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Visual Portfolio

어르신들이 주고 받는 지혜의 메시지를 비디오로 옮기면

Writer: 김영선
지혜의 메시지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2021년 타이포잔치에는 많은 작업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특히 백남준의 작업에서 봄직한 오래된 브라운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비디오 레터링 작업도 빼놓을 수 없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선의 ‹지혜의 메시지›인데요. 작가는 기념일, 명절 등 가족끼리 주고받는 ‘어르신 짤’을 소재로 삼았어요. 가족의 행복을 비는 정성스러운 메시지를 비디오 레터링으로 풀어낸 거죠. 윗세대 아랫세대를 이어주는 축복의 문구를 아티클에서 더욱더 자세히 살펴보세요!

‘타이포잔치 2021 : 국제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거북이와 두루미› 전시에 출품한 작업인 ‹지혜의 메시지›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작업의 기획 의도는 어찌 되나요?

제가 참여한 ‘참 좋은 아침’ 섹션의 기획 의도를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기념일, 명절, 생일 등 특정한 날에 가족끼리 주고받는 ‘어르신 짤’을 소재로 가족의 행복을 비는 정성스러운 마음과 유전자를 공유하는 구성원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에 대해 글꼴 디자이너와 사진가가 ‘안녕의 인사’를 구성하는 두 축인 텍스트와 이미지를 사용하여 작가들이 받아본 메시지를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명절 아침 차례상을 떠올리는 병풍과 차례상 위에 빈티지 TV를 올려놓은 후 작가들이 재해석한 인터넷 메시지를 TV로 송출해 관람자가 감상하는 방식으로 구현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아무리 슬퍼도 오늘은 가고 내일은 온다’, ‘우리는 삶이란 연극의 주인공’ 등의 지혜의 메시지를 각 특징에 맞게 레터링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작업하신 텍스트는 모두 어르신이 젊은 세대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지혜의 메시지인데요. 이를 수집한 방법이 궁금합니다.

‘어르신 짤’을 만들고 즐기는 세대는 젊은 세대의 줄임말이 어색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편지가 더 익숙했기에 문학을 사랑하던 분들입니다. 그래서 음절의 반복이나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말장난을 즐기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들의 밈을 구성하는 내용은 주로 요일별 응원, 절기 알림의 역할, 희망을 전하거나 염려를 담은 메시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그 세대 어르신들의 소셜 미디어 프로필 속 메시지와 주로 사용하는 이미지, 또 저를 염려하며 공유하시는 글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했고, 그중 젊은 세대를 향해 던지는 인생에 대한 조언과 응원의 글귀를 몇 가지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타이포잔치

지혜의 메시지› 타이포잔치 2021: 국제타이포그라피 비엔날레 © 김영선

지혜의 메시지› 타이포잔치 2021: 국제타이포그라피 비엔날레 © 김영선

이번 작업을 ‘비디오 레터링’이라 정의하셨는데요. 비디오라는 매체를 선택한 이유와 그와 관련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르신 짤’ 이미지를 생성할 때 사용하는 프레젠테이션의 애니메이션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해 보았습니다. 게다가 차례상을 연상시키는 단상 위에 놓인 빈티지 TV 화면으로 작업이 보이기 때문에 좀 더 효과적으로 매체를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빈티지 TV의 특성상 얇은 표현이 브라운관에서 구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드한 형태의 레터링을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시각 보정에 신경을 많이 쏟았습니다. 어르신 짤로 사용하는 고색창연한 이미지 중 자주 발견되는 시각적인 특징 중 하나가 무지개색이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분들은 장식적인 표현 방식으로 사용하고 계시지만, 저희 세대에게 무지개색이란 사실 LGBT+의 상징색으로 인식되곤 하죠. 지혜의 메시지중 ‘미워말라, 사랑하라’의 경우, 무지개색의 순서가 차례대로 카드섹션처럼 바뀌는 애니메이션을 적용했는데요. 이건 어르신들이 젊은 세대를 향한 조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젊은 세대들이 어르신을 향해 송출하는 메시지로도 이해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인지 관람객들의 다양한 반응이 제일 기대되는 레터링 작업이기도 했답니다. ‘아무리 슬퍼도 오늘은 가고 내일은 온다’는 어르신 세대와 젊은 세대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메시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슬프다’라는 단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액체의 질감을 상정했죠. ‘우리는 삶이라는 연극의 주인공’에는 무대의 커튼이 열리고 단어 하나하나가 정말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활용했답니다.

지혜의 메시지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지니는 태도나 관점이 궁금합니다.

늘 고민하고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요. 디자이너는 늘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결과물의 방향을 더 뾰족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훌륭한 표현 방식과 시각적인 콘셉트를 활용해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과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혹여나 서로 오해하거나 다른 그림을 그리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하죠. 촘촘히 과정을 확인하고 조율하는 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자로서 기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클라이언트가 만족하고, 또한 스스로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인 것 같아요.

지혜의 메시지

한국에서 창작자로 살아남기란 참 힘든데요. 이런 어려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외국에서 디자이너로 일해본 적이 없기에 비교군이 없어서 피부에 와닿는 경우는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우리나라에는 정말 재능 있고 잘하는 디자이너가 너무 많아서 늘 놀라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업계에서 디자이너의 연봉과 프로젝트 비용을 너무 낮게 책정하지 않나 고민을 늘 한답니다.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는 게 저의 주 수입원이었을 때는 가끔 클라이언트가 작업 비용 산정의 근거로 수년 전의 단가표를 기준으로 이야기하거나, 디자이너 개인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품목에 따라 가격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디자인 외주 플랫폼 금액을 기준으로 제시하는 경우를 많이 겪었답니다. 경력에 비해 낮은 단가로 작업한 사례를 자주 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얼마를 받고 일해야 하는 거지?’라는 고민은 저와 비슷한 연차의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늘 화두가 되죠. 저도 그러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고요. 다양한 연차의 디자이너들이 만족할 만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할 기회가 있기를 희망합니다. 더불어 업계 모두가 이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필요한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즐거움인 것 같아요. 작업하면서 여전히 재미를 느끼고 또 만족하는지, 또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고, 작업에 착수할 때 설레는 기분이 드는지 말이죠. 개인 시간을 쪼개 일하느라 늘 바쁘고 가끔 디자이너가 아닌 나 자신은 어디에 있나 생각이 요즘 들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즐겁기 때문에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혜의 메시지

Artist

김영선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디자이너이다. 인쇄 매체 디자인, 브랜딩, 레터링,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있다. 주로 흥미로운 형태의 글자를 도구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접목해 작업한다. ‹전주국제영화제 100 Films 100 Posters›, ‹대강포스터제›,‹뷀트포메트코리아›, ‹“THEN TO NOW”Gate way›,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결과(4)

Thank You for Subscription!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애티튜드»는 매주 금요일 아침 10시 1분, 창작자의 반짝이는 감각과 안목을 담은 소식을 메일함에 넣어드립니다.

결과(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