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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예상치 못한 색과 형태를 실험하는 용기

Writer: 용세라
용세라, Serayong, 예술, art, 그림, drawing, 그림, 그래픽, graphic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색을 다양하게 실험하며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생경함, 익숙지 않은 형태의 신선함을 즐기는 용세라 작가.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자기 색채가 뚜렷한 창작자였어요. “할까 말까 고민이 든다면 그냥 하자!” 생각한다는 그의 작업에는 자기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외부에서 어떤 자극이 들어와도 자기 작업이란 걸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로요. 용세라 작가의 띵언들을 아티클에서 만나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저는 서울에서 활동 중인 그래픽 디자이너 용세라입니다. 서울에서 그래픽 디자인 학사를 마친 후 베를린으로 건너가 대학 시절 동경하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호르트HORT에서 한동안 일했어요. 2013년부터는 호르트의 옆자리에 앉아 친해진 파블라 자브란스카Pavla Zabranska와 ‘프라울Praoul’이라는 프로젝트팀을 꾸려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라울은 각자의 고향인 프라하Praha와 서울Seoul을 합친 단어예요. 다른 도시 환경에서 자란 두 명이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실험하는 작업에 집중합니다. 한편 서울로 돌아온 저는 스튜디오 세라용Studio Sera Yong을 운영하며 클라이언트 잡과 개인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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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굉장히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는데요. 2009년 대학교 3학년 말부터 동기인 친구와 ‘사랑과 평화시장’이라는 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저희의 B급 감성을 터부시하는 당시 디자인 신에 신물을 느낀 저는 졸업 후 저만의 온전한 디자인 감성의 시장성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베를린으로 떠났습니다. 베를린이란 도시가 좋아서였기보다, 제가 좋아하는 스튜디오가 베를린에 있었기 때문이었죠. 다방면으로 디자인을 시도하는 시간을 거치며 제가 되고 싶던 디자이너의 모습 ― 뚜렷한 개성을 갖춘 채 클라이언트 잡과 개인 작업을 함께 잘 해내는 ― 을 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답니다.

작가님이 작업하는 공간의 특성이 궁금해요.

의외로 물건이 많지 않아요. 작업과도 다르게 색 또한 다채롭지 않고요. 깔끔하게 정돈된 편이랍니다. (웃음) 현재는 이사한 후 자택에서 작업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작가님이 영감을 얻고,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다듬어 완성하는 창작 과정을 여쭤보고 싶어요.

프로젝트가 주어졌을 때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에 대해 스케치부터 하는 편이에요. 이 스케치가 최종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과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딱 떠오르는 느낌에 의지해 작업을 완수하는 편이에요. 대개 어떠한 느낌을 내고 싶다는 형용사를 떠올리고 이를 시각화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통용되는 부분이에요. 그래픽을 만들기보다 일종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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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작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각기 다른 형태를 혼합해 새로운 형태로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껴요. 서로 섞이며 만들어내는 예상치 못한 색감과 형태감을 실험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만드는 생경함, 익숙지 않은 형태감이 선사하는 신선함, 그에 걸맞은 새로운 색의 조합을 창조하는 일이 좋습니다. 이런 경향은 ‘마이크로스코피Microscopy’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심화하였어요. 2018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전개하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죠. 한 데 멈춰져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유기체의 움직임을 포착한 그래픽 시리즈인데요. 이런 생명의 경이로운 모습을 탐구하고 관찰하며 재해석하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입니다. 그 시작은 저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상하리만큼 허무하게 끝나버린 때를 기억하다 보니 죽음보다 삶에 초점을 더 맞추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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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업에서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한 부분이 궁금합니다.

하나의 형태와 색을 지닌 것을 또 다른 것과 이리저리 조합하며 의도치 않은 새로운 조합을 찾는 행위를 즐겼는데요. 요즘은 어떠한 조합도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그래서 새로운 작업 방법을 찾아 나설 때인지 고민하는 시점입니다.

창작자로서 어려움을 겪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를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인데요. 창작을 멈추고 전혀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때가 찾아옵니다.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포기한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을 반드시 꼭 이뤄야지!!’ 생각하며 살지 않아서 포기라는 단어가 그리 절망적으로 느껴지진 않아요. 그래서 포기라기보다는 ‘나중에 할 일’ 정도로 미룬답니다. 살면서 무언가를 시도하고 도전하는 일은 반드시 가져야 할 삶의 애티튜드라고 생각하지만, ‘해보고 안 되면 말지~’의 애티튜드도 함께 가져가야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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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얼마 전 결혼을 했고, 이제 임신 초기를 맞았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로서, 엄마로서 어떻게 균형을 잘 맞추고 살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요. 한 아이가 제 배에서 나와 커가는 과정을 보는 일이 어떤 경험일지 지금은 기대감보다 두려움이 커요. 아직은 앞으로 제가 한 생명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의 고민보다, 앞으로 저의 삶과 제 일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게 될 지 고민하게 되어요.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가 궁금합니다.

할까 말까 고민이 든다면 그냥 하자!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창작자라면 당연히 본인의 것을 창작할 수 있어야 해요. 다른 사람도 만들고 있고, 저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정말 저만 창작할 수 있는 제 것과 특기 말이죠. 다들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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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돈 되는 일도 함께하면 좋아하는 것을 오래 하면서 버틸 수 있습니다!

작가님의 삶의 태도와 가치는 작가님의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제 작업은 제 모습 그대로입니다. 클라이언트가 다지고, 으깬다고 해도 제 작업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후 여유롭게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습니다.

Artist

용세라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2012년부터 베를린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호르트에서 일했고 컬렉티브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3년부터는 호르트에서 만난 체코 출신 디자이너 파블라 자브란스카와 프라울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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