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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차를 나누는 불사람과 눈사람

Writer: 박광수
NFT, 박광수, 송은, 미술, 일러스트레이션,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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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눈사람과 불사람이란 상반된 존재가 만나 티타임을 갖는다면 어떤 풍경일까요? 박광수 작가가 NFT 아트로 만든 애니메이션 ‹따뜻한 차›에서 우리는 따뜻한 환대가 갖는 생각지 못한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어요. 흑백 드로잉과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작가는 요즘 유화를 재료로 다채로운 색감을 활용한 작업을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는데요. NFT, 흑백 드로잉, 유화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박광수 작가의 작업과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만나보세요!

‹따뜻한 차›에 대한 작업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따뜻한 차›는 겨울날 방 안에서 불사람이 눈사람에게 따뜻한 차를 내주는 장면이 반복되는 드로잉 애니메이션이에요. 환대에 관한 이야기죠. 누군가를 대할 때 정성을 다하는 것,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작은 오해 그리고 그 작은 것의 치명성이 아이러하게 펼쳐져요.

작업에서 눈사람과 불사람이 등장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겨울에 어울리는 시나 동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눈 형상의 사람, 불 형상의 사람 등 자연에서 발견하는 것을 의인화하는 데 오래 전부터 재미를 느끼고 즐겼답니다. 특히 불은 인간의 소멸, 종말, 부재, 불확정성 등 제 작업에서의 큰 관심을 대변하기에 수월한 대상이에요. 직관적으로도 그 빛과 형상은 위험하게도, 아름답게도 보이기 때문에 자주 작업에 끌어오고 있습니다.

NFT, 박광수, 송은, 미술, 일러스트레이션, 학고재

‹따뜻한 차› © 박광수

‹따뜻한 차›는 작가님 특유의 조형미가 돋보이는 작업인데요. 여러 선이 만드는 모호함 속에서도 눈사람, 불사람 같은 인간의 형상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 그림에서 인간의 형상은 자주 등장해요. 어떤 상태를 보여주는 화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조금 더 친근하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죠. 정확한 메시지가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나 낙서, 구전에 존재하는 모호함과 양가적인 면의 흥미로운 구석을 잘 보여준답니다.

다른 작업에 비해 이번 작업이 지닌 특이점은 무엇일까요?

좀 더 편안하게 읽혔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렸어요.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저 자신 또한 여유 있는 태도를 원할 때가 있어요. 그런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NFT, 박광수, 송은, 미술, 일러스트레이션,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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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차›는 NFT 아트로 진행하셨어요.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드로잉과 더불어 애니메이션 작업도 병행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은 매체의 특성상 제작 과정에서 비교적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그 움직임을 추적하며 그리게 되는데요. 정지된 이미지가 움직임을 획득했으면 하는 염원과 더불어 인물과 배경을 더듬듯 반복해서 그려내는 저의 그리기 방식의 다른 측면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이런 특징이 지금의 NFT 아트의 형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진행했답니다.

작가님의 작업 세계 중 은유에 대한 이야기를 여쭤보고 싶어요. ‹따뜻한 차›가 은유하는 가장 일상적인 상황에 대한 예시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마치 연인의 이별을 연기와 불로 표현하신 것처럼요.

저희 강아지는 간질을 앓고 있어요. 아침 저녁으로 가루약을 먹여야 하는데 저나 강아지에게 참 괴로운 일이랍니다. 강아지는 자신의 간질과 약의 상관관계를 모르기 때문에 오해가 존재할 거예요. 아침저녁으로 쓴맛을 보게 하는 저라는 인간이 매우 싫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참고 배려하는 중인 듯해요. 한편 그 약은 간질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신진대사도 억제하기 때문에 몸과 생활이 늘어지게 된답니다. 약을 먹어 간질을 억제하지만 늘어지는 삶, 약을 먹지 않아 간질이 악화하지만 활발한 삶 중 어떤 게 더 좋은 삶인지는 여전히 의문이에요. 저는 이런 의문에 관심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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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작업이 기대고 있는 이 시대의 스테레오타입, 작가님의 작업을 유효하게 만드는 이 시대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 사이에 있는 사람입니다. 너무나 빠르게 모든 것이 소멸하고 응축되고, 창조되는 속도를 즐기면서도, 때로는 영원히 소외되는 것 같은 양가적인 감정이 들 때가 잦아요. 그런 환경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최근 «송은미술대상전»에서 공개한 시리즈에 유화 재료와 색채가 극적으로 등장해서 놀랐어요. 작품의 외형적인 변화에 어떤 배경이 있었나요?

전시에 출품한 작업은 ‘만들어진 자’와 ‘만드는 자’라는 개념을 세우고, 그 과정에서 사유하는 인간의 불완전한 모습을 그려냈어요. 색채는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사용해보곤 했습니다. 공개는 하지 않았지만요. 유화라는 재료도 비교적 최근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초심자의 태도로 즐겁게 그려보고 있어요. 물감을 짜고 기름에 색이 섞일 때, 그것이 그려질 때, 그리는 과정에서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건네는 농담처럼 예상하지 못한 색을 화면 위에 얹을 때, 그것이 미리 얹힌 색과 만날 때,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버터나 연고, 로션 같은 재료가 인간의 몸과 유사해서 그런지 우리는 모두 본능적으로 기름을 좋아하는 듯해요. 

NFT, 박광수, 송은, 미술, 일러스트레이션,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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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순간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작업 이야기를 깊이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동료와 스스로 환기할 수 있는 서브 작업이 도움이 됩니다. 서브 작업은 쉽고 간편할수록 좋아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자신만을 위한 작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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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박광수는 존재의 소멸과 종말이라는 주제에 집중해 드로잉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선보여왔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개인전으로 «크래커»(카다로그, 2021), «영영 없으리»(학고재, 2019), «부스러진» (두산갤러리, 2017) 등을 열었고 여러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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