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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최첨단 기술과 정밀한 수작업의 놀라운 만남, 조각가 Barry X Ball과의 특별한 대화

Editor: 전종현, 이현구
, Photographer: 권용빈

© Exhibition view from Portraits and Masterpieces at Ca’ Rezzonico in conjunction with the 54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2011. Photography by Francesco Allegretto. Courtesy of Barry X Ball Studio, Inc.

Special Interview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조각가 Barry X Ball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에서 LG전자와 협업한 첫 번째 NFT 아트워크를 공개하기 위해서인데요. 3D 스캐닝을 활용해 역사적인 조각품이나 살아있는 사람의 두상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교한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다양한 재료를 CNC로 깎은 후, 지난한 수작업으로 섬세히 마무리 짓는 그의 조작품은 완성까지 최소 수 년이 걸릴 정도로 노력과 시간의 산물입니다. 이렇게 물리적인 조각 작업에 집중하던 그가 NFT 아트 세계로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LG OLED 덕분에 새로운 창작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Barry X Ball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이번 인터뷰는 LG전자와의 협업으로 진행했답니다.

안녕하세요. ‘현대의 미켈란젤로’를 만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웃음) 이런 별칭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미켈란젤로는 단순히 좋은 작품을 남긴 거장 그 이상으로 제게 의미가 깊은 인물입니다. 예전에 그의 조각을 주제 삼아 작업을 진행했거든요. 밀라노에는 미켈란젤로가 죽기 직전까지 작업하던 ‹론다니니 피에타›가 있는데요. 이 작품을 3D 스캐닝하는 귀한 기회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었죠. 마치 5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미켈란젤로와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젊었을 적 피렌체에서 ‹다비드›를 보는 건 마치 종교적인 순례와도 같았죠. 그를 존경하는 마음에서 제 아들의 이름도 미켈란젤로라고 지었다니까요. (웃음) 무엇보다 미켈란젤로가 중요한 이유는 제가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목표를 설정하도록 만들기 때문이에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조각품과 견줄 수 있을 만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죠. 예술은 친교를 위한 수단이나 쿨하고 힙한 게 아니라 삶 그 자체입니다. 미켈란젤로는 이에 대한 아주 좋은 예시라고 볼 수 있어요.

젊은 시절 배리 엑스 볼 작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

작가님은 고대 거장의 작품이나 실제 살아있는 인물의 모습을 3D 스캔한 후 CNC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하시는 걸로 아는데요. 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거의 모든 작가는 이전에 활동한 거장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에서부터 예술에 입문하기 시작해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이젤을 앞에 두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서 이런 면모를 찾을 수 있죠. 그런데 사실 모방은 또 다른 형태의 해석이에요. 왜냐하면 모두 각자의 ‘손’을 통해 구현하기 때문이에요. 어쩔 수 없이 변화가 생기고, 마치 인장처럼 모방하는 이의 흔적이 남는 게 당연합니다. 저는 어떠한 해석의 여지가 끼어들지 않는 모방의 객관성에 대해 궁리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3D 스캐닝 기술에 관심을 가졌죠. 3D 스캐닝은 정말 날 것의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거든요.

유럽을 여행하며 역사적인 예술작품이 주는 영감에 취해 있던 어느 날 베네치아에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역사적인 작품을 직접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다행스럽게도 저는 LA에서 3D 스캐닝을 통해 제 두상을 스캔한 경험이 있었기에 베네치아 도처에 있는 조각상을 스캔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많은 사람에게 제 생각을 전하고, 더 많은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죠. 그렇게 저는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모방의 객관성을 중시한 이유는 작가로서의 제스처를 내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기존의 명작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힘을 어느 하나 잃지 않으면서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미세한 변화를 주며 저만의 결과물을 성취하고 싶었죠. 장난스러운 태도로 원본을 해석할 수도 있지만 농담은 시대를 초월하는 울림을 갖지 못해요. 후대에도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배리 엑스 볼 작가가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에서 LG OLED TV를 통해 선보이는 자신의 NFT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작가님의 작업은 3D 스캔을 통해 3D 모델링 데이터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CNC로 재료를 깎고 수작업으로 섬세하게 마무리하는 프로세스를 따릅니다. 여기에서 작가님이 가장 중시하는 지점은 무엇일까요?

사실 딱 하나만 고르기는 쉽지 않죠. 그래도 말을 해보자면, 언급한 프로세스 사이에 숨겨진 스텝이 있답니다. 굉장히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3D 데이터 수집과 CNC로 재료를 깎는 행위 중간에는 3D 모델링 단계가 존재해요.

제작 데이터 © Barry X Ball, Pope John Paul II Portrait Back Polish Map, Courtesy of Barry X Ball Studio, Inc.

제작 데이터 © Barry X Ball, Pope John Paul II Portrait Back Polish Map, Courtesy of Barry X Ball Studio, Inc.

실제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과정 © Barry X Ball, Fabrication process of Pope John Paul II Portrait, Courtesy of Barry X Ball Studio, Inc.

저희 스튜디오에는 디지털 데이터를 다루는 팀이 있는데, 라이노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스캐닝 데이터를 변환해요. 이 과정에서 제가 추구하는 조각품의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CNC 및 수작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에요. 3D 스캐닝을 끝낸 후 CNC를 활용해 재료를 가공하기 때문에 기계로 굉장히 쉽게 작업하는 것 아닌가 오해를 받곤 하는데요. 시간적인 측면으로만 따지자면 여기에 가장 많은 리소스를 투자해요. 자동차 공장에서나 볼 법한 로봇팔을 이용해 돌을 천천히 벗겨내어 조각품의 기본을 만드는 데에만 몇 달이 걸릴 때도 있어요. 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죠. 많게는 1만 시간을 쏟아부어 손으로 정밀하게 세공한 끝에 조각품 하나를 만들어요. 1만 시간은 5명이 1년 동안 일해야 확보할 수 있어요. 만약 1명이라면 5년이 걸리겠죠. 치과에서 사용하는 용구를 사용해 지극히 세밀하게 작업하는 수작업은 실로 엄청난 노력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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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rry X Ball, Fabrication process of Pope John Paul II Portrait, Courtesy of Barry X Ball Studio, Inc.

이런 복잡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에는 어떤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나요?

사람들은 흔히 불완전함에서 인간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해요. 저는 여기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완벽한 기술로 유럽의 대성당을 만들어내던 사람들은 비인간적이었던 걸까요? 그들에게는 오히려 초인적이라는 표현이 합당합니다.

경이로운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의 내부와 외부 사진

몇백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도구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러므로 사실 예전의 거장들이 만든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죠. 저희 팀은 1년에 대략 5개 정도의 작품을 완성합니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창작 행위를 실천할 때 발생하는 고무적인 결과물에 대해 생각하곤 해요. 작품에 담긴 내용, 현시대의 엄청난 기술, 작품을 만드는 전문가를 비롯해 작품을 둘러싼 모든 것이 서로 협업할 때 과연 어느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거죠. 궁극적으로 저는 이런 모든 것을 축적한 오브제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평소에 경험할 수 없는 그런 산물 말이에요.

뉴욕에 위치한 배리 엑스 볼 작가의 스튜디오 © View at Barry X Ball Studio in Greenpoint, Brooklyn. Courtesy of Barry X Ball Studio, Inc.

이번에 선보인 NFT 작업의 근간이 되는 조각품은 2005년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주인공입니다. 그를 작업의 소재로 삼은 이유가 궁금해요.

예전에 작업을 위해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 있는 대가들의 풍요로운 유산에 큰 감명을 받았는데요. 그때 밖에서 안으로 깎는 형식의 조각품 대신 안에서부터 만들어내는 조각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어요. 보통 돌을 재료로 삼는 조각품은 외관을 깎고 뚫으면서 세부적인 요소를 추가하잖아요. 저는 안에서부터 조각품을 만들기 위해 돌 대신 금속을 이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러면 훨씬 더 복잡한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이에 요한 바오로 2세가 떠올랐어요.

제264대 교황이며 로마 가톨릭의 성인 요한 바오르 2세 (1920 – 2005) © Vatican Media

그가 뉴욕에 방문했을 때 행렬을 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요한 바오로 2세는 생전 굉장히 격동적인 삶을 살았어요. 폴란드에서 공산주의에 대항한 인물이었고, 종교 대통합을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한 첫 번째 교황이었습니다. 암살 시도를 받기도 했고요. 교황치고는 활발한 성격이라 스포츠를 좋아해서 스키도 탔고, 희곡을 집필하기도 했죠. 그가 몸담은 가톨릭에서 비롯된 논쟁적인 면도 가지고 있었고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인물이란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1995년 뉴욕 센트럴 파크를 방문한 요한 바오르 2세

작품을 살펴보니 굉장히 다양한 도상과 요소, 상징, 장식이 화려하고 섬세하게 합쳐져 있더군요.

저는 각 인물이 가진 개인적인 삶의 역사를 녹여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삶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요소를 리스트로 만들었죠. 예를 들어 그의 취미였던 스키라든지, 그가 묻힌 성 베드로 성당, 예수님의 형상, 그가 맞서 싸웠던 인물들(레닌, 스탈린, 히틀러) 등이 작품을 형성하고 있어요. 다양한 상징과 도상을 심어 놓은 조각품 안에 하나의 세계를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고인(故人)의 경우, 3D 스캐닝 데이터를 얻기 힘들었을 텐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희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조각 전문가예요. 조각을 전공했고 석사 학위까지 땄으니 전통적인 의미에서 조각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사람들이죠. 게다가 우리는 첨단 기술의 도움까지 받으니까요.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이었고, 그를 전담하는 포토그래퍼가 항상 동행했어요. 덕분에 몇만 장에 이르는 인물 사진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양한 사진을 활용해서 그의 두상을 3D 데이터로 구현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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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조각 작품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형상을 모델로 삼아 제작한 NFT 작품의 스크린샷 © Barry X Ball, Granulo-Specular Chiaroscuro Meta-Morph (Alchemic Gold), 2012-2022, 39 seconds, Courtesy of Barry X Ball Studio, Inc.

3D 모델링을 뿌리 삼아 실물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NFT 아트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건을 충분히 구비한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NFT 아트라는 새로운 세계로 작업을 확장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NFT 아트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맞아요. NFT 아트에 대한 여건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죠.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저희 팀이 거의 1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요한 바오로 2세의 조각품을 실제로 만들면서 디지털 데이터를 생성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번 NFT 아트 작업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NFT 아트 작업에서 목표로 삼았던 지점은 실제 조각품에 담긴 다양한 레이어를 드러내는 것이었어요. 무엇보다 제게 중요한 것은 실물 조각과 동일한 퀄리티로 NFT 아트 작업을 구현할 수 있는지였죠. 더불어 실물에서는 드러나기 쉽지 않은 부분까지 명확하게 보이도록 표현하는 것도 중요했고요. 사실 저는 기존에 존재하는 NFT 아트의 퀄리티에 무척 실망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할리우드 프로덕션이 성취하는 수준으로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죠. 그런 면에서 LG전자를 파트너로 만난 건 행운이었어요. 제가 원하는 수준의 디지털 작업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었죠. 프로덕션 하우스 ‘The Mill(더밀)’의 도움도 컸고요.

자신의 NFT 작품이 나오고 있는 LG OLED TV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배리 엑스 볼 작가

NFT 아트에 깐깐한 작가님이 첫 번째 NFT 아트 작업의 파트너로 LG OLED를 선택한 이유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LG전자 쪽에서 협업 연락이 오기 전부터 사실 저는 LG OLED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어요. 여러분이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웃음) 저희가 하나의 조각품을 만들어낼 때는 수없이 많은 정교한 장비들이 필요해요. 특히 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죠. 그래서 이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LG OLED가 가장 정교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희 스튜디오에 LG OLED TV 두 대를 구비해 두었어요. 물론 ‘내돈내산’이었고요. 하하. 그중 하나는 스튜디오 앞쪽에 설치해서 여러 실험을 진행했죠.

제가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에서 검은색을 발현하는 능력은 굉장히 중요해서 그로부터 모든 차이점이 탄생한다는 것이었어요. LG의 기술력은 제가 원하는 수준의 검정을 아주 선명하게 드러내더군요. 그래서 LG전자에서 NFT 아트 작업을 함께 만들자는 제안을 해주었을 때 무척 기뻤어요. 그전에도 많은 곳에서 제안을 받았지만, LG전자와의 협업이 의미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가 저의 예술적인 안목과 융합해 제대로 된 NFT 아트 작업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제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게 됐어요.

NFT 아트를 구현할 때 작업의 섬세함을 표현하느라 표현하느라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LG OLED는 작가님께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사진처럼 리얼하게 보이는 이미지를 스크린에서 시각화하는 일은 생각보다 무척 어려워요. 제 NFT 아트 작업을 보세요. 디지털 데이터에 기반을 두었지만, 고해상도 사진을 그대로 활용하지는 않았죠. 프리즈 서울 부스에서 선보인 NFT 작업은 모두 렌더링으로 구현한 결과예요. 이를 위해 10여 년 동안 작업한 디지털 데이터가 필요했죠. 제 작업의 대부분은 물질적인 조각품이지만, 작업 과정이 디지털과 매우 밀집하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아니면 어림도 없었을 거예요. 방대하게 확보한 디지털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최종 그래픽이 단조롭게 보이지 않도록 숨을 불어넣는 게 더욱 중요해졌죠. 그래서 할리우드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프로덕션 회사와 협업해 아주 수준 높은 렌더링 작업을 실현했어요.

그래서인지 제 NFT 작업을 본 사람들이 실제 조각품을 촬영한 이미지를 스크린에 띄운 게 아니라 디지털 렌더링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모두 충격에 가까운 놀라움을 보였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실물 조각을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NFT 작업이 요구하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 또한 마법과도 같았어요. 단 3개월에 모든 것을 끝냈거든요. 작품 하나를 작업하는 데 기본적으로 년 단위가 걸리는 입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LG OLED TV가 구현한 배리 엑스 볼 작가의 NFT 작품을 확대한 부분 © Barry X Ball, Granulo-Specular Chiaroscuro Meta-Morph (Alchemic Gold), 2012-2022, 39 seconds, Courtesy of Barry X Ball Studio, Inc.

무엇보다 LG 아트랩과 협업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퀄리티였습니다. 저는 올바른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어요.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시리즈물 소개 영상 정도의 수준으로 그래픽을 구현한 NFT 작업을 미술계에서 왜 찾아볼 수 없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달리 말하자면 NFT 아트에는 여전히 아마추어리즘이 기능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NFT 아트는 관람객에게 작업을 선보이는 디스플레이의 순간에 방점이 찍힌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LG OLED는 제가 충분히 만족할 만큼 최고의 이미지 퀄리티를 선사했습니다. 같이 일할 수 있어서 정말 흡족했던 이유죠.

이번 LG OLED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NFT 아트에 본격적으로 매진하실 것 같습니다. NFT 아트만의 매력을 꼽아보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앞으로의 NFT 아트에 대한 작가님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제가 NFT 아트의 세계로 뛰어든 배경에는 기존의 NFT 아트 작품보다 더 아름답고 흥미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부분도 있어요. 지금까지 스크린을 통해 대중에게 작품을 선보인 적이 없었으니까요. ‘이 분야에서도 아주 중요하고 특별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결과적으로 LG OLED 덕분에 제 작품을 아주 아름답게 시각화할 수 있었죠. 게다가 제 기존 작업은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마음에 드는 수준으로 NFT 아트 작품을 성취하는 경험은 무척이나 흥분되는 일이었어요.

그렇지만 과정마다 굉장한 집중력이 필요한 건 매한가지죠. NFT 아트는 미술에 대한 생각을 다시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단지 JPEG 형태의 물성이나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효율성에 대한 호기심만은 아니에요. 인류가 지닌 디지털 기술을 극대화해 우리가 어떤 걸 성취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시도가 중요하죠. 지금까지 NFT 작품은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여겨지곤 했지만, 앞으로 좋은 작가들이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경우 분명 제2의 물결이 나타날 거예요. 그 때 NFT 아트를 단지 돈으로만 보지 않고 내재된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봐요.

© Barry X Ball’s Portrait of the Artist at Frieze Seoul. Courtesy of Barry X Ball Studio, Inc.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인류 문명을 되돌아보면 기술과 아름다움이 결합해서 한 몸처럼 움직일 때 예술이 급격히 발전할 수 있었어요. 저는 표피적인 관점으로 과학 기술과 연관을 맺기보다 정말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방식과 형태로 작품을 구현하고 싶어요. 결국 불멸하는 작품을 제작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거죠. 수 백 년 전 네덜란드에서 탄생한 유화 물감에 기대어 회화 작업을 지속하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미래지향적인 창작에는 말로 형용하지 못할 아름다움이 숨어있습니다. 홀로그램, NFT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전에 존재하지 않던 작업을 창조하는 장면을 생각해보세요. 그런 점에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는 LG OLED TV의 기술력은 무척 중요합니다. 이제 드디어 회화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기반이 될 수 있거든요.

© Barry X Ball’s Purity at McCabe Fine Art, Stockholm, 2014. Courtesy of Barry X Ball Studio, Inc.

Artist

배리 엑스 볼(Barry X Ball)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현대 조각가이다. 그의 작품은 미술의 역사를 대표하는 고전 작품들에게 경건한 경의를 표하면서도, 이를 재해석하며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작업이다. 작가는 동시대의 혁신적인 재료와 기술을 통해 오랜 전통적인 조각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최첨단부터 고전에 이르기까지 그는 작품을 실현하기 위해 정교한 장비를 사용하고 완벽히 계산된 절차를 고수한다. 이로 탄생한 작품들은 극도의 강렬함과 비현실적 고요함이 동시에 존재하며, 현대 조각 작품들의 관습에 대한 재고를 위한 새로운 예로써 기능한다. 베리 엑스 볼의 이번 NFT 작품은 그동안 시각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전통적인 조각작품의 모습과 정보를 보다 심도 깊은 영역으로 들여다보게 만드는 영상 감상법을 새롭게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화려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미를 동시대 기술로 재탄생시키며, 조각가로서 NFT 세계의 새로운 지표가 되기를 바란다. 

Editor

전종현은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학을 공부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RA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월간 디자인» «SPACE 空間» «노블레스»에서 에디터로 일했고, 디자인매거진 «CA»와 «허프포스트코리아»에 다양한 칼럼을 썼다. 주거 건축을 다루는 «브리크» 부편집장, 편집위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냈다. 현재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로 «조선일보» «디에디트» «LUXURY» 등에 글을 기고한다. «비애티튜드»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이현구는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홍콩대학교에서 문화연구 석사 과정을 잠시 진행했다. 현재 «비애티튜드»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동 중이다.

Photographer

권용빈은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오형근 작가의 ‘2012 오산 사람들’ 프로젝트에 영상 감독으로 참여했고, SALT Studio 팀장을 거쳐 현재 권용빈스튜디오 실장으로 활동한다. «NYLON» 등의 매체를 비롯해 삼성전자, 뉴발란스, 휠라, 카카오, 아모레퍼시픽, SK텔레콤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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