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ual Portfolio

창작도 사치가 될 수 있을까

Writer: NAI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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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NAIYC의 창업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브는 자유롭고 긴 창작 생활을 꿈꿉니다. 시드니에 거주하는 그는, 거리를 걷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노트북과 연필을 꺼내 스케치합니다. 이를 고향인 태국으로 보내면 그의 어머니가 옷 위에 자수를 한땀 한땀 놓아 NAIYC의 옷이 탄생하죠. 그래서 대량 생산이 어렵고, 똑같은 디자인은 다시 만들지 못해요. 비록 수입이 많지 않아도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추며 오래오래 창작하고 싶다는 이브. 삐뚤빼뚤 불완전한 모습도 귀하게 여기는 NAIYC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웨어러블 아트 피스 브랜드 NAIYC를 이끄는 Pornpavee Baker입니다. 편하게 ‘이브Eve’라고 불러주세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회사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창의력을 발휘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꼭 맞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이 재미없어지더라고요. 제가 맡은 클라이언트들은, 소위 말해 ‘팔리는 디자인’을 요구했거든요. 나중엔 작업 과정도, 결과물도 비슷비슷해졌어요. 그래서 수익보다는 창작의 재미와 행복을 되찾고 싶어 NAIYC를 론칭하게 되었습니다.

Got you trapped crop top featuring hand-embroidery details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따로 작업실을 구하지 않았어요. 노트북과 연필만 있다면, 어디든 작업실로 삼고 있죠. (웃음) 덕분에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하루에 족히 10시간씩 그림을 그렸거든요. 그만큼 작업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부자가 되는 것보다,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하고 싶은 게 저의 목표랍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내 삶의 모든 부분이 다 영감 덩어리랍니다. 창작자는 오직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창작하는 건 예술이 아니죠.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을 다뤄야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지 않으면 약간 속임수를 부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Girlfriend tank top, 2021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우선 간략하게 스케치를 해둬요. 이후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한 단계씩 발전시켜나가죠. 아이디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이를 그림이나 손 자수로 구체화하는 게 NAIYC의 작업 방식입니다.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최근 작업 중에선 ‹Decision Making Process›, ‹Growing Up Fantasies›, ‹Why I Can Never Get Anything Done›을 소개하고 싶어요. 이 세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성장’,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주제예요. 제 작업의 주된 테마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Archive from our Childish collection

Archive from our Fantasy collection

Archive from our NAIVE collection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저만의 해석을 담아내고 싶어요. NAIYC의 작업 대부분은 일상생활에서 저를 괴롭히는 문제들에 대한 관점을 풀어낸 것인데요. 해당 문제에 대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싶어요.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불만족하는 부분이 없다는 게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아닐까요. (웃음) 다른 아티스트는 모르겠지만, 저는 제 작품을 모두 사랑하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고, 그 사실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다고 봐요. 무엇보다 제 작품이 지닌 불완전한 매력을 잃고 싶지 않아요. 모든 사람에게 있는 불완전함이 예술적인 차별성을 만들어낸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물론 컴퓨터로 마감이 깔끔한 작업도 충분히 가능하죠. 하지만 사람이 직접 손을 움직이며 고민한 흔적을 담아내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NAIYC의 옷을 손에 쥐는 사람이 제 감정을 온전히 느끼길 바라요.

Brilliant, Irresistible, Thoughtful, Charming, and Hot crop top (좌)

Hand-embroidered photo from our first collection (우)

Brilliant, Irresistible, Thoughtful, Charming, and Hot crop top (상)

Hand-embroidered photo from our first collection (하)

our one-of-a-kind hand-embroidery bucket hat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려 하고, 체력 관리에 신경 써요. 그래서 시간이 나면 하이킹을 떠나기도 하고, 운동도 꼬박꼬박하려고 노력하죠. (최근에는 테니스를 시작했답니다!). 주변 사람들과도 시간을 자주 보내려 합니다. 쉬는 날이면 남자친구와 약속을 잡고,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러 나갑니다. 어머니와는 일을 같이하기에 항상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하죠.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더 많은 음악을 듣고, 더 많은 영화를 보려 해요. 다른 형태의 대중문화에서도 영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뜨개질과 제빵을 즐기는 할머니들도 관심 대상 중 하나입니다. 그분들의 행동부터 철학까지, 모두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Sydney, 2022, edited by me

My passion is in food tank top, 2022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동시대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태도가 작업에 드러나는 것 같아요. 언뜻 보기엔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천진난만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심오한 주제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답니다.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애초에 슬럼프가 오지 않도록 노력해요.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도록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 하죠. 그래서 작업을 아웃소싱하지 않고 직접 관리합니다. 제가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을 지키며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적절히 시간을 분배하죠. 그래서인지 NAICY가 거대한 브랜드로 성장하는 건 어려울 것 같기도 해요. (웃음) 오래오래 일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작업이 몰려와도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지키기 위해 포기할 때가 많아요.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저만의 노력이죠. 이게 진정한 사치 아닐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