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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적이라 당연하고 아름다운 것들

Writer: jiwonli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jiwonli 작가에게 사진은 자신의 대변자나 마찬가지예요. 일상 곳곳에서 영감을 얻어 직관적으로 셔터를 누르고 이를 나열하고 분류하면서 맥락을 쌓습니다. 읽을 수 있는 시각 예술로서의 사진을 꿈꾸는 그는 사진만으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날을 기약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설득하고 싶다는 jiwonli 작가. 그의 작업 세계가 궁금하다면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저는 사진을 기반으로 영상, 출판 등 다양한 시각 매체를 통해 창작하고 있습니다. 말이나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어려운 사람인데요. 다행스럽게 사진이 대변자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예체능에 흥미가 많아서 그림, 수영, 플루트, 발레 등 다양한 학원에 다녔어요. 그중 꾸준히 하는 건 사진밖에 없더라고요. 좋아하는 일로 평생 밥 벌고 사는 게 꿈이었는데 사진이 그 꿈을 이룰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한 것 같아요. 그렇게 대학에서 공부한 후 지금까지 어찌어찌 이어오고 있습니다.

‹Wander in Wonder›, 2022

‹Wander in Wonder›, 2022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제 방을 제외하고는 작업 공간이 상당히 유동적이에요. 큰 통 창으로 나무와 산이 보이는 집 앞 카페가 요즘의 주 작업 공간입니다. 촬영할 때는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이 작업 공간으로 바뀌어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를 둘러싼 환경과 인물, 감정 등 경험하고 부대끼는 모든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습니다. 단번에 영감으로 다가오진 않지만, 축적 과정을 통해 얽히고설켜서 어느 날 아예 다른 제3의 영감으로 찾아오는 듯해요. 결국 제게 영감을 주지 않는 걸 찾는 게 더 어려울 거예요.

‹The awakened city that never sleeps›, 『Eriin Gurvan Naadam』, 2020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직관에 따라 셔터를 누르는 편이에요. 끌리는 장면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촬영한 사진을 나열하고 분류하면서 맥락을 쌓아가는데요. 이 과정이 정말 즐거워요. 제가 출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완성한 사진집에는 작가의 의도를 강조하지 않는 편입니다. 보는 사람이 자기만의 맥락을 찾아가는 게 가장 아름다운 감상 형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새롭게 출간한 사진집 『The Festival was Cheerful, Sorrowful, Loud and Silent』를 «Unlimited Edition-서울 아트북페어 2022»에서 처음 선보였어요. 몇 년 전부터 계획한 사진집인데 제작이 무산되었다가 겨우 세상 빛을 봐서 그런지 더 애착이 가요. 이전에 『에링 고르붕 나담』이라는 사진집을 출간한 이력이 있는데요. 종이와 전자책을 결합한 이 사진집은 ‘나담 축제가 열리는 몽골’이라는 소재를 다른 형태로 담아냈던 작업이었죠. 『에링 고르붕 나담』의 역할은 책이 아니라는 것에 재미난 지점이 있어요. 사진집에 수록한 QR 코드와 비밀번호를 통해서만 웹사이트 사진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입장권 역할을 맡고 있거든요. 동시에 ‘책답지 않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제본하지 않아서 포스터 혹은 그 밖의 다른 쓰임새를 유동적으로 지닐 수 있죠. 더불어 웹사이트에 전시한 사진은 다운로드 및 2차 가공을 허용해서 사진이 지닌 애초의 의미와 맥락을 해체할 수 있도록 의도했어요. 보다 능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수단을 많이 심어두고 싶었거든요. 무엇보다 수많은 이미지 데이터가 표류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사진이 얼마나 가벼운지 느끼는 동시에 그 가변적인 속성에서 오는 여러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한 사진집입니다. 그에 비해 『The Festival was Cheerful, Sorrowful, Loud and Silent』는 이야기의 주체자로서 통제적인 형태로 만든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금 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견고하지 못한 이미지 데이터를 좀 더 단단한 형태로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사진집이에요.

『The Festival was Cheerful, Sorrowful, Loud and Silent』, 2022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읽을 수 있는 시각 예술로서의 사진입니다. 대부분 사진집을 ‘본다’고 하지, ‘읽는다’고 하진 않잖아요. 텍스트로 구성된 책만큼이나 사진으로만 이루어진 책에서도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그러려면 눈길이 오래 머물 정도로 시각적으로 매력적이면서도, 진득한 의미를 내포한 사진을 만들기 위해 노력이 더 필요하겠죠.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불만족이에요. 스스로한테 좀 각박한 편이라 언제나 최선을 다하지만 부족한 점이 먼저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런 부족한 결과물을 좋아해 주는 분들 덕분에 결핍된 만족을 채우곤 합니다.

『The Festival was Cheerful, Sorrowful, Loud and Silent』, 2022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느지막이 일어나 점심을 챙겨 먹고 노트북을 챙겨 들고 나가요. 컨디션에 따라 그날의 작업 장소를 정하고 업무를 처리하거나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통은 8시쯤에 집에 돌아가요. 늦어도 9시 안에는 저녁을 먹어야 하거든요. 작업실은 따로 없지만 일과 휴식을 위한 공간 분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집에서는 최대한 휴식만 취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또 느지막이 새벽 2시쯤 잠드는, 루틴이 없어 보이지만 나름 느슨한 루틴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공동체를 꾸리는 일. 오랜 시간 혼자 작업하고 그게 편한 사람이었는데 얼마 전 몇몇 행사에 친구와 팀을 꾸려 참여해보니 여러 방면에서 ‘함께’의 힘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작은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해운대 해수욕장›, 2022

‹발포 해수욕장›, 2022

‹해운대 해수욕장›, 2022

‹발포 해수욕장›, 2022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양가적이고 모순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요. 스스로 그런 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거든요. 그래서 유독 제 작업의 제목은 ‘낯선 익숙함’, ‘그 축제는 마냥 유쾌하고 구슬펐으며 왁자지껄했고 또 적막했다’, ‘이상하지만 아름다운’처럼 양가적인 문장들이 많아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순이 가진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설득하고 싶어요. 나도, 당신도, 모두가 모순적이지만 그것은 당연하고 또 아름답다는 것을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찾아온 슬럼프에 몸을 내던지는 편입니다. 자포자기의 심정은 아니고 무기력하면 무기력한 대로 그 상황을 충분히 겪어요. 그리고 절대 자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며칠 후에는 오히려 개운해진 마음으로 다음 할 일을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오랜 무기력을 겪으며 체득한 저만의 방법이에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예술로서의 사진과 일로서의 사진을 위한 각각의 다른 페르소나를 장착하는 문제. 클라이언트가 의뢰하는 작업은 저를 지울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따금 창작자로서 개인의 정체성을 첨가하고 싶은 욕심이 들 때가 있어요. 개인 작업을 할 때와 상업 활동을 할 때의 페르소나를 더욱 명확하게 분리할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The Lost Night›, 『UNFAMILIAR FAMILIARITY』 2018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자의식 과잉 버리기. 자의식 과잉은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게 원인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신에게 지나친 관심을 쏟기 때문이에요. 마음이 오로지 자신에게 쏠려있으면 타인을 향한 시선을 놓치기 십상이거든요. 창작자는 언제나 타인, 현상, 사물 등에 관한 관심을 놓쳐서는 안 돼요. 또 하나는 자기 기만하지 않기. 작업으로 운 좋게 세상을 속일 순 있지만 자신을 속일 순 없죠. 물론 이 두 가지는 저에게도 여전히 난제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려는 노력. 좋아하는 대상에 마음을 적정하게 쏟지 못하면 높은 확률로 부작용이 생겨요. 의욕 가득한 사람한테 힘 좀 빼라는 조언을 하잖아요. 결국 적절한 마음 크기가 지속가능한 창작을 도와준다는 말을 믿습니다.

‹Everyone has His Own Sea› , 『UNFAMILIAR FAMILIARITY』, 2018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어? 나 이 작업 어디서 봤는데?”에서 그 작업의 주인공이 되고 싶습니다. 훌륭한 창작자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요즘, 제 작업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작은 부분이라도 차지한 다면 정말 기쁜 일이지 않을까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인간이 가진 모순을 인정하고 서로의 다름을 수용하는 구성원으로 구성된 유토피아를 꿈꿉니다. 개인으로서는 비교적 낮은 행복의 역치를 유지하며 사소한 것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Artist

jiwonli는 주로 자신을 탐구하고 수용하는 수단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것에 관심이 많으며 현실을 기반으로 비현실적인 장면을 만드는 일을 추구한다. 1인 출판사 ‘DIVE INTO THE LAKE’를 설립한 후, 사진집 『낯선 익숙함(UNFAMILIAR FAMILIARITY)』과 『에링 고르붕 나담Eriin Gurvan Naadam 』 등을 출판하고, «Unlimited Edition-서울 아트북페어 2022»,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2» 등 북페어에 참가하며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jiwonli.kr / jiwonl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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