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Review

2인전과 개인전의 랩소디: 일민미술관

Writer: 박도현
, Photographer: 박도현

지난 8월 23일 다소 보기 힘든 독특한 포맷의 특별전이 일민미술관에서 막을 올렸다. 시작과 종료를 동일하게 진행하는 2인전과 개인전의 주인공은 권오상 및 최하늘, 그리고 오민이다. 미술관 로비와 1층을 차지한 권오상, 최하늘의 2인전 «나를 닮은 사람»은 조각의 근원을 의심하고 해체하길 갈망하는 동시대 미술의 토대에서 조각의 정체성을 재고한다. 조각에 접근하는 방법 면에서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차이점이 뚜렷한 두 작가는 서로의 방법론을 적용해 비평적인 참조점을 만들고 이를 교환하는 실험을 한다. 이들의 기존 작업을 살펴보고 가면 더욱 재미있는 감상 포인트가 생길 테지만 그렇다고 예습이 필수는 아니다. 그 자체로 강렬하게 우리 시선을 잡아끄니까. 한 공간에서 서로의 작품이 어떻게 작용하고, 엮이는지 관계성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테다.

2층 커튼을 열고 입장하면 오민의 개인전 «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가 펼쳐진다. 3채널 비디오로 구성한 신작 ‹폴디드Folded›는 56초 단위로 짜인 16개의 장면에서 각각의 재료가 변하는 모습에 주목하며 순행하는 시간을 뒤집어 채널 사이에 일어나는 작동을 비교한다. 시간의 흐름을 뒤섞어 편집한 영상 모둠을 통해 시간에 관한 고민을 유도하는 작업이다. 보통 하얀 벽으로 가득 찬 전시장에서 열리는 전시는 작품으로 빈 공간을 하나둘 채우는 느낌을 받지만, 이번 전시는 기둥을 제외하고 모두 비워낸 후 오직 벽에서 영상이 흐를 뿐이다. 그런데도 공간을 가득 채우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3층에는 작가가 발췌한 텍스트를 한쪽 벽면에 가득 채웠고, 내밀한 프로젝트 룸에서는 강의 형식의 비디오를 재생한다. 아래층에서 몸으로 작업을 느끼고, 위층에서 언어로 작업 세계를 접하다 보면 생각거리가 풍부해진다.

«올해의 작가상 2021» 이후 10번째로 선보이는 오민의 개인전과 권오상, 최하늘의 2인전은 서로 다른 미술 분과의 형식과 매체적 실험을 교차한다. 현대미술에서 매체의 경계는 갈수록 흐려지며, 심지어 무의미하다는 의견조차 나온다. 하지만 퍼포먼스를 위한 퍼포먼스, 조각을 위한 조각을 목표로 땀 흘리는 이들에게는 결코 끝나지 않는 고민이 가득한 듯싶다.

Exhibition

«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참여작가: 오민
«나를 닮은 사람»
참여작가: 권오상, 최하늘
기간: 2022.08.23 – 2022.10.02

Place

일민미술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 152
@ilminmuseumofart

결과(4)

Thank You for Subscription!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애티튜드»는 매주 금요일 아침 10시 1분, 창작자의 반짝이는 감각과 안목을 담은 소식을 메일함에 넣어드립니다.

결과(4)