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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차곡차곡 쌓아 올린 틈 사이로 비치는

Writer: 정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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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정현지 작가는 요즘 차곡차곡 작은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건축물을 만들듯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안에는 매일 같이 반복하는 작업실에서의 반복적인 형태와 행위는 물론이고 시간까지 모두 담깁니다. 이렇듯 뭔가 꽉 찬 듯한 느낌을 주는 일상이지만, 작가가 사용하는 반투명한 속성의 한국 고유의 명주처럼 그 틈 사이로 미세한 변화가 시시각각 내비쳐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한국적인 재료를 이용해 섬세한 작업을 진행하는 정현지 작가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티클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저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남편과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지내며 다양한 텍스타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스위스에서 공부를 마치고 몇 년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남편 작업을 도와주곤 했는데요. 우연히 개인 작업을 전시에서 보여줄 기회를 얻게 되면서 점점 저의 작업 활동을 늘려갔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 이야기를 담은 무언가를 보여주는 게 낯설고 두려웠지만, 작업이 점점 쌓여가며 차곡차곡 그 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이전에 작업하던 건물의 철거가 결정되면서, 다른 사람들과 넓은 공간을 함께 쓰는 지금의 작업실로 이사 오게 되었어요. 내성적인 성격이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작업하는 게 익숙했던 터라 다른 누군가와 작업 공간을 함께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어요. 걱정하던 마음과는 달리 주변 디자이너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얻는 것 같아요. 집에서 작업실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길에 큰 공원을 지나가면서 만나는 키 큰 나무와 신나게 산책하는 개를 보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에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치는 벽돌, 타일, 계단, 건물의 구조를 살펴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인상적인 조합이나 구조는 사진과 스케치로 러프하게 옮겨두었다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구체적인 스케치로 발전시키곤 해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틈틈이 쌓아둔 드로잉과 새로운 프로젝트에 맞는 드로잉을 함께 발전시키면서 종이를 이용해 1:1 사이즈로 만들어보고 볼륨감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요. 이 과정에서 그 형태에 어울리는 재료와 컬러를 간단하게 샘플로 만들고 점점 구체화하는 것 같아요. 가장 오래 걸리고, 어렵고,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이지만 또한 반대로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마음껏 상상하고 작은 시도와 도전을 많이 이루는 시기라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 작업은 입체적 형태로 구현한 벽돌과 구조 시리즈에요. 이전 작업은 평면 공간에 입체적인 대상을 재구성하는 작업이었어요. 요즘은 기본 요소를 반복-확장하는 과정을 통해 입체 구조와 건축적인 형태를 쌓아가듯 만들고 있죠. 그리고 반투명한 속성을 지닌 한국 고유의 명주를 활용해 평면에서부터 입체까지 표현하면서, 빛의 미세한 변화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재료의 색감과 결의 섬세한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는데요. 얼마 전 한국의 핸들위드케어(Handle with care)에서 열린 «가지런히·봄»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였답니다.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반복적인 결, 형태 그리고 행위입니다. 기본적인 형태의 작은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큰 건축물을 만들듯, 기본적인 형태와 태도를 중시하며 한 겹 한 겹 쌓아서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표현에는 매일 반복하는 작업실에서의 시간부터 반복적인 형태와 행위까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최근에 만든 입체 작업은 그 형태와 두께의 변화에 따라 소재가 그려내는 결이 어떻게 바뀌는지 다양하게 시도해 본 것 같아요. 더불어 그 입체적인 형태가 새로운 공간을 만났을 때 해당 공간을 새롭게 그려내고 투영하는 소재의 결을 바라보는 일 또한 즐거운 과정이었죠. 그래도 아직은 그 변화를 그려내는 방식이 조금은 소극적이었던 것 같아서, 앞으로는 좀 더 과감하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올해에는 주로 입체 작업에 집중을 많이 했는데요. 앞으로는 평면 작업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습니다.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에요. 아침에 일어나면 고양이들을 산책시키고, 작업실에 출근하면 작업을 하다가 저녁쯤 집에 돌아와 남편과 저녁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햇살이 많은 날씨 좋은 날에는 가끔 남편과 밖에서 커피를 마시는데요. 그런 날은 좀 더 특별한 하루라고 생각하곤 해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또 주변에 다양한 국적과 환경을 가진 친구를 만나면서 다양성과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특히 지난 팬데믹 기간에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시기를 지내면서 방어적인 자세와 더불어 좀 더 스스로 제 안에 갇히면서 시야도 더 좁아졌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전시도 보면서 조금씩 그 경계를 허물고 넓히는 시도를 하고 있답니다. 아직도 저는 많이 부족하지만, 저와 다른 사람, 다른 작업에 대해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배우려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에요.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스스로 특별한 재능이나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매일 하루하루 꾸준하고 성실하게 보내려고 노력하죠. 마음속에 큰 꿈은 꾸고 있으면서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런 평범한 일상 속의 꾸준한 마음가짐이 제 작업에서 반복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전시를 보거나 서점에 가곤 해요. 저와 다른 성향의 작업이 지닌 과감한 선택을 염두에 두고 제 작업을 되돌아보면 좋은 해답을 얻기도 해요. 해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가끔은 새로운 공간에서 얻는 에너지를 통해 생각과 마음을 다스리는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체력과 건강입니다. 허리 디스크와 손목, 팔꿈치 통증 때문에 작업이 힘든 순간이 전보다 자주 찾아와요. 그래서 한 시간 단위로 알람을 맞추고 5분씩 쉬거나 한 자세를 오랜 시간 유지하지 않으려고 여러 작업을 동시에 섞어서 한답니다. 너무 무리하지 않고 꾸준한 운동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자신이 만드는 작업을 지속해서 꾸준히 선보이는 성실함과 그 작업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꾸준함입니다. 매번 새롭고 감각적으로 다양한 작업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꾸준함이 만드는 고민과 시간의 무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단단해진다고 믿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작업을 얼마나 진심으로 좋아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절실함을 토대로 작업을 하다 보면 찾아오는 외로움과 실패, 좌절을 견디며 불확실한 무언가에 맞서고 헤쳐 나가는 과정을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오래오래 꾸준히 작업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할머니가 되더라도 작업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걸 천천히 꾸준히 보여주고 싶어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시골 마을에서 남편과 고양이들과 자연 속에 살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도 작업하는 모습을 늘 꿈꾸고 있어요.

Artist

정현지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거주하며 평면과 입체를 오가는 다양한 섬유 작업을 한다. 최근 한국 고유의 명주를 이용해 작업하며 한국과 네덜란드에 오가며 활동 중이다. 서울 공예디자인페어, 밀라노 디자인 위크, 더치 디자인 위크 등 다수의 공예/디자인 행사에 참여하며 서울, 런던, 로테르담에 있는 갤러리를 통해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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