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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을 타이포그래피로 해석하기: 홍준기 ‹Jun.Playlist›

Writer: 홍준기
홍준기의 타이포그래피 포스터가 나란히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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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홍준기의 특별한 포스터 작업을 소개합니다. 작가는 자주 듣는 K팝을 정리해 오랜 기간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 아카이브가 바로 ‹jun.playlist›랍니다. MV 속 패션, 메이크업, 안무, 스토리, 세계관을 기반으로 그래픽 모티프를 수집하고, 가사에서 반복적인 단어, 후렴구, 제목을 뽑아낸 포스터는 전 세계 K팝 팬에게 큰 호응을 얻었어요. 외국인도 궁금해하는 그의 작업에 대한 아티클을 살펴보세요!

‹jun.playlist›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jun.playlist›는 개인적으로 자주 듣는 K-Pop 음악을 타이포그래피 포스터로 제작하고 공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2020년 6월에 시작해, 2021년 1월 아카이브 웹사이트를 공개했습니다. 포스터를 디자인하기 위해 먼저 좋아하는 K-Pop 뮤지션과 음악을 정리해 작업할 곡을 추렸습니다. 스케치를 하기 전에는 뮤직비디오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편이에요. 영상 속 패션, 메이크업, 안무, 스토리, 세계관 등을 기반으로 그래픽 모티프를 수집했습니다. 포스터 제작을 시작하면서는 노래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사 속에서 반복적인 단어, 후렴구, 제목을 뽑아냈습니다. 그리고 각 노래에 잘 어울리는 서체를 골라, 한글과 로만 알파벳 중 적합한 문자를 활용해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레이아웃 테스트를 하며 조금씩 다른 포스터를 여러 버전으로 제작했고, 그중 노래를 가장 잘 표현한 작업물을 사람들과 공유했습니다.

작업의 계기와 콘셉트가 궁금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했어요. 꾸준하게 지속가능한 작업이 뭘지 생각하다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음악 듣기, 뮤직비디오 보기 같은 개인적인 취미와 타이포그래피, 서체 디자인, 레터링 디자인 등 디자이너로서 좋아하는 분야를 결합한 프로젝트가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서체를 활용해 좋아하는 K-Pop 음악을 표현해보고자 하는 가벼운 접근에 가까웠습니다. 노래의 느낌을 어떤 서체로 보여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고민하면서 프로젝트를 구체화했고, 첫 작업을 공개하기 전까지 여러 방식을 실험했습니다. 컬러를 추가하거나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하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작업으로 방향이 잡혔습니다. 이후 포스터 디자인 스타일을 정리하니 결정이 빨라지며 작업물이 쌓이기 시작해 아카이브 웹사이트까지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웹사이트를 통해 포스터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하거나 가수별로 묶어서 볼 수도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홍준기가 만든 선미 가시나 포스터이다.

Gashina가시나, Sunmi선미 2017 © jun.playlist

홍준기가 만든 엔시티 체리밤 타이포그래피 포스터이다.

Gashina가시나, Sunmi선미 2017 © jun.playlist

Cherry Bomb, NCT 127, 2017 © jun.playlist

작업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노래 한 곡의 느낌과 심상이 한 장의 포스터에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둘의 느낌을 비교해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주관적인 감상으로 디자인한 포스터가 좀 더 보편성을 지닐 수 있도록 주변의 조언을 많이 구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노래를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했습니다. 이미 노래를 아는 경우에는 포스터에서 제가 의도한 부분을 살펴보며 감상하면 재미가 더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한글, 로만 알파벳을 사용한 타이포그래피의 다양성에 주목하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로만 알파벳을 주로 사용했지만, 한국어 제목이나 가사가 노래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경우에는 한글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한글과 로만 알파벳을 섞어서 짜기도 했고, 대비되는 느낌의 서체 두세 가지를 조합하거나 레터링을 새로 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타입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에 주목한다면 프로젝트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거라 생각합니다.

작업하면서 겪었던 특별한 경험 혹은 기억에 남는 사람들의 반응은 없었나요?

프로젝트는 개인적인 표현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몇몇 분들이 작업을 공유해준 것에 대한 감사와 지속해서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응원 차원에서 소정의 금액을 기부하고 싶다고 연락해온 일이 무척 기억에 남습니다. 정중히 사양하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는데 디자이너로서 특별한 경험이었거든요. 인스타그램으로 작업을 공유한 후 포스터의 팬임을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도하는 분들도 생겼는데요. 제 디자인 스타일과 작업물을 좋아하는 분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입니다. 더불어 K-Pop 장르가 낯설 수 있는 외국인이 ‘노래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일 때 시각적인 소통을 이뤘다는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홍준기가 만든 포스터가 모여있다.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지닌 태도나 관점이 궁금합니다.

기본 성향이 차분하고 진지한 편이라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가도 순간순간 엉뚱한 상상을 하거나 유머러스한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기서 유머의 의미는 사람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것이라기보단 다른 방향으로 가볍게 생각해보게 하는 것에 가까운데요. 예를 들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나 엉뚱한 생각을 해보며 환기하는 거죠. 제 생각과 표현을 타인에게 전달할 때 혼자만의 세계에 있으면 소통이 어렵다는 걸 알게 됐고, 대학원을 거치며 가치관과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창작자,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전반적인 삶의 태도가 이전보다 가벼워졌어요. 과한 것을 의도적으로 덜어내면서 최종적인 표현이 가벼워도 괜찮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창작자로서 큰 기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디자이너로 존중받거나 응원받을 사람이 있을 때인 것 같아요. 디자이너란 직업은 예술가처럼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고 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해야 하는, 상호작용이 굉장히 중요한 업이니까요. 제가 만든 작업물과 디자인 스타일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생기면 기쁨을 느껴요. 더불어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에너지를 얻고요. 주변의 응원에 힘입어 재미있는 작업을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가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임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제 작업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의 존재 덕분에 이제는 만드는 즐거움뿐 아니라 작업을 기다려주는 분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도 큰 기쁨과 행복감을 느낍니다.

한국에서 창작자로 지내며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창작 활동을 하는 디자이너로 일을 한 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요. 지나고 보면 어떻게든 된다는 통념이 맞다는 걸 절감합니다. 어려움은 언제나 있고, 종류가 다를 뿐이지 항상 괴로운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다만 본인을 창작자로 규정하면 계속 생산 활동을 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죠. 보통 이때 정신적인 괴로움이 생기는데요. 저는 그저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하다 보면 그게 쌓여 깊이를 만들고, 나중에는 타인으로부터 창작자라는 직함을 얻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창작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부담감과 괴로움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생각의 전환을 통해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어려움을 하나씩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홍준기가 만든 크러쉬 나빠 타이포그래피 포스터이다.

Nappa나빠, Crush, 2019 © jun.playlist

Nappa나빠, Crush, 2019 © jun.playlist

More & More, Twice, 2020 © jun.playlist

좋아하는 활동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버틴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버틴다고 생각하면 수동적인 사람이 된 기분이 들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는 중간 중간 자기 의지에서 비롯한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개인의 욕구를 해소한 덕분에 원하지 않은 일이지만 해내야 하는 일을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부탁드려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프로젝트를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쁩니다.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출발했지만, 사람들의 공감과 흥미를 끌어내고 싶었던 ‹jun.playlist›가 K-Pop 장르에서 새로운 노래를 발굴하는 계기이자 음악 감상을 위한 즐거운 경험이 되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아카이브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포스터 제작에 사용한 서체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세부 내용이 궁금하신 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했는데요. 흥미로운 작업이니 인스타그램 계정도 방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홍준기가 만든 선미 보라빛밤 타이포그래피 포스터가 전광판에 놓여있다.

Pporappippam보라빛밤, Sunmi선미, 2020 © jun.playlist

Artist

홍준기는 서울과 뉴욕을 중심으로 디자인 활동을 하고 있다. 문자의 형태 변화와 읽을 수 있는 정도 사이의 관계를 실험하는 일에 관심이 많고, 이를 브랜딩이나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녹여 새로운 작업물을 생산한다.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학부, 캘리포니아예술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그래픽 디자인 석사를 마치고 뉴욕에서 일을 시작했으며, 현재 한국에서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다양한 일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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