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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Writer: 새로운 질서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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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WWW.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앞머리에 나오는 글자인데요. WWW가 ‘월드 와이드 웹’의 약어라는 사실도 잘 아시겠죠? 월드 와이드 웹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전 세계적인 정보 공간을 말해요. 지금 보는 이 화면도 웹의 일부입니다. 웹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지금, 그 기본 정신인 개방, 공유, 참여는 여러모로 위협받고 있어요. 이소현, 이지수, 윤충근이 모여 만든 ‘새로운 질서 그 후’는 오늘날 웹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탐구하는 그룹입니다. 그들의 고민과 실천을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국립대체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1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새로운 질서 그 후’는 웹(World Wide Web)의 기본 정신인 개방·공유·참여를 가치 있게 여기며 오늘날 웹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탐구하는 실천적 공동체입니다. 사용자의 자율성, 웹 접근성, 플랫폼 독점 같은 이슈에 관심을 두고 이에 대한 의문과 실천을 웹사이트, 설치, 워크숍, 출판 등의 방식으로 선보입니다. 저희 웹사이트 소개란에서 100자부터 600자까지 다양한 길이의 소개문을 확인할 수 있어요.

활동 계기가 궁금합니다.

2020년 1월, ‘새로운 질서’라는 이름의 컴퓨터 언어 글쓰기 수업, 쉽게 말해 코딩 수업에서 처음 만났어요. 6주간의 수업을 마친 후 코딩을 꾸준히 공부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모이기로 했죠. 매주 금요일 밤 비대면으로 1년가량 만나며 웹과 관련한 아티클 혹은 멋진 웹사이트를 공유하는 한편, 사적인 이야기나 연애사 등을 나누었습니다. 2020년 12월 25일, 해커톤 ‹젖과 꿀›을 통해 팀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 작업을 처음으로 선보였어요. 이렇게 코딩을 빌미로 가까워진 다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는 공모 사업 «프로젝트 해시태그»에 지원하면서 팀 이름을 짓고 본격적으로 함께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링크 파크», Pop 남산, 2022

다들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지수) 주변 사람과의 대화. 혼자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보다 대화 중에 새로운 생각이나 확신을 얻을 때가 많아요.

(소현) 요즘은 텍스트를 읽으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때는 시, 소설, 이론서, 에세이, 또 어느 때는 신문이나 매거진 기사 등이에요. 텍스트 내용, 쓰인 언어나 번역된 언어, 작가나 편집자의 특정 문체, 쓰고 엮는 방식 등을 살펴보면서 흥미로운 지점을 찾습니다.

(충근) 아름다운 비례의 사물, K팝의 제목이나 가사 등 어디서든 영감을 얻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얻어야만 하죠.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할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지수) 창작 과정이라고 그렇게 특별하진 않아요. 다른 모든 일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해야 할 일을 리스트업하고 그 일을 하는 거죠. Just do it.

(충근) 손으로 스케치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3D 모델링 또는 소스 코드 편집기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머리에 떠올린 것을 가장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죠.

(소현) 작업 목적과 협업 여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개인 작업에 국한해서 말해보자면, 시작 단계에서는 최대한 랜덤하게, 마무리 단계에서는 명확하고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걸 목표로 두고 있어요.

무슨일 선집 1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2호 『투명한 장벽, 플랫폼을 배반하기』

최근에 진행한 작업이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지난 11월, 책 『투명한 장벽, 플랫폼을 배반하기』를 출간했어요. 웹을 둘러싼 해외 담론을 한국어로 번역해 출판하는 프로젝트 ‹무슨일 선집›의 두 번째 이슈였는데요. 이번 책에는 ‘사용자 자율성’과 ‘탈플랫폼’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웹 생태계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글 여섯 편을 실었습니다. 거대 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담았다는 점에서 가히 인스타그래머를 위한 필독서라고 말할 수 있어요. 현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 «근대 한글 연구소»에서는 ‹호외요! 호외요! 호외요! 호외요! 호외요!›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 작업은 팀원 각자가 웹사이트를 통해 자기 일상을 알리면서 소셜 미디어가 아닌 방식으로 일과 삶을 공유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동시에 실천하고 있습니다.

‹호외요! 호외요! 호외요! 호외요! 호외요!› 설치 전경, 국립한글박물관, 2022

‹호외요! 호외요! 호외요! 호외요! 호외요!›, 국립한글박물관, 2022

최근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거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된 오늘날의 웹 생태계에 관해 질문하고 싶었어요. “소수가 플랫폼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얻는 효용은 무엇인가?”. “이것이 야기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안은 있는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포스트 인터넷 아트, 웹 3.0이라는 용어가 흔히 쓰이지만, 인터넷과 웹의 차이를 모른다거나 이를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아요. 인터넷과 웹이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발현한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문화로 향유하기엔 어떤 간극이 있다고 봐요. 그중 하나가 텍스트의 부재인데요. 2021년부터 진행 중인 ‹무슨일 선집›이 틈을 좁힐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나아가 경제적 가치에 함몰된 웹에 관한 논의를 사회문화적으로 전환하고, 자체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바라봐요. 번역본 외에 원문을 함께 실어 해외에도 유통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은 아쉬워요.

‹국립대체미술관›(altmuseum.org), 2022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소현) 날에 따라 달라요. 공간에 따라 활동이 나뉘죠. 요즘 제일 많이 머무는 공간은 방, 부엌, 학교, 작업실, 도서관, 바, 친구 집입니다. 추워서 주로 실내에서 일상을 보내요.

(지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의무감에 운동을 하고, 경조사를 챙기는 등 반복적인 요소를 불규칙한 주기로, 즉흥적으로 시도해요. 그 요소와 주기에 관해서는 웹사이트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충근) 일해요. 우스갯소리로 밥 먹는 것도 일, 쉬는 것도 일이니까요. 업무 환경의 특성상, 마주하는 사람 또는 일이 매번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응대하고 대처합니다.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소현) 멋진 책 만들기. 혼자 사는 법 강구하기. 새해 운세.

(지수) 에스프레소와 도자기. 최근 리사르 커피에서 정말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먹은 후 매일 오후 생각이 나요. 리사르 커피 약수점이 위치한 빌라에 사는 상상까지 했죠. 6개월 전부터 Contemporary Interdisciplinary Research(CIR)라는 공간에서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너무 재밌어서 깜짝 놀랐죠. 집에 물레를 두는 상상까지 했답니다.

(충근) 밀린 일 하기. 지난 10월 출간한 『아무』를 알리는 팝업 스토어를 준비하고 있어요. 젖과 꿀이 흐르는 환상의 도시 ‘충시티’의 첫 번째 오프라인 갤러리 론칭도 계획 중입니다.

‹국립대체미술관›(altmuseum.org), 2022

인터뷰 각자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소현) 사실 저와 제 작업이 어떻게 연결되어 보이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종종 제 작업을 본 다른 사람이 공통으로 말해주길, 작업이 낙천적이고 희망적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진지하게 보면 이건 제가 삶을 대하는 태도이죠. (물론 그게 다는 아니지만요!)

(지수) 가볍고 똑똑한 것을 추구합니다.

(충근) 편집증적인 면이 작업이나 글에 자연스럽게 반영돼요. 가령 어떤 대상을 일정한 간격으로 정렬한다든지 문장부호를 일관성 있게 통일한다든지, 그런 일이죠.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지수) 슬럼프를 슬럼프라고 느끼지 못하는 편이에요. 슬럼프도 이름 붙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충근) 제 뜻대로 오는 게 아니듯, 가는 것도 제 뜻대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현) 충근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충근) “언제까지 근로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타개하고자 유튜브 채널 ‘충모로우바이충게더’을 열었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을 부탁드립니다.

(지수) 대부분 같은 문제이지 않을까요?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유튜브 채널이라면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깍꿍’. 저도 충근처럼 부탁드립니다..

(소현) 학업과 일을 병행하다 보니 한쪽을 열심히 하면 다른 쪽에서 부족하다고 느껴요. 그나저나 저는 아직 근로소득도 많이 고픕니다. 제게 일을 주세요! tohyonee.official@gmail.com

‹국립대체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1

‹국립대체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1

각자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소현) 말하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 그리고 말하는 것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릴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세상만사에 관심을 두고 귀와 마음을 열어 놓을 필요가 있지요.

(지수)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보기 위해서 하는 것.

(충근) 집요하기. 관심 있는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파악하는 것. 이는 사물의 기원이나 역사를 살피는 것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오늘은 어제가 쌓인 것이고 내일은 오늘의 다음이기 때문이죠.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지수) 똑똑한 무소의 뿔처럼 가세요.

(충근) 반응이 없어도 2018년부터 4년 동안 캐릭터를 고집해온 다나카 상이 TV에 나와 최근 했던 말을 인용해봅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 많았지마는 그래도 내가 행복한 거니까”

(소현) 많이 읽고, 보고, 쓰고, 듣고 더불어 다양한 사람과 많은 대화를 하는 게 지속성을 이끄는 힘을 만드는 것 같아요.

‹무슨일배너›,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2021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지수)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있어요.

(소현) 겸손하고, 담백하고, 친절하고, 당당하고, 잘하는 사람.

(충근)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 각자가 품고 있는 팀의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충근) 팀의 시작이 그러했던 것처럼 정서적 유대감을 이어 나가며 때때로 함께 작업하기.

(소현) 상황에 이끌려 억지로 안 하고, 재밌는 것만 하면 좋겠어요. 같이 작업하든, 각자 작업하든

꾸준히 응원하는 마음을 기반으로 서로를 대하고 싶습니다.

(지수) 작업을 함께 하든 안 하든, 친구로 남는 게 더 중요합니다.

Artist

‘새로운 질서 그 후’는 이소현, 이지수, 윤충근을 멤버로 웹(World Wide Web)의 기본 정신인 개방·공유·참여를 가치 있게 여기며 오늘날 웹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탐구하는 실천적 공동체다. 사용자 자율성, 웹 접근성, 플랫폼 같은 이슈에 관심을 두고 이에 대한 의문과 실천을 웹사이트, 설치, 워크숍, 출판 등의 방식으로 선보인다. afternewor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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