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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이번에는 어떻게 (다르게) 해볼까?

Writer: 파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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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이미지 프로젝트 그룹 파일드는 늘 경계하고 있다고 합니다. 멈춰 있는 것을. 남들과 똑같아지는 것을. 그리고 이전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을 말이죠.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네 명의 사진가와 한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강경희, 유현선, 이민주, 이소정, 정다혜는 머리를 맞대고 골똘히 그리고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 이들의 작업을 관통하는 이 질문은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통통 튀면서도 매력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파일드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저희는 사진가 네 명과 그래픽 디자이너 한 명으로 구성된 이미지 프로젝트 그룹 ‘파일드Filed’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는 모두 같은 학교에서 만난 친구 사이예요. 네 명은 시각 디자인을, 다른 한 명은 회화를 전공했어요. 파일드는 사실 2017년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가했을 때 지은 사진집 이름이었어요. 함께 사진집을 만들어 팔았는데, 그 이후 좋은 기회로 사진 관련 행사에 자주 참여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책 이름을 그룹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파일드의 첫 개인전 «Filed SS 2020»에서 선보인 작품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저희는 모두 본업을 따로 갖고 있습니다. 강경희는 패션 사진 어시스턴트, 유현선은 워크룸의 그래픽 디자이너, 이민주는 영상 프로덕션 조감독, 이소정은 DNMT의 비주얼 디렉터, 정다혜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파일드 활동을 하다 보니 별도의 작업 공간은 없어요. 프로젝트별로 필요한 공간을 구해서 작업합니다.

파일드는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평소 파편적으로 모은 이미지나 사실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합니다. 온라인에서 본 이미지나 구입한 책, 주변에서 벌어진 사건, 새로 알게 된 사실 등이 모두 작업 재료가 돼요. 그 조각을 모아 조합하거나 해체하다 보면 만들고 싶은 작업이 점차 분명해져요. 영감은 신의 계시처럼 내려오는 게 아니라 평소 꾸준히 준비하는 태도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Harper’s BAZAAR Korea』 창간 25주년 기념 이미지

최근 진행한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온양민속박물관은 다양한 시각과 관점으로 유물을 살펴보는 도록을 사진작가와 함께 매년 출간하고 있어요. 그동안 스튜디오 도시, 텍스쳐 온 텍스쳐, 김경태, 정희승 작가 등이 참여했는데, 올해에는 조성연 작가와 파일드가 참여하게 되었어요. 온양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중 식물 문양을 지닌 유물을 선별해 ‘식물과 문양’이라는 주제로 촬영했습니다.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출간하는 ‘공예’ 시리즈의 다음 권 『공예: 식물과 문양』(가제)을 위한 유물 사진. 올해 출간 예정이다.

저희는 생활용품과 가구에 식물을 새겨넣는 문화에서 식물을 가꾸는 꾸준한 관심과 함께 한결같음을 마음에 새기려는 태도를 발견했어요. 그 태도를 사진에도 가져와서 정원을 가꿀 때 사용하는 장갑, 수레, 잔디 같은 도구를 소품으로 활용해 유물과 함께 촬영했습니다. 촬영 장소는 온양민속박물관 본관 옆의 구정아트센터에서 진행했는데요,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건물의 바닥재와 구조가 사진 콘셉트와 잘 어울렸습니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촬영하는 일이 처음이라 모든 소품을 미리 배송한 후 촬영 장비와 함께 먼 거리를 이동하고, 유물에 직접 손댈 수 없어 학예사님이 옮겨주던 상황이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입니다. 책은 올해 안에 출간 예정이에요.

지난 5월에는 에이랜드 명동 본점 비주얼 작업을 했어요. 명동에 에이랜드 매장이 새로 오픈하면서 외벽에 걸리는 비주얼 작업을 의뢰받았죠. 어떤 작업을 할까 고민하던 중, 에이랜드 로고의 A 위에 찍힌 원을 보고 막연하게 파란 풍선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풍선 아티스트 김태윤 님을 섭외해 에이랜드 심볼에 사용한 물고기가 연상되는 다양한 물고기를 파란 구 형태의 풍선으로 만들었죠. 건물의 세 면을 감싸는 외벽 구조물이라 모든 각도에서 쾌적하게 보이도록 레이아웃 구성과 배치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최근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저희는 항상 얇은 작업을 지향해요. 깊은 의미를 내포하거나,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작업은 선호하지 않아요. 첫눈에 매력적인 혹은 충격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싶습니다.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대화를 좋아합니다. 특히 어떤 주제에 관해 끝도 없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죠. 주제가 쓸데없으면 없을수록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멋과 돈을 모두 놓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프린트 베이커리에서 진행한 파일드와 식물상점의 협업 전시 «PLAANTS»

파일드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삶의 전반을 관통하는 태도는 ‘다르게 하기’인 것 같아요. 무채색이 주를 이루는 한국의 자동차 색상, 비슷한 구조의 아파트, 압도적으로 유행하는 동일한 디자인의 옷처럼 틀에 박힌 현상을 정말 이해할 수 없었어요. 작업을 시작할 때 ‘이번에는 어떻게 해볼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요. 그 질문 이면에는 ‘이번에는 어떻게 (다르게) 해볼까’라는 생각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슬럼프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꾸준하게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새로운 것에 강박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패션위크에서 착안한 시스템을 통해 시각예술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플랫폼 «Circuit Seoul S#1 Circulation»에 참여한 우산 형태의 작업 ‹Filed Air Show›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스스로 확신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작업했는데요. 최근에는 조금씩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경 쓰여요. 주변 반응을 의식하게 되면 작업을 내보이기 전에 움츠러들 것 같아요. 둥근 작업보다는 뾰족한 작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파일드가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멈춰있는 것을 가장 경계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어요. 자신 있는 것만 하거나 이전과 비슷한 태도로 작업하다 보면 언젠가는 작업이 낡아 보이고 발전을 멈추게 돼요. 마치 처음에 완성했을 때는 멋졌던 공간에 몇 년 후 방문하면 갑자기 오래되고 낡아 보이는 것처럼요. 공간이 처음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고 사람들이 계속 방문하고 싶게 하려면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창작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2021년 현대백화점 봄 비주얼 ‘Draw the Happiness’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보람차고 기분 좋은 시간도 있지만 분명히 지치는 일도 있을 거예요. 건강과 생활을 챙기는 시간도 작업 시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파일드는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예쁘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는 창작자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지를 만드는 창작자에게 최고의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파일드가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파일드의 구성원이 각자의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나중에 이를 바탕으로 세상에 없던 형태의 작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진행했던 한 인터뷰에서는 섬을 사고 싶다고 했고, 최근에 진행한 다른 인터뷰에서는 도시를 짓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답변할게요.

실크스크린 공방 SAA와 함께 만든 2022 달력. 올해 초 플라츠 S에서 팝업 행사를 했다.

Artist

파일드는 강경희, 유현선, 이민주, 이소정, 정다혜로 구성된 이미지 기반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2017년부터 다른 분야와 협업하며 이미지와 그래픽 디자인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사진집 『Filed SS 2020』(2019), 『Filed: The Book of Filed Images』(2017) 발간을 시작으로 전시 «PLAANTS»(2021), «Filed SS 2020»(2019)을 기획하고, ‘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2021), «써킷 서울 S#1 Circulation»(2021)에 참여했다. 최근 에이랜드 명동 본점의 비주얼 작업을 진행하며 상업 공간 속 사진의 역할도 탐구 중이다.

결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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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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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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