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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깃털만큼이라도 긍정적인

Writer: 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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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보이어BOWYER는 이화영, 황상준 부부가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에요. 보이어는 ‘활을 만드는 사람’이란 뜻인데요. 보이어의 촉은 항상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쪽을 향합니다. ‘세상의 주인공이 되기보단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은 창작자랍니다. 타인과 세계를 고유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도 함께 유쾌하고 따뜻해지기를 소망하죠. 서로의 삶을 지지하는 우리 삶이, 그래도 살만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보이어는 어떤 곳인가요?

안녕하세요! 보이어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저희는 주로 언어로 온전히 전할 수 없는 내용을 이미지로 시각화하고, 이를 다양한 매체에 적용해 의미 있는 사용자 경험을 유도하는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습니다. 종이나 스크린 형태의 평면을 통해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만, 정해진 형식이나 매체를 벗어난 다양한 시도 역시 꾸준히 하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는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그래픽 디자인 관련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2014년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다른 친구 두 명과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plat을 열었죠. 2년 뒤 각자의 사정으로 plat이 해체되자 저희는 보이어로 새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거대한 목적의식이나 기대가 없었기에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끼리 우리만의 사무실을 만들고, 함께 더 큰 일을 해보자는 작은 소망에서 시작했거든요.

렌조 미키히코의 소설 『백광』 단행본 (모모, 2022), 디자인: 이화영

보이어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보이어는 부부 디자인 스튜디오에요. 별도의 공용 공간을 만들지 않아도 협업이 용이하답니다. 그래서 2020년부터는 홈오피스 형태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실에 큰 책상 하나와 책장을 두고, 컴퓨터 두 대를 놓으니 그대로 작업실이 되었어요. (웃음) 몇 발자국만 가면 잠을 자고 식사를 하는 생활공간이라, 업무와 생활을 분리하는 경계가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는데요. 그래서 더욱더 마음속에 경계를 확실하게 정한 채 일하고 있어요. 작업자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업무를 보는 곳이라면, 어디든 일터이자 작업실이라고 생각하면서요.

보이어의 작업실 겸 집

뻔한 질문이지만,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웃음)

이화영: 이전에는 주로 기억이나 구체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기분 좋았던 장면, 사물, 색깔에 대한 기억을 차곡차곡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곤 했죠. 최근에는 주관적이고 개별적인 경험을 더 보편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상이나 철학, 이론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황상준: 저는 사람과 사물을 관찰하는 일에 흥미를 느껴요. 하루에 적어도 한 번쯤은 꼭 산책하는 이유랍니다. 여러 개체와 상황을 마주하다 보면 영감이 생기거든요. 일상에서 발견하는 단상을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노트에 끄적이거나 뇌에 새기려고 노력하죠. 이런 기록을 애써 들춰보지는 않지만, 창작 과정에 부지불식간 반영이 돼요.

최근 진행한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이화영: ‹한HAN글文›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에 출품한 작업입니다. 한글을 근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오늘날과 근대 그리고 한글의 관계를 그래픽 디자인을 통해 연결 짓고 드러내는 것이 전시의 내용이었어요. 저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제공한 근대유물 자료 중 1908년 지석영이 출판한 『아학편』에 주목했는데요. 『아학편』은 과거의 유산과 새로운 지식을 연결한 당시 한글의 역할과 다양한 언어와 세계관이 중첩되던 한국 근대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는 사료예요. 이를 통해 한국 근대를 ‘과거와 미래’, ‘한국과 세계’, ‘양반과 백성’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던 시기로 보고 다양한 언어와 글자가 중첩된 그래픽으로 시각화했습니다. 특히 그래픽은 투명한 두 개의 화면에 배치했어요. 큰 창이나 문, 혹은 책의 펼침면처럼 보이게 구성하고 싶었거든요. 당시의 문호개방을 상징하고, 한글이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는 창의 역할을 맡았다는 걸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했죠. 근대의 한국인은 한글을 통해 스스로뿐 아니라 외부 세계를 이해하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할 수 있었거든요. 또한 이렇게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는 한글의 역할과 의미는 한글의 제자원리인 ‘천-지-인’ 삼재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그래서 ‘하늘, 天, SKY’, ‘사람, 人, HUMAN’, ‘땅, 地, EARTH’ 이렇게 세 개의 단어와 두 개의 눈·손·발 이미지를 중첩했습니다. 이를 통해 과거와 미래, 그리고 안과 밖 사이에 놓여있었던 당시 근대인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싶었어요.

‹한HAN글文›, 전시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 출품작, 국립한글박물관, 디자인: 이화영, 2022

새해에는 주변 사람들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하는 카드 ‹LOVE & pieces — 무사안녕›을 만들었습니다. 카드에 세 가지 종이꽃을 두어서 사람들이 직접 꽃꽂이해보고 감상할 수 있도록 했어요. 세 가지 꽃은 한 해의 시작을 맞이하며 각자의 마음속에 피어났으면 하는 ‘사랑’과 ‘희망’, 그리고 ‘청정함’을 뜻한답니다. 카드 앞면에는 직접 레터링한 글자 ‘무사안녕’도 적어서 다사다난한 시대에 모두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죠. 특히 꽃꽂이는 제가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인데요. 몇 년 전 마음이 힘들 때 수강한 꽃꽂이 수업이 계기가 되었어요. 꽃꽂이가 마음의 평화와 집중을 유도하는 정신적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단순한 장식의 목적을 넘어, 직접 식물을 만지고 느끼면서 조화로운 배치를 찾아나가는 행위를 통해서 말이죠. 제가 만든 이미지와 사물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여러 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LOVE & pieces 무사안녕, 기획 및 디자인: 이화영, 2022 (좌)

LOVE & pieces 사랑, 감사, 기획 및 디자인: 이화영, 2022 (우)

황상준: 제 작업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키워드는 모순과 양면성이에요. 이에 대한 태도는 일종의 ‘에포케epoche’라 할 수 있는데요. ‘세상에 고정된 실체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무언가를 단언하고 확정하기보단, 모순되는 개념을 단순히 나열함으로써 파생하는 이상함 또는 우울함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저를 둘러싼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는 방식이죠. 이러한 맥락으로 2022년 여름 개인전 «감성비판»을 진행했습니다. 전시장 벽에는 18개의 마스크를 걸어 뒀어요. 마스크라는 물체는 무언가를 가리는 동시에 내면을 표현하는 속성을 띄고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지닌 천박한 욕망을 그래픽 디자인의 방식으로 표출하면서 역설적으로 정신적인 치유를 하려고 했어요.

‹Greed›, 황상준 개인전 «감성비판», 갤러리 가비, 2022

황상준 개인전 «감성비판»을 위한 포스터, 디자인: 이화영, 일러스트레이션: 황상준, 2022

최근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이화영: ‘나는 나뿐만 아니라 타인 혹은 외부 세계와 중첩된 존재’라는 점을 작업으로 말하고 싶어요. 세상에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없고, 우리는 우리와 다른 무언가를 통해 스스로를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믿거든요. 이러한 생각을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것뿐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하는 노력을 통해 강조하고자 합니다. 시각적 표현에 있어서는 무엇을 드러내기 위해 그 대상뿐 아니라 그것의 이면을 고려하는 시도를 통해 구체화하려고 해요. 빛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둠이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황상준: 솔직히 말해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없어요. 제가 작업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먹고살기 위해서고, 두 번째 이유가 개인적인 욕심이기 때문이죠. 전자의 경우 클라이언트 작업을 하기 때문에 목적은 정해져 있고, 후자는 개인 작업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예요. 그래서 무언가를 힘주어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아요.

‹ 우리 동네에 제일 긴 미끄럼틀을 만들어주세요.” 서유리 어린이›,

세이브더칠드런 주최 어린이날 100주년 캠페인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선언문 참여작, 디자인: 이화영, 2022

2022 壬寅年 CALENDAR BAG, 기획: 황상준, 디자인: 이화영, 2021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진행한 프로젝트가 별 탈 없이 무사히 마무리되고, 저희 의도와 전혀 상관없는 수준으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체로 만족하는 편입니다. 다만 최근에 열심히 준비한 프로젝트 중 마무리 단계에서 취소된 경우가 왕왕 있었어요. 작업을 모두 마치고 납품까지 완료했지만 공개하지 못한 프로젝트도 있었죠. 그럴 때면 조금 힘이 빠지긴 해요. 디자인 프로젝트는 클라이언트에게 납품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실제로 세상에 공개가 되고, 그것을 직접 경험하고 반응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게 프로젝트의 진정한 마침표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세상에 뜻대로 되는 것은 많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요.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이화영: 1년 전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나 108배를 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예전에는 9시 전에 일어나는 일도 참 드물었는데요.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를 돌이켜보고, 오늘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니까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되더군요. 정진을 마치고는 업무시간 전까지 책을 읽거나 간단한 요가를 하는 등 하고 싶은 일을 해요. 최근의 변화라면, 실을 직접 짜 직물을 만드는 직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닌, 손을 움직여 만드는 결과물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어요.

황상준: 가능하면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해요. 아침에 일어나 잠을 깨기 위해 운동을 하고, 이메일을 확인하죠. 오전에는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거나, 개인 작업에 대해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오후에는 보통 업무를 보는데, 최대한 오후 5시까지 마무리하려 해요. 이러한 큰 얼개 사이에는 식사 준비를 하고 밥을 먹고, 이에 대해 뒷정리하는 시간이 촘촘하게 들어차 있어요. 가끔 ‘사람은 먹으려고 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웃음)

NF T-shirt: EYES Power, Greed, Anger, 기획 및 디자인: 이화영, 2022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집 겸 작업실을 새로 만드는 일이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생활과 업무의 경계가 느슨한 디자이너라면 집과 작업실이 가까운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현재 생활하는 아파트라는 주거형식에서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단독주택 같은 다른 주거형식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집과 사무실을 가까이 두면서도, 일정 수준의 경계선을 만들어 일상과 일의 조화를 꾀하는 방법을 고심하는 중이에요.

두 분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이화영: 언젠가 이런 문장을 봤어요. ‘세상의 주인공이 되기보다 내 삶의 주인이 되자.’ 읽는 순간 머리를 크게 맞는 느낌이었죠. 이제껏 세상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살아온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세상의 주인공과 삶의 주인은 비슷한 듯 하지만 완전히 달라요. 제가 세상의 주인공이 되면 타인과 세계는 단지 배경에 지나지 않지만, 제 삶의 주인이 되면 오히려 타인과 세계가 고유한 의미를 가지게 되죠. 보고 느끼는 ‘나’라는 주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 세계가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이 문장을 본 이후로, 세상의 주인공이 아닌 제 삶의 주인이 되자고 마음먹었어요. ‘나’보다는 바깥에 존재하는 사물과 시간, 장소, 사람에 더 집중하기로 한 거죠.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앞서 말한 ‹LOVE & pieces — 무사안녕› 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던 이에게 기분 좋은 감각과 삶의 정취를 전하고 싶었고, 다른 이들도 유쾌하고 따뜻한 감각을 공유하기를 바랐어요. 앞으로도 서로의 삶을 지지하는 우리 삶이 그래도 살만하다는 메시지를 작업으로 전하고 싶어요.

황상준: 삶에 대한 태도가 작업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 여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다만 태도를 말해보자면, 저는 먼저 남(특히 불특정다수)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두 번째는 솔직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디자이너로서 항상 자연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고 있는데요. 이러한 부채를 탕감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고, 쉽지 않지만 늘 고려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황상준 개인전 «개를 위한 전시» 포스터, 디자인: 이화영, 2021

황상준 개인전 «개를 위한 전시», 갤러리 마노, 2021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이화영: 슬럼프가 아닐 때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일이 잘 안 풀리는 느낌이나 권태, 혹은 의욕 상실 등을 슬럼프라고 정의한다면요. 딱히 극복해 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무언가 만들어내는 일은 항상 고통스럽거든요. 하얀 대지를 보면 언제나 약간의 두려움과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죠. 최근에서야 이런 정신적 고통을 수용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하기 싫거나 두려워도 일단 해보는 거죠.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은 내려놓고, 일단 대충이라도 하고 조금씩 개선해나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물론 이것도 생각대로 잘 되진 않지만요. (웃음)

황상준: 저는 태어날 때부터 슬럼프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웃음) 다만 저도 이화영 디자이너와 마찬가지로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특별히 하지 않아요. 당시에는 정말 심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사소했던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도 가끔 힘든 시기에는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되뇌곤 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좋아하는 것을 하려면 싫어하는 것도 감내하라’는 진리를 우리 자신과 다른 분께 전하고 싶습니다. 모두 아는 내용이지만, 그것을 실제 삶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우리 모두는 세상이 좋기만을 바랍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고, 즐겁게 일하면서 사람들의 인정도 받는 그런 삶을 우리 모두 내심 바라잖아요. 물론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삶에나 고통은 존재하죠. 따라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면 그로 인한 고통 역시 기꺼이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공들여 만드는 고통을 감내하고, 비판과 무관심에서 벗어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지속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창작자이자 한 사람의 인간이 될 거라 믿어요.

지희킴 개인전 «Sundays» 포스터, 디자인: 이화영, 2022

보이어는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사람들이 우리를 어떤 모습으로 생각하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자유롭고 싶어요.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사람들의 자유이니까요. 그것이 우리 의도대로 될 리도 없고요. 그저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깃털만큼이라도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보이어의 큰 방향성이자 근본적인 목표입니다. 물론 이런 의도조차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있고, 저희 마음을 온전히 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도 해요. 그래서 그냥 다만 할 뿐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다가가 기쁨으로 피어나길 작게 소망하면서요.

현재 두 분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가까운 미래로는 집과 사무실로 사용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아끼면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꾸미고 싶어요. 저희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주거 및 업무공간을 갖게 되면 삶과 일에 깊이와 재미가 더해질 것 같다는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먼 미래의 이상적인 모습이라면 딱히 정해놓지 않았는데요. 다만 나이가 들어서 여유가 느껴지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최근에 둘이 가볍게 이야기했어요. 기쁜 삶의 기억과 주변에 감사한 마음은 더욱 채워나가고 욕심이나 조급함, 화는 비워낼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채움과 비움이 작업에도 드러나길 바라고 있어요.

전시 «100 Films 100 Posters 2021» 큐레이션 및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 주최: 전주국제영화제, 주관: «GRAPHIC», 큐레이션: 황상준, 디자인: 이화영, 2021

Artist

보이어는 서울에 위치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로 이화영과 황상준이 운영한다. 이화영은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황상준은 서울대학교와 골드스미스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둘은 2014년부터 스튜디오 plat의 멤버로 활동하다 2016년 보이어를 설립했다. 보이어는 문화 예술 기관과 영리 혹은 비영리 단체를 위한 다양한 규모의 디자인 프로젝트 그리고 때로는 재미있는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bowy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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