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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중세 판타지 세계에서 건너온 신비로운 물건들

Writer: 김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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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김한샘 작가의 작업을 보면 용이나 기사 또는 마법사와 같은 단어들이 떠올라요. 그리고 이것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중세 판타지 세계에 등장한다는 점이에요. 작가는 이런 요소들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서 공예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답니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우리에겐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중세 판타지 세계를 김한샘 작가는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까요? 더 자세한 내용은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김한샘입니다. 중세 판타지 세계에 관심이 많고, 여기에 출현하는 신비한 서사와 도상을 어떻게 현실에 구체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그리거나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창작자가 된 것 같습니다. 만화와 게임을 많이 접하던 환경이다 보니 그런 이미지를 모방해 이미지 창작법을 체득했어요. 소비하던 콘텐츠를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뾰족해져서 작품으로 구체화하면 큰 만족과 즐거움을 느낍니다.

작가님이 작업하는 창작 공간의 특성이 궁금해요.

예전에는 작업실을 따로 두고 출퇴근하며 일상을 보냈는데, 최근 거주 공간과 작업실을 합쳤어요. 장점이자 단점은 일과 휴식의 분리가 잘 안된다는 점이지요. 애초부터 일을 취미처럼, 취미를 일처럼 하던 터라 더욱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원래 작업도 혼란스럽게 했기에 취미 생활에서 발견한 다양한 이미지 매체를 작업에 더 많이 사용하고 싶어요. 점점 휴식도 일이 되는 것이 힘든 부분이긴 합니다. (웃음)

작가님의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소개해주시겠어요?

최근에는 돌을 이용해 작업을 진행했어요. 신비한 도상과 서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런 도상을 현실에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비슷한 구조를 띤 종교 미술이나 주술적 오브제 등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요. 어느 날 박물관에 갔는데 석기시대의 유물들, 특히 돌을 나열한 모습을 보고 돌에 이미지를 부착하는 작업을 구상했어요. 자연물인 돌은 형태가 비정형이기에 시각 이미지를 창작하는 입장에서 조형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작업의 모든 형상을 구상하지 않고 돌의 형태에 덧붙이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영감을 얻고,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다듬어 작업을 완성하는 창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창작을 위해 스스로 과제를 부여하고 이를 수행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했어요. 예를 들어 최근 열었던 개인전 «Sword & Sorcery»에서는 ‘펄프 픽션pulp fiction’의 하위 장르인 ‘소드 앤 소서리Sword & Sorcery’에 속하는 여러 소설의 챕터 제목을 활용했어요. 소드 앤 소서리는 주로 판타지 영웅 서사를 다루는 장르 소설을 칭하는데요. 무작위로 목차를 보며 챕터 제목을 수집했습니다. 수집한 챕터 제목은 원작과 연결 고리가 없는 그저 제목일 뿐인데요. 저는 그 제목에서 시작해 작업을 진행했어요.

최근 작업에서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요즘은 수공예적인 부분이 부각되도록 작업을 진행했어요. 저는 노동집약적인 것에 동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신비와 환상에 관한 서사와 이미지를 다루다 보니 수공예에서 보이는 손맛과 대비되며 시너지를 일으키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작업에서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한 부분이 궁금합니다.

최근 만든 작업은 완성도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부분이 있었어요. 여러 재료가 시각적으로 합쳐지면서 그 인상이 원하던 대로 잘 구현되었어요. 다만 작업의 형식이 더 이상 발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처음 개인전을 열었을 때만 하더라도 여러 생각을 하지 않고 되는대로 만들며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꼈어요. 이후에는 나름대로 작업의 내용과 형식을 정리하며 진행한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스스로 벽을 만들며 작업을 했더군요. 작업에서 나타나는 패턴화된 부분에 흥미를 잃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가능성이 열린 방향으로 작업하고 싶습니다.

작가님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이나 태도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저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시간을 주도적으로 통제해야 하므로 달라지는 양상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도 제게 업무를 지시하지 않기에 자칫하면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기 딱 좋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하루의 과제를 설정한 후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해요. 물론 완벽하게 지키는 건 힘들지만요.

작가님의 삶의 태도와 가치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무해한 사람이고 싶어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업 소스를 선택할 때 남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제가 만든 것이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일이 없도록 잘 살펴보려고 노력합니다.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가 궁금합니다.

머리로만 생각하지 않고 실제로 행동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작업할 때 구상 단계에서 너무 많은 검열을 거치면 아무 결과 없이 허송세월하기 쉬워요. 완전한 모습이 아니더라도 어떤 결과물로 만들어두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가 수월해집니다.

창작자로서 어려움을 겪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를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건강에 대한 이슈를 꼽을 수 있어요. 주변 동료와 만났을 때 항상 서로의 건강에 관해 이야기하곤 해요. 특히 체력과 집중력이 급격히 저하됐어요. 이전에는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었는데, 이제는 노력이 필요할 때가 다가온 것 같습니다.

최근 창작의 경계가 흐려지며 긴밀히 얽히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외적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창작물 간에도 창작자의 비평적인 의도가 분명히 드러날 때 완전히 다른 작업으로 바뀝니다. 창작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게임에는 규칙이 있고, 각자 고유한 필드가 있어야 규칙에 따른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경계가 흐려지면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기 힘들어져요. 모든 것이 흐려진 세상에서 계속 평가가 유예된다면, 결국 모든 것이 흐지부지되며 나아갈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을까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주의입니다. 소화하지 못한 사변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럽네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버티는 놈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버티는 게 과연 능사일까 의문이 듭니다. 버틴다고 생각하면 처음 느꼈던 재미는 사라지고 어느새 고단한 모습만 남는 것 같아요. 거창한 마음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지속할 수 있다고 믿어요. 굳이 창작 활동이 아니더라도 재미있고 중요한 일은 우리 삶에 가득하기에 자신을 국한하지 않도록 돌보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흥미를 느끼는 것을 찾아보고 만드는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외압에 의해 행동하는 것에 내성이 별로 없는 편이라,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날이 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Artist

김한샘은 중세 판타지 서사와 도상에 관심을 두고 있다. «Sword & Sorcery»(디스위켄드룸, 2022), «Dragon’s FFire»(취미가, 2020), «FORBIDDEN ALCHEMY»(공간형, 2018)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결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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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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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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