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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

Writer: 안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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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1987년 부산에서 태어나서 현재는 서울을 중심으로 사진 매체를 도구 삼아 작품 활동을 하는 미술가입니다. 한 장의 이미지로 기능하는 사진을 다루기보다 주로 사진을 더미 단위로 모르고 분류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어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예술가와 협업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일상에서 실천가능한 예술 활동을 목표로 삼고, 평소에는 우연에 기반한 스냅 사진 촬영을 즐겨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대학 시절에는 입체 작품에 매진했는데요. 졸업 이후 사진 매체가 가진 효율적인 면모, 이를테면 사진이 가진 유연성 혹은 가벼움 같은 특성에 매료되어 사진을 주된 매체로 사용하게 되었어요.

작가님의 창작 공간이 지닌 특성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스튜디오로 사용하는 작업 공간은 따로 있지만, 사진 촬영은 주로 스튜디오 바깥에서 이루어져요. 평소에는 저를 매혹시키는 장면을 직관적으로 촬영하고 이를 모아둔 후, 스튜디오 안에서 사진을 다시 꺼내어보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설계하는 워크 플로우로 작업을 진행해요. 그런데 팬데믹의 여파로 최근 몇 년간은 실내에서 촬영한 이미지가 많아졌어요. 특히 저와 가까운 사람들인 엄마, 외할머니, 이모, 언니, 친구가 만들어놓은 집 안의 작은 세계를 포착한 이미지를 중심으로 이번 6월에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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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최근 작업 중 ‹뷰티 낫 뷰티Beauty Not Beauty›가 흥미로웠어요. 영감을 얻고,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다듬어 작업을 완성한 작가님의 창작 과정이 궁금해요.

그래픽 디자이너 양민영과 저는 2017년 『COOL: #4 BUY』부터 인연을 맺고 다양한 협업을 해오고 있어요. 그러던 차에 ‘K-뷰티’라는 주제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이와 관련된 글과 이미지로 창작물을 만들어보고자 했죠. 본래 『COOL』은 양민영이 운영하는 독립 출판사인 불도저 프레스에서 발간해오던 잡지인데요. ‹뷰티 낫 뷰티› 프로젝트는 잡지 『COOL: #6 Beauty』의 이미지 페이지를 위해 만들었던 설치 작업이었어요. 저희는 패션 업계에서 다루는 무드 보드 형식을 참조해 한국에 유통되는 화장품 브랜드의 질료적 특성을 나타내는 팔레트를 첫 번째 레이어에 두고, K-뷰티 문화와 관련한 여러 이미지를 그 위에 겹치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해 나갔답니다. ‹뷰티 낫 뷰티›에 쓰인 1000여 장의 이미지 더미는 양민영과 안초롱이 K-뷰티라고 칭해지는 것들과 이를 둘러싼 외모 꾸미기 현상에 대해 수 개월간 촬영하고, 수집하고, 나열한 리서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더불어 양민영과 함께 리서치를 하면서 K-뷰티 현상이 굉장히 복잡하고 입체적으로 얽혀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요. 그래서 외모 꾸미기의 측면에서 K-뷰티를 납작하게 해석하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계층과 젠더 등 사회문화적으로 더 다양한 측면을 바라보면서 이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작가적 의도를 보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해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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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작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진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곤 해요. 물론 상업과 비상업을 넘나드는 다양한 종류의 사진을 좋아하고, 그것은 그들의 바운더리에서 의미가 있죠. 하지만 저는 ‘__으로서의 사진’보다는 ‘사진’ 매체 그 자체의 의미를 찾는 데 더 관심이 있답니다. 사람들이 사진으로 무엇을 남기고자 하는지, 그리고 그들은 어떤 사진을 간직하려고 하는지, 또한 간직하던 사진을 언제 다시 꺼내어 보는지 등 사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상의 작은 사건이 제게는 중요해요. 여러 작품 활동을 통해 사진이 제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계속 탐색 중입니다.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진의 면면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최근 작업에서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한 부분이 궁금해요.

여전히 저는 사진을 못 찍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진을 정말 잘 찍고 싶어요. 절대적인 기준은 저도 모릅니다. 어떤 사진은 노출 부족, 노출 과다, 과한 노이즈와 빛 번짐, 아웃 포커싱 등 사진적으로 볼 때 촬영을 잘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좋아 보이지만 또 어떤 사진은 사진적으로 굉장히 촬영을 잘했지만 좋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어요. 어떤 사진 더미 속에 속해 있고, 사진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안 좋아 보였던 사진이 또 갑자기 좋아 보이기도 한답니다. 어제 셀렉했던 사진을 내일 휴지통 폴더로 보내기도 해요.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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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로서 어려움을 겪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를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주변의 반응에 흔들릴 때가 가장 힘들고 어려워요. 작품 활동을 하는 창작자라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것을 해나가는 법이라는데, 눈앞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제 모습을 보노라면 저는 진정한 창작자가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포기한 것은 무엇인가요?

사진 이미지를 생산하는 여성으로서 제가 생산하는 것이 그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았으면 해요. 이런 생각은 근 몇 년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로 더 선명해졌어요. 간단하게는 사진 생산에서의 윤리성을 추구한다고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단언하기에는 거창한 면이 있고요. 다만 사진 이미지를 생산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다면 기꺼이 참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사진적으로 좋은 장면이 눈앞에 있고, 제 손에 카메라가 들려있더라도 과감하게 셔터 누르는 일을 참는 것이죠.

최근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일까요?

가깝게는 팬데믹으로 인한 필름 수급의 문제부터 멀게는 작품 활동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까지 현실적인 고민의 스펙트럼은 너무나도 넓습니다. 특히 불투명한 미래는 인간을 아주 불안하게 만들죠. 그러나 이런 고민은 비단 작가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기에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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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이나 태도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다루는 기술에 능숙하지 못해요. 몇 년 전부터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심리 관련 서적, TV 프로그램, 마음 챙기기와 관련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우후죽순 생겨났어요. 저 또한 사회 전반에 드리운 우울감의 징후를 느꼈고요. 특히 창작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몰두해야만 하는 직종이라 그런지 남들보다 더 많이 외로워하고, 삶을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저의 경우, 우울할 때는 한강 변을 따라 달리곤 한답니다. 좋지 않은 생각을 하던 머리를 잠시 멈추고,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일을 하는 거죠. 팔과 다리 동작에 호흡을 맞추고, 심박수를 최대로 높이면 심각하게 생각했던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가 궁금합니다.

계속 창작을 하다 보면 “이게 정말 내가 원한 것이 맞는 걸까?” 자조적인 질문을 하는 시점이 오는 것 같아요. 창작의 결과물을 만드는 지난한 과정은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 아니에요. 작품 외에도 다른 것에 몰입해야 하는 저마다의 구간들이 많다고 해야 할까요? 예컨대 작품의 세부적인 표현 방법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 전시라는 이벤트를 위해서 행정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시기, 작품을 보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기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본래 가지고 있던 창작의 목적과 한참 떨어져 있는 저 자신을 보게 됩니다. 그럴 때 다시 정신을 차려야 하는 것 같아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복기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죠. 제 사진 작업에 비유하자면, 처음 찍었던 사진을 다시 꺼내어 보는 시점이라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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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작가로서 자신의 욕망을 잘 살피고 자기 작품에서 거짓말을 하지 말기. (만약에 거짓말을 한다면 자신을 속일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 낼 것)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인정하는 것까지 포함해서요. 작품에서 거짓말을 하게 되면 창작을 지속해나가기 힘든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창작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눈에 보이는 성취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창작을 열심히 해도 바로 자본과 직결되는 것도 않을뿐더러, 누군가 명예로 상을 부여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그런 예술상이 있지만, 상을 받기 위해 창작을 하진 않으니까요. 따라서 하루의 계획, 한 달의 계획, 나아가 1년, 10년의 계획까지 시간의 단위마다 작업의 계획을 세우고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10년 치 계획을 다 세우고 사는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시간의 개념에 맞춰서 계획을 세우면 작은 성취감을 얻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저 같은 경우, 최소 하루치의 계획을 세우고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서 지워나가곤 하는데요.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 하루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것이 1년이 되고 10년이 되고 평생이 되는 것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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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삶의 태도와 가치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예술이 삶을 앞서는 것에 반대합니다. 제게 예술은 제1의 가치가 아니에요. 인생에서 예술보다 중요한 것은 많아요. 따라서 실천으로서의 예술을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어서 지나치기 쉬운 장면을 포착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제 과업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여전히 사진을 찍으며 제 곁의 사람들과 함께 오순도순 제가 가진 것을 나누며 사는 미래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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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안초롱은 다양한 형태와 물질로 변환가능한 사진 매체의 유연함과 가능성을 탐구한다. 각 프로젝트의 콘셉트에 따라 더미 단위의 다종다양한 사진을 다루고, 궁극적으로는 스냅 사진을 매개로 실천으로서의 예술을 과업으로 삼고 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사진 컬렉티브 ‘압축과 팽창(CO/EX)’으로 활동하며 «192 Shot of Los Santos and Blaine County»(아마도예술공간, 2021), «Honey and Tip»(아카이브봄, 2017)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개인전 «Natural Gene»(취미가, 2020)을 열었다.
@nojumangte
www.whatsr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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