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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로 느낀 모든 것을 담은 뮤직비디오

Writer: 이래경
이래경, 뮤직비디오, 자우림, 뻬옹뻬옹, 아이유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비하인드더씬’이라는 독립 영상 프로덕션을 이끌고 있는 영상 감독 이래경을 만나봤습니다. 이래경 감독님은 아이유의 ‹팔레트›‹밤편지›와 자우림의 ‹있지› 뮤직비디오로 유명한데요. 그 밖에도 볼빨간사춘기, 태연, 잔나비 등 다양한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두루두루 제작하고 있습니다. 대중에게 직접 비평을 듣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의 고충부터 영상 제작자가 가진 윤리의식까지 이래경 감독님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아래에서 읽어보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한 장면으로 만들고 싶은 영상 감독 이래경입니다.

자우림의 새로운 뮤직비디오 ‹PÉON PÉON›을 작업하셨다고 들었어요.

자우림의 멤버인 김윤아 님의 고양이 ‘뻬옹이’를 의인화한 콜라주 뮤직비디오예요. 뻬옹이는 선천적인 병을 갖고 있지만, 약도 잘 먹고 엄마 서랍도 맹렬히 뒤지면서 노는 두 살배기 고양이랍니다. 저도 지금 고양이 두 마리와 5년 넘게 함께 살고 있는데요. 고양이 집사로서 느낀 모든 것을 영상에 담고 싶었어요. 고양이 모래, 모래 삽, 스크래쳐, 낚싯대 등 실제 집사 생활에 쓰이는 걸 될 수 있으면 스타일리시하게요.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화이트 호리존 스튜디오에서 반나절 정도 짧게 촬영했어요. 호리존 스튜디오는 바닥과 벽이 만나는 선을 둥글게 처리해서 조명을 비출 때 바닥과 벽의 경계선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요. 러닝 타임의 대부분이 스톡과 인서트 합성 컷으로 이루어진 콘티였기에, 모델 촬영의 비중이 그렇게 크진 않았어요. 드라마 형식으로 구성하는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는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데요. 이번 뮤직비디오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수십 개의 스톡을 대조해보고 이런저런 인서트를 끼워 맞춰보느라 그런 것 같아요.

제작할 때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였나요?

제가 머릿속에서 구상했던 장면이 99.9퍼센트 구현될 때 신명이 나죠!

이래경, 뮤직비디오, 자우림, 뻬옹뻬옹

이번 뮤직비디오를 구상할 때 어디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저와 함께 사는 두 마리의 고양이, 여섯 살 히치와 네 살 랄프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고양이 특유의 스트레칭 자세라든지, 잠잘 때의 모습 같은 외형적인 이미지 외에도, 걱정이나 편견 없이 삶을 대하는 고양이 특유의 관조적인 느낌까지요. 폭포 아래에서 명상하는 장면이나 노를 저으며 무지개다리 아래를 유영하는 장면이 여기에서 도출되었죠.

영상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노래 중간에 현란한 기타 리프가 나오는데요. 그 기타 음률에 맞춰 타이포그래피가 화면 위를 흐른답니다. 이건 자우림 멤버분들의 아이디어였어요. 이렇게 음률에 맞게 이미지를 쪼개 놓은 구간들이 여러 곳 있어요. 노래에 귀를 쫑긋 세우시고 이미지를 감상하면 더 재미있게 뮤직비디오를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그동안 뮤직비디오 위주로 작업을 하셨는데, 영화나 광고 같은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가요?

조감독으로 영상을 처음 배울 때 광고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광고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호흡이 긴 작업을 슬슬 도전해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에게도 여러 번 말했지만, 저는 영화 연출이 꿈이자 목표예요. 지금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건 제겐 일종의 수련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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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겪었던 특별한 경험이 궁금해요.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받거나 혹독한 피드백을 받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죠. 제 직업이 갖는 특수성이기도 하고요. 제 뮤직비디오를 보고 희망을 얻었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동시에 제 뮤직비디오 때문에 불쾌했다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모든 사람의 마음에 쏙 드는 건 불가능해요. 그렇다고 건강한 비판을 무시하는 건 좋지 않죠.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대중의 존재를 의식하면서도, 끌려다니지 않게 중심을 잘 잡는 연습을 프로젝트마다 하는 것 같아요.

요즘 스스로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스테레오타입이 있을까요?

예전에는 일을 굉장히 가려 가며 했어요. 프리 프로덕션부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저 혼자 진행하기 때문에 다작이 불가능하거든요. 한 달에 두 편 정도가 제 에너지를 최대한 쓸 수 있는 작업양이에요. 다작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해서 일을 엄청 골라서 했죠.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면서요.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웃음) 이런 저를 보고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네 인생 중 지금이 제일 반짝이는 걸 만들 수 있는 때인데, 너무 건방진 거 아니니? 젊고 기운이 있을 때 최대한 세상에 많이 남겨 놓으렴.” 그 후에는 웬만한 건 일단 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무슨 걱정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이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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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작업이 기대는 이 시대의 스테레오타입, 작가님의 작업을 유효하게 만드는 이 시대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작업을 하면서 제가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소수의 트리거를 당기지 않는 거예요. 저희는 지금 예민한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혹자는 요즘 세상이 무서워서 뭔 말을 못 하겠다고 하는데요. 그런 식으로 무서워서 하지 못할 말이라면 애초에 안 하는 게 맞다고 봐요. 그리고 또 하나, 생명보다 소중한 촬영은 없어요. 사극에는 말을 타고 달리다 넘어지는 장면이 꼭 필요할 수도 있죠. 하지만 나무에 줄을 묶어서 달리는 말을 걸려 넘어지게 해 죽여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연출자는 이런 걸 고민해야 해요. 저도 동물 촬영을 왕왕해요. 사슴, 개, 닭, 햄스터 등 다양한 개체를 카메라 앞에 세웠죠. 대신 동물 촬영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않고, 반려인의 보호하에 진행한다는 나름의 기준이 있어요. 그렇다고 해도 동물의 동의를 얻은 건 아니니까 사실 마음이 불편하죠. 이런 마음을 스스로 모른 척하면 안돼요. 예민한 시대에서 시류를 잘 읽으며 작업을 하려면 스스로 더 예민해져야 해요. 게으르고 안일한 작업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 이 시대 자체가 저에겐 또 다른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네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아무래도 다수의 인정과 체력이겠죠. 저처럼 무엇인가를 세상에 꾸준히 쏟아내는 창작자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먹고살 수밖에 없어요. ‘이번 촬영 정말 너무 힘들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가 이 고생을 하는 거지?’ 하다가도 관객의 박수 소리 하나에 다음 작품까지 멱살 잡고 넘어가게 돼요. 그렇다고 대중의 관심이 전부는 아니에요. 그 원동력을 받아낼 체력이 필요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다음 작업도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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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이래경은 독립 프로덕션 ‘비하인드더씬’을 운영하는 영상 감독이다. 서울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btsfilm.net

@itchc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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