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Visual Portfolio

일상 속 물건들의 변신은 무궁무진

Writer: 머지MERGE
merge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머지는 일상의 익숙한 재료를 활용해 익숙하지 않은 것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대표작은 바로 머그컵인데요. 우리가 상상하는 유리, 플라스틱, 도자기가 아니라 폭신폭신한 패브릭으로 만들었어요. 퇴사 후 구입한 재봉틀로 우연찮게 만들었는데 주변의 반응이 열렬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비록 음료를 담진 못하지만, 작가의 머그컵은 수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어요. 연필꽂이부터 메시지를 적은 종이를 핀으로 고정하는 알림판, 각종 소품을 모아두는 스토리지 역할까지 사용자의 니즈에 따라 그 한계가 없답니다. 머지의 패브릭 머그컵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자세히 확인하세요!

‹버블 머그›를 만들게 된 계기와 작업의 콘셉트를 여쭤봐도 될까요?

개인적으로 여러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묘한 분위기를 만드는 꼴라주 아트웍을 좋아하는데요, 비슷한 방식으로 2017년 겨울 즈음 친구 두 명과 함께 옷을 리폼하자며 재봉틀을 가진 친구 집에 모여 자투리 천으로 청재킷을 리폼하고 패브릭 포스터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거웠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고, 2020년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면서 취미로 재봉틀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의 도움과 유튜브를 통해 기본기를 터득하며 어설프지만 자유롭게 제가 갖고 싶은 디자인의 파우치, 러그 등 이것저것 만들며 지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 매일 밤 잠들기 전 내일은 뭘 만들지 상상했는데, 그러다 막연히 컵을 만들어볼까 생각이 들었어요. 일상적으로 컵에 사용하는 재질이 아니라 패브릭으로 컵을 만들면 컵의 형태는 지니면서도 정작 컵의 역할을 다 하진 못하는 그런 재밌고 귀여운 아이템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패브릭 컵을 만들어 주변에 보여줬더니 ‘이런 생각은 어떻게 했냐’, ‘귀엽고 갖고 싶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이를 제품화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하며 피드백을 받고 스스로 세우는 방법은 없을까, 밖으로 나온 솔기를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원단이 적합할까 등 제품화를 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하며 여러 개의 실패작을 만들었던 기간만 5-6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merge

작업에서 재미있는 점, 주목할 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물건을 정해진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서 ‘이렇게 쓰는 것도 괜찮네!’ 발견했을 때 짜릿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업물의 다양한 활용법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컵의 용도를 다하진 못하더라도 어찌 됐든 ‘컵’이기에 컵 건조대에 걸어서 연출하기도 하고, 화병을 넣어두기도 하고, 메시지를 적은 종이를 핀과 함께 꽂아두기도 해요! 실제로 구매하시는 분들도 어떤 용도로 쓸지 많이 고민하시더라고요. 더불어 제품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가는 행위나 모습 자체가 공간 속에서 초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저희 제품을 곁에 두고 자주 보면서 버블 머그를 연필꽂이의 용도 외에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하고 즐기다가 제품의 또 다른, 새로운 용도를 발견할 때의 그 짜릿함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어떻게 쓰지?’라는 고민이 또 다른 영감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merge
merge

머그잔의 형태를 고수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사실 머그잔 형태를 고수하고 있는 건 아니랍니다. 다양한 재료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제작하려고 늘 고민하고 있어요. 다만 한꺼번에 많은 분이 머지를 너무 사랑해주신 덕분에 지금은 잠깐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여유가 없어졌을 뿐이죠!

머지의 아이템을 재밌게 활용하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공유해주세요.

핀을 이용해도 좋지만, 단추를 부착하면 무언가를 달 수 있어요! 또, 문고리에 무심하게 툭 걸어두면 인테리어 아이템이 되고요. 그 상태에서 메시지를 꽂아둘 수도 있죠. 손잡이가 없는 유리컵을 담는 컵 홀더로 사용하셔도 됩니다. 본인 취향대로 제품에 직접 자수를 놓아서 자신만의 아이템을 만든 분도 계셨어요. 저는 제품을 제작할 때 쓰는 시침핀을 꽂을 때도 사용한답니다.

merge

계절에 따른 프린팅, 소재의 다양성, 크기의 변화 등을 보면 머지의 미래가 무궁무진하게 느껴지는데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새로운 방향이 있으신가요?

컵 형태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자주 쓰는 물건의 소재를 바꾸어 또 다른 재미난 아이템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번에 ‘수집미학’이라는 브랜드와 협업해 가방이지만 가방이 아닌 가방을 제작했는데요. 가방의 형태를 가지면서도 펼쳐서 벽에 걸고 무언가를 수집하는 월 포켓이기도 한 제품이었죠. 이처럼 물건에 또 다른 용도를 더하거나, 원래의 용도를 지니지만 일반적인 형태를 벗어난 제품들을 많이 만들어보고 싶어요.

머지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정말 많은 분께 꾸준히 응원 메시지를 받고 있어요. 일면식도 없지만, 제 건강도 걱정해주시고, 오래오래 해달라며 머지는 구경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등 이렇게 섬세하고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분들이 꽤 많아서 감동입니다. 많은 분이 애정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힘이 나서 더 열심히 하고 싶더라고요. 제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가끔 DM으로 ‘머지의 어떤 부분이 좋다’, ‘이 부분의 느낌이 예쁘다’라는 말씀을 해주실 때마다 마치 제 옆에서 ‘좋아. 잘하고 있어. 그렇게 계속하면 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 응원과 격려 덕분에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고 자신감이 생겨요. 그 밖에도 댓글로 ‘머며들었다’, ‘머켓팅’처럼 재미있는 말을 만들어주시는 분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단 한 분도 잊고 싶지 않아요!

merge
merge
merge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지니는 태도와 관점이 궁금합니다.

“우리는 일상의 익숙한 재료들을 활용하여 익숙하지 않은 것을 만들어내는 실험을 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오브제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변화 시켜 나갑니다.” 머지가 어떤 브랜드인지 정의한 문구입니다. 조금 거창하지만 이게 머지의 정체성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이를 지키기 위해 많이 보고 들으며 자유롭게 상상하고 편견을 버리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안 될 것 같아도 일단 한번 시도해보려는 그 행동 자체가 또 다른 아이디어를 불러올 때가 있으니까요.

merge

창작할 때 가장 기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구현이 가능할 때 가장 짜릿합니다. 그리고 그 작업이 완벽하게 제 마음에 들고 사람들에게 사랑까지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죠!

창작자로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지금껏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해오면서 대부분 제 작업물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고, 제가 한 디자인이 저에게만 괜찮은 건 아닌지 의구심과 불안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창작을 통해 상업활동을 하려고 처음 머지를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무수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제가 세상 모든 사람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순 없다는 거였죠. 그래서 처음부터 너무 애쓰지 말고, 그냥 제 취향대로 작업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가볍게 생각했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런 제 취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저를 찾아달라는 생각으로요. 회사를 벗어나 처음부터 끝까지 제 취향대로 마음껏 선보인 작업에 대해서 감사하게도 이렇게나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는 걸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지금은 전보다 자신을 좀 더 믿을 수 있게 되었어요. 앞으로 다른 일도 두려움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답니다.

merge
merge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필요한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잘하려는 마음보다는 자신을 조금 내려놓을 줄 아는 게 창작자에게 필요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 너무나 멋진 작품을 만들었는데 의미를 담지 못해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면, 가끔은 ‘그냥’이라는 말로 넘어가도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이 일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버티는 힘에 대해 말하기는 조금 머쓱하지만, 적어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조금 내려놓으면 앞으로가 편해지더라고요. 제가 그랬거든요!

Artist

Merge는 데페이즈망Dépaysement 기법에 영감을 받아 일상의 익숙한 재료들을 활용하여 익숙하지 않은 것을 만들어내는 실험들을 하고있다. 사람들에게 또 다른 영감을 가져다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며 작업중이다.

결과(4)
thumbnail_시바테이블_sibatable
Visual Portfolio
시바테이블
thumbnail_이슬로_YISLOW
Visual Portfolio
이슬로
thumbnail_박지은_Park Jieun
Visual Portfolio
박지은

Thank You for Subscription!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애티튜드»는 매주 금요일 아침 10시 1분, 창작자의 반짝이는 감각과 안목을 담은 소식을 메일함에 넣어드립니다.

결과(4)
thumbnail_시바테이블_sibatable
Visual Portfolio
시바테이블
thumbnail_이슬로_YISLOW
Visual Portfolio
이슬로
thumbnail_박지은_Park Jieun
Visual Portfolio
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