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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의 시대에 한 가게의 단골이 된다는 것: 월하보이

Editor: 윤우진
, Photographer: 윤우진
월하보이, 북촌, 차, 티테이스팅, 보이차,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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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아티스트의 영감을 북돋는 장소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24시간이 지나면 증발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손가락으로 슥슥 넘겨 소비하는 15초를 넘지 않는 숏폼Shortform 영상들에 둘러싸인 시대다. 영상의 속도와 자극의 정도는 비례한다. 그에 따라 서울의 핫플레이스들은 상권의 유행과 함께 반짝 흥했다가 아무도 모르게 잊혀지기를 반복한다. 사람들은 새로 생긴 핫한 카페에서 기꺼이 서로의 배경 인물이 되어주며 자신의 방문과 경험을 SNS에 인증하기 바쁘다. 시류에 몸을 맡긴다며 주말 내내 서울 이곳 저곳을 누비며 겨우겨우 ‘도장 깨기’를 하다보면, 내 인스타그램 계정 스토리는 점선으로 보일 만큼 가득 채워진다. 하루종일 내 돈과 시간을 쓰며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에 조연으로 출연하고 나면, 마음은 곧 너덜너덜해지곤 한다. 그런 날이면 몸을 눕히기 위한 침대가 필요하듯 마음을 쉬게 할 곳 역시 간절해진다.

북촌의 골목 한 켠에 자리한 보이차 테이스팅룸 월하보이는 그런 공간이다. 15초짜리 와글와글한 숏폼 대신 머무는 시간만큼 주인장이 차를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앞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마음의 여유를 챙기는 곳. 손님이 처음 방문했다면, 차회를 열고 차를 준비하는 ‘팽주’가 보이차의 숙성 방식별로 분류한 생차와 숙차를 직접 테이스팅하고 그 차이를 알 수 있도록 순서대로 설명해주며 차를 내준다. 계절마다, 시간마다 내주는 차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여러번 방문하며 주인장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할 이유다.  한참 수다를 떨다 주위를 돌아보면, 지금은 정독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는 경기고등학교의 축대를 그대로 보존한 카페 공간의 내벽, 그 앞에 가득한 차 도구와 골동품이 눈에 들어온다. 이 풍광만으로도 팽주가 고수하는 가치와 취향을 짐작할 수 있다.

한참을 줄을 선 뒤 가게에 들어서서 빠르게 ‘인증’ 후 다음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는 핫플레이스에 내 자리라 할 만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모든 것이 빠르게 생겨나고 사라지는 2022년 서울 한복판에서 어느 가게의 단골이 된다는 것은 융통성 없어 보이거나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월하보이엔 차 한 잔에 마음을 머무르게 하고픈 이들을 위한 자리가 늘 마련되어 있다.

Place

월하보이 :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5길 26

@whtea_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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