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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으로 만든 가방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

Writer: CDY
cdybag, 가방, 패션, 비애티튜드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CDYBAG이라는 브랜드로 천으로 만든 가방을 제작하고 있는 윤혁과 소현 작가님을 인터뷰했습니다. 두 작가는 대학에서 각각 조소와 도자를 공부하다가 우연히 만든 가방이 주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자 동아리방에 출근하며 가방 브랜드를 시작했다고 해요. 고객 개개인이 원하는 오더 메이드 시리즈부터 조형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크로스백까지 다양한 가방들을 만나보세요!

CDY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CDY는 가방가게입니다. 가방이 아름다움을 실현한 실체 있는 구조라면, 이것은 저희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작고, 가장 잘 팔리는 하나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치수와 규격, 저희의 노동과 고객의 반응 등 구체적인 조건 아래 가능한 한 자유롭게 움직인 결과로 가방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만든 게 곧 저희를 대변하고 벽돌처럼 쌓이면서 단단한 가게가 되었습니다.

창작물이 꼭 가방이어야 했던 까닭이 궁금해요.

학교에서 저(윤혁)는 조소를, 소현은 도자를 공부했어요. 학창 시절 내내 미술이라는 뜬구름 같은 영역을 전공했죠. 패브릭은 저와 소현에게 친숙한 흙처럼 소프트 머티리얼이고, 여기에 실용적이고 실체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갈망이 더해져서 가방의 모습이 되었어요. 여기에 우연한 탄생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었죠. 바로 칭찬인데요. 미술을 하면서 한 번도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가방을 만들고 교수님이 처음으로 ‘예쁘다’고 칭찬하시고, 친구들이 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CDY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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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더 메이드 시리즈와 자체 작업을 진행할 때 어떤 태도로 임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다중 자아를 갖고 본캐와 부캐를 운영하는 건 우리 시대의 일반적인 노동 형태라고 생각해요. 창작도 다르지 않죠. 당연히 제 이상을 실현하는 자체적인 프로젝트와 고객의 이상을 구현하는 오더 메이드 작업은 에너지의 결이 달라요. 두 활동을 병행하는 데 기력이 상당히 고갈되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활동이 가방 만드는 일에 도움을 주고, 동시에 가방 만드는 일은 모든 활동에 적용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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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이야기를 들려주면 바다를 그려주는’ 소현 님, ‘어울리게 알아서’ 타입의 주문도 만들어주는 윤혁 님 같은 자기소개가 무척 재미있어요. 작업 과정에서 두 분은 어떻게 협업하시나요?

지금은 그 두 명의 작업자가 긴밀하게 협업해 하나의 가방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야기’라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면, 가방을 주문하러 온 사람들이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만드는 데 공을 들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유롭게 털어놓는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데요. 수다는 곧 비효율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그보다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에 정확하게 닿을 수 있도록 상담을 진행하는 게 중요해요. 더불어 하드웨어를 다듬는 작업 또한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모든 도구를 손 닿는 거리에 배치해서, 작업할 때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사소한 부분까지 동선을 고려해 작업실을 정비해 놓아요. 비효율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이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절묘하게 조화된 결과물이 저희 가방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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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주문, 제작까지 지금껏 보지 못한 방식으로 가방을 제작하고 계세요. 추상적인 모티브를 개입하며 구상할 때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추상적인 모티브를 체계화하고 도식화한 결과물로 전달하는 게 저와 소현의 전공이었고, 저희는 이것만 공부하고 훈련해왔어요. ‘지금껏 보지 못한 가방 제작 방식’은 저희에겐 그냥 쉽고 익숙한 방법을 반복한 결과인 셈이죠.

독창적인 디자인만큼 소재도 눈에 띕니다. 다양한 패브릭의 성격을 포착하고 가공하는 CDY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온갖 천 조각을 짓이기고 결합한 저희 가방은 어쩌면 보는 이에게 변칙과 무질서의 결과처럼 느껴질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희는 늘 나름의 엄격한 조형 원칙에 따라 작업합니다. 그리고 그 맛은… 맛집의 비밀이기 때문에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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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 ‘게코’ 등 같은 이름을 공유하는 가방도 시간을 거듭할수록 세계관을 확장하는 느낌입니다. CDY가 앞으로 만들 가방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희가 만들어 놓은 텅 빈 구조에 많은 손님이 각자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세계관을 확장하고 계세요. 예를 들어, 업사이클링, 지속가능성 등의 주제에 꾸준하게 저희 이름이 호명되곤 하는데요. 저희는 스스로 업사이클링 브랜드라고 정의한 경험이 없지만, 많은 분이 그렇게 봐주시고 이런 시선으로부터 반응한 상호작용이 결국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가방이 가치를 추구하는 믿음이 모인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이 공간이 커지며 절과 교회, 과학실 혹은 미술관이 되면 좋겠습니다.

가방을 만들 때 반드시 지키는 점이 있으신가요?

착용감과 유용성을 꼽을 수 있어요. 편하게 멜 수 있는 가방인지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합니다. 백팩을 만든다면 등에 착 붙어야 하고, 크로스백을 만든다면 어깨에 참새가 앉아있는 양 가벼워야 해요. 독특한 미관을 가진 가방이 심지어 매우 편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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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스로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스테레오타입은 무엇인가요?

동아리방에서 작업하던 시절부터 출근 시간을 정해 작업하던 저희는 이미 완성형 스테레오타입일지도 모르겠네요. 둘 다 맨날 입는 티셔츠만 입어서 겨드랑이 양쪽이 다 터져 있어요. 근데 ‘이거 꽤 쿨한데?’라는 생각도 듭니다. 굳이 지속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속하는…

CDY의 작업이 기대는 이 시대의 스테레오타입, CDY의 작업을 유효하게 만드는 이 시대의 특징을 꼽아보신다면요?

이 글을 읽는 분처럼, 저도 온종일 제 생각만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들키지는 말아야 하죠.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위대한 인물의 사소한 불행과 치명적인 실수에 집중합니다. 말년에도 이직을 고민한 바흐나 평생 그림 한 점 팔지 못한 고흐를 떠올려요. 그러면 나름 우아하게 가방을 만들고 있는 지금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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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CDY는 온갖 패브릭을 수거해 짓이기고 뭉갠 형상의 가방을 만든다. 서울 서촌에 위치한 그들의 아틀리에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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