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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새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간 세상

Writer: 버드핏Bird Pit
birdpit

Greetings © Bird Pit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버드핏 작가는 순수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림과 오브제, 아트북을 제작하고 있어요. 『Bird Pit』, 『I love it and I hate it』 등의 아트북을 발간했고 귀여운 부직포 인형도 만들고 있답니다. 새와 개미의 시선으로 포착한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다루는 버드핏 작가를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작가의 아트북은 B(A)SHOP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일러스트와 오브제 작업을 주로 하시는데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드로잉 작업은 주로 새, 개미처럼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대상의 시선을 빌려 인간 군상을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런 대상 뒤에 숨어 조금 비켜서 세상을 볼 때 현실은 풍자의 대상이 되는데요. 저는 그 시선을 빠르게 끄적거리는 선으로 구현합니다. 제가 그리는 대상은 대체로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고 동시에 모순되거나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어요. 각각 섬처럼 떠다니는 개인으로 묘사되는 듯하지만 각자 시선은 서로를 향하며 관계망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대상을 캐릭터화해 제가 만든 세계관에 등장시킵니다.
오브제 작업은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책을 오브제로 인식하며 제작하는 아트북이 있습니다. 저는 평면에 그린 이미지가 책이라는 매체와 만날 때 생기는 가능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책은 여러 장의 종이로 구성된 다면체로 다양한 차원을 가지고 있으며, 지면의 공간은 해석에 따라 그 가능성이 무한합니다. 책을 구성하는 인쇄 기법이나 제본 방식으로도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는데요. 『I love it and I hate it』은 굿즈의 형식을 차용해 제작한 아주 작은 책입니다. 쉽게 소비하며 들고 다니는 오브제로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한 작업이에요. 두 번째는 드로잉 방법론으로 시도한 인형 작업입니다. 부직포를 가위로 오리고 솜을 넣은 후 봉제를 하면 예상하던 결과물과 사뭇 다른 형태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런 불확실성이 드로잉의 경험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A Nice Dream› 시리즈는 제가 평소에 낙서하던 동물을 도안 삼아 패브릭으로 오리고 붙여 제작한 오브제입니다. 최근에는 그림을 담는 프레임을 인형이나 피규어처럼 인식하며 그림과 오브제의 경계를 실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birdpit

‹Greetings› 작업을 하게 된 계기와 콘셉트가 궁금합니다.

‹Greetings›는 연하장이나 카드에서 흔히 사용하는 안부, 인사말을 가지고 드로잉과 오브제로 제작한 작업 시리즈입니다. 올여름, 대만 ‘와일드플라워Wildflower’에서의 개인전을 위해 준비한 작품들인데요. 코로나19 때문에 몸은 움직일 수 없고 작품만 보내야 하는 상황이 애석해서 시작했어요. 직접 대만에 가지 못하지만 현지 분들에게 저 멀리서 들릴 듯 말 듯 속삭이는 안부의 메시지가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출발점이었어요. 제가 직접 동행하지 못하는 전시이기 때문에 운송과 관리가 용이한 작업이면 좋겠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있었죠. 대만의 확진자가 계속 늘어 12월로 전시가 미뤄지긴 했지만 제 안부가 이 작고 부숭부숭한 작품을 통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업에 대한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2019년 성수동 서플라이서울SupplySeoul에서 진행한 개인전을 방문한 관객분들 중에 얼굴이 낯익은 분들이 계셨는데요. 알고 보니 전시를 두 번, 세 번 방문하셨더라고요. 무언가를 놓친 것 같아서 다시 보러 왔다는 말씀이 강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창작자로서 지니는 태도나 관점이 궁금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순수함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의 의도가 순수하거나, 순수한 호기심에서 진행된 작업, 혹은 순수한 유희로 그려나간 이미지, 어떠한 지점에서 순수함이 묻어 있을 때 저는 기분 좋은 감정으로 작업을 감상하는 것 같습니다. 순수함은 쉽게 때 묻고 타인을 의식하는 순간 사라지는 듯해요. 그렇기에 순수함을 놓지 않으려는 태도는 그 자체로 너무 어렵고, 그래서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더불어 저는 제 작업에 사람들의 손이 자주 갔으면 좋겠습니다. 자꾸 들여다보고, 만져 보고 싶고, 들고 다니는 작업이었으면 좋겠어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가볍게 웃어넘기는 태도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Howl
birdpit

창작자로서 기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기획한 프로젝트가 끝날 때 가장 기쁜 것 같습니다. 새로운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설렘과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결과물이 어떻게 되었든 세상에 공개됐고, 그 결과가 차차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 때, 불안과 동시에 기쁨을 느껴요.

objects I love it and I hate it
One to ten
Portraits of the ugly

한국에서 창작자로 활동하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창작자로서 어려운 순간은 경제적으로 보상이 따르지 않거나 불안한 상태에 놓일 때가 아닐까 해요. 저는 운 좋게 졸업 후 취직을 바로 해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작업을 병행했는데요. 그 기간이 8년이나 이어졌던 가장 큰 까닭은 경제적인 이유였습니다. 퇴사한 지 이제 1년이 되었는데요. 다행히 시드 머니를 어느 정도 모은 상태로 작업 활동을 하고 있기에 아직은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 않습니다. 꾹 참으며 몸에 맞지 않는 회사 생활을 한 8년간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필요한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작업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는 태도가 버티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매 작업을 일종의 시도이자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임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놀이하듯 즐길 수 있습니다.

objects A nice dream

Artist

버드핏(김승환)은 ‘Bird Pit’이라는 계정으로 활동하며 그림과 오브제, 아트북을 제작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고 자가 출판과 국내외 아트북페어를 거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개인전 «I used to be your neighbor♡»(서플라이서울, 2019)을 열었고, 버추얼 개인전 «XL-XS»(deskdesk, 2020)을 진행했다. «맞 Fit»(공간 사일삼, 2020), «Art Street»(현대카드 스토리지, 2020)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대표적인 출판물로 『Bird Pit』, 『I love it and I hate it』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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