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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

Writer: 김진솔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김진솔 사진가는 당당하게 앞으로 전진해 드러나 있는 것보다, 그 뒤에 가려져 있어 고개를 잠시 안으로 들이밀어야만 보이는 뒷면의 풍경을 좋아합니다. 거기선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어떤 감정을 발견하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너무나도 익숙한 일상에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고자 하는 김진솔 사진가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티클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은평구와 서대문구 사이에서 사진이란 매체로 일하고 생활하고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상업사진으로 돈을 벌지만 상업사진가라고 소개하기는 어색하고, 개인적인 사진도 틈틈이 촬영하고 있지만 작가라고 하기도 어색해서 그냥 사진가라고 소개하곤 합니다. ‘OO 사진가’라는 타이틀을 만들어 스스로 붙이면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요즘엔 출근길에서 보이는 불광천 오리의 모습에 관심이 많습니다.

‹Night Walk›

‹Good Day›

‹Night Walk›

‹Good Day›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던 중 사진을 접하고, 꾸준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과 사진을 병행하려는 욕심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시간이 흐를수록 사진이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고, 졸업한 이후 현재까지 어느새 7년째 사진을 찍으며 살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매해 반복하다 여기까지 온 듯 해요.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포장과 수습’이라는 3인 공동 작업실에서 일과 휴식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대학 졸업 즈음 ‘문화수도’라는 이름으로 4명이 시작했는데요. 몇 번의 멤버 변경, 두 번의 이사, 한 번의 이름 변경을 거친 후 지금의 작업실이 되었습니다. 주로 자전거를 타고 집과 작업실에 오고가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개인 작업을 촬영할 때는, 전적으로 순간의 감각에 의존하는 편입니다. 미리 계획을 짜고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은 의뢰받은 사진을 수행할 때 충분히 하고 있어서 업무 외에는 그러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좋은 사진을 찍을 법한 상황에 저를 밀어 넣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일부러 새로운 곳에 방문하거나, 이미 가봤던 곳이라도 새로운 경로를 선택하는 방식이죠. 카메라를 들고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게 단순하지만 제일 확실한 창작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Nowhere›

‹Saigon›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촬영하고자 하는 순간을 카메라로 포착한 후 자리에 앉아서 이 기록을 어떻게 다룰까 고민을 길게 하지 않아요. 제가 찍은 풍경 또는 피사체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사진을 충분히 ‘변형’하는 편입니다. 제가 느낀 주관적인 감상을 전달하는 게 더 즐거워요.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새로운 경험을 할 때의 기분을 이용해 사진을 남기는 편이지만, 최근 매일 오가는 공간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모습을 관찰하는 데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출퇴근길인 불광천에 사는 새를 구경하면서 사진으로 남기고 있는데요. 계절과 시기별로 달라지는 풍경과 새의 털 색깔, 어느새 나타난 새끼들이 점차 성장하는 모습이 즐겁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공간을 점유해버린 서울에서 새들이 개천을 따라 좁은 생태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기도 해요.

‹빛은 어두워지고›

‹뮤지엄 시리즈›라는 제목을 붙인 일련의 작업은 제가 느슨하게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방치한 것들 또는 순수하게 기능적으로 배치한 사물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있어요. 2017년 동명의 사진집을 독립출판물로 냈는데요. 이후로도 계속 같은 주제로 작업을 쌓아오고 있습니다. 언젠가 더 밀도 있는 버전의 사진집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요.

‹Museum Series›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이미지를 촬영하지 않아서 스스로 제 사진을 보면 너무나 제각각이라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그럼에도 제 사진이 공유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방치된, 이면, 묵묵히 존재하는, 본래 맥락에서 벗어난, 고요함’ 정도라고 생각해요. 당당하게 앞으로 전진해 드러나 있는 것보다, 그 뒤에 가려져 있어 고개를 잠시 안으로 들이밀어야만 보이는 뒷면의 풍경을 좋아합니다.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없이 작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만족한 상태로 작업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즉흥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인지 시간이 흘러 다시 살펴보면 고치고 싶은 점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딘가에 공개한 이미지라도 다시 수정하기도 해요. 시간이 흘러 이미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면, 이미 공개한 사진을 ‘리마스터링’해서 새로운 버전을 만드는 일도 재밌는 작업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프리랜스 사진가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때 때 다른 편이긴 한데요. 대부분은 작업실과 집을 자전거로 오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만 하는 공간으로 작업실을 두고 싶지 않아서 제 취미 생활을 위한 각종 준비를 해놓았어요. 그래서 특별한 약속이 없는 휴식 시간에도 작업실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도 하고요. 그 반작용인지 집에 있으면 누워서 아무 일도 안 하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긴 해요. 팬데믹 이전에는 짧은 여행을 자주 다니곤 했습니다. 다시 마음 편히 그럴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Seoul›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에는 사실 ‘사진을 더 잘 찍어야지’하는 생각보다는 ‘글을 많이 써봐야지’하는 생각을 더 자주 해요. 블로그에 짧은 글을 남기는 연습도 하고 있어요. 언젠가 제가 쓰는 글이 사진과 함께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재료가 된다면 즐거울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스스로 인정하기엔 슬픈 일이지만, 제게서 나오는 모든 창작물은 평소에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과 의문을 바탕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꺾인 나무, 방치된 물건, 그곳에 왜 존재하는지 의문스러운 물건에 저도 모르게 관심이 가는 이유는 그런 풍경에서 제가 어떤 감정을 발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아름답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물건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을 목격할 때 황급히 카메라를 찾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 그들에게 다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일까요? 창작물로서, 개인적인 태도로서, 사회적 장치로서 이런 행동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Summer›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슬럼프를 끝내는 새로운 실마리가 나타나길 조용히 기다리며 꾸준히 작업하는 편입니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더 많은 작업을 해보거나 스스로를 몰아부치던 시기도 있었는데 결국 그 방식은 자신을 힘들게 만들기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업무와 개인 작업의 비율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아마도 일과 작업을 병행하는 창작자 대부분이 가지는 고민이라고 보는데요. 정답은 없지만, 그렇다고 고민을 안 할 수는 없어요. 최근 몇 년간 여러 이유로 작업보다는 업무 쪽에 비중을 더 두었는데요. 요즘 들어 좀 더 개인적인 사진 작업을 많이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상황에 따라 답이 유동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어서 슬퍼요.

‹Waves›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소진되지 않고 오래 지속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제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저는 일로서도, 작업으로서도 창작을 오랫동안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과거에는 종종 습관적으로 밤새는 일도 많았고, 일상생활을 등한시한 적도 많았는데요. 그러면 사람이 쉽게 소진되고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일상의 중요성을 점차 깨닫고 창작에 대한 가치관 또한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잘 쉬는 일이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제가 깨닫지 못하는 수면 아래에서 제가 활용할 많은 것을 채워주는 것임을 의식하며 잘 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 부족한 것 같지만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수면을 충분히 취하시고, 운동하시고, 특히나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다 좋아하는 마음 자체가 식어버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가 몇 번 있었거든요. 좋아하는 마음에도 에너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노력해서 꾸준히 채워주어야 합니다.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썩 괜찮은 작업을 꾸준히 오랫동안 만들어온 괜찮은 사람.

‹Somewhere›

‹4월›

‹Somewhere›

‹4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멋진 창작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창작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동시에 세상은 훨씬 더 모순이 적어졌으면 좋겠고요. 저에게 감동과 힘을 주는 다른 분야의 수많은 창작자가 현실적인 이유로 고통받지 않고 멋진 작업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세상에 저도 조금이나마 능력을 보탤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Artist

김진솔은 서울을 기점으로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분야의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하는 사진가다. ‘당신은 어떤 사진을 찍나요?’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즐겁게 하는 사진, 슬프게 하는 사진, 의뢰받은 사진, 별생각 없는 사진을 모두 찍는다. 공동 작업실 ‘포장과 수습’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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