망쳤거든요. (웃음) 난생처음 ‘내가 어떤 사람이고, 제일 좋아하는 일이 뭘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그림 그리는 일을 떠올리게 되었죠. 당시 만나던 친구의 도움이 컸어요. 그 친구는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이 명확한 사람이었거든요. 물 흐르는 대로 살았던 저를 붙잡아 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그래서 입시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늦은 만큼 직진했어요. 빠른 속도로 저만의 색을 찾아 표현할 수 있었고,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hug me›, 2022, acrylic on canvas, 45x45cm

‹hiro is everywhere›, 2022, acrylic on canvas, 81.5x61x74cm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도림천역 근처 60평 남짓한 공간을 동료 작가들과 같이 쓰고 있어요. 문래공장단지, 구로공구상가와 가까워 작업이나 설치에 필요한 여러 부자재를 구하기 편해 만족하며 지내고 있어요. 동료 작가 대부분이 입체를 전공했다는 점도 작업실의 장점 중 하나죠. 평면을 전공한 사람 입장에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평면 작가로 이루어진 작업실보다 빠른 속도로 더러워진다는 거예요. 그만큼 청소를 자주 해야 하는데, 하루의 작업을 마치면 청소할 기력이 남아 있질 않더라고요. 정말 다행인 건, 위생과 청결에 민감한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웃음)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현재의 관심사와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양이 ‘히로’를 만나기 전까지는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현실의 사소한 요소들을 엮어 아이디어로 만들어내기도 하죠. 함께 작업실을 쓰는 작가에게 영감을 받을 때도 있어요. 조각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평면에 접목할 수 있을 만한 요소를 발견하게 됩니다.

Group Show, «Picren» 전시 전경, Alterside, 2022

Group Show, «Picren» 전시 전경, Alterside, 2022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작품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할 때면 현재의 내 상태에 집중합니다. 지금 나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시각 이미지가 나를 매료시키는지,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 등등 여러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봅니다. 무작정 손이 가는 대로 드로잉을 시작해 떠오르는 이미지 몇 가지를 추려보기도 해요. 이후 모양 캔버스 혹은 입체를 제작하고, 표면에 에어브러시로 2D 이미지 형상을 씌웁니다.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Hiro is everywhere›(2021-2023) 입체 연작은 반려묘 히로와의 동거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히로의 이미지와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고양이 ‘밈meme’의 왜곡된 형태를 혼합한 결과물입니다. SNS에서 ‘밈스타memestar’로 떠오른 반려동물을 보며, ‘우리 히로도 한번 스타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도 담겨 있습니다. (웃음)

‹hiro is everywhere›, 2022, acrylic on canvas, 39x25x25cm

‹hiro is everywhere›, 2022, acrylic on resin, 50×58.5x66cm

‹hiro is everywhere›, 2022, acrylic on canvas, 24.5x24x50cm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가상공간의 시각적 경험을 현실의 물리적인 이미지로 옮기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현재는 히로의 이미지를 활용해 여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새롭게 접한 재료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어요. 에어브러시도 그중 하나죠. 제가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를 그려내는 데 효과적인 재료이면서, 동시에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몇 가지 미디엄과 혼합하여 이미지를 제작하기도 하고, 붓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도전은 만족스럽지만, 혼합하는 과정에서 아직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점은 불만족스러워요.

‹far away›, 2021, acrylic on canvas, 237x118cm

‹return of the jedi›, 2021, acrylic on canvas, 237.5×47.5cm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저만의 일상을 만들려 합니다. 하루를 쪼개어 에너지를 관리하려고 노력해요. 20대 때는 그러지 못했어요. 한번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습니다. 작업 외에 일상에 투자할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럴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았죠. 문제는 잘 버텨오던 몸이 30대가 되니까 하나둘 고장 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습관부터 만들기 시작했어요. 예전엔 미루고 미루다 몰아서 하던 일을, 잠깐의 틈을 내어서 해내기로 한 거죠.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거나, 배달 음식을 덜어 먹은 그릇을 곧바로 설거지하는 것처럼요. 가볍게 보자는 친구의 연락도 귀찮아하지 않고 나가려 합니다.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복싱에 재미를 붙였어요. 만화 『더 파이팅』을 감명 깊게 보고, 복싱 특유의 낭만을 깨달았습니다. 격투기에 대한 동경은 오랜 시간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죠. 사춘기 남자아이에게 싸움 실력 혹은 축구 실력은 곧 벼슬이었으니까요. (웃음) 또 피규어 수집도 하고 있습니다. 원체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한번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 때문에 어린 시절 부모님께 생일 선물로 종종 받긴 했어요.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는 당시에 사고 싶던 피규어를 하나씩 집에 들여놓고 있어요. 소유욕이 주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 조금 걱정이긴 합니다. (웃음)

Group Show, «Newtro» 전시 전경, Everyday gallery, Antwerpen, Belguim, 2022

‹dragoon›, 2022, acrylic on canvas, 45x45cm (좌)

‹give me some food›, 2022, acrylic on canvas, 45x45cm (우)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삶에서 유머, 위트를 잃지 않으려 해요. 농담은 매일 똑같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작업실에선 친구들과 농담을 자주 주고받으려 해요. 작업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때가 많죠. 주고받는 대화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밀도 높은 이해력과 순발력으로 내뱉는 것이 농담의 특성이거든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슬럼프가 왔다는 걸 느낄 때면 작업실 밖으로 나갑니다. 고집스럽게 작업실에 있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산책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고, 집 안을 청소합니다. 슬럼프가 감기처럼 제대로 된 처방 약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주의를 환기할만한 행동을 찾으려 하죠. 그러다 보면 의식하지 못한 새에 서서히 컨디션이 회복되곤 합니다.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하루를 지내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나 이미지를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저건 왜 저렇게 생겼을까, 이 고양이는 왜 이럴까, 저건 참 귀엽게 생겼다, 이렇게 하니까 기분이 참 좋지 않구나’ 등등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대상을 의식적으로 기록하려 합니다. 남겨두지 않으면 날아가는 새처럼 잠깐 모습을 비추고 사라져버리니까요. 물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서 그냥 지나쳐버리게 내버려 두는 경우도 있겠죠. 하지만 사소한 생각과 이미지가 쌓였을 때, 빛을 발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원동력은 내면에서 올라오지만, 감각은 주변을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얻어집니다. 시야가 좁아지지 않도록 계속 자기검열을 하며 작업을 해나가야 합니다.

‹sentinel›, 2022, acrylic on canvas, 91x91cm

‹what happened to hiro in the blue room›, 2022, acrylic on canvas, 91x91cm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열받는데 묘하게 생각나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며, 쉴 수 있는 쾌적한 공간과 작업하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큰 작업을 아무리 쌓아도 남는 창고가 붙어 있으며, 강력한 환풍시설이 있고, 넓은 공간을 책임지는 공기청정기가 있으며, 밖으로 나가면 넓은 들판이 보이지만 서울이랑 그렇게 멀지는 않은 작업실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Artist

안태원은 서울 출생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1990년대 초반의 시대에서 영감을 받았다. 프로그래머로 활동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이 컴퓨터를 접했고, 이후 디지털 미디어의 감수성을 흡수하며 성장했다. 현재 디지털 세상에 대한 환상을 원동력 삼아 아날로그로 회귀하고자 하는 마음을 녹여내 작품을 전개 중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두 경계에 머무는 시각 예술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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