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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가구의 선과 면으로 빚어낸 다른 차원의 세계

Writer: 스튜디오 신유
스튜디오신유, 가구, lin, 린 테이블, 가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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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스튜디오 신유는 유승민, 신용섭 2인으로 이루어진 가구 스튜디오예요. 나무, 철, 아크릴 등 다양한 소재로 가구를 만든답니다. 여러 전시에서 자연 속에 놓인 오브제의 형태로 가구를 제시하곤 했는데요. 가구는 면이 아니라 선이어야 한다는 스튜디오 신유의 디자인은 반복되는 선’이 특징이에요. 동양에서든 서양에서든 보편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가구를 만들고자 한다는 이들의 진진한 인터뷰를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

먼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스튜디오 신유는 스웨덴의 로컬 목공방 겸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시작했어요. 2019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의 첫 번째 ‘영 앰배서더’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활동했습니다. “디자인은 번역이다”라는 저희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중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 그리고 사람과 자연을 연결해주는 가구 디자인 작업은,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에서 어떤 매개로서 잘 기능하도록 올바르게 번역하는 일과 같다고 믿어요.

신작 LIN 시리즈가 특히 눈에 들어왔어요.

스튜디오 신유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LIN 컬렉션”은 서로 다른 동양과 서양 문화권의 특수한 배경들 사이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미학을 발견하여 번역해내려 한 작업입니다. 장승과 토템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LIN 스탠드 라이트’, 선과 여백으로 문을 그려낸 ‘LIN 스툴’ 등이 있는데요.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LIN 테이블’로 구성된 ‘LIN 시리즈’예요.LIN Table’은 고대 그리스 로마(서양)의 파르테논 신전 기둥과 한국(동양)의 목조 건축으로부터 “기둥-보” 구조라는 공통된 보편성을 도출하여 테이블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기둥-보” 구조는 동서양 어느 문화권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건축 양식이죠. 이 요소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업이에요.

LIN 시리즈만의 고유한 형태를 발견하기까지 영향을 받은 모티프나 중요한 사건이 있었나요?

2018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본 디자인 작품들이 각국의 문화적인 특수성만을 강조하느라 세계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느꼈어요. 한국에서도 전통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을 많이 목격했는데요. 보통 전통 문양이나 패턴을 적용한 예가 많죠. 그렇지만 이들 작업이 세계적인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우리 것”만 강조하는 기존의 전통 담론에서 벗어나, 다른 문화권에서도 우리 것이라고 받아들여질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동서양 문화를 관통하는 미학적 요소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대략 1년간 한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 각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세계적인 명장들의 가구, 공간, 건축물을 분석했어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LIN 시리즈가 탄생했죠.

스튜디오신유, 가구, lin, 린 테이블, 가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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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아크릴 소재로 만든 LIN 시리즈의 경우, 작품이 비춰보이기 때문에 놓이는 장소나 빛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작품의 소재 때문에 특별히 기울여야 했던 노력이 있었을까요.

예전에 숲과 폭포 같은 자연 속에 있는 콘셉트로 전시를 한 적이 있어요. 사위가 모두 트여 있어 풍광이 뛰어난 무신사 테라스에서 진행했는데요.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산의 정상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블랙의 무거운 LIN 시리즈와 투명한 아크릴 소재의 LIN 시리즈를 섞어서 배치하여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진 자연을 표현했어요. 이때 투명한 LIN 시리즈는 해가 가장 잘 드는 곳에 배치해서 작품 상판의 경사면을 통해 태양빛이 산란하여 전시장 바닥에 무지개를 수놓기도 했어요. 하단부부터 조명을 투과하여 연출하면, 커다란 건물과도 같은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해요. 투명한 선이 여러 개 겹쳐지면서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죠. 

아크릴 LIN 시리즈를 만들 때 어려웠던 점이 하나 있긴 있어요. 작품의 소재가 기존의 나무나 철에서 아크릴로 바뀌면서 동일한 질량으로 같은 구조를 제작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작품 전반적으로 두께나 비례의 조정을 해야 했어요. 조립하는 부분의 공차라든지 조립 과정에서도 조금 더 섬세한 손길이 필요해요.

스튜디오신유, 가구, lin, 린 테이블, 가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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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안에 LIN 시리즈가 조화롭게 녹아들게 하기 위해 어떤 작업 과정을 거치시나요.

문화적 차별점을 넘어 전 세계적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자연 소재를 활용한 공간 연출과 디자인을 늘 염두해요. 화산석, 이끼, 지푸라기 같은 다양한 소재들을 늘 가까이 두고 살펴보곤 하죠. 전시를 기획할 때에는 2D 평면과 3D 모델링을 적극 활용하여 시안을 내보곤 합니다. 자연 소재의 경우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작업실 내부에서 작은 스케일로 실제 전시 공간처럼 연출하면서 조정해요.

공간과 가구에 ‘전이적’이라는 표현을 하신 게 인상깊었어요.

건축에 ‘전이 공간’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존재하는 여백의 공간으로, 각기 다른 두 공간 사이에서 기능하도록 돕거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하는 연결 공간을 뜻해요. 가구 역시 전이적이어야 해요. 그것은 공간을 점거함과 동시에 그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건축, 혹은 사람과 자연을 이어줘야 하기 때문이에요. 코르뷔지에의 표현처럼 집이 살기 위한 기계라면, 가장 작은 단위의 건축으로서 가구는 주연 자리를 늘 다른 이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존재예요. 주연은 반드시 인간(사용자)이 되어야 하고요.

수많은 전이 공간을 품기 위해서 가구는 면이 아닌 선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반복되는 선’이라는 조형성은 스튜디오 신유의 디자인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한데요. 공간 속에서 전이적 가구로서 기능하는 스튜디오 신유의 LIN 테이블은 단순한 오브제에서 벗어나 공간을 품습니다. LIN 테이블은 외부에서 보면 문처럼 바람과 공간이 통하는 가운데 공간을 가지고 있고, 또한 테이블 앞에 앉아 내부를 들여다보면 외부에서 보이지 않던 가느다란 선들의 조합 사이로 다양한 공간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사방이 막힌 덩어리가 아니라 공간 속에서 주변의 공간적 흐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면서 전이적 가구로 기능하죠.

스튜디오신유, 가구, lin, 린 테이블, 가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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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나 새롭게 탐구 중인 형태나 재료가 있다면요.

현재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있는 프로젝트가 두 개 있는데요. 하나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구를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목가구 제작자로 일했지만, 저 스스로도 제가 만드는 가구가 비용적인 면에서 부담스러웠거든요. 저희 두 멤버 모두 서른 살이 넘으면서 각자의 생활 공간을 꾸리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저희가 디자인한 가구를 저희가 직접 사용하기 어려운 모순을 겪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가구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가치를 실제 생활양식이나 생활공간에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예요. 근대의 역사, 생활상에 대한 다양한 문헌 자료를 부지런히 수집하고 있어요.

요즘 스스로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스테레오타입은 무엇인가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어요.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쉽게, 혹은 운좋게 적은 노력으로 큰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듯해요. 착실하고 정당하게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저희도 그렇게 노력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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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작업을 유효하게 만들어주는 이 시대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키워드는 분야와 장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에서 관심 있는 주제예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북유럽풍이 큰 유행이었는데, 최근에는 다시 전통을 소재로 한 제품과 공간들이 유행하고 있어요.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절감해요. 지나간 과거에 대한 모든 향수가 저희 디자인의 양분이 돼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도록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필요한 ‘버티는 힘’,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그간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활자로 차근차근 옮겨보았어요. A4 용지로 스무 장 가까운 글이었는데, 대부분 스스로를 설득하는 내용이었어요. 디자인이 세상에 왜 필요하고, 그중에서도  가구여야만 하며, 어떤 디자인을 추구하고 싶은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자기 자신과의 문답이 쭉 이어졌습니다. 이때 정리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어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어야 어려움이 닥쳐도 버틸 수 있거든요.

스튜디오신유, 가구, lin, 린 테이블, 가구스튜디오

Artist

스튜디오 신유는 오브제, 가구,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스튜디오 신유의 첫 번째 프로젝트 “LIN 컬렉션”은 월간 디자인, Dezeen 등 국내외 유수 매거진에 소개되며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보편적이고 현대적으로 탁월하게 풀어냈다고 평가받았다. 설화수, LG, 넷플릭스, 무신사 등 여러 브랜드들과 협업을 진행하며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studioshiny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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