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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고요한 조형의 노래

Writer: 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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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서정화 작가의 작업은 고요합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다 보면, 조용히 말을 걸어와요. 세밀한 요소에서도 작가의 고민이 엿보이거든요. 남과 구별되는 나만의 특질을 고민하고, 조형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새로운 시도가 다른 창작자에게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말합니다. 차분한 자세로 천천히 고민하면서 작업 의도를 온전히 전달하는 서정화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사물과 공간을 디자인하고 현실에 구현하는 서정화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홍익대학교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하고 네덜란드의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Design Academy Eindhoven에서 컨텍스추얼 디자인Contextual Design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당시 좋아하는 디자이너 중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 출신이 많았고, 디자인과 제작을 직접 하는 네덜란드의 여러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거든요. 졸업 이후에는 전공을 살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structure for use›, «놀이하는 사물», 국립현대미술관, 2021

‹structure for use›, 2018

‹material container›, 2013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크고 무거운 가구를 쓰는 작업이 많아요. 그래서 가구 운반이 쉬운 1층 공간을 찾다 보니 망원동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공간 크기는 한정됐지만, 주요 협력업체가 자리 잡은 문래동과 멀지 않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기계가 필요한 작업은 주로 문래동 공장에서 진행하고, 작업실에선 조립과 마감 수작업에 몰두합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주로 작업실에 있는 사물에서 영감을 받아요. 작업실 공간에 있는 재료를 여러 방식으로 관찰하고 배열을 다르게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해요. 그래서 작업실 환경을 정리하고 사물을 재배치하는 일은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활동 중 하나죠. 재료나 도구로 좋아하는 형태와 시각적인 효과를 마치 놀이하듯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영감이 지나갑니다.

‹material container›, 2013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드로잉이나 1/10 크기로 축소한 모델로 만들어둬요. 이후 기회가 생기면 적절한 소재나 기법을 찾아서 제작합니다.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지금은 ‹Cut & Connected›라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비정형의 알루미늄 판재를 직선으로 자르고 그 조각을 용접하며 사용가능한 사물로 만들어내는 작업입니다. 기존 작업은 도면에 정해진 수치에 맞춰 계획적으로 만들었는데요. 이번 작업은 각기 다른 형태의 조각을 이용해 즉흥적으로 사물의 형태를 구축한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Cut & Connected lighting›, 2023

‹Cut & Connected chair›, 2023

최근 양석중 소목장님과 협업한 ‹공간 안의 공간›도 기억에 남아요. 딱히 용도 없는 공백이 존재하는 장을 제작했어요. 비움의 가치와 의미에 관해 더 깊이 생각하고픈 마음이 동했습니다. 작년에 완료한 ‹Cylinder Series›도 있어요. 평소 속이 빈 파이프 형태에 관심이 많았는데, 원기둥 파이프가 반투명한 판재를 관통하는 구조를 활용해 여러 종류의 가구로 만들었습니다.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조형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완성도 있는 형태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합니다.

‹cylinder stool›, 2021, cast aluminum, walnut, 380 x 380 x 450 (mm) (좌)

‹cylinder tables›, 2022, cast aluminum, resin, 800 x 600 x 500 (mm) (우)

‹cylinder tables›, 2022, cast aluminum, resin, 800 x 600 x 500 (mm)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다양한 내용과 조형으로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은 만족스러워요. 반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깊이 고민했다면 훨씬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진 않았을까 되새김하기도 해요. 앞으로는 끈기를 조금 더 길러보고 싶습니다.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엔 작업실로 출근해요. 먼저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고 일을 시작하죠. 작업실에는 주로 혼자 있기 때문에 음악을 틀어놓고 그날의 할 일을 합니다.

‹primitive physics›, 2017, Brass, basalt, 500 x 500 x 400 (mm)

‹primitive physics›, 2017, Brass, basalt, 500 x 500 x 400 (mm)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더 오랫동안 작업에 임할 수 있는 작업실을 찾고 있어요. 위치도 적절하고, 건축 형식도 맘에 드는 작업실을 찾는다면 더 좋은 작업물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답니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서두르지 않고 차분한 자세로 삶을 대하려 합니다. 작업할 때도 천천히 고민하며 세밀한 요소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사람들에게 작업 의도를 온전히 전하고 싶어서요. 

‹한글›, 2019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여전히 작업에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어떤 시기를 슬럼프라고 칭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아요. 다만 작업이 부진하다고 느낄 때는 슬럼프에 빠졌다는 생각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죠. 이번 고비를 넘기면 더 좋아질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요. 더욱더 발전하는 기회로 삼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탐구하려 해요. 문화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멈춰있는 창작자는 그 가치가 점점 퇴색된다고 생각해요.

‹Etcetra space project›, 2018

‹Etcetra space project›, 2018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문화의 큰 흐름을 타면서 남과 확실히 구별되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야 해요. 창작자로서 남과 구별되는 나만의 특질은 무엇인지 고민을 멈추면 안 됩니다. 특히 저처럼 입체를 다루는 창작자라면, 생각만으로는 자신의 특질을 발견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많은 습작을 통해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aged blocks›, 2016

‹aged blocks›, 2016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거창하지만, 좋은 영향을 준 창작자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웃음) 수많은 거장의 작업을 보며 제가 성장했듯, 누군가 저의 새로운 시도를 보고 영향받는다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작업을 선보이고 공감받을 때 성취감을 느껴요. 큰 의미를 지니죠. 그래서 앞으로도 어떤 형식이든 제가 창작한 결과물을 더 많은 사람에게 계속 보여주고 싶습니다.

Artist

서정화는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에서 학사 과정을 마치고, 네덜란드의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에서 컨텍스추얼 디자인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양한 소재의 조합이 만든 촉각적인 효과에서 영감받은 ‹Material Container› 스툴 시리즈를 시작으로 소재, 부피, 형태 등 조형 요소에 중점을 둔 실용적인 가구와 사물, 공간 작업을 지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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