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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언제나 모르기 때문에 언제나 수정가능한

Writer: 신혜림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신혜림 작가는 자신을 창작자로 부르기에 조심스러워합니다. 눈앞에 이미 있는 장면을 카메라의 프레임에 가둘 뿐이라고 말하곤 하죠. 사진이 좋아 찍다 보니 작가라는 호칭이 붙었다고 하는 그의 태도는 멋진 작업과 나란히 붙어 빛나는 겸손함으로 남습니다. 이미지는 스스로 말을 하므로 세상에 나올 때까지 돌봐주는 역할을 맡은, 그리고 그 이미지가 누군가를 따뜻한 감성으로 품어주길 바라는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사진 찍는 신혜림입니다.

‹hanna›, 2009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진이 좋아서 찍다 보니 ‘작가’라는 호칭이 붙게 되었어요.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작업 공간은 따로 없어요. 컴퓨터를 두고 앉는 곳이나 사진을 찍는 장소가 작업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요. (웃음)

‹apricot›, 2022

‹route›, 2016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매번 달라져요. 요즘에는 다섯 살 먹은 딸의 언어나 몸짓, 시선에서 새로움을 많이 느껴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저는 자신을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눈앞에 이미 있는 장면을 프레임에 가둘 뿐이지요.

‹trillium›, 2016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Everything fills everything/ absence›, ‹face to face›, ‹presence› 세 파트로 이루어진 작업은 부재, 죽음, 연결, 삶과 영원을 얘기하고 있어요.

‹Everything fills everything/ absence› 표지와 내부 페이지

‹Absence› 파트, ‹lay down›,2008

‹Presence› 파트, ‹Presence 11›

‹Floating figures›는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의 유제층을 떼어내(Polaroid emulsion lift) 물에서 건져내는 작업입니다.

(시계 방향으로) ‹fruits›, 2017, ‹candlestick›, 2015, ‹flower arrangement›, 2018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이미지는 이미지 스스로 말을 한다는 점이요. 저는 이미지의 대리인이고요. 작업물과 저의 그런 역할이 좋아요. 이미지가 나올 수 있도록 돌봐주는 사람의 역할 말이죠.

‹Viktoria›, 2021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만족이나 불만족의 개념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완성처럼 보이기 직전에 멈추어야 한다는 것은 안답니다.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제 일상은 너무 별것 없어요. 대부분 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무언가를 서칭하죠. 일이 있을 때는 일하고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피부.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오래 남아있는 걸 좋아해요. 움직임이 있거나 또는 그런 흔적을 좋아하고요. 은은하고, 보잘것없고, 곧 사라지는 게 눈에 들어올 때가 많은데요. 제가 찍은 사진 속 대상도 그렇게 보일 때가 많더라고요.

‹trash›, 2021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그냥 받아들입니다. 제 성격상 아마 그럴 거 같아요. 근데 지금까지 ‘슬럼프가 온 적이 있나?’ 싶긴 해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너무 많아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제 태도의 기본값은 ‘모른다’는 것 같아요. 늘 오류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언제든지 수정가능한 상태로 있는 거죠. 그렇기에 언제나 배우는 사람이어야 하고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힘은 어떻게 보면 선물인 것 같아요. 저만 해도 좋아하던 많은 것이 지겨워지거나 또는 다른 이유로 놓아버린 적이 많아요.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은 마음을 스스로 잡아두는 팁이 있다면 저도 알고 싶네요.

‹chairs›, 2016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어요. 제 사진이나 책이 몇백 년 후에 헌책방이나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되거나, 혹은 어떤 사람의 집터에서 밀봉된 상자로 발견되는 일이요. 저는 이미지로부터 위로나 사랑을 무척 많이 받았거든요. 저 없는 이미지가 스스로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가능하다면 사랑하는 제 아이보다 오래 사는 것. 아이가 슬프고 괴로워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Artist

신혜림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다. 개인전 «Audio : Parlure visible, 무언의 말투»(2022), «à présent a looking into 순간 이야기하듯 들여다보기»(2021)를 열었고, 사진집 『floating figures』(2022), 『everything fills everything』(2020)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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