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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없다고 쓸모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Writer: 김은하
eunhakim. 김은하, 사과, 재활용, 업사이클링, upcycling, art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폐의류로 이것저것 만들면서 설치 작업도 병행하는 김은하입니다.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환경에 기초한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보다는 단지 옷이라는 재료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과 흥미만으로 작업을 시작했죠. 정작 학부에서는 페인팅을 전공했거든요. (웃음) 당장 저 자신만 돌아봐도 한 철만 입고 버리는 옷이 굉장히 많다고 느꼈어요. 구질구질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버려지는 옷을 보며 저는 제 추억이 버려지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물건에 대해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저에게는 옷이었던 것 같아요. 필요 없어졌더라도 버리기엔 마음이 내키지 않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어요. 창작 활동을 하는 공간의 특성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저는 집에서 창작을 하고 있어요. 딱히 의도한 건 아니고, 아직 마땅한 작업 공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개인 창작 공간을 가지는 게 앞으로 이루고 싶은 가장 큰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소리에 좀 예민한 편이라 비교적 소음에 방해받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 주로 작업을 한답니다. 그래서 언젠가 생길 저의 창작 공간에 대한 작은 소망을 꼽아본다면, 소음 문제로 신경 쓸 일이 없고, 주변에 풀로 둘러싸였으면 좋겠어요. 생각해보니 자연인처럼 산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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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음식을 다룬 작업을 연이어 선보이고 계세요. 영감을 얻고,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다듬어 작업을 완성하는 작가님의 창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패스트 패션과 영양가 없는 패스트푸드를 연관 지어 시리즈 작업을 시작했어요. 시리즈라고 하기에도 머쓱한 게…… 햄버거, 피자에서 멈춰버렸어요. 하하. 먹지 못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는 게 당시에는 되게 재미있는 생각이라고 느꼈는데 지금 보면 그냥 그런 거 같아요. 역시 사람은 계속 발전이 필요하나 봐요! 아무튼 저는 일반적인 것을 조금 다르게 하기, 예를 들면 크기를 다르게 한다든지, 물체의 질감 자체를 다르게 한다든지 조금은 비틀어서 생각하는 것에 대해 흥미를 느껴요. 좋아하는 단어 중 ‘뜬금없다’가 있는데요. 이게 제 작업관이나 영감을 어느 정도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작품 사진을 찍는다고 가정했을 때 그냥 걷다가 도로 한가운데에 뜬금없이 작품이 자리 잡고 있으면 재밌겠다 생각이 들면 어울릴 것 같은 이미지와 합성을 해보기도 하고요. 친구들과 대화 중에도 ‘이거 이렇게 하면 재밌겠다’ 싶으면 해보곤 해요. 사실 콘셉트를 명확하게 잡고 시작하는 편은 아니랍니다. 거의 대부분 상상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중간에 기록이나 작업 메모 등 과정을 잘 남겨두지 못하는 게 정말 아쉽답니다. 재료는 마음에 드는 질감이나 색감, 원하는 부분이 나올 때까지 찾고 또 찾아요. 그리고 옷이 가지고 있는 텍스쳐나 프린팅된 것을 해체하고 이를 각각 어울리게 만들었을 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제가 늘 음식만 만드는 건 아니고 앞으로 다른 것도 만들 예정이니 계속 지켜봐 주시면 감사합니다.

요즘 작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엥 이게 옷이야?’ 하고 가까이 다가왔다가 ‘헐 진짜 옷이네? 우와’ 하는 반응이 좋아요. 작품을 볼 때 재료가 한눈에 보이기보단 숨은그림찾기처럼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으면 해요. 옷에 있는 프린팅이나 문구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콜라주하는 일도 좋아하는데요. 제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종종 생겨서 더 재미있고 흥미롭답니다.

eunhakim. 김은하, 사과, 재활용, 업사이클링, upcycling, art
eunhakim. 김은하, 사과, 재활용, 업사이클링, upcycling, art

최근 작업에서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한 부분이 궁금합니다.

불만족스러운 점은 항상 넘쳐나요. 그중 작품이 주는 메시지의 깊이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업사이클링 작업을 하고 있지만, 환경에 초점을 맞춰 시작한 작업은 아니었고, 작업을 통해 점점 알아가고, 지금도 계속 공부하고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메시지에 대한 무게감이 부족하고 뒷받침하는 이유가 부족하다고 느껴요. 그렇다고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한다는 이유로 어렵게 풀어가고 싶진 않아요. 애초에 제가 그런 무게감이 있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런 멋진 작업을 하시는 분은 저 말고도 아주 많이 계시니까요!

창작자로서 어려움을 겪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를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저 스스로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이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인 것 같아서 줄곧 고민을 해왔어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은근히 많이 받았기도 했고, 다른 창작자와 비교도 많이 했거든요. 작품이 주는 메시지의 깊이감에 대해서도 고민이 크죠. 이런 게 제 기준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점이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스스로 딛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고 성장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아직 극복은 하지 못했지만, 당연한 과정이죠.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직설적으로 말하면 돈 아닐까요?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이걸로 돈을 버는 게 맞을까? 벌 수는 있을까 등등…… 또는 좋아하는 일(작업)과 상충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앞으로 제가 계속 찾아 나가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해요. 지금으로선 좋아하는 일과 이를 위해 뒷받침해야 하는 비용을 버는 일에 필요한 시간의 비율을 맞추는 게 굉장히 힘들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지만요. 나중에 이런 고민을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시간이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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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na. eunhakim. 김은하, 사과, 재활용, 업사이클링, upcycling, art

작가님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이나 태도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제가 관심 있는 옷이나 액세서리 등을 고를 때 훨씬 더 오랜 시간 고민하며 고르게 된 것 같아요. 비교적 오래 쓸 수 있고, 입을 수 있을 만한 퀄리티의 물건을 살 때 제 나름의 조그마한 실천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친환경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나 구매도 훨씬 높아졌고요.

작가님의 삶의 태도와 가치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시각적인 것이든 무엇이든 새로운 걸 좋아해요. 그래서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저만 할 수 있는 작품, 제가 재밌고 새롭다고 느끼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업사이클링 작업이 아니더라도 제가 예술 활동을 지속하는 한 계속 쭉 그러고 싶어요. 남들이 몰라줘도 제가 즐겁고 행복하면 되지 않을까요? 항상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진심을 다하다 보면 언제 어디서든 빛을 발할 거라고 믿습니다.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가 궁금합니다.

아직 창작자로 활동한 기간이 비교적 얼마 되지 않아서 삶의 지혜라고 하니 너무 거창한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얻지 못한 것 같아요. 지혜 대신 얻은 건 탈모와 다크써클 그리고 완전히 바뀌어버린 밤낮 같은데, 이런 것도 괜찮을까요. 하하.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주변에서 하는 조언에 귀 기울이는 건 물론 필요한 일이에요. 하지만 거를 건 거르고 스스로 의심하지 않고, 흔들리지 말고 밀고 나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제가 정말 진실하고 솔직하게 살다 보면, 모두는 아니지만 누군가는 알아주고 안아주는 날이 온다고 믿어요. 이건 굳이 창작자 말고도 모든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랍니다. 진정 맞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세요! 쉽진 않겠지만, 이 순간이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살아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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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시간이 당장은 힘들겠지만 쌓이고 쌓이면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받는 순간이 올 거라고 믿어요. 가끔은 그 뜬구름을 가볍게 넘겨보세요! 아무것도 아닌 듯 손으로 휙휙 저어버리기도 하고요. 그리고 주변의 응원과 인정, 이건 정말 꼭 필요합니다! 혹시 주변에 창작자가 있는 분이라면 진짜 응원을 많이 해주시길 바라요. 저는 버티는 것보다 아예 놨다가 다시 시작하는 게 멘탈 회복에 좋더라고요. 그리고 술도…… (웃음)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아무런 걱정 없이, 생각 없이 작업 공간에 갇히는 거요. 세상에 부정적인 일이 없어지고, 환경적인 이슈나 범죄와 전쟁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죠. 그래서 밤낮도 모른 채 작업만 하며 사는 게 먼 미래의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저도 알고 있어요. 말이 안 된다는 걸…… 그래도 꿈은 꿀 수 있으니까요!

eunhakim. 김은하, 사과, 재활용, 업사이클링, upcycling, art

Artist

김은하는 폐의류로 햄버거를 형상화한 졸업작품 ‹Bon appetit!›로 «KOREAN EYE 2020: Creativity and Daydream» 전시에 참여해 영국, 러시아, 서울의 관람객과 처음 만났다.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전시를 꾸리며 기업과 협업을 이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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