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한강을 따라 윈드밀이 있는 원효로로 향했다. 10월 말의 서울 햇살은 자전거를 타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그렇게 햇볕을 만끽하던 중, 한강이 보이는 길가에서 아기자기한 건물을 지나쳤다. ‘또 새로운 건물이구나. 어떤 것이 들어서길래 건물이 저렇게 예쁠까?’ 하고 생각하며 한참 지나 지도로 윈드밀을 검색하던 차, 방금 지나친 그 건물이 바로 윈드밀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윈드밀은 미술 작가 문보람, 정명우, 조익정이 운영하는 퍼포먼스 전용 공간이다. 현재는 김규림 작가의 개인전 ‹Arrived Buried Carried›가 진행되고 있었다.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곧바로 가장 높고 깊은 공간, 한쪽 면을 가득 채운 작가의 ‹운송 중›이라는 영상 작업이 시선을 잡아끈다. 게다가 작품의 스케일이 어깨를 누르는 기분마저 든다. 영상 속의 운송 중인 거대한 화물선을 바라보다가 문득 뒤를 돌아 저 멀찍이에 떨어진 두 번째 작업 ‹기억과 물질› 앞으로 자연스럽게 발을 옮겼다. 이후로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시각각 머리 위로 변하는 층고 덕택에 이 미술관이 지하 한 층에 조성된 공간이라는 점을 잊게 한다.
대중교통으로 쉽사리 가기 어려운 곳에 위치했음에도 윈드밀은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다. 요즘 같은 날씨에 인근의 마포역, 효창공원역, 심지어 강 건너 여의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다 보면, 한강에 반사되어 빛나는 보석 같은 이곳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