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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뼈있는 농담 반, 진담 반

Writer: 장종완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장종완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면 낯설지만 마치 어딘가엔 있을 것 같은 광경이 눈앞에 그려져요. 버섯 가족이 부둥켜안고 있는 들판, 염소수염이 폭포수가 되어 흘러내리는 곳. 또는 다람쥐가 잠들어 있는 표범 머리 위에서 돌을 들고 있는 상황. 물론, 이런 세상과 인물 그리고 상황은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죠. 그러나 눈을 떼기 어려운 이유는 이 모든 광경이 왠지 모르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어떤 우스꽝스러운 농담이라고 웃어넘기기엔 그 안에 담긴 정체 모를 뼈가 너무 단단하게 느껴져요. 이렇게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장종완 작가의 더 자세한 생각은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장종완입니다. 직업은 현대미술 작가이고, 주로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해요. 때때로 다른 장르와 결합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비극보다는 희극을 좋아하고, 희극보다는 부조리극을 좋아합니다. 성악설을 믿으며 서울에서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HISTORY PAINTING 1›, 2019, 종이에 과슈, 31.8 x 41cm
‹HISTORY PAINTING 5›, 2019, 종이에 과슈, 70 x 50cm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만화가나 애니메이션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고, 대학도 그쪽으로 진학할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순수미술을 먼저 배워보고 그 후에 만화를 그려보는 게 어떠냐는 미술학원 강사님의 권유로 회화과에 가게 되었죠. 자유분방하고 심오한 컨템포러리 아트의 매력에 빠져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후회는 없습니다.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제 작업실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에 있습니다. 문래동은 소규모 철공소가 모여 있는 곳으로 영화 ‹어벤져스›의 촬영지로 유명해요. 공장지대 특유의 저렴한 임대료 덕에 예전부터 꽤 많은 작가가 이곳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지만요. 저도 예전에는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철공소 위층 공간에서 작업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거친 곳보다는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 쾌적한 환경을 선호하게 되었고 현재의 아파트형 공장 사무실로 옮기게 되었어요. 뭔가 특색은 없지만 실용적이고, 작업에 최적화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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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4›, 2019, 종이에 과슈, 72.5 x 53cm
‹달빛 보습›, 2021, 장지에 아크릴릭 과슈, 33.3 x 24.3cm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몇몇 주요한 관심사를 촘촘한 그물처럼 머릿속에 엮어 놓고 일상생활을 하면 제 작업 주제와 관련한 이미지나 영상, 뉴스 기사가 걸리게 돼요. 그물에 걸린 콘텐츠를 잘 모아놓고 헷갈리지 않게 분류하다 보면 좋은 영감이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창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저의 급한 성격을 억누르는 거예요. 아이디어를 숙성하는 과정, 작품의 완성도를 올리는 시기에 성급하게 일을 진행하거나 마무리 지어서 작업을 망치는 경향이 있어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딱 두 세트만 더 해보자’라는 주문을 외우며 작업해요.

‹Golden Ginseng 6 Year›, 2021, 스톱 모션, 14초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요즘은 ‘건강식’을 많이 그리고 있어요. 밀크씨슬(엉겅퀴)이나 인삼, 버섯, 담즙 등을 소재로 삼는 거죠. 예전부터 맹목적인 믿음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관심이 많았고, 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생과 미용을 위해 맹목적으로 먹는 동식물을 초현실적으로 의인화하여 그림을 그리고 있답니다.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우리의 미래는 가능할까?”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2, 3년 전부터 급한 성격이 조금 누그러들면서 전작에 비해 아이디어나 작품의 완성도가 올라간 점은 만족스러워요. 하지만 여전히 다른 작가와 차별화된 페인팅 느낌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 것 같아요. 유니크한 저만의 회화 느낌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SCENE 1: THE COLORS ARE STILL VERY DEEP›, 2021, 장지에 아크릴릭 과슈, 145.5 x 112cm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규칙적인 생활을 좋아합니다. 가끔 동거인이 제게 마치 사관학교에서 생활하는 사람 같다고 말할 정도에요. 창작은 일종의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업 근육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이고 꾸준히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작업하고 이후에는 가정을 돌보는 데 시간을 할애합니다. 가끔 동료의 전시 오프닝에 가서 술 한잔 하고 수다 떨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습니다.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작업의 물리적인 규모를 확장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원래 작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편인데요. 스스로 한계를 설정해놓은 느낌이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큰 작업을 많이 시도하고 있어요. 기회가 되면 넓은 전시장에서 대형 회화 작업을 걸어놓고 LA 느낌으로 시원시원한 개인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가님의 작업에서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평소에 친구나 선후배를 많이 놀리고 장난치는 걸 좋아해요. 어떤 상황에 불만이 생겼을 때는 직설적으로 말하기보다 에둘러 뼈있는 농담으로 얘기할 때가 많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 작업도 직설 화법보다는 우화 형식의 블랙 유머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많은 것 같아요. 권위적이거나 영원할 것만 같은 존재를 그림에서 희화화하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뭔가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정체기가 오곤 해요. 그동안 해온 게 다 별로인 것 같고 계획한 작업도 다 유치하게 느낄 때가 있죠. 이런 시기에는 아이디어를 메모해놓은 수첩이나 좋아하는 이미지를 모아놓은 컴퓨터 폴더를 차근차근 뒤져봅니다. 오래된 옷에서 1만 원짜리 지폐를 발견하듯, 운 좋게 슬럼프를 극복하는 해결책이 나올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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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STUDY›, 2018, 린넨에 유화, 33.3 x 24.3cm
‹PORTRAIT 5›, 2020, 종이에 과슈, 72.5 x 53cm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최근 문제라기보다 작가라면 늘 주기적으로 겪는 ‘비수기’라는 난제가 있습니다. 일이 늘 많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전시가 없을 때 밀려오는 불안과 초조함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 수행하듯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생각보다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음 물때가 반드시 온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느린 호흡으로 작업에 임해야 해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좋은 연기자나 희극인을 보면 주변을 잘 관찰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요. 예민한 관찰을 토대로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원리는 작가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게 통용한다고 생각해요. 타인과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그곳에서 다름을 이끌어내는 역량은 치열과 관찰과 적절한 의심의 산물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텐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죠. 크고 작은 수많은 문제와 일이 창작을 위한 시간을 갉아먹습니다. 체력을 기르고 집중력을 키워서 짧은 시간에도 좋은 창작을 할 수 있는 루틴을 필사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지속해야 해요. 그리고 어디선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자존심이나 게으름 따위는 버리고 무조건 받아내야 합니다!

‹THE LAST SPEECH›, 2020, 목재, 장난감 쥐, 야자수 나무 미니어처, 아크릴, 14 x 14 x 16(h)cm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Artist

장종완은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서울을 기반으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해오고 있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수집한 자연의 이미지를 재조합하고 의인화하며 초현실적인 풍경과 상황을 만들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화한다. 작품을 통해 일반적인 미의 기준과 사회 통념을 비틀고, 거대한 사회에서 개인이 마주하는 불안과 부조리를 희극적으로 은유하는 데 집중한다. 아라리오 뮤지엄(2020), 아라리오 갤러리(2017), 금호미술관(2015)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울산시립미술관(2022), 일민미술관(2021),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2019), 덴마크 코펜하겐 니콜라이 쿤스트홀(2019),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18), 중국 선전 독립애니메이션 비엔날레(2014), 아르코 미술관(2012) 등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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