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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캔버스를 넘나드는 예기치 못한 경험들

Writer: 송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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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송수민 작가는 회화를 기반으로 자연 풍경의 미묘한 불안감을 표현합니다. 그의 작업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하나의 캔버스가 독립적인 작품이면서도, 캔버스를 이어서 배치할 때 서로 상응하며 주는 예기치 못한 감흥들인데요. 실제 송수민 작가는 한 작품을 끝내기 전에 다음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으며 상호연계성에 대한 가능성을 폭넓게 열어둔다고 해요. 그래서 어디에서 어떻게 작품들을 모으고 배치하느냐에 따라 관람객은 다채로운 경험의 변주를 마주할 수 있답니다. 생각만 해도 흥미로운 그의 작업 세계를 아티클에서 깊게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송수민입니다. 항상 서로 다른 이미지를 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서로 다른 곳에 존재하거나 상반된 의미를 지닌 형상을 조형적으로 한 화면에 묶을 때 탄생하는 생경함에 관심을 두고 작업합니다. 캔버스 안의 화면부터 캔버스 너머의 공간에서의 작품 간의 관계도 중시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실험을 즐기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기가 좋았어요. 그래서 꿈도 항상 화가였죠. 초등학생 때 꿈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어요. 꿈은 아직 이루지 못한 것 같지만 장래 희망은 이뤘죠. 예고를 졸업하고 미대를 다니면서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가 어떤 일보다 저를 즐겁게 한다는 점에는 변함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하며 작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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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oke Wall›, acrylic on canvas, 182 x 182cm, 2021

‹Volcanoes in Blooming Pattern›, Acrylic on canvas, 182 x 182cm, 2021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작업실은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어요. 결혼 전 레지던시에 머물 때는 평일은 레지던시에 거주하며 작업에 집중하고, 주말에는 집에서 쉬는 루틴으로 지냈어요. 결혼 후에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작업실을 두고 출퇴근하듯 작업하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작업 공간이 넓은 레지던시를 경험하면서 큰 작업 위주로 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 작업실도 아파트형 공장 구조를 가진 공간으로 선택했어요. 레지던시에 있을 때보다 작업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오랜만에 작업 공간과 생활 공간을 분리하니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OO이 머문 자리›, 캔버스에 아크릴, 130.3 x 973.2cm, 2020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는 ‘꼬리 물기’를 하듯 연속적으로 작업합니다. 하나의 캔버스를 완성할 때쯤 다음 작업에 대해 생각하며 그림을 그려요. 주로 현재 그리는 작품이 다음 작업의 영감으로 작용합니다. 앞의 작품에서 떠오른 고민이나 화면에 그린 형상이 다음 작업의 시작점이 되고, 이렇게 연달아 그린 작품은 서로 연결되기도 해요. 작업에서 나타나는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두고 전시 공간에 작품을 배치 및 설치하는 편입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각각의 캔버스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연결하는 실험을 즐깁니다. 한 개의 피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되지만 여러 개의 피스가 이어지는 경우에도 하나의 작품처럼 인식할 수 있는 걸 염두에 두죠. 그래서 모든 구도를 완벽하게 잡은 채로 작업에 들어가기보단 하나의 작품에서 증식하듯 그려 나갑니다.

‹하얀 조각으로부터 시작된 풍경›, 캔버스에 아크릴, 각140 x 140cm 6점, 2019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2020년부터 평면에서 이미지의 조형적 관계가 만드는 장면(Scene)뿐 아니라 캔버스와 캔버스 간의 관계를 통해 전시 공간 안에서 생성하는 장면(Scene)에도 집중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보안1942에서 열렸던 개인전에서 선보인 ‹Blooming Pattern_White Shadow›와 ‹White and Blue Pattern›은 전시 공간에서 여러 작품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고민에서 탄생한 작업이에요. 패턴 시리즈 중 하나인 ‹White and Blue Pattern›은 재난 장면에서 추출한 연기의 형태를 패턴처럼 반복하며 현재 우리가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재난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Blooming Pattern_White Shadow›는 재난 상황과 반대되는 이미지인 꽃의 형상을 추출하고 뒤쪽 작품에 있는 형상과 연결하면서 작업했어요.

보안1942에서 열렸던 개인전에서 선보인 ‹White and Blue Pattern›, 캔버스에 아크릴, 가변크기, 2021 / ‹Blooming Pattern_White Shadow›, 캔버스에 아크릴, 가변크기, 2021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공간에 따라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것에 대해 실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중점에 두고 작업하고 있어요. 전시 공간마다 다른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앞서 말한 ‹Blooming Pattern_White Shadow›를 보안1942가 아닌 다른 공간에 설치할 때는 ‹예기치 못한 상황›과 연장선에 놓으며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했어요. ‹고요한 소란 1›과 ‹고요한 소란 2›는 따로 떨어뜨려서 보여주거나 아예 21점에 달하는 피스를 모두 모아 한꺼번에 설치하며 작업 과정에서 이미지가 증식하는 방식을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까지 확장한 작품이었어요.

‹고요한 소란 1›, 캔버스에 아크릴, 240 x 176cm, 2021

보안1942에서 열렸던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것과는 달리, 여기선 ‹고요한 소란 1›과 ‹고요한 소란 2› 21점에 달하는 피스를 모두 모아 한꺼번에 설치하여 색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작품이 공간과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만족스러웠어요. 보안1942라는 공간이 굉장히 매력적이면서도 전시하기에는 까다로운 장소인데요. 공간에 대해 충분히 탐구하고 그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간에 따라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햇살, 방마다 지닌 특성까지 고려하며 작품을 제작하고 배치했어요. 불만족하는 부분을 꼽자면, 매년 최대한 덜어내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하는데요. 하다보면 이미지와 색감을 꽉꽉 채운다는 점이에요. 대신 이런 부분이 다음 작업의 시작점이 되곤 해요.

‹예기치 못한 상황›, 캔버스에 아크릴, 250 x 214cm, 2021 / ‹Blooming Pattern›, 캔버스에 아크릴, 가변크기, 2021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최대한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해요. 평일에는 시간을 정해두고 작업실에 나가서 출근하는 것처럼 작업하고, 주말에는 무조건 작업실로부터 멀어져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작가로 활동하다 보면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작업해야 할 때가 많은데요. 그러다 보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어지기 때문에 쉽진 않지만, 시간을 정해 놓고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최근 출산을 해서 아기를 보살피는 부분에 관심이 커졌어요. 책이나 유튜브로 아기와 관련한 물품, 돌보는 방법을 자세히 찾아보고, 아기와 일상을 보내면서 제가 느끼는 부분에 관심을 두기도 합니다. 아기와 시간을 보내는 일은 작업보다 굉장히 규칙적인 삶을 요구해요. 아기가 먹는 분유의 양이라든지 먹고 자고 하는 일과가 일정하니까요. 이렇게 일상에서 숫자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반복적인 행위를 할수록 정신적으로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경험이 작업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무언가 말할 때 직접적으로 요구하거나 지적하는 걸 힘들어해요. 이런 부분이 회화로 이미지를 표현할 때 묻어나는 것 같아요.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직접적인 소재로 표현하기보다 도형이나 형상으로 표현하려고 하거든요. 예를 들어 작년 «고요한 소란»이라는 개인전에서는 최근 팬데믹 때문에 재난이 우리 삶에 조용히 스며든다고 생각한 지점을 코로나 상황으로 묘사하지 않고 자연과 재난을 섞은 장면으로 에둘러서 작업했어요.

‹예기치 못한 상황›, 캔버스에 아크릴, 250 x 214cm, 2021 / ‹Blooming Pattern›, 캔버스에 아크릴, 가변크기, 2021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작가로서의 대외 활동을 좋아하지 않아요. 오직 그림 그리는 일이 좋아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전시를 오픈하고 여러 사람을 만날 때 힘들고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슬럼프를 느낄 때면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작업실에 틀어박혀서 작업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아까 말했듯 출산 이후에 아기와 관련한 일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에요. 삶의 변화와 함께 찾아오는 작업의 변화, 작가 활동과 육아의 비율을 조정하는 부분이 존재하죠. 아무래도 삶의 패턴이 변하다 보니 관심사와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에 많은 변화가 찾아오고 있어요. 앞으로 이러한 부분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며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얀 조각›, 캔버스에 아크릴, 290.9 x 218.2cm, 2019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안주하지 않고 계속 고민하며 작업을 발전시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일 제가 그린 작품이 만족스럽다면 다음 작품을 계속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조그만 부분이라도 불만족스럽고 개선할 지점이 있으면 다음 작업을 계속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딱히 노하우라고 할 건 없는데요. 너무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삶과 작업의 균형을 잘 잡아야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계속 작품을 보고 싶고 다음 작품이 궁금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삶과 작업의 균형을 잘 이루는 게 이상적인 미래입니다. 작업 때문에 제 삶이 무너지거나 주변 사람이 힘들어지는 일을 원치 않아요. 삶과 작업의 균형을 잘 이루면서 살아가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Artist

송수민은 회화를 기반으로 자연 풍경의 미묘한 불안과 미결정된 상태를 표현한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대상은 유연한 형태의 자연물과 물줄기 그리고 폭죽, 연기처럼 알 수 없는 사건의 징후다. 이런 요소는 형태적 유사성으로 묶이며 캔버스 화면과 캔버스 너머에 조형적 흐름을 형성하며 이미지 해석의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든다. 주요 개인전으로 «고요한 소란»(보안1942, 2021), «OO이 머문 자리»(OCI미술관, 2020), «하얀 자국»(아트사이드 갤러리, 2019) 등이 있다. «생동하는 틈»(원앤제이 갤러리, 2022), «Humming to the Sound of Fear»(Helen J Gallery, Los Angeles, 2021), «또 다른 밤»(금호미술관, 2020) 등 국내외에서 열린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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