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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캐릭터 킴벌리의 담당 매니저

Writer: 이은솔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이은솔 작가는 디지털 네트워크에 킴벌리 리Kimberly Lee라는 가상 캐릭터를 만들어 유지 보수하는 매니저 역할을 맡습니다. 요즘은 킴벌리와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마음 맞는 창작자 동료들과 함께 공동 육아 프로젝트를 시작했답니다. 구호 만들기와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며 킴벌리가 잘 크면 온라인으로 레이브 파티를 열고 싶은 작가가 궁금하다면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미디어 작업을 하는 이은솔입니다. 킴벌리 리의 매니저를 겸하고 있습니다.

‹Happy Easter›, 2020~ , Instagram: @kimberlyleee_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6 베를린 비엔날레’를 찾았을 때 비디오 그래픽 작업이 대세였는데요. 비디오 설치 방식도 좋았고, 지금과는 또 트렌드가 다르지만, 그때는 그게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뒤늦게 대학원에 지원해 영상원에서 VR, 게임엔진, 관련 이론을 배웠죠. 그 과정에서 얻은 생각이 지금 작업을 시작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지금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어요. 층고가 아주 높고 방음이 잘 되고 쾌적하답니다. 덕분에 좀 고독하고 그래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작업하고 있어요. 작업실에 설치 작업은 없고요. 컴퓨터와 모니터, 작업 겸 미팅용 큰 테이블 두 개, 쉬거나 VR 드로잉할 때 눕는 공간과 빈백, 수희 언니가 준 냉장고가 있어요. 요즘 물건 몇 개가 임시로 들어와 있는데요. 다음 전시 테스트용으로 빌린 문짝만 한 스크린 두 대와 기획실에 자리가 부족해 제 작업실로 피난 온 커다란 화분이 주인공입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처음에는 새롭게 배운 기술이나 관련 이론을 맥락 없이 이어 붙이면서 혼자 낄낄거리는 재미로 작업했어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를 보다가 키워드에 꽂히면 구글링을 통해 좀 더 재미있는 부분을 찾았죠. 요즘에는 이전 작업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야 멋있을까 고민하면서 리서치하는 편이에요. 협업하는 친구들에게도 영향을 많이 받고요. 그들이 참여할 때 흥미를 느낄만한 작업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Firefly›, 2021, Single Channel Video, Color, Sound, clip from unity scene, Play, 8min 30sec
Sound: Ashley J. Quick, Éminence Grise, Acid Weather Report
Firefly Produce: Kim Dong Young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일단 평소 읽던 책에서 표시한 부분, 인스타그램에서 북마크한 것, 메모, 낙서와 녹음 등을 한데 모으고 이들 사이의 맥락을 찾아요. 맥락에서 떨어져 있는 것은 탈락시킨 후 제가 왜 그 자료를 모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아주 상관없는 키워드들이 이상하게 한 카테고리로 묶일 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 상태로 리서치를 시작해요. 그리고 디테일은 기획 글을 쓰거나 작업을 만들어갈 때 살을 붙이는 식입니다. 좀 막힌다 싶으면 3D 모델 구매 사이트나 에셋 스토어를 뒤적거려요. 세상에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요. 이상한 것을 만들고 이게 팔릴 거라 생각하면서 마켓에 올려놓거든요. 그러면 언젠가 저 같은 사람이 구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요?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가장 최근에 만든 ‹킴벌리와 친구들(Kimberly & Friends)›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그리드 아일랜드»에 전시한 작업이에요. 저는 늘 여러 명과 협업하며 작업을 만드는데요. 영상 설치 작업의 특성상 각 분야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도 있지만 킴벌리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그를 지지하는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느슨한 모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섭외에 심혈을 기울이는 측면도 있답니다.

‹Kimberly & Friends(킴벌리와 친구들)›, 2022, Single channel Video, Sound, clip from unity scene play, 9min 40sec

‹킴벌리와 친구들›은 그런 모임을 ‘다오DAO’의 형태로 실현하고자 베타 버전의 모임을 만들어 함께 개념을 공유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작업이에요. Pack.system이 기획과 정리를 담당해주었고요. 김솔이, 김수희, 이승현, 정진화, Aggie Nam 이렇게 다섯 명의 아티스트와 NFT를 각각 하나씩 발행해 다오를 만들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는데… 아직 하나도 안 팔려서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할 것 같아요. 너무 비싼 가격에 올리기도 했고, 요즘에는 아무도 NFT를 사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다오는 지금 킴벌리의 생존을 위해 제가 상상하는 한 가장 이상적인 조직입니다. 버추얼 존재는 이미지든 기능이든 상징적으로 사람들의 통로가 되면서 존재를 확장하는 면이 있는데요. 저 혼자서 그 일을 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어요. 공동의 서포터즈가 필요하고 그들이 활동을 통해 얻는 이득도 확실해야 합니다. 다오를 론칭하고 홍보하는 일은 비교적 쉬운 편이지만, 시스템을 만들고 안정화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서 다음 작업은 그 리서치 과정과 전략 구상 등을 시각화해 펼쳐 보이려고 해요.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킴벌리 다오 공동 육아 프로젝트가 안정화되면 저는 그들에게 킴벌리를 맡기고 다른 작업을 할 수 있겠죠!

‹Kimberly & Friends(킴벌리와 친구들)›, 스크린샷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사람들이 제 작업의 향후 로드맵을 궁금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작업에서 그 힌트를 얻도록요. 아직 만들지 않았지만 이미 영상과 텍스트 안에 포함된 것, 그리고 물질적으로 만질 수는 없지만, 우리와 시간을 함께하는 여러 가상의 것들에 대해 계속해서 예고하고 언급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그 이상하게 붕 뜬 감각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저와 함께 작업하는 아티스트와 작업 의도에 대한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는 부분이 만족스러운데요. 제가 멋진 사람을 잘 알아본다는 의미라서 매우 뿌듯해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어린이가 제 작업을 잘 보더라고요. 이 또한 관객의 발길을 좀 더 오래 붙들고 싶은 의도가 잘 전달된다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이 두 그룹 간의 괴리가 좁혀지면 좋겠는데 작업 안에서 이를 잘 해내고 있지 못한 것 같아서 극복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작업 외적인 설명이 많이 필요한 작업을 만들면서 말이 많아지니까 이제는 좀 힘들기도 해요. 좋은 문법을 찾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Kimberly & Friends(킴벌리와 친구들)›, 2022, Single channel Video, Sound, clip from unity scene play, 9min 40sec

‹I want to be a cephalopod›, 2021, Single Channel Video, Color, Sound, 4min 30sec, Sound: CLOVA Dubbing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 이은솔 개인전 전시 전경 사진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일상이란 게 딱히 없는데요, 작업하다가 누워서 유튜브 혹은 넷플릭스를 보거나 잠이 들어요. 아, 막장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번 전시 준비 막바지에 ‹인어아가씨›를 완주하면서 충격적인 결말 때문에 약간 지장이 생기는 바람에 요새는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작업 외 시간은 친구와 보내요. 협업하는 친구와 종종 모여 다음 작업을 도모하고 술 마시고 춤추는 일을 한꺼번에 하고 있습니다.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계획 세우기! 스케줄 정리하기! 루틴 지키기!’ 같은 구호 만들기입니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어쩔 수 없지. 그다음 대안은?’, ‘이게 안 되면 그다음 대안은?’ 이렇게 타협을 잘하는 편이고 남의 말을 듣고 바로 반영해서 시각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디어를 주신다면 저는 기꺼이 실현하고 함께 즐거워합니다. 조언한 사람이 뿌듯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요.

‹Nanight›, 2021, 360 Video, Color, Sound, clip from UE5 scene play, 5min 34sec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저에게 슬럼프는 눈앞의 과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데요. 그러고 싶지 않지만, 주변에 마음 넓은 친구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혹은 그냥 발등에 불 떨어질 때까지 뒹굴거려요. 하지만 항상 ‘이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타이핑해서 읽으면 책상에 앉은 김에 뭐라도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초보 작가라서 일에 대한 감이 없어요. 계획 없이 마구 잡은 스케줄 때문에 스스로 감당할 수 없어 가까운 사람과 소원해지곤 해요. 가족과 연인 모두 저보다 훨씬 바쁘지만 모두 저를 배려하는 상황이라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해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제가 중시하지만 실천하지 못해서 부끄러운데요. 성실함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목표치에 도달하면 되는데, 이렇게 시간을 많이 투자하려면 성실하고 체력이 좋아야 한다는 점을 요즘 깨닫고 있습니다.

‹두족류 친구들 모여라›, 2021, 360 Video, Color, Sound, clip from VRChat game play, 5min 34sec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그냥 놀고먹기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좋아하는 것을 지속한다고 말하기에는 작업의 순위가 많이 낮은 편이에요. 그러니까 작업하기 싫다고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뭐든지 일이 되면 그때부터는 자영업자입니다. 이왕 자영업자를 하려면 그래도 SNS에 맛집 태그 정도는 달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Popcorn Prophet_trailer_001›, 2020~ , Single Channel Video, Color, Sound, 4min 30sec, Sound: Ashley.j.Quick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그렇게 한다고, 한다고 하더니만 결국 하긴 하는구나…’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킴벌리 다오가 잘 굴러가면서 그 조직이 괜찮은 아티스트 협동조합이 되고, 분기마다 온라인으로 성과 보고회 겸 레이브 파티를 성황리에 여는 것입니다.

Artist

이은솔은 디지털 네트워크에 ‘킴벌리 리Kimberly Lee’라는 가상 캐릭터를 만들어 그를 유지하고 보수한다. 개별 기업의 온라인 경제 활동이 얽혀 하나의 거대한 프로세스를 형성하는 디지털 가치 시스템 안에서 디지털 객체의 존재가치를 탐구한다. 동시에, 다양한 플랫폼과 미래 거주지를 연구하며 네트워크 내 킴벌리의 생존을 위한 거주환경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킴벌리 리라는 이름은 2017년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해킹한 누군가가 계정의 이름을 Kimberly로 바꾼 것을 작가가 1년가량 눈치채지 못한 경험에서 유래했다. 이는 작가의 삶 속 가상 정체성의 개입을 의미하며, 작가는 다른 아바타 계정 관리자처럼 킴벌리의 삶을 관리하며 가상 정체성을 지속하는 구조적 틀에 집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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