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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게

Writer: 빠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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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빠른손은 김도현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큰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어요. ‘다양한 매체를 적절히 활용하고자 합니다. 직관적이고 선명한 시각 언어를 지향합니다.’ 웹사이트, 포스터, 책 등 분야에 상관 없이 종횡무진 넘나들며 작업하는 빠른손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문구죠. 메시지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작업만큼이나 선명하고, 아름답게 기억되고 싶은 빠른손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인가요?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빠른손을 운영하는 디자이너 김도현입니다. 스튜디오 웹사이트에 ‘다양한 매체를 적절히 활용하고자 합니다. 직관적이고 선명한 시각 언어를 지향합니다’라고 적었는데요. 저희의 방향성이 가장 잘 드러난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매체의 특징을 부각하고, 보는 이가 주제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생 시절에 한창 『광고천재 이제석』이라는 책이 유행이었어요. 어머니가 그 책을 사주시면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는 건 어떤지 권유하셨죠.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았었거든요.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브랜딩 디자인 에이전시를 다녔는데요. 디자인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늘면서 2020년에는 대학원에도 진학했고, 현재 스튜디오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THE PREVIEW SEONGSU 2023, 아트 디렉션: 김도현. 그래픽디자인: 김도현, 이재인. 사진: 김민선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희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인 프레스룸과 작업실을 공유하고 있어요. 사무실이 1층인데 제가 앉은 자리 뒤로 창문이 크게 나서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질문을 받고 ‘영감’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궁금해서 온라인으로 검색을 해봤어요.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착상이나 자극’이라는 의미였어요. 이때의 자극을 작업에 대응한다면 맡은 프로젝트의 주제가 무엇인지, 의뢰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 매체는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해요.

THE PREVIEW SEONGSU 2023, 아트 디렉션: 김도현. 그래픽디자인: 김도현, 이재인. 사진: 김민선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우선 클라이언트에게 프로젝트 정보를 최대한 많이 받아요. 찬찬히 읽어보면서 그들이 무엇을 명확히 전달하고 싶은지, 이를 통해 얻고 싶은 이미지는 무엇인지, 그리고 의뢰자의 취향은 어떤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수집한 정보를 하나씩 훑으면서 디자인 기획 리서치를 진행해요. 집중이 필요한 명확한 단어를 발견하면 그 정의를 찾아보고, 이를 표현하는 시각적인 양식이 이미 존재하는지 파악합니다. 만일 없다면 정의에 대한 물성을 파악하고 이리저리 생각해 보며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노력해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보고, 시안을 살피며 시각 양식과 주제가 맞는지 판단해요. 더불어 시인성은 어느 정도 있는지, 기시감은 없는지 고려하며 최종 납품까지 계속 연마하죠.

HANDSOME CARD&PACKAGE HANDSOME 2023 VIP 카드 & 패키지 디자인, 2023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2023 HANDSOME VIP 카드’와 관련한 패키지 디자인 작업을 소개하고 싶어요. 카드를 동봉한 패키지를 만들어 우편으로 고객에게 배송하는 작업이라서 우편물 사이즈 규정부터 실제 카드를 부착하고 개봉하는 과정까지 설계해야 했어요.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바를 어떻게 고객이 경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손선경 작가님의 영상 작업을 필두로 진행했는데 프로젝트 타이틀인 ‘TOGETHER’라는 이름에 패키지 디자인을 접목할 방법이 필요했어요. 그때 발견한 게 바로 무아레 패턴 애니메이션 기법이었습니다. 여러 겹의 직선을 바코드처럼 투명 OHP 필름에 인쇄하고 움직임을 주면 그래픽에 나타나는 착시 효과를 노렸죠. 이를 통해 영상 작업에 등장하는 새가 날아가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어요.

월간 «디자인» 제536호인 ‘케이팝 디자인 아나토미’의 표지 디자인은 2023년에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라서 의미가 깊어요. 월간 «디자인» 표지 디자인이란 점도 좋았지만, 아이돌이 주제라서 더욱 기뻤죠. (웃음) 이번 작업에서는 ‘아나토미anatomy’라는 단어에 주목했어요. 아나토미는 ‘해부’라는 뜻인데요.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내부 구조를 관찰하고 연구하기 위해 절개한다’는 의미더라고요. 그래서 케이팝 아이돌 디자인 분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시각 양식을 반영하고 싶었어요. 제536호 표지는 하나의 투명한 쥬얼 케이스처럼 보이도록 설계했어요. 그리고 여러 시대적 스타일을 반영한 레터링과 스티커 등으로 꾸몄죠.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2023 HANDSOME VIP 카드 및 패키지 디자인에서는 조금 독특한 사용 방법과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무아레 패턴 애니메이션을 활용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기뻤던 이유랍니다. (웃음) 사용자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우면서도 고민하는 과정이 참 즐거웠는데요. 앞으로는 더 다양한 범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요.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공간 브랜딩 작업에도 관심이 생기네요.

HANDSOME CARD&PACKAGE HANDSOME 2023 VIP 카드 & 패키지 디자인, 2023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조형 감각을 꾸준히 연습하기 좋은 방법의 하나가 레터링이에요. 최근 월간 «디자인» 표지 디자인에서  다양한 레터링을 시도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어요. 불만족하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 더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할 기회가 많이 없는 경우죠. 아쉽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네요.

월간 «디자인» 2023 2월호, ‘케이팝 디자인 아나토미’ 표지 디자인, 2023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눈을 뜨자마자 공복에 유산소 운동과 간단한 근력 운동을 해요. 운동을 마치고는 아침과 점심 도시락 준비를 하고 사무실로 나갑니다. 최근에는 잘 지키지 못했지만, 아침을 바쁘게 보내려 노력해요. 운동을 하고 아침을 챙겨 먹은 날은, 다른 날보다 더 활기차고 건강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일본어요. 원래 관심이 많아서 습관처럼 일본어를 쓰곤 했는데 최근 난생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갔다 왔어요. 근데 평소 쓰던 일본어로 대화가 어느 정도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본어 교재도 사고, 유튜브로 일본 문화나 일본어 공부법을 찾아봤어요. 일본어 단어장을 만들어서 가타카나와 단어를 적어두고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외우고 있답니다.

CCC(Creators Community Club) 키비주얼 디자인, 2022

CCC(Creators Community Club) 키비주얼 디자인, 2022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온오프라인 세상에 둥둥 떠다니는 제 작업을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요. 작업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가 관심을 가지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작업 이미지나 영상을 올릴 때 이리저리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그래서 주변에서는 ‘소심한 관종’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웃음)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슬럼프가 찾아오기 때문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체크해 봐요. 저를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예전의 저는 ‘회피형 인간’에 속했어요. 하지만 문제를 피한다고 상황이 해결되지 않더군요. 오히려 더욱 힘들어질 뿐이죠. 이를 깨달은 후부터 문제를 명확히 따져보고 해결할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해결책이 쉽게 나오지 않을 때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아니면 연락을 끊고 홀로 주말을 보내요. 타인과의 의사소통 혹은 혼자만의 시간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편이에요.

온양온천 따끈따끈 대작전 포스터, 2022 (좌)
온양온천 국제포럼 포스터, 2022 (우)

온양온천 따끈따끈 대작전 포스터, 2022 (상)
온양온천 국제포럼 포스터, 2022 (하)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월세요. 집값이 많이 내려갔다고 하지만, 매달 나가는 사무실과 집 월세가 적지 않아서요. 열심히 일해서 얼른 매매하고 싶습니다!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더 좋은 것을 만들려고 노력하기. 시간과 체력, 자본 등 여러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는 것도 물론 필요하죠. 하지만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작업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설득되지 않은 디자인이 타인을 설득하는 건 당연히 어려울 테니까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자신을 잘 아는 게 도움이 돼요. ‘내가 이런 시각적 양식을 좋아하는구나’, ‘요즘에는 이런 질감이 마음에 드네?’ 등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아는 게 중요해요. 창작 분야뿐 아니라 생활 패턴, 음식이나 소비하는 문화 취향에서 호불호를 인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늦게까지 일하면 다음 날 너무 힘들고 싫어’처럼요. 나를 파악하다 보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싫어하는 것을 참게 되더라고요. 이것만 참으면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으니까요!

2022 TIAF(탐라국제아트페어) 키비주얼 디자인 3종, 2022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밝고 따뜻하지만, 선명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디자인 업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곧 좋은 창작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지칠 때면 생각나는 편안한 대화 상대이면서 동시에 선명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언제든 여행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20대에는 시간과 체력은 있지만 돈이 없고, 30대에는 돈과 체력은 있지만 시간이 없다’라고요. 먼 훗날에는 시간과 체력, 그리고 돈을 모두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제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떠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좋겠네요.

Artist

빠른손은 김도현이 운영하는 서울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포스터, 책, 아이덴티티, 브랜딩, 웹사이트 등을 작업하며 다양한 매체를 적절히 활용한다. 주제와 시각적 양식의 선명한 관계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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