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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폭풍’이라는 은유

Writer: 안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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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안지산 작가는 한동안 구름을 소재로 작업을 하다가 팬데믹이 오면서 그 관심사가 구름에서 폭풍으로 옮겨갔다고 해요. 폭풍이 밀려올 때 느끼는 걱정과 두려움이 그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가장 최근에는 비구름이 밀려오는 풍경과 메마른 돌산, 그리고 거기에 놓인 인물을 통해 인간의 태생적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렇게 인간의 삶을 어떤 상황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 안지산 작가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안지산입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현재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7~8년 외국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한 것 말고는 특별한 게 없네요. (웃음) 주로 작업실만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미대에 진학하며 미술을 전공했기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졸업 후 바로 전시는 하지 못했고, 꽤 시간이 흐른 2014년 암스테르담에서 첫 개인전 «White Night»를 열면서 정식으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계속 전시를 하면서 작가로 살아가고 있어요.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서울에서 구한 첫 작업 공간은 우연히 찾은 아주 습한 지하 공간이었어요.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았거든요. 얼마 전 같은 건물 1층으로 이사했답니다. 특별한 것 없는 상가 공간을 평면 작업에 맞춰 고친 후 사용하고 있는데요. 다행히 층고가 높아서 큰 작업도 가능해 꽤 만족하는 중입니다. 다만 북서향이라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것은 지하나 1층이나 비슷하네요. 전시 준비 기간이 끝나야 조금 깨끗해지는 정신없는 스튜디오랍니다.

‹숲속의마리›, 2021, Oil on canvas, 50 x 60cm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주변 환경, 다양한 사회 문제, 개인적인 경험까지 영감은 혼재하는 것 같아요. 특별한 것을 찾기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을 지속해서 들여다보고 이것저것 연결해 제멋대로 상상하는 일을 즐깁니다. 상상이 구체적인 이미지로 발전할 때까지 계속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어느 순간 드로잉을 하고 메모를 해봐요. 일상에서 발견한 일반적인 생각에서 주된 영감을 얻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나머지 부분은 감각과 연습으로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아직은 사냥할 시간›, 2021, Oil on canvas, 194 x 259cm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5년 전에는 하나의 단어에서 파생하는 단어와 이미지를 조합했어요. 최근에는 언급한 것처럼 먼저 평범한 일상 속 기억에 남은 것을 서로 모아서 혼합하고 변형을 가해 봅니다. 그 후에는 간단히 드로잉하며 대략적인 형상과 분위기를 상상하고요. 그리고 콜라주나 미니어처를 만들며 구체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고 이를 캔버스에 옮겨 봅니다. 작업의 주제나 소재에 맞게 과정이나 표현 방식을 바꾸기도 하는데요. 되도록 원래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게 작업을 진행하려고 해요.

‹서쪽구름이 밀려온다›, 2021, Oil on canvas, 250 x 260cm

‹서쪽구름이 밀려온다›, 2021, Oil on canvas, 250 x 260cm

‹비구름이 멈춘 그 곳에서›, 2021, Oil on canvas, 250 x 260cm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린 «폭풍이 온다» 전시 전경 사진, 2021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3~4년 전에는 구름을 소재로 작업했어요. 그러다 팬데믹이 오면서 관심사였던 구름이 폭풍으로 변했어요. 폭풍이 밀려올 때 느끼는 걱정과 두려움이 그 당시 상황과 비슷했답니다. 폭풍처럼 거칠게 밀려왔다가 감쪽같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전시 «폭풍이 온다»에서는 비구름이 밀려오는 풍경과 메마른 돌산, 텃새 그리고 슬픈 표정의 ‘마리’를 통해 인간의 태생적 불안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최근에는 «야산»이라는 전시를 통해 폭풍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다양한 형태의 돌산을 인간의 삶에 빗대어 표현했답니다.

‹슬픈마리›, 2021, Oil on canvas, 45 x 53cm

‹슬픈마리›, 2021, Oil on canvas, 45 x 53cm

‹노란마리›, 2021, Oil on canvas, 45 x 53cm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강조라고 말하기엔 좀 그렇고, 고민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바로 그림의 구조였죠. 처음에는 돌산 그림의 구조가 돌산의 사실적인 묘사와 비구름의 직관적 묘사와 서로 부딪히지 않고 한 화면에 균형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두 요소 간의 경계가 점점 옅어지고 전반적으로 즉흥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이 많아지고 있어요. 사실적인 부분 또는 사진으로부터 점점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폭풍024›, 2022, Oil on canvas, 194 x 210cm

‹폭풍031›, 2022, Oil on canvas, 116.8 x 91cm

조현화랑에서 열린 «야산» 전시 전경 사진, 2022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만족은 잘 모르겠고요. (웃음) 작업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은 점에 대해 항상 불만족을 느껴요.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매일 오전 비슷한 시간에 작업실에 나와서 항상 차 혹은 커피를 한 잔 하고 뉴스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해요. 그리고 매일 오후 비슷한 시간에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고 퇴근합니다. 복잡한 퇴근 시간을 피해, 주로 한산한 막차를 타는 편이에요. 가능하면 이런 일정을 유지하려고 해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재료값이 계속 올라서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마술지팡이와 복실이›, 2021, Oil on canvas, 194 x 112cm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사실 삶을 대하는 태도는 지극히 평범해서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모르겠어요.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되돌아보면 거의 달라진 게 없어요.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작업실에 들러 정해진 시간을 소비하고 퇴근하는 삶이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다만 주말이 따로 없고, 작업에서 쉬는 상황을 스스로 안타까워합니다. 이런 태도가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는지 따로 골몰해봐야겠어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2016년쯤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오며 해결되었어요. 단순히 한 도시 내에서 움직인 게 아니라 생활 터전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 큰 도움이 되었죠. 다행히 그 이후로는 큰 슬럼프가 없었답니다.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건강인 것 같아요. 팔, 어깨 등이 점점 아프기 시작하네요. 직업병인 듯합니다.

조현화랑에서 열린 «야산» 전시 전경 사진, 2022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사실 철학까지 말하기는 너무 어렵고요. 경험상 집요함이나 끈기, 참을성 등의 태도가 많이 요구됐던 것 같아요. 아마 이쪽 길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싶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대학교 3학년 중반까지 저는 개념적인 설치 작업에 훨씬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주변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죠. 대신 의외로 평면 작업은 조금 긍정적인 부분이 있어서 큰 고민 없이 설치 작업을 접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회화에 매달리기 시작했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게는 좋아하고 선망하는 것보다 잘하고 가능성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게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본인 작업에 관해 동료들의 냉정하고 다양한 평가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폭풍033›, 2022, Oil on canvas, 116.8 x 91cm

‹폭풍033›, 2022, Oil on canvas, 116.8 x 91cm

‹폭풍032›, 2022, Oil on canvas, 116.8 x 91cm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끝까지 남아서 작업하는 사람.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작업을 끝내고 문을 열어 날이 저무는 풍경을 아무 생각 없이 편히 감상하는 모습이요. 산과 나무에 둘러싸인 푸른 마당이었으면 좋겠어요

Artist

안지산이 그려내는 대상은 대부분 작가가 부여하는 특정 상황에 부닥쳐있다. 이런 상황에 잠식된 불안은 여러 대상 뒤에 숨었다가 슬금슬금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이 불안과 온전하게 마주할 때 바로 작가의 회화를 제대로 즐기는 순간이 온다. 조현갤러리(한국, 2022, 2018), 아라리오 갤러리(한국, 2021), Galerie Bart(네덜란드, 2020, 2015, 2014), 자하미술관(한국, 2017), 합정지구(한국, 2016)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경기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사비나미술관, 대구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독일 Kunsthalle Münster, 네덜란드 Gallery LUMC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3~2014년 네덜란드 라익스아카데미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2014년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민간 미술상인 ‘Buning Brongers Prijzen’를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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