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Post

패딩에서 소파를 끄집어내기

Writer: 연진영
연진영, 무신사플래그십스토어, 무신사, 패딩, 소파, sofa, funiture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단절된 것을 주재료로 삼아, 변주를 통해 기존 질서를 전복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주목받지 못하거나, 무심결에 지나치던 의외의 재료 ─ 예를 들어 재고로 남은 패딩, 종이, 체크판, 산업용 앵글, 덕트 등 ─ 에 주목해 고유의 물성을 재해석합니다. 결핍 상태의 존재를 이용해 만드는 조형 언어는 모순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입니다. 작업을 통해 다시금 가치를 부여하고 새롭게 인식하는 상황을 마련하는 게 목적이에요.

Padded Chair 시리즈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작년 겨울 국내 모 브랜드와 프로젝트를 기획하다가 쓰임에 문제는 없지만 작은 불량 때문에 판매가 불가능한 구스 다운 재킷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런 재고를 활용해 재미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죠. 당시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작은 편집숍부터 대형 SPA까지 다양한 곳에서 일했는데요.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브랜드가 재고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중 부피가 큰 겨울옷은 늘 골칫덩이였죠. 재고로 남는 것에 대한 고민이 이번 작업을 이끈 모티브가 된 것 같아요.

연진영, 무신사플래그십스토어, 무신사, 패딩, 소파,
jinyeongyeon, 연진영, 무신사플래그십스토어, 무신사, 패딩, 소파, sofa

무신사 스탠다드와 함께 협업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은 어땠나요?

무신사 스탠다드의 자사 패딩을 활용해 여러 작품을 선보였어요. 홍대 스토어를 방문한 구매자가 자연스럽게 작업에 녹아들어 관람객이 되도록 만들고 싶었죠. 무신사 스탠다드의 재킷을 활용한 덕분에 의미와 시각적인 요소 모두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어요. 모든 방문객은 ‹Padded Chair›에 앉을 수 있었고 많은 사람이 실제로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전형적인 전시 공간에서 벗어나, 스토어의 메인 윈도와 중심층에 전시됐는데 본래 유동 인구가 있는 터라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었죠. 개인 작업을 하는 사람이 기업의 관심과 지원을 받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무신사 스탠다드 팀의 많은 지원과 배려 덕분에 좋은 전시 환경을 갖출 수 있었어요. ‹Padded Chair› 전시에 알맞도록 공간을 수정하고 필요한 많은 것을 설치해주셨죠.

jinyeongyeon, 연진영, 무신사플래그십스토어, 무신사, 패딩, 소파,
jinyeongyeon, 연진영, 무신사플래그십스토어, 무신사, 패딩, 소파, sofa

Padded Chair는 업사이클링이 지닌 시각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이 돋보여요. 가장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저는 버려지거나 그 쓸모를 다 한 재료를 자주 쓰지만, 업사이클링이라는 단어를 내보이지 않을뿐더러 일부러라도 사용하지 않아요. 이번 작업도 딱히 업사이클링에 초점을 맞춰서 하지 않았습니다. 멋있고 좋은 재료라서 시작했죠. 물론 환경과 관련한 중요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으면 더욱 의미가 있겠죠. 당장 버려진 것을 다시 만들어서 사용하는 업사이클링의 개념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범위를 넓혀 그 가치와 쓸모에 대해 고려하는 지점을 마련하는 게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이전에 사용하던 공업 재료와는 달리 패션 소재를 가구로 옮겨왔는데요. 어떤 점이 달랐나요?

같은 점이 단 하나도 없어서 놀랐어요. 가공 측면에서 특히 매우 달라요. 스틸은 가공이 수월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원만하지만, 패딩의 경우 해체 과정이 무척 힘들었어요.

Padded Chair에 대한 스케치를 할 때 떠오른 모티프가 있었나요?

저는 작업의 시각적인 표현을 퍼니처로 구현하는 편이에요. 평소 가구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보고 직접 경험을 하는 편이죠. 구스 다운 재킷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자연스럽게 소파가 떠올랐어요. 구스 다운 재킷과 소파가 지닌 이미지와 쓰임새가 비슷한 결을 공유한다고 생각했죠.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구스 다운 재킷을 뜯고 새로 조합하면서 나오는 패턴, 재킷의 주머니, 컬러, 광택 등의 디테일을 잘 살리고 싶었습니다.

연진영, 무신사플래그십스토어, 무신사, 패딩, 소파

패딩이라는 의류로 의자를 만들 때 시행착오가 많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 패딩을 재가공한 작업이 왜 없을까 궁금했었는데, 실제 해체를 해보니 알 수 있었어요. 정말 어렵고 힘든 작업이더군요. 뜯는 순간 어마어마한 양의 깃털이 나오니까요. 이런 상태에서 다시 패턴을 만들어서 가구의 모습으로 구현하는 일은 숙련된 사람이 필요해요. 그래서 옷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패턴을 만드는 전문가와의 호흡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Padded Chair는 가구와 작품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드는 느낌입니다. 작가님은 이 두 가지 개념을 어떻게 구분하시나요?

지금까지 그 경계를 흐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 과정에서 프로젝트에 맞는 성향을 살리기 위해 여러 시리즈를 만들었죠. 실용적인 면모가 없고, 겉으로 보기에 가구처럼 생각하기 힘든 것도 많아요. ‹Padded Chair›는 디자인 가구의 느낌을 좀 더 살린 경우에요. 특히 저는 상업적인 대량생산은 염두에 두지 않고 단 하나의 작품만 만들었어요. 작업을 시작하고 끝내는 걸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하며 임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연진영, 무신사플래그십스토어, 무신사, 패딩, 소파
jinyeongyeon, 연진영, 무신사플래그십스토어, 무신사, 패딩, 소파

작가님만의 독특한 생활방식, 태도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우선 저는 보는 행위를 매우 중시해요. 일상에서는 영화, 종이 매거진, 런웨이 영상, 전시를 자주 접하고, 자연과 건축물을 보러 여행을 떠나는 걸 좋아하죠. 그리고 언제나 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를 느끼려고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요. 다만 성격이 안 좋아지고 많이 예민해지죠.

작가님의 삶의 태도와 가치가 작업에 어떻게 묻어날까요?

다양한 관심과 취미를 바탕으로 겪는 여러 경험을 저만의 시각으로 저장해 두는데요. 이런 모든 것들이 랜덤으로 섞이면 다양하게 융합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진영, 무신사플래그십스토어, 무신사, 패딩, 소파,

가구 오브젝트를 만들면서 어려웠던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실용성의 지점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고민이 항상 필요합니다. 시각적인 요소, 소재의 활용, 작업의 의미 등 제가 어디에 더 무게를 둘지 확실히 정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해보니 단점이 장점이 되고, 장점이 단점으로 보일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믿어요. 물론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요. 예측할 수 없는 일을 하며 제가 나아가는 방향성을 바라볼 때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제가 하는 작업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입니다.

jinyeongyeon, 연진영, 무신사플래그십스토어, 무신사, 패딩, 소파, sofa, furniture

Artist

@hang_jin_

Thank You for Subscription!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애티튜드»는 매주 금요일 아침 10시 1분, 창작자의 반짝이는 감각과 안목을 담은 소식을 메일함에 넣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