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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머리카락으로 직조한 환상의 세계

Writer: 가베 신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가베 신은 마치 장인처럼 한땀 한땀 머리카락을 직조하여 숨이 턱 막힐만큼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그만큼 헤어 스타일링이 무드를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가 되는지를 체감하게 되는 동시에 심지어는 예술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음이 명확해져요. 이렇게 멋진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헤어 스타일링과 관련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티클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헤어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는 가베 신(GABE.SIN)입니다. 작가보다는 테크니션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아직 ‘실장님’이라고 불리는 게 더 익숙한 사람이에요. 스스로 ‘작가’라고 칭하기에 조금 부끄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네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미용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헤어 디자이너로 숍에서 일하고 저만의 숍도 차리게 되었죠. 오랜 시간 숍을 운영하다 보니 매일 책상에서 숫자와 씨름하는 저를 발견하게 됐어요. ‘이게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 생각이 문득 들면서 힘들어졌죠. 그렇게 방황하던 찰나에 친분 있는 포토그래퍼가 협업을 제안했어요. 그 작업을 함께 하면서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정면으로 마주했고, 알게 되었죠. 저는 말 그대로 정말 머리를 만지고, 스타일링하는 일 자체를 너무도 좋아하고, 이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사실 말이에요.

‹산(山), 강(江), 물(水)›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사실 항상 머릿속에 무언가가 맴돌아요. 영화, 드라마, 포스터 등 살면서 보아온 다양한 이미지, 들은 것, 만진 것 등 여러 가지 감각이 뒤엉켜 있죠. 작업하기 전 함께 하는 이들과 여러 대화를 하면서 이미지가 점차 확실해져요. 떠올렸던 이미지가 점점 현실화하는 거죠. 그게 곧 저의 작업이 된답니다. 물론 계획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시작하는 일도 많아요.

‹Bad Dream We need Love & Peace› 시리즈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메카닉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머릿속에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재료와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죠. 그 후에 안정적인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을 때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합니다.

‹From Earth – Tree› 시리즈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From Earth – Tree› 시리즈를 예로 들어볼까요. 당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나무를 많이 봤어요. 나무가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너무 좋았죠. 왠지 모르게 어느 촬영 현장에서 나무 모양의 머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다양한 나무 모양의 머리를 발전시켰어요. 그리고 그 해 마지막 가장 큰 나무 머리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마음이 맞는 분들의 도움과 협업으로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답니다. 정말 아직도 함께해 준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껴요.

‹Familiar›는 어릴 적 할머니 집에 항상 있던 자개장을 카페 같은 곳의 인테리어 요소로 사용하는 장면이 너무 반가워서 그 친숙함으로부터 시작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의 친숙함이 다른 사람에게도 친숙하게 보였으면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자개는 만지는 게 어려워서 아직 시간을 좀 더 들여야 해요. 계속 발전하는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최근 작업에서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익숙함에 많이 기대는 편이에요. 익숙한 것에서 오는 힘이 엄청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살아오면서 익숙하게 느낀 부분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항상 작업합니다.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요즘 협업한 분의 권유로 레진을 이용한 헤드피스를 제작하고 있어요. 원하는 형태와 헤어와의 조합에서 무언가 새로운 방향성을 찾았는데요. 레진의 특성상, 빛 반사가 심하고 원하는 컬러를 찾지 못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탐구해봐야 알 것 같아요.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작업이 없는 날에는 주로 집에 있는 편이에요. 누워서 잡생각도 하고, 상상도 하며 지낸답니다. 로드 사이클 타는 취미가 있어서 가끔 멀리 떠나기도 해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헤어 테크닉의 오리지널리티가 한동안 너무 궁금했어요. 헤어의 역사, 기원이랄까요. 요즘은 그런 부분에 빠져 있어요. 중세 시대부터 헤어 스타일을 위해 어떤 도구와 테크닉을 사용했는지도 궁금하고요. 고전 헤어 스타일을 보면 분명 현대에서 이루어지는 헤어 스타일링보다 깊이가 있고, 쉽게 찾기 힘든 디테일이 숨어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너무 멋지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사실 유혹에 약해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그때의 분위기, 기분, 그런 것에 홀리거나 집착하면서 작업할 때가 많아요. 기쁨, 슬픔, 분노, 짜증 같은 여러 감정에 잘 휩쓸리다가 갑자기 차분함이 찾아오고 마무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정리가 되곤 하죠.

‹Numero Netherlands Magazine› 협업 시리즈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작년 초 일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번아웃이 왔어요. ‘이러다가 금방 지나가겠지’ 했는데 거의 3개월 동안 의욕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미칠 것 같았죠. 일하기 싫은 티가 팍팍 났는데 친한 지인이 로드 사이클을 꾸준히 권하더라고요. 한 번 타볼까 하는 마음에 시작했는데요. 웬걸요. 복잡한 게 정말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고, 머릿속도 깨끗하게 정리되면서 의욕도 돌아왔어요. 자전거 업그레이드에 돈 쓰는 맛도 쏠쏠했고요. 아직도 그 친구에게 고마워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한 팀으로 일하는 친구들이 두 명으로 늘었어요. 고맙게도 다들 열심히 해주고 있지만 제가 게으른 탓에 많은 걸 못 알려주는 건 아닌가 걱정도 들어요. 그들 또한 저랑 똑같기보다는 자기만의 것을 상상하고 창조해나가길 바라요. 후배 양성은 제가 이 일을 계속 해나가기 위해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그들이 가고 있는 길을 해치지 않으면서 저와 다른 것을 표현할 수 있게 이끌어줄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고민이 많답니다.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작업을 지속해야 해요. 똑같은 작업을 지속하는 연작의 형식도 좋지만, 다양한 것을 시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민에 잠겨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신 일단 실행에 옮기면 어느새 발전하며, 깊이가 생깁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우선 이 일을 할 때 ‘나는 행복한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행복하다면 계속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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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cess of Love› 시리즈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오랜 세월이 지나 할아버지가 되어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어느 누가 봐도 이건 가베가 한 작업이구나 하고 알아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상업적인 면을 제외하고는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아무래도 패션, 뷰티 쪽 작업을 지속해야 하니까요. 상업적인 것과 작업의 경계가 확실해지고, 그 두 가지 사이에 적절한 밸런스를 잘 이루며 나아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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