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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에서 질서를 찾는 법

Writer: 최경주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최경주 작가는 다양한 장르, 작가, 브랜드와 협업하는 프린트 레이블 ‘아티스트 프루프Artist Proof’의 창업자, 그리고 개인 작업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작업에는 작가의 삶과 태도, 행동, 심리 상태가 깊게 투영되어 있습니다. 라이브의 흔적이 곳곳에 뒤섞인 혼란스러운 공간에서 질서를 찾고,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유지하며, 서사가 쌓인 이미지를 생산합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외부로 향하는 신경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죠. 마치 시인처럼 읊조리며 자신의 지혜를 나눠주는 최경주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저는 일상 속 작은 사건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다층적인 내면 구조를 레이어의 중첩에 정제된 기호를 포개어 표현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 프루프Artist Proof’는 작가 최경주가 2014년 론칭한 프린팅 레이블로 다양한 장르, 작가, 브랜드와 협업 중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순수 미술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전공과 관련 없는 해외 영업 파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는 미술을 해야 하는구나’ 깨닫게 되었죠. 그래서 다시 판화 전공으로 학교로 돌아와 제가 하고 싶은 일로 삶을 영위하는 방식을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획 단체전 «take me home», 플랫폼 엘, 2019, 전시 전경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중구 명동에서 작업실과 쇼룸을 운영하다가 지난 5월 연희동으로 이사했습니다. 지금은 오프라인 쇼룸을 온라인숍으로 바꾸고, 생활 공간과 작업실을 합친 상태입니다. 두 마리의 고양이, 줄리앙과 아리와도 더 친밀하게 지낼 수 있고, 문을 열면 작업실로 바로 이어지는 지금 공간이 만족스러워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이모저모에서 영감을 얻는다’라고 생각하기보다, 매일 맞닿는 것이 어느 날 문득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어요. 아마 심경의 변화가 왔나보다 생각하며, 복기하고 이내 깨닫습니다. 미지의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저 자신이 투영되어 있다고 느껴요.

개인전 «점점이 비치는 붉음», 팩토리 2, 2022, 전시 전경

개인전 «점점이 비치는 붉음», 팩토리 2, 2022, 전시 전경

작가님의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지난 9월 팩토리2에서 개인전 «점점이 비치는 붉음»을 열었어요. 이 당시의 붉음은 빛바랜 붉은 색으로, 넘쳐흐를 때는 스쳐 지나가던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달리 보이는 찰나를 기록한 전시였습니다. 해당 전시를 준비하면서 또 한 챕터가 지나가는 걸 느꼈고, 전보다 평온해졌어요.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있는 것 같아요. 단지 유기적인 형태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걸 놓치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건 개인의 몫인 것 같습니다. 녹록지 않지만, 작업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해요.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만족 그리고 불만족하는 부분은 딱히 없어요. 아쉬움으로 다음을 생각하는 편입니다. 삶과 상황에 대해서요.

mmlg x Artist prood 협업, 2021

mmlg x Artist prood 협업, 2021

mmlg x Artist prood 협업, 2021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생활공간과 작업실이 붙어있어서 이 안에서 혼자 바빠요. 저만의 루틴을 만들어 최대한 실행하려고 노력합니다. 아티스트 프루프의 작업과 개인 작업 사이의 밸런스는 잠을 자는 시간 이외엔 항상 머리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어요. 균형은 모든 면에서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 경제적인 부분, 작업의 질량과 직결하는 부분이라 일상에서 루틴을 계속 유지해야 해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선택과 집중, 지속성, 건강, 돈.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연출이 아닌 라이브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작업을 할수록 물감으로 뒤덮이는 작업대와 바닥, 물감 냄새, 흩어진 드로잉 종이, 빈 물감통으로 채워진 쓰레기통, 실험을 위해 쌓여있는 재료 등 작업실이 그렇고요. 생활공간 또한 다른 공예와 디자이너의 물건, 책, 그림, 고양이 털, 실험작, 완성작…다음에 대한 드로잉, 계획과 풀리지 않는 작업의 흔적, 먹다 남은 빵과 사과,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쓰다 보니 뒤섞여 있네요. 카오스에서 저다운 질서를 찾는 게 삶을 대하는 제 태도인 것 같습니다.

«오늘의 날씨 공공미술 프로젝트», 기획: 홍보라, 최경주 + 윤라희 (일기도), ‹일기도›, 2021 완공, 사진: 정멜멜, 야외 설치 전경

«오늘의 날씨 공공미술 프로젝트», 기획: 홍보라, 최경주 + 윤라희 (일기도), ‹일기도›, 2021 완공, 사진: 정멜멜, 야외 설치 전경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신에게 기도하고, 일기를 쓰고, 유튜브를 보면서 생각을 느긋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슬럼프의 시기는 아티스트 프루프와 개인 작업을 할 때가 달라요. 개인 작업이 잘될 때는 아티스트 프루프가 슬럼프를 겪고, 아티스트 프루프가 잘될 때는 개인 작업이 슬럼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땐 잘 되는 쪽으로 집중합니다.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체중이 급감했습니다. 계속 빠지니 어느 순간 무서워졌어요. 건강에 관해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검진 결과는 괜찮게 나왔지만, 건강을 유지하는 일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영양가 있는 식단을 거르지 않고, 운동으로 몸을 챙기려고요.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게 저의 화두입니다. 그다음은 경제적인 부분이에요. 아티스트 프루프를 통해 개인 작업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요. 그런 개인 작업에서 파생한 이미지로 견고한 스토리텔링이 깃든 아티스트 프루프 상품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 선순환을 어떻게 잘 지속할 수 있을지, 이 화두 또한 매우 현실적인 고민이에요. 태도와 꿈에 대해서요.

socksappeal x Artist Proof 협업, 2020

socksappeal x Artist Proof 협업, 2020

socksappeal x Artist Proof 협업, 2020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스토리텔링을 지닌 이미지는 가볍지 않은 것 같아요. 기본도 물론 중요하고, 자신의 이야기가 있는 이미지를 이어가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이런 이미지가 쌓이면 하나의 맥락을 이루는 기록이 되죠.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기본에 충실하면서, 가끔 외부로 향하는 눈과 귀를 닫고 온전히 자신한테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밴드 ‘만동’ 2집 ‹Big Sun› 바이닐 아트웍, 디자인: 일상의 실천, 사진: 김진솔, 2022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제 작업이 뮤지엄에 소장됐으면 좋겠다고 반농담으로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아티스트 프루프가 많은 사람의 생활 속 깊은 부분을 차지하고, 세대를 이어 오래오래 사용되고, 그 오리지널리티가 뮤지엄에서 오래오래 보이길 꿈꿉니다.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대로 건강히 행복하게 이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획 단체전 «take me home», 플랫폼 엘, 2019,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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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는 일상 속 작은 사건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다층적인 내면 구조를 중첩한 레이어에 정제된 기호를 포개어 표현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가 2014년 론칭한 프린팅 레이블 ‘아티스트 프루프Artist Proof’는 다양한 장르, 작가, 브랜드와 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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