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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이 단단한 창작자

Writer: 박민하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박민하 작가의 작업을 보면 ‘기하학적인 환상’이란 표현이 생각납니다. 분명 틀과 형태가 명확하고 요소 간의 긴장과 균형이 보이는데 묘하게 감성적으로 빠져드는 매력이 있어요. 이런 면에는 그의 태도가 큰 역할을 하는 듯해요. 완벽한 계산의 산물로 보이는 그림은 사실 실수나 오류를 너그럽게 포용하고 있습니다. 단단한 내면을 구축해 언제나 여유로운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그의 말이 떠오르죠. 운전하며 산책할 때 아이디어와 풍경이 중첩되는 찰나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말도 독특합니다. 작품만큼 태도도 매력적인 박민하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서울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페인터 박민하입니다. 반갑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악기를 연주했어요. 멋진 연주자가 되는 게 어릴 적 꿈이었는데요. 작은 체구 때문에 또래 친구들만큼 소리를 커다랗게 내는 게 어려웠어요. 한창 사춘기 때는 작곡가가 쓴 의도로 악보를 해석하는 게 능력 밖이라고 생각하게 됐고요. 악보를 읽거나, 클라이언트가 있는 작업이 아니라 오롯이 홀로 창의적인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Drive›, 2022, Acrylic, spray paint, oil, wax and MIRAVAL® on canvas, 180x200cm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최근에는 운전하며 마주하는 서울의 풍경에 관해 많이 생각해요. 말이 운전이지 저에게는 산책과 같아요. 산책하다 보면 정처 없이 맴도는 생각과 감정이 특정한 순간에 어떤 풍경과 겹치며 자리를 찾을 때가 있어요. 그런 찰나에서 가장 큰 영감을 얻습니다.

‹Enter Namsan (midnight)›, 2022, Acrylic, spray paint, oil, wax and MIRAVAL® on canvas, 180x200cm
‹Enter Namsan (dawn)›, 2022, Acrylic, spray paint, oil, wax and MIRAVAL® on canvas, 180x200cm
‹Exit Namsan (light)›, 2022, Acrylic, spray paint, oil, wax and MIRAVAL® on canvas, 180x200cm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꽤 고리타분해요.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어떤 색 하나를 캔버스 전체에 칠하고 특정 풍경에서 따온 다른 색을 여러 차례 캔버스 위에 겹칩니다. 최근에는 튜브형 물감보다 점점 고순도의 피그먼트로 물감을 직접 만들어 쓰는 게 합리적이고 만족도가 높습니다. 쓸데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이게 좀 다른 맛이 나요. 요리처럼요. 5~10개 이상의 캔버스를 늘어놓고 동시에 작업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색 위에 다른 색을 쌓으려면 기다림이 꽤 필요해요. 그 시간에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낮잠을 자기도 합니다.

‹Samgakji Night Drive›, 2020, Oil and wax on canvas, 91×45.5cm

작가님의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그동안 빛이 피부나 점막에 닿아 그 형상을 드러내거나, 날씨를 통해 어떤 특정 상태가 가시화되는 순간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운전 중 마주하는 헤드라이트나 섬광, 여기저기서 빛나는 간판이나 네온사인 같은 도시 풍경을 그리고 있어요. 가장 최근에는 과거와 예측된 미래를 연결하는 구조의 터널을 현재에 대한 개념을 인식하게 만드는 제의적 공간으로 삼고 회화적 언어로 중첩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경계를 보고 해석하는 방법입니다. 관계의 모습을 돌아보고 가다듬게 돼요.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바빠야 할 때와 바쁘지 않아도 될 때가 극단적으로 달라요. 전자의 경우, 며칠에 한 번꼴로 머리 감고 옷 갈아입을 때만 집에 들어가요. 작업실에서 나오지도 않고요. 바로 앞 편의점도 가지 않을 때도 있어요. 이럴 때는 자아가 사라지고 작업을 수행하는 몸만 남은 것 같아 될 수 있는 한 누구도 만나지 않으려 합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도 최대한 누군가를 마주치지 않는 시간에만 움직여요. 후자는 친구들에게 생존 신고도 하고, 궁금했던 여행지, 음식점과 쇼핑, 전시를 찾아가거나, 게임을 어깨가 아플 때까지 하는 등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노는 데 집중하는 편입니다.

Min-ha-Park_Blinker-

‹Blinker (a)›, 2022, Acrylic, spray paint and oil on canvas, 91×45.5cm
‹Blinker (b)›, 2022, Acrylic, spray paint and oil on canvas, 91×45.5cm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살아온 나이만큼 더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그 시간을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자극적이지 않은 것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건강한 마음가짐과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관계를 만들면서 재미는 놓치지 않는, 그런 어려운 것이요.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제 작업은 언뜻 보면 완벽히 계산한 것처럼 보이지만, 물감이 튀거나 흐른 자국을 의도적으로 남겨놓기도 해요. 우연히 캔버스에 담긴 시간의 흔적을 그냥 두기도 하고요. 어쩔 땐 실수나 오류를 포용하는 것이 상황을 더 잘 컨트롤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Shadows in Traffic›, 2022, Acrylic, spray paint, oil, wax and MIRAVAL® on canvas, 180x 140cm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많이 자고, 산책합니다. 아, 산책에는 운전도 포함돼요. (웃음)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쓸 수 있는 몸과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갑자기 엄청나게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도대체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하는 건지 매일 고민 중입니다.

08-Min-ha-Park_Nimbus-(early)_158x140cm_2021

‹Nimbus (early)›, 2021, Acrylic, spray paint, oil, wax and MIRAVAL® on canvas, 158x140cm
‹Nimbus (late)›, 2021, Acrylic, spray paint, oil, wax and MIRAVAL® on canvas, 158x140cm

‹Nimbus (early)›, 2021, Acrylic, spray paint, oil, wax and MIRAVAL® on canvas, 158x140cm
‹Nimbus (late)›, 2021, Acrylic, spray paint, oil, wax and MIRAVAL® on canvas, 158x140cm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확고한 문화가 있어야 해요. 이 문화는 꼭 특별하거나 유별난 것이 아닌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랜 시간 습득해 일반적인 경지를 뛰어넘는 컬처는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여유로워 보이려고 노력해요. 내면이 단단한 창작자일수록 안에서 어떤 소용돌이가 치는 것과는 별개로 다른 사람에게는 여유로워 보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미치광이 아티스트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정말 극소수잖아요. 안 보이는 곳에서는 일개미처럼 일하지만, 베짱이처럼 보이는 거, 쉽게 한 것처럼 보이는 것, 그게 진짜 능력이죠.

‹kṣaṇa 0.01 – 0.08›, 2021, Acrylic, spray paint, oil, wax and MIRAVAL® on canvas, 200x50cm each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려면 체력이 중요해요. 잘 먹고, 잘 쉬고, 잘 회복해야 합니다. 자기가 어떤 패턴으로 작업하는 사람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죠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작가들에게 인정받으며 꾸준하고 거침없는 할머니 페인터.

Artist

박민하는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학부를, 예일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서울에서 활동한다. «Tunnels»(2022, 휘슬, 서울), «Lit»(2021, 공간 형, 서울), «Peculiar Weather; 은빛 공기»(2020, 휘슬, 서울), «Sun Gone»(2019,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Night Swimming»(2016, 스키범 맥아더 갤러리, 로스앤젤레스) 등 여러 개인전을 열었고, «살 돌 기름»(2022, 웨스, 서울), «빈틈없는 덩어리»(2022, 일우스페이스, 서울), «22nd WHITE NOISE : PIGEON 피죤»(2020, WHITE NOISE, 서울), «It’s snowing in LA»(2018, AA l LA 갤러리, 로스앤젤레스), «오늘의 살롱»(2014, 커먼센터, 서울) 등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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