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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짤은 나의 힘!

Writer: 이은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이은 작가에게 ‘움짤’은 작업의 영감이자 원천이에요. 그날그날 느끼는 감정에 맞는 움짤을 재생해 이를 평면 회화로 구현한답니다. 이렇게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움짤은 작가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 우당탕 활기차게 작업실을 채워나가죠. 움직임도, 소리도 없는 이들이 언젠가 소리 내는 마법 같은 상황을 상상하며 오늘도 작업실에 출근해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이은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움짤 속에서 매일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가는 이은입니다. 주로 평면 회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전형적인 K-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웃음) 성적이 나쁘지도, 아주 좋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스스로 제 장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왔죠. 그래서 전공을 고민할 때 소거법을 사용했는데요. 못하는 걸 하나씩 지우다 보니 남는 게 그림이더라고요. 미대 진학 후 처음엔 영상 속 풍경을 그리다가 현재는 움짤로 넘어오게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정말로’, ‘제가’ 좋아하는 쪽으로 넘어온 것 같아요. 풍경을 그릴 때보다 지금이 훨씬 자연스럽고 즐겁습니다.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현재 부암동 쪽에서 혼자 작업하고 있어요. 원래 함께 작업하던 동료들이 있었다가 혼자 사용한 지 1년 정도 되어가는데, 처음에는 너무 외로워서 적응을 못했 답니다. 제가 생각보다 사람을 좋아하더라고요. 제 그림 속에 나오는 대상을 ‘친구들’로 인식하면서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되었어요. 그래서 늘 우당탕 시끄럽고 활기찬 작업실입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움짤이요. 늘 이모티콘보다 움짤로 소통하기를 선호했는데 지금은 결국 작업 대상이 되었어요. 수많은 움짤 중에서도 주로 어릴 적 보았던, 혹은 본 것 같아서 이상한 향수를 느끼는 움짤에서 주로 영감을 얻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그날그날 제 감정이 가장 중요해요. 힘든 날에는 힘든 움짤을, 기쁜 날에는 기쁜 움짤을, 울고 싶은 날에는 울고 있는 움짤을 저장합니다. 그리고 그 움짤을 재생해 그림으로 옮겨요. 움직이는 상황을 그림으로 그리는데 그 결과는 늘 정지상태라는 격차가 저를 계속 움직이게 만듭니다.

‹Loving 2›, 2021, oil, acrylic, conte on canvas, 53.0×72.7cm

‹In love 3›, 2022, acrylic, spray, oil on canvas, 116.8×80.3cm

‹Eek›, 2022, acrylic, oil on canvas, 130.3×193.3cm

‹Ping Pong›, 2022, oil on canvas, 91.0×116.8cm

작가님의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Eek›와 ‹Ping Pong›은 제가 움직임을 표현하려고 연구했던 기법들이 모두 담긴 작품이에요. 가장 요즘 그린 ‘최신작’이죠. 붓이 아닌 손으로 물감을 비벼버리기, 지워내기, 만화적인 선쓰기, 배경과 떨어뜨리기 등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재미나게 그렸어요.

‹Heart Bubble›, 2022, acrylic, spray, oil, conte on canvas, 112.1×145.5cm

‹Ping Pong›, 2022, oil on canvas, 91.0×116.8cm

‹Rainbow Slide›, 2022, acrylic, spray, conte, oil on canvas, 193.9×260.3cm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거의 매일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요. 보통 창작자, 작가라고 하면 멋있게 앞치마를 두르고 우아하게 붓질하는 모습을 상상할 것 같은데, 저는 반대에요. 늘 옷에 물감 묻히고 방독면을 쓰고 화난 사람처럼 땀을 뻘뻘 흘리죠. 가만히 앉아 그림을 그리기보단, 현실은 캔버스 짜기, 그림 포장하기 등 육체노동이 많아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건강이요. 최근에 허리를 다쳤는데 아찔하더라고요. 작업을 지속하려면 건강관리를 가장 우선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치고 나서야 깨달아 버렸답니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제 인생과 저는 마치 톰과 제리처럼 매일 싸우지만, 또한 서로 붙어있어 즐거운 관계라고 생각해요. 비록 저를 괴롭혀서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제 삶과 함께할 수밖에 없죠.

‹그렁그렁›, 2022, conte, oil on canvas, 27×40.9cm

‹Me VS Morning People›, 2022, oil on canvas, 65.1×90.0cm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그 절망감을 다시 그림에 옮겨요. 슬럼프라는 절망적인 감정도 하나의 재료로 사용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파괴적인 감정을 담은 그림을 좋아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절규를 담은 그림만큼 솔직한 게 없나 봐요. 감정이 잘 묻어나서 그런지 다들 공감하시고 좋아해 주세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체력 관리와 건강이요. 앞서 말했듯, 허리를 다쳐서 지금은 무리하지 않으려 해요. 무거운 물건을 못 들게 되었는데, 당분간 작은 그림만 그려야 하나 고민이 들어요. ㅠㅠㅠ

‹?!›, 2022, oil on canvas, 112.1×145.5cm

‹3D drawing study›, 2022, conte, oil on canvas, 112.1×145.5cm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꾸며내거나 장식하지 않기. 작업하면서 배운 가장 큰 철학은 ‘솔직해도 괜찮다’에요. 어릴 때만 해도 작가는 늘 무언가 대단하고 멋져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괜찮더라고요.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도 괜찮아요. ‘이런 걸 좋아해 줄 사람’은 언제 어디선가 나타나기 마련이거든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를 찾아 자주 만나는 걸 추천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비슷한 또래 창작자들과 스터디를 만들어 진행했어요. 인스타그램으로 막무가내 모집했는데 감사하게도 10명가량 모여서 2년 정도 만났어요. 물론 지금도 서로 전시할 때 설치를 돕고 응원하고 피드백을 나누곤 해요. 다들 성장한 모습을 보면 감히 제가 다 뿌듯하더군요.

«개인전 TURN, SWITCH, JUMP!» , 갤러리조선, 2022, 전시 전경

«개인전 TURN, SWITCH, JUMP!» , 갤러리조선, 2022, 전시 전경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소리 내는 창작자요. 제 그림에는 움직임도, 소리도 없지만 그렇게 느껴주면 좋겠어요. 불가능할지라도 마법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미래에 관한 질문은 늘 어려워요. 당장 앞에 있는 것도 멀게만 느끼거든요. 그저 좋아하는 것을 건강히 계속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좀 더 현실적으로 답변하자면, 월세 내지 않는 저만의 작업실을 마련하는 정도…? (웃음)

«2인전 love punch», 아트스페이스 영, 2022, 전시 전경

Artist

이은은 ‘움짤(gif)’이라는 디지털 파일에서 한평생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는 대상을 캔버스로 옮겨 온다. 선택 기준은 매일 작가의 감정을 대변하는 표정이 지닌 대상이다. 작가는 그들을 ‘친구’라 지칭하며, 그림 그리기를 통해 매일 친구를 만든다.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개인전 «TURN, SWITCH, JUMP»(2022, 갤러리조선), «Autoplay»(2018, 어쩌다 갤러리2)를 가졌으며, «LOVE PUNCH»(2022, 아트스페이스 영), «너무 작은 심장»(2021, 교보문고)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leeeun_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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