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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비밀입니다

Writer: 김희조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김희조 작가는 시각 예술 작업을 하면서 독립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드로잉, 출판물, 퍼포먼스 등 매체를 넘나들며 가끔은 겹치게, 가끔 겹치지 않는 방식으로 보여준답니다. 창작자의 작업을 선보이는 창구가 전시 외에는 별로 없어서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위해 출판사를 운영한다는 그는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아서 늘 우선순위를 정하고 알맞은 도구를 골라서 작업해요. 작가로서의 존재와 작업을 무겁게 여기지 않는 게 철칙이란 점도 흥미롭죠. 야무진 창작자가 되고 싶은 김희조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시각 예술을 하며 출판사를 운영하는 김희조입니다. 출판사 이름은 ‘Nine Birds Press’인데요. 새를 좋아하고, 숫자 9는 대충 영문으로 썼을 때 예뻐서 가져왔습니다. 개인 작업은 드로잉, 출판물, 퍼포먼스를 가끔은 겹치는 방식으로, 가끔은 겹치지 않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비밀입니다. 출판사는 창작자가 자신의 작업을 선보일 수 있는 창구가 전시 말고는 별로 없거니와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데 제한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작 매체 하나가 늘어나는 것뿐이지만, 사람들이 새로운 표현 방식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그에 영감받는 사람이 더 많아지길 바라요. 2022년 여름쯤 시작한 과업인데요. 서류상으로는 ‘사업자’지만, 저는 사업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어요.

‹4/4/4›, 2021, 악보에 오일 스틱, 227 x 304mm

‹4/4/4›, 2021, 악보에 오일 스틱, 227 x 304mm

‹4/4/4›, 2021, 악보에 오일 스틱, 227 x 304mm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두 명의 작가님과 채광 잘 받는 곳에서 작업실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미디어 아트를 하는 김하니(@1hanikim1) 작가님과 퍼포먼스를 하는 미팍(@miiparkk) 작가님인데요. 작업할 때마다 서로에게 든든한 뒷배가 되어줘서 항상 고마운 동료들이랍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창의성은 뭔가 근육 같은 존재라 평소에 강하게 길러두어야 필요할 때 제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간간히 떠오르는 영감을 찾기보다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자신을 조율하는 편이에요.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 특히 다른 창작자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주위 사람과 작업이나 여러 주제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며 배우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고립된 상태에서 하는 작업을 잘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아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머릿속에 저장해 두고 성장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하나의 주제가 숙성되면 대충 어떤 모습으로 작업해야 할지 윤곽이 잡히기 시작해요. “나를 이렇게 만들어줘!”라며 외치는 방향성이 있는데요. 이걸 조금씩 다듬어 가면서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시각화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프로세스는 매체를 고르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 매체만 쓰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때그때 소재에 따라 알맞은 도구를 고르려고 노력합니다.

『이곳에 지형을 옮길 수 없습니다』 이미지 발제

『이곳에 지형을 옮길 수 없습니다』 이미지 발제

『이곳에 지형을 옮길 수 없습니다』 이미지 발제

작가님의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가장 최근의 출판물과 출판물이 아닌 작업으로 하나씩 나눠서 소개해드릴게요! 우선 책의 경우 『이곳에 지형을 옮길 수 없습니다』라는 작업인데요. 작년에 진행한 미디어 퍼포먼스에서 시작한 도서입니다. 9명의 작가와 함께한 그룹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전시 주제인 관계성에 맞춰 어떤 작업을 할지 고민하다가 ‘‹심즈 2›라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을 이용해 작업을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한 10명의 작가를 상대로 가상현실에서 산다면 어떤 모습으로, 어떤 공간에서, 어떤 가족 구성원과 살고 싶은지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인터뷰 답변과 애정어린 간섭을 토대로 게임 속에 ‘염소마을’이라는 마을을 만들고 여기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전시장의 큰 스크린에 송출하는 퍼포먼스를 일주일 내내 상주하며 진행했습니다. 다만 18년 전에 출시한 게임을 토대로 만든 작업이다 보니 염원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다소 투박하고 불완전한 비주얼이 완성되었는데요. 이런 온전치 못한 모습을 보고 더 좋아하는 관객이 재미있었습니다. 퍼포먼스 도중 관객이 없을 때면 틈틈이 게임 속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해 두었어요. 그리고 전시가 끝난 후 퍼포먼스가 이렇게 끝나는 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200장이 넘는 이미지를 엮어 아티스트 북으로 출판했습니다. 처음 만든 책이라 정말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아픈 손가락인 만큼 가장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이기도 해요.

『이곳에 지형을 옮길 수 없습니다』, 2022, 아티스트 북, 140 x 123mm

『이곳에 지형을 옮길 수 없습니다』, 2022, 아티스트 북, 140 x 123mm

다른 작업은 ‹나만의 네귀고양이›라는 작업이에요. 스트리머나 인플루언서 등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영어로 ‘internet personality’라고 칭하는 단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지금 스크린에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진짜가 아닌 허구의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이 재미있어서, ‘네귀고양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인공친구os»라는 그룹전에 합류하면서 전시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진행하게 되었어요. ‹나만의 네귀고양이›는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 작업인데요. 네귀고양이에게 금전을 제외한 선물을 바치면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어요. 참여자에 따라 달랐지만, 주로 친구가 될 때 필요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약 13분 동안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며 진행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물질을 대가로 타인에게 친밀감을 느끼려는 행위가 괘씸해서 기획한 작업이었죠. 물성을 지닌 사람과 마주해야 하는 작업인지라 ‹이곳에 지형을 옮길 수 없습니다› 퍼포먼스보다 훨씬 더 힘들었어요. 다 끝난 후에도 전혀 아쉽지 않은, 다시는 꼴도 보기 싫은 작업이었습니다. 물론 정말 애정하고 후회 없는 작업이었지만, 평생 다시는 안 하지 않을까 싶네요. 하하.

‹나만의 네귀고양이›, 2022, 관객참여 퍼포먼스

‹나만의 네귀고양이›, 2022, 관객참여 퍼포먼스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위압감 혹은 공포감이었던 것 같아요. 귀엽거나 익숙한 것에서 사람이 공포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무서운 상상에 대한 티셔츠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작업을 통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원하는 방식대로 충분히 다 해버렸다는 게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워요. 다만 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방식이 조금 더 매끄러웠으면 좋겠다는 점이 불만족스럽죠. 예를 들어, 『이곳에 지형을 옮길 수 없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디자인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나만의 네귀고양이›는 간혹 참여를 주저하는 관객분에게 좀 더 부드러운 유도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인전 «시작하기 전의 길고 긴 이야기», 2021, 전시 전경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기억력이 나빠서 스케줄러에 많이 의존하는 편입니다. 그날의 일정과 해야 할 일을 애플리케이션에 적어두지 않으면 다 잊어버려요. 그렇게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친구나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쉽니다. 언제나 변동이 자주 생기는 일상이라서 뭔가 콕 집어서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네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경제와 디자인이요. 시각 디자인은 예전부터 애정을 가지고 천천히 배우고 있는 관심사고요. 경제는 관련 영상을 시청하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우리를 둘러싸는 모든 사물이 경제와 디자인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끔 좀 무서운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요즘 채소에 관심이 커졌어요. 특히 양배추를 삶아 먹는 일이요.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메시지를 시각화할 때 빙 둘러서 나타내는 편입니다. 작업에서 할 말을 대놓고 하지 않는 편이에요. 실제 성격은 대체로 솔직하게 말하는데요. 아마 좀 더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를 작업에 표출하고 있지 않나 가끔 생각합니다.

개인전 «시작하기 전의 길고 긴 이야기», 2021, 전시 전경

개인전 «시작하기 전의 길고 긴 이야기», 2021, 전시 전경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처리해야 하는 업무 A, B, C, D가 있다면 이 중 가장 쉬운 것부터 처리해버려요. 그러다 보면 일 하나를 잘 마쳤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자연스레 다른 일과 작업도 조금씩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더라고요. 이렇게 해도 뭐가 전혀 안 풀리고 집중이 절대 안 될 때가 가끔 있는데요,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좀 쉽니다.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재미있는 활동이 너무 많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데 가장 중요한 것 몇 가지만 빼고 쳐내려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3D 툴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요. 해야 할 일과 당장 배워야 할 게 있어서 열심히 참고 미루고 있어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작업을 무겁게 여기지 않으려고 해요. ‘나는 너무 중요한 예술가이고 내 작업은 너무 중요한 작업이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창작하는 태도가 왠지 모르게 경직되고 아울러 관객에게도 이런 태도를 강요하게 되더라고요. 성공적인 메시지는 남에게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인전 «시작하기 전의 길고 긴 이야기», 2021, 전시 전경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저는 워낙 작은 사람이라,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굳이 드리자면, 자기 전 입술에 바셀린을 잔뜩 바르고 주무시면 좋습니다. 날마다 플랭크를 하는 것도 좋아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일을 ‘똑띠’ 하는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야무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좀 더 느린 페이스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이 쉬고, 더 많이 자고 싶습니다.

Artist

김희조는 서울에서 거주하며 시각 예술 활동과 독립출판사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주로 회화, 출판물, 퍼포먼스, 이 세 가지 매체를 때로는 따로, 때로는 겹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보다 실험적인 예술 서적을 만들고 싶어서 출판사 ‘Nine Birds Press’를 차리게 되었다. 최근 더레퍼런스에서 본인이 참여한 미디어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서적에 대한 토크를 진행하였으며, «인공친구os»(2022, 파동풍경)를 포함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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