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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우리가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

Writer: HHHA
hhha, alphabet, archive, 아카이빙, 알파벳, 분류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HHHA에게 분류 방식을 갖는다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작업들을 어떻게 한곳에서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려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들의 분류 방식은 알파벳의 순서를 통해 범주를 만들고 각자의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처럼 유연하게 붙였다가 떼어가면서 발전시켜나가는 겁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아이디어들과 그 결과물을 모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 만큼 더욱 자세한 작업 과정은 아티클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HHHA(Hej Hello Hallo Annyeong)는 2021년 1월 29일 신나리, 황다현, 윤여름이 웹 기반의 작업물을 공유하고 연구하기 위해 만든 스터디 그룹입니다. 현재는 기존 세 명을 포함해 고윤서, 홍은주, 박정수, 김초원, 김가현까지 총 8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웹을 베이스로 시각 실험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같이 코딩 공부할 사람을 모으게 된 게 첫 시작이었어요. 웹과 디자인 모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보니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팬데믹으로 소통이 가장 단절되었던 시기에 각지 다른 유럽의 도시(덴마크 코펜하겐, 독일 바이마르, 브레멘, 뒤셀도르프 등)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들이라는 점이었죠. 그래서 그룹명도 각자 살고 있는 나라의 인사말인 Hej, Hello, Hallo, Annyeong을 모아 만들게 되었어요. 현재는 웹을 통한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하고 있지만, 모임 내에서 각자가 겪고 있는 현지 상황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사회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논의하기도 해요.

창작 공간의 특성에 대해 설명 부탁드릴게요.

저희는 디지털이라는 가상 현실에서 창작을 해요. 창작물을 직접 만져볼 수 없고, 누가 소비하는지도 알 수 없죠. 컴퓨터와 인터넷이 존재하는 곳에서만 실재하는 창작물인 셈인데요. 현실에서 물리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것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현실을 웹에 완전히 옮겨 놓아 보기도 해요. 가상 현실에서 시도할 수 있는 실험에는 한계가 없으니까요. 저희는 개발자가 구축한 플랫폼이나 기능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려고 시도해요. 보통의 사이트에서는 마우스 클릭을 할 때 안정감 있게 버튼이 눌리고, 그 행위가 매우 자연스러워서 기능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죠. 저희는 그런 사소한 기능들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해 봐요. 버튼이 꼭 눌릴 필요가 없고, 마우스 클릭 시 버튼이 반 토막 날 수도 있고, 버튼이 순간 떨어질 수도 있는 거죠. 웹이라는 공간은 예술적으로 무한히 표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넷만 있다면 이런 게 세계 각지로 닿을 수 있죠. 언어가 아닌 시각적 인터랙션으로 소통이 가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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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A 웹사이트에서 선보이는 알파벳 프로젝트는 포스트잇과 인덱스, 알파벳 순으로 정렬된 책이나 사전, 전화번호부 등이 어울린다고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이러한 특성을 부각하기 위해 손으로 책을 훑어보듯 마우스를 웹상에 가져다 대면 각 알파벳 페이지가 강조된다.

최근 알파벳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계세요. 영감을 얻고,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다듬어 작업을 완성하는 창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알파벳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알파벳 한 세트를 작업으로 채워나가는 프로젝트입니다. 격주에 한 번씩 랜덤 단어 제너레이터를 이용해서 영단어를 추출하고, 구글 잼보드에 각자 연상되는 것을 텍스트 또는 이미지로 붙여보며 아이데이션 과정을 진행해요. 1주 차에는 웹으로 시각화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중간 점검을 하고 팀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2주 차에는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추가적인 피드백 과정을 진행하고 반영해 함께 공유하는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를 하죠. 인스타그램과 HHHA의 웹사이트에도 포스팅 및 공유하고 있어요. 알파벳 프로젝트는 기본 작업 기간이 2주이기 때문에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완성해야 하는 제약이 있어요. 그래서 작업에 들어가기 전 작업의 사이즈를 고려해야 하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해야 하죠. 그런 점에서 저희는 알파벳 프로젝트의 작업 과정을 ‘웹 크로키’라고 부릅니다.

요즘 작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웹에서 보여주는 방식의 틀에서 벗어나 창작자로서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어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능을 새로운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주고 싶고요. 어떻게 하면 더 흥미롭고 인터랙티브한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보여줄 수 있는지도 고민합니다. 디자인적 측면에서는 브루탈리즘을 말할 수 있겠습니다.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가볍게 툭툭 던지며 만들어 내는 것들의 재미를 발견하고 강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작업에서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한 부분이 궁금합니다.

만족하는 부분은 책을 물성으로 한 아카이브 사이트 디자인입니다. 프로젝트명이 알파벳 프로젝트인 만큼 알파벳 순으로 프로젝트가 정렬되는 부분이 웹사이트에서도 잘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사전, 전화번호부, 인덱스 카드 등의 아날로그적인 경험을 떠올렸고 이런 사물의 특징적인 부분을 차용했죠. 예를 들어, 책을 넘기며 훑어볼 수 있다든지, 중간중간 인덱스 스티커를 붙인다든지, 또는 형광펜으로 체크하는 부분 등을 웹사이트에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저희가 오래된 그룹이 아니고 웹이라는 매체를 활용해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해보는 과정에 놓여있다는 점인데요. 저희가 지금까지는 ‘기능’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웹 실험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좀 더 저희가 만드는 플랫폼과 커뮤니티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여러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면서 작업에 녹여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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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방식으로 아이디어들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포스트잇에서 HHHA의 아이덴티티가 생겨났다. 특히 포스트잇이 키 이미지로서 가진 시각적 특성이나 가지고 있는 의미들의 맥락은 HHHA와 매치가 잘 된다고 할 수 있다.

창작자로서 어려움을 겪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를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클라이언트가 없는 개인 작업을 진행할 때 느끼는 어려움은 제한과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발생해요. 그래서 알파벳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조금 더 자극이 될 수 있는 랜덤 단어라는 장치를 만들었죠. 이 랜덤 단어라는 장치를 통해 특정한 주제의 틀 안에서 마음껏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룰을 만들었어요. 이런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며 생기는 고민과 어려움은 팀원들과 회의를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고 생각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살고 있는 도시의 일만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나라마다 다른 시차에서 발생하는 시간 관리가 힘이 들 때가 있어요. 스터디 그룹이 모이는 시간도 한국과 유럽에서 본업을 병행하는 시간을 고려해 매주 월요일 한국 시각 기준 저녁 9시 반으로 잡고 있어요. 독일 기준으로는 오후 2시 반이죠. 다른 그룹원 이외에 신나리, 황다현, 윤여름 이렇게 세 명은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어서 아직은 괜찮지만, 알파벳 프로젝트 이후에 진행할 프로젝트 역시 이 문제를 염두에 두며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창작의 경계가 급격히 흐려지며 서로 긴밀히 얽히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창작은 어디로 향할까요?

디자이너로서 예술가와의 협업이 잦아지면서 창작의 경계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있어요. 처음 코딩을 공부한 계기는 코딩을 이용한 작업을 할 때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다른 분야의 예술가와 협업할 때 다름이 느껴지더라고요. 창작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걸 느끼고 있지만, 이런 경계를 인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팀원을 모집할 때도 정말 많은 포트폴리오를 받았는데, 너무 그래픽 디자인 쪽으로만 치우쳐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인원들로 구성하려고 노력했죠. 앞으로 창작의 경계, 특히 다루는 매체에서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 분야와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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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진행했던 알파벳 프로젝트의 단어 목록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가 궁금합니다.

프리랜서로서 다양한 시간대와 소통을 할 때면 시간 관리가 힘들게 느껴져요. 삶의 지혜라기보다는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창작하기 위해서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해보기도 하고 개선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해요. 또한 창작자로서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꾸준히 탐색하고 리서치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로서 중시하는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을 다루는 입장에서 때로는 저희가 만든 창작물이 자신의 생각을 대변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크고 작은 경험을 해왔어요. 그래서인지 점점 작업물을 만들 때마다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더욱 지속가능한 예술이나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할 때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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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프로젝트를 위한 랜덤 워드를 뽑아 단어에 대한 아이데이션을 진행할 때 구글의 잼보드를 활용했다. 이를 통해 한 단어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사실 저희 모두 그룹으로 작업하는 것보다 개인으로 작업하는 걸 훨씬 더 선호했어요. 하지만 아카이빙 웹사이트를 함께 제작하면서 협업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죠. 성향이나 취향은 다르지만, 소통을 통해 혼자서 할 수 없던 생각이 떠오르기도 해요. 작업물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지 않는 게 끝없는 창작을 해야만 하는 저희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코드를 비주얼로 실험하는 창작 그룹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그룹으로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찾고 싶어요. 사회적으로는 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경계 없이 소통하는 디자인이 이상적인 디자인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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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 분이 인터뷰에 함께 응해주고 계시는데요. 각자의 삶의 태도와 가치가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황다현: 독일에 산 지 5년 차가 되면서 부쩍 관심을 쏟게 된 것이 몇 가지 있어요. 그중 하나는 먹고 마시는 방식이에요. 한국에 살 때는 주로 부모님이 유기농 식료품점을 애용하셨는데 그때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독일에 오고 나서 여러 주변 환경 덕분에 건강한 식습관 또는 식문화에 관심이 유독 많아졌습니다. 유기농 식품을 찾아 먹고, 관심이 없었던 패키지의 뒷면 성분 표시 등도 유심히 보기 시작했죠. 독일의 시스템상, 지역 브랜드가 지지와 지원을 받기 때문에 자연스레 지역 상품을 찾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스스로 찾아 먹게 된 게 최근 일어난 변화예요. 그래서 얼마 전 마무리한 석사 프로젝트도 ‘어떻게 하면 존재하는 화려한 스낵 패키지의 그래픽 언어로 보다 더 건강한 스낵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다뤘어요. 다른 하나는 차별에 관한 이슈입니다. 자의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있지만, 사회적인 분위기 또한 그랬어요. 아직도 부족하지만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의 마이너리티로서 목소리를 낼 방법을 모색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업에서 드러나는 제 색깔을 찾았고, 좀 더 대담해졌어요. 작업을 할 때도 최대한 명료하게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나리: 기존의 방식에 물음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쓸데없이 엉뚱한 것을 만들어 내기도 하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싶어서 황다현과 함께 HHHA를 만들 게 된 이유도 있답니다. 브루탈리즘의 비정형적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즐겨보는 편이고, 개발자가 만든 소스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해 보기도 해요. 웹 공간에서 예쁘게 포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무분별한 시각 표현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며, 경계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윤여름: 유럽에서 지낸 지 벌써 7년 차가 되었어요. 유럽에 막 왔을 때는 이방인으로 여기에 섞이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해 이해하는 폭이 조금은 더 넓어진 것 같습니다. 웹사이트 만드는 작업을 주로 하는 입장에서, 분야에 상관없이 클라이언트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대화를 충분히 하는 편입니다. 오래 편하게 지낼 수 있으면서 집주인의 색깔이 묻어나는 집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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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황다현은 서울과 캘리포니아 그리고 독일의 바이마르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했다. 과거에 만들어진 것, 또는 현재의 일상적인 소재를 모아 비주얼 리서치를 진행하고 새로운 그래픽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즐긴다. 현재 웹의 특성상 지면과는 다른, 상호작용에 제약이 없는 그래픽 표현 방식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da_hyonni
dahyunhwang.com

신나리는 서울에서 학사를 마치고, 독일 브레멘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자연스레 디지털을 통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각종 프로젝트와 HHHA 등의 디지털 모임을 기획하면서 웹이 훌륭한 예술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깨닫고 있다. 앞으로 웹을 활용해 공간적 제약뿐 아니라 국적, 인종,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작업하는 걸 목표로 두고 있다.
@shin_naree

윤여름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공부하다가 쿤스트 아카데미 뒤셀도르프 John Morgan 클래스에서 타이포그래피와 북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에서 다양한 개념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흥미를 느낀다. 다양한 예술가와 웹 공간에서의 협업을 주로 하고 있다.
@ete.cool
ete.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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