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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귀엽지만, 마냥 귀엽지만은 않은 그런 것들

Writer: 장사라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장사라 작가는 ‘사라오브젝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귀엽지만, 마냥 또 귀엽지만은 않은 것들을 만들고 있어요. 샴푸 용기 안에는 귀여운 친구들이 들어가 있거나 다 함께 옹기종기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기도 해요. 그러나 마냥 귀엽다고 하기엔 반전 매력이 있어요. 전혀 예상치 못한 물건을 손에 쥐고 있기도 하고 엉뚱한 상황에 부닥쳐있기도 해요. 이렇게 말로만 들었을 땐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죠? 더 자세한 내용은 아티클에서 한번 직접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사라오브젝트의 장사라입니다. 6개월 전에 휴학생이 되었고 그 뒤로는 집에 콕 박혀 클레이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틀어 놓고 작업을 하고, 멍도 자주 때립니다. 과제가 없는 이 순간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입시를 준비할 때 대학생이 되면 온종일 하고 싶은 작업만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대학에 와보니 과제에 지쳐서 시간이 비면 잠만 자고 있더라고요. 좋아하는 걸 하려고 미대에 진학했는데 도리어 아무것도 안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어요. 그렇게 무작정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고 작업물을 올리기 시작했죠. 제 작업을 좋아하는 분도 생겨나고, 계정을 작업으로 꽉꽉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의무적으로라도 시간을 내게 되더라고요. 계정을 만들고 나서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집에서 작업하고 있어요. 주로 제 방의 좌식 테이블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아이패드를 올려두고 작업을 해요. 눈뜨면 바로 작업할 수 있어서 외출 한 번 하려면 큰 결심이 필요한 저 같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에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어떤 것을 검색하거나 또는 멍때릴 때 영감을 얻어요. 저는 궁금한 게 생기면 뭐든 검색하는데요. 한 단어만 검색해도 다양한 이미지가 쏟아져 나오잖아요. 그때 눈에 꽂히는 이미지에서 상상이 시작되죠. 예를 들어, 탈 쓴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서 ‘사실 저 탈 중 하나는 진짜 사람의 머리가 아닐까? 사실 탈을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는 사람이 정말 사람의 머리를 쓴 거라면…’ 등의 생각이 이어지고, 의식의 흐름이 끝날 즈음에는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불투명한 펌프로 샴푸를 짜다가 ‘용기에 샴푸 말고 다른 게 들어있다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서 만들게 된 작업이에요. 귀여운 친구들이 펌프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용쓰는 모습을 담았죠.

푸딩의 형태를 이용한 인센스 홀더입니다!

작은 친구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툭툭 놓는 물건에도 죽거나 다칠 수 있어요.

몸이 동글동글해서 벽의 구멍에 끼인 친구들입니다.

자기보다 몸집이 큰 곰을 잡아서 필통으로 쓰는 소녀입니다.

버섯 안에 갇힌 친구들의 모습입니다.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활용해 작업하는 스타일이라서 딱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없지만,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원했던 부분은 있어요. 제 작업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눈도 없고 표정도 없답니다.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워요. 귀엽지만, 마냥 귀엽지만은 않은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하나의 레전 덩어리에 말풍선 하나가 말해줄 수 있는 이야기만 담는 게 아쉬워요. 최소한 네 컷 만화 정도의, 지금보다는 긴 이야기를 담고 싶거든요. 만족하는 부분은 기술적인 면에서의 성취에요. 처음 클레이와 레진을 다룰 때는 미숙했지만 최근 작업물을 예전과 비교해 보니 많이 늘었더라고요. 요즘 몰드도 직접 만들기 시작했는데, 빨리 실력이 늘면 좋겠어요.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휴학생의 특권은 최소한의 계획이죠! 그에 따라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어요. 커피 때문인지 밤잠이 없어서 새벽에 주로 작업하고 해가 뜰 때쯤 잠을 자요. 일어나자마자 영화를 틀어놓고 아침을 먹은 후 그대로 작업용 책상에 아이패드를 옮겨서 클레이를 만지기 시작하죠. 라디오처럼 영화를 틀어놓고 잠이 올 때까지 작업을 계속합니다. 목요일에는 도자기 공방에 가고, 봉제 강의도 들어요. 익숙하지 않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 좋아서 목요일이 항상 기다려져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몰드 만들기에 열심입니다. 지금까지 주로 사각형 몰드에 클레이를 담았는데, 요즘은 사탕, 안약 용기, 사과 등 주변에 있는 사물의 형태에 클레이를 담고 싶더라고요. 시중에서 파는 몰드 중에는 마음에 드는 모양이 없어서 직접 모델링을 하고 3D 프린터로 뽑아서 몰드를 만들고 있어요. 아직 실리콘으로 몰드 만드는 과정이 익숙지 않아서 실패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실력이 빨리 늘면 좋겠어요.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가님의 작업에서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계속 변해왔기 때문에 아직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지 정의를 내리지 못하겠어요. 작업할 때 변치 않는 게 있다면, 전과 다른 무언가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새로운 것이 좋고 익숙한 것에는 빨리 질리는 성격이 드러나는 듯해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제게 슬럼프란 모든 의지를 잃는 상황인데요. 입시에 실패하고 1년 동안 모든 의지를 잃어버렸던 적이 있어요. 그림이 좋아서 밤새워 그렸고,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는데 그림조차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고 1년을 보내니 몸도 마음도 망가졌어요. 그러다 타인에 의해 시작한 일에서 작은 성취를 이루게 되니까 순간 뭐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잃어버린 의지를 찾으니 자연스레 목표가 생기고 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작더라도 무언가 성취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 무기력이 찾아오면 작은 강아지 하나를 만드는 등 정말 단순한 작업이라고 하려고 노력해요. 일단 시작하면 뿌듯함 덕분에 계속 작업을 이어갈 수 있어요. 그런 의지조차 없어질 때는 이틀 정도 아무것도 안 해요. 그럼 아무것도 안 하는 저 자신이 싫어서 작업을 하게 돼요. (웃음)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체력 부족이요. 제 작품을 사이트에 올리면 감사하게도 구매하고 싶어 하는 분이 많으세요. 원하는 분 모두 구매하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수량을 감당할 체력이 한참 부족해서 안타까워요. 쌓인 스케치도 하나하나 작업으로 옮겨야 하고, 전시도 하고 싶고, 다른 재료를 사용해 작업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체력이 부족하네요. 몸이 백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하고 있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엉성한 작품이 나오는 게 보기 싫어도 꾹 참고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작업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정말 지루하지만, 그 시간을 버텨내는 게 관건 같아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제 모든 작업에 저만의 색깔이 녹아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어떤 작업을 보더라도 “아, 장사라가 만들었네”라는 말을 하는 걸 듣고 싶습니다.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은 무엇을 꼭 이뤄야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없어요. 하루하루 상상을 현실로 만들면서 즐겁게 살고 있으니까요. 미래에도 이런 나날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Artist

장사라는 산업디자인학과 학생이다. 과제에 지쳐 휴학하고 사라오브젝트를 운영 중이다. 개인 작업을 올리기 위해 ‘본명.오브젝트’ 형식으로 만든 인스타그램 계정 sara.object가 예상보다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사이트를 개설해 작업물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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