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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하지 못한 마음이 조금씩 괜찮아지길

Writer: 박노완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과 안타까움에 뉴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주말이었습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고 우리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마음이 더더욱 무거워졌는지도 모릅니다. 박노완 작가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그의 이야기도 우리 자신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슬픔 마음을 느낄 땐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괴로워하기도 하며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땐 한숨을 푹푹 쉬고 실망감에 휩싸이곤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쁜 마음이 들도록 연습하고 자신을 잘 타일러보며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마음이 조금씩 괜찮아지길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도 모두 저마다 해결하지 못한 것들이 있을 테지만, 조금씩 괜찮아지길, 꼭 그렇게 되길 빌어봅니다. 박노완 작가의 더 자세한 이야기를 꼭 한번 읽어주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박노완이라고 합니다.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우리나라 남성 평균보다 키가 작고 왜소합니다. 회화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2020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대학원을 수료하고 아직 졸업하지는 못했습니다. 성격은 내성적이고요.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일이 많습니다. 우유부단하고 비겁한 면이 있습니다. 마음이 그렇게 곱지는 못한 편입니다. 취미로 콘솔 게임(PS5)을 즐깁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기소개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가운 표정›, 2018, 캔버스에 유채, 162 x 130 cm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이렇게 되었습니다. 계기만 놓고 보자면 입시 미술을 준비할 당시 학원 전임 선생님이 화가였는데,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일을 경쟁 삼아 하던 시기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누구보다 잘 그리고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회화에 관심이 생기고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속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올해 새 작업실로 이사했습니다. 다니던 대학원 근방에 있고, 집에서 자전거로 왔다 갔다 하는 편입니다. 총 5명이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각하는 작가분도 있고, 회화하는 작가분도 있어요

‹방진막›, 2021, 캔버스에 수채, 193 x 297cm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주로 일상에서의 경험을 곱씹는 것 같습니다. 지인과 나눈 대화, 유튜브에서 본 것 등이요. 듣고 보고 먹을 때 자주 멍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당시 하지 못했던 생각이 생기게 되고, 그중에 기억에 남는 걸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곱씹는 편이에요. 그래서 더디게 생각합니다. 어쨌든 떠오른 생각을 굳이 제 내면에 넣고 반성하며 영감을 얻습니다. 생각을 잘 매듭짓는 버릇을 들이지 않아서 머릿속이 뒤죽박죽인 경우가 많습니다. 메모도 잘 안 합니다.

‹효자가 되고싶다›, 2017, 종이에 수채, 15 x 11.5cm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되게 진부합니다. 재료를 사거나 혹은 있던 재료를 씁니다. 대개 나무 프레임에 면천을 씌워서 평면을 만들고 제소gesso로 밑칠을 합니다. 그리고 자주 사용하는 물감 안료와 접착제에 해당하는 것을 섞은 후 붓으로 바릅니다. 가끔 다른 도구도 쓰지만 주로 붓을 사용합니다. 창작의 조건이 무엇인지 고민하고요. 물론 깊이 알고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 기준에 맞게 완성한 작업을 보고 누군가가, 혹은 무엇인가가 즉각적으로 떠오르지 않도록 검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름 걷어내는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합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최근에는 제가 사용하던 물건을 소재로 작업했어요. 오래 사용해서 이제 더 이상 못 쓰는데 정들어서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신발과 우산인데요. 정물화의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입체를 보고 참고하며 그리는 일이 생각보다 오랜만이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수채 물감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완전히 마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겹을 쌓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또 그러다 보면 오히려 수채 물감의 특성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낍니다. 붓에 적당량의 물을 묻혀 마치 짓이기듯 캔버스에 마찰하면 표면이 벗겨지고 지난 시간에 그린 물감층이 드러나요. 뿌옇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 변화를 누적하며 작업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OCTOPUS호 여신상›, 2021, 캔버스에 수채, 193 x 112cm

‹OCTOPUS호 여신상›, 2021, 캔버스에 수채, 193 x 112cm

‹진천 카우보이›, 2021, 캔버스에 수채, 193 x 112cm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대부분 결과물에 불만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작업하다가도 서툴게 표현한 모습을 확인하고 이내 실망하는 일이 잦습니다. 일부 마음에 드는 표현은 금세 사라지기도 하고, 또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도 일과 중 작업한 시간이 쌓이다 보면 표현하고 싶은 걸 조금씩 구체화하는 일을 경험하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 성취감을 느낍니다. 결과물을 포함한 작업 전체가 만족스럽기는 아직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한숨이나 푹푹 쉬고, 작업하기 싫고, 다 싫고 그랬는데, 최근에는 그래도 다음 작업을 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비닐봉지와 마네킹다리›, 2019, 캔버스에 수채, 194 x 145cm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올해에는 큰 일정이 없어서(혹은 그렇게 믿고 싶어서)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편입니다. 최근 커피를 만들어서 먹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와서 좋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찾습니다.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합니다. 가만히 누워서 시청각 콘텐츠를 보면서 전자 담배를 피우곤 합니다. 이런 방식이 힘들다고 느끼면 작업하러 갑니다. 최근 집에 있기 힘들다고 느껴서 기쁩니다. 아무튼 작업실에 가면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에 써요. 집중이 잘 되는 날에는 6~8시간 정도 작업하고요.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면 작업을 못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씻고(안 씻는 날도 있습니다.) 잠이 올 때까지 시청각 콘텐츠를 감상합니다. 그래서 늦게 자고 잠도 잘 안 옵니다.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올해 들어 목공에 취미가 생겼습니다. 전에 살던 곳보다 거의 두 배 면적(19.8m²)의 집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집을 꾸밀 공간이 생겨서 나무로 집을 꾸며보았는데, 엄청나게 집중해서 만들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집을 꾸미는 것과 목공을 포함한 만들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최근에는 제가 좋아하는 게임(디스코 엘리시움)의 주인공 캐릭터 피규어를 사고 싶은데 인터넷에서 판매하지 않아서 제가 직접 만들 생각이 생겼습니다. 작은 소조를 연습하는 겸 집중해서 해보고 싶습니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오면 매번 비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스스로 확인했고, 그것이 제 일이 될 때도, 혹은 그냥 살아가는 데에도 나타납니다. 이런 모습은 제가 그림을 계속해서 헤집듯 괴롭히며 시간을 끌고 있는 것과 겹쳐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이 잦습니다.

‹김치 파티›, 2019, 종이에 수채, 18 x 19.5cm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모르겠습니다. 저조한 날이 계속되면 ‘그냥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는 기분이 정말 좋지 않습니다. 기분이 안 좋은 날이 계속되면 무엇도 극복하기 힘듭니다. 작은 성취를 느낄 수 있는 다른 것을 하는 편이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무를 자르고 갈고 가공해 일종의 가구 같은 것을 만드는 일련의 일이 올해 참 도움이 많이 되었고, 더불어 집 정리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완전히 집중해서 무엇인가를 해 본 경험이 너무나 오랜만이라서 참 기뻤습니다.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작업을 포함한 생활 유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몸과 마음의 건강.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몰입해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느낀 제일 값진 작업의 순간을 떠올려보면 내용적인 측면보다는 그냥 시간이 잘 가서 집에 가기 싫어질 정도로 작업실을 떠나기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때인 것 같아요. 그때는 집중이 참 잘 됐던 것 같고, 또 그만큼 거의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순간이 다시 찾아와서 제 삶의 대부분을 채운다면 참 기쁠 것 같아요.

‹을지로 이탈리아 요리사›, 2021, 캔버스에 수채, 193 x 112cm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제 경우에는 운 좋게 대학원에 들어가 작업하는 동료를 주변에 두고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털어놓기도 하고 기쁜 마음도 공유했어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요. 그렇게 배우는 시간 안에서는 헛된 시간을 보내는 것만은 아닐 수 있겠다는 위로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런 환경을 찾고 자기를 그 안에 속하게 만들어 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 활동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꿈이 생기고 그것을 좋아하는 일로 여기게 되어 시작했지만, 점점 그런 마음을 잃는 것은 아주 슬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슬픈 마음은 생각보다 골치가 아팠습니다. 왜인지 몰라도 목표가 원대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고, 작업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일도 적었습니다. 돈도 없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가 하는 일에 회의감이 들곤 했어요. 그래서 슬픈 마음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 작업을 지속하는 데에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기 전부터 벌써 하루를 망쳤다는 느낌이 드는 날도 있는데요. 그런 날은 일어나기만 해도 기쁜 마음이 들도록 연습하고 자신을 잘 타일러보곤 해요. 그리고 사실 저도 노하우와 팁을 공유받고 싶습니다.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할 수 있는 걸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아마 그리 많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웃긴 걸 잘 만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꿈입니다.

‹거리의 사물들 시리즈 no.7›, 2021, 종이에 수채, 19.3 x 26.8cm
‹거리의 사물들 시리즈 no.8›, 2021, 종이에 수채, 19.3 x 26.8cm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것인데, 힘들겠죠. 미래 모습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나약하고 못된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런 마음이 조금씩 괜찮아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Artist

박노완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에서 석사를 수료했다. 수채 물감을 주재료로 회화 작업을 한다. 아라비아고무를 섞어 수채 물감 특유의 얇은 발림 대신 밀도감이 강하고 마티에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독창적인 채색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바르고 긁어내고 문지르는 등 붓 이외에도 다양한 도구로 표면을 다루며 이미지의 형상보다는 이미지가 가진 감각적 느낌을 최대한 표현한다. 평범한 대상에 내재한 독특한 감성을 찾아내는 작가 특유의 시선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오브제나 인물 등에 잠재한 유머러스한 감성을 끄집어낸다. 개인전으로 «사람 얼룩»(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1), «싱거운 제스처들»(공간 가변크기, 2018)을 열었고, «SOLO SHOW : 신∙세계 백∙화점(新∙世界 百∙畵店)»(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2021), «You never saw it»(갤러리기체, 2021), «박노완-전현선»(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0), «가볍고 투명한 : Light and crystalline»(원앤제이 갤러리, 2020), «더더더! : MMMore!»(갤러리SP, 2019), «IVY ROOM»(어쩌다 갤러리2, 2019)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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